개는 훌륭하다
하세 세이슈 지음, 윤성규 옮김 / 창심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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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있어 다오, 나의 천사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는 동물을 이르는 애완동물(愛玩動物)이라고 불리던 동물들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로서의 의미를 담은 반려동물(伴侶動物)이 되었다. 곁에 두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삶의 형태가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사람과 함께 나누는 의미가 많이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많은 강아지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그들의 반려인들에게 무한 애정을 전하고 있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한낱 장난감으로 여겨지던 애완동물이 아니라 우리네 마음을 어루만지는 반려동물로서 말이다. 나 또한 우리 가족밖에 모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우리네와 다른 시간을 사는 작은 생명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노쇠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작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한 누리꾼이 게시한 ‘반려동물이 주인에게 바라는 10계’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강아지가 건강할 때였음에도 울컥하는 마음에 훌쩍 거렸던 기억이 남아있다. 만약 한참 아플 때 그 글을 접했더라면 통곡을 하며 울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슬픈 글이었다.
오늘 리뷰하는 하세 세이슈의 개는 훌륭하다에 실린 7가지 이야기도 그에 못지않은 슬픔과 기쁨을 느끼게 한다. 불치병에 걸린 소녀에게 삶의 의지를 북돋아주다 병마를 이겨내지 못한 소녀를 따라 홀연히 소풍을 가버린 유기견 토이푸들 단테, 아내를 떠나보낸 노인이 삶의 끈을 놓지 않도록 자신의 온기를 내어주는 믹스견 흰둥이와 딱 한 발작 떨어져 있는 노인과 흰둥이를 이어주고 사라진 어린 살쾡이 타마,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고 세상과 단절된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린 작가에게 밝은 빛을 선물한 래브라도 리트리버 존느, 어미 개에게 물려 흉측한 얼굴로 살아남았지만 천사 같은 웃음으로 모두를 사랑하게 만드는 바셋 하운드 앙주, 천사 같은 아이가 소풍 가는 길 마지막 인사를 건네주는 플렛 코티드 리트리버 엠마, 가족도 뒤로하고 열심히 일했던 회사가 망하고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채 마지막을 결심한 남자에게 나타난 구원 프렌치 불독 크릉이 안즈 그리고 작가 하세 세이슈에게 오직 사랑하는 반려인만을 바라보는 그들의 사랑을 가르쳐준 버니즈 마운틴 마곳, 위렌, 로라까지... 자신의 모든것을 내어준 천사 같은 아이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이슬비가 옷깃을 적시듯 마음을 두드린다. 슬프지만 따뜻하다.

"앙주는 온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나는 행복해. 가족들과 산책하러 갈 수 있어서 행복해. 밥 먹는 것도 행복하고. 사람들이 어루만져 주는 것도 행복이야. 착하다고 칭찬받는 것도 행복이야.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아. 왜냐하면 살아 있다는 것은 어쨌든 행복이니까." (p.184)

잠시 시간을 내어 함께한 짧은 산책길에, 호호 불어가며 먹여준 고구마 한 조각에도 온 마음으로 기쁨을 표현해 주고, 내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우리 아이에게 오래오래 내 곁에 머물러 달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작디작은 몸으로 너무 많은 것을 나눠주고 있는 사랑하는 우리 강쥐~ 나도 많이 많이 사랑한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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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레이죠 히로코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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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단풍이 지는 가을 보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햇살 따뜻한 공원에서 꽃비를 맞으며 읽었더라면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한다.

‘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라는 책의 제목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다. 버찌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난 뒤 다음 해의 만남을 기약하는 것처럼 남겨지는 벚꽃나무 열매를 말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 나의 느낌은 단지 주인공 사츠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버찌는 버찌관의 왕벚꽃나무의 열매가 아니라 대다수의 열매가 두 개씩 짝을 이루고 있는 그 마음을, 손을 꼭 잡고 있었던 마음을, 이제는 그 손을 놓아야하는 아픔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었다.

“대체 리리나가 누구야?”

책의 대부분에서 등장한 어린 소녀 ‘리리나’를 묻는 질문의 등장은 리리나를 꿈꿀 수 밖에 없었던 사츠타의 애절한 마음을 이해하게하는 질문이자, 어린 소녀와 딸 바보가 되어버린 어른의 우정이 아닌 절절한 로맨스 소설이었음을 알게되는 질문이었다. 사무치게 그리운 그녀를 보내주기 위해 오랜시간동안 한 걸음 한 걸음 세상밖으로 나오기 위한 그만의 이별이었으리라... 시종일관 따뜻한 봄볕 아래서 펼쳐지던 동화같은 이야기가 어느순간 눈물을 짓게한다. 만약, 손을 놓았더라면의 후회를 하지만 두 개의 버찌가 서로 이어져있던 것처럼 손을 놓지 못했던 마음을 되돌아 보게한다.

끝까지 손을 놓지 못했던 사츠타의 연인 나아리가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뤄주기 위한 그만의 여정이 사츠타의 깊은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외롭기만 했던 사츠타의 위로가 되어주던 연인이 봄날 따뜻한 빛으로 가득 채워진 버찌관으로 사랑스러운 리리나가 되어 그의 마음을 다독인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어. 항상 잡고 있었지. '우리 둘은 버찌야.' 같은 낮간지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곤 했어." (p.8)

동화속 같은 버찌관 그곳에서 피어나는 아련한 사랑 그리고 지독한 상실,,, 책을 읽기전 먼저 마주한 주인공 사츠타의 사랑과 상실에 온기가 채워진다. 손을 마주 잡았지만 그만 남겨두고 가야했던 연인이 그에게 전하는 행복의 온기... 가볍기만 했던 어린 소녀와 투닥거리는 초보 작가의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을 전하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리뷰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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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김윤태 지음 / 북오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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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가장 황홀한 순간에 찾아온 끔찍한 비극!"

열아홉 풋풋한 젊은 청춘 남녀 석태와 소미의 첫 데이트로 시작한 스토리는 묻지마 테러로 말미암아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버리는 끔찍한 사건을 묘사하며 첫 장을 여는 프롤로그를 마무리한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사건으로 시작한 글은 서로를 바라보는 석태와 소미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여학생들의 선망을 받으면서도 곁을 내주지 않는 외로운 소년 석태와 예쁘장한 얼굴과 당찬 성격으로 단번에 뭇 남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전학생 소미. 오래전 특별한 인연으로부터 시작된 마음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들게 하지만, 어린 연인들의 꿈같은 첫 데이트를 시기한 큐피드는 그들에게 견디지 못할 시련을 선물하고,,, 그들에게 다가온 운명의 소용돌이를 견뎌내지 못한 어린 연인은 긴 이별을 마주하게 된다.

석태를 지키기 위해 그에게서 멀어지기로 한 소미.  그러나 그녀가 마음먹은 것처럼 석태의 곁을 떠날 수 없는 소미. 운명의 소용돌이는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처럼 그들을 이어질 수 없는 붉은 실로 이어둔 채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 무료한 삶을 살아내는 석태 앞에 다시 나타난 소미. 그러나 그녀는 끝끝내 석태를 거부한다. 그녀의 피폐해진 모습을 마주한 석태는 소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녀의 흔적을 쫓기 시작하고,,,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열고 마주한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네가 없는 세상은 지옥보다 못할 것이다.  소미야, 너와 나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서로 만날 수 없다면... 나는 단지 네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을 뿐이다.” (P.253)

요즘 살짝 책태기를 겪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인지 읽고 나서 참 허탈해지는 책이었다. 첫 장면은 강렬하게 시작한다. 끔찍한 사건으로부터 이어질 미스터리한 추리(?)가 예상되는 시작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싱겁다... 로맨스라고 하기에도 갸우뚱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긴장감이 살짝 부족하다. 작가님께서 IT업계에 18년간 근무하고 퇴사하기 전 일주일, 퇴사 후 3일 만에 완성한 소설이라고 하시니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제목과 프롤로그를 읽고 기대했던 기분이 사그라들긴 했지만 휘리릭 책장이 넘어가는 가독성은 좋은 책이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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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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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 복수․악․부정에 대하여 정의감 등에서 보복하다. 주로 피해자가 아닌 사람을 주어로 하여 피해자를 대신하여 보복하는 꼴로 쓰임. (책 표지)

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 강렬한 범죄현장을 서술하며 서막을 연다. 그것이라 지칭되는 괴물, 첫 단락을 읽으면서 사람이라 예상되지 않는다. 마치 동물을 다루는 듯한 서술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법으로서 공격당한 집단에게 정당한 보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함무라비 법전의 정의. 끔찍한 범죄를 당한 피해자에게 이 보다 더 만족스러운 보복이란 있을 수 없다.

모든 범죄자들이 끔찍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한 여성으로 특히 끔찍하게 여겨지는 범죄 중 하나가 성범죄다. 8세 여아를 끔찍하게 유린하고 음주상태의 심신미약으로 감형 받아 경우 12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조두순으로 시끄러웠던게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2006년 미성년자 11명을 잇달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 복역을 마친 김근식으로 다시 한번 시끌시끌해진다. 평범한 한 사람으로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형량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그들을 또 다시 피해자, 어린아이들 근처에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이 사회를 과연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함무라비 법전의 정의를 구현하고 싶을 뿐이다.

"기다려, 꼭 다시 돌아올께"

6살 여아를 성폭행하고 12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한인걸이 미지의 범인으로부터 고환과 항문을 손상당하는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출소한 파렴치한 범죄자를 나라는 앞장서서 신변을 보호하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먹여살리기까지 한다. 범죄를 옹호할 수없지만, 한인걸에게 위해를 가한 범인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형사도 같은 마음의 사람인지라, 끔찍한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바뀐 한인걸 사건담당을 꺼리고 상대적으로 보호해야하는 가족이 적은 민수와 희성이 사건을 맡게된다. 냉정하게 사건을 마주하고 싶지만 냉정하기 어려운 사건을 맡은 민수와 희성은 연이어 또 다른 사건과 마주하고,,,

어리디 어린 아이를 유린하고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고, 친딸을 범해 임신을 시키고 증거가 나올때까지 끝까지 범죄를 부인하는 아빠와 믿음을 저버리고 합의금을 가로챈 엄마, 의부에게 유린당하는 아이를 보호하기는 고사하고 재혼한 남편과 함께 아이를 죽이는 엄마까지 법으로 응징할 수 없는 수많은 인간쓰레기들을 처리하는 푸른 눈의 청소부!

공분을 사고 있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하고 있는 소설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법감정에 마음이 상한 평범한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어벤지Avenge푸른눈의청소부 #어벤지 #청소부 #최문정 #창해 #한국소설 #바보엄마 #책과콩나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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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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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지만 마지막 장을 읽을 때즈음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는 한 문장이 오롯이 이해되는 작품이다. 600여 페이지가 절데 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엄지척하게 되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다!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는 뫼비우스의 띠 그어디쯤에 서 있는 불완전한 인간의 심리가 심리스릴러처럼 얽혀있다. 여성과 남성을 나누는 생물학적 개념을 넘어 논쟁이 되고 있는 사회적 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근간에 시작된 논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근래에 들어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소재를 1999년,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이렇게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 또한 놀라울 따름이다.

같은 듯 다른 의미를 품고 있는 짝사랑과 외사랑. 마음을 감추고 있는 짝사랑과 달리, 마음을 들킨 채 사랑을 이어가는 외사랑의 힘겨운 마음으로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이들을 대변한다. 시대를 앞서간 타고난 이야기꾼 히가시노 게이고의 젠더는 대표적인 남성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식축구 포지션과 살인사건을 연결한 흥미로운 미스터리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매년 11월 세 번째 금요일이면 대학시절을 함께 보낸 데이토대학 미식축구팀 친구들이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곤 한다. 해가 갈수록 참석하는 친구들이 줄어들고, 함께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지만 11월 세 번째 금요일은 여전히 화양연화 같았던 그 시절을 추억하는 소중한 자리다.

대학 졸업을 앞둔 리그전 마지막 경기, 전설의 쿼터백 데쓰로의 어이없는 패스 미스로 우승을 놓친 실수를 안주 삼아 이어지던 동장회를 끝내고 집으로 가던 중 데쓰로는 미식축구팀의 매니저로 있었던 미쓰키를 만나고 함께 집으로 간 그는 미식축구 동창이자 아내인 리사코와 함께 미쓰키의 오랜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미쓰키와의 사이에 말 못 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탓에 몹시 혼란스러운 데쓰로에게 미쓰키는 또다시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하고,,,

"하지만 같이 생활하다 보니 미쓰키의 외모는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미쓰키의 애정을 절절하게 느꼈어. 그 사랑을 받으며 사는 게 정말 행복했어. 당신은 마음이 여자고 레즈비언이 아니면 남자의 육체를 가진 사람만 사랑하리라 생각하나 본데, 마음은 역시 마음에 반응해. 여자인 내 마음은 미쓰키의 남자 마음에 호응했지.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거야. 형태는 상관없어." (p.401)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 성이라 분류되는 제3의, 제4의 성은 틀림이 아닌 다름을 지녔음에도 스스로를 들어내지 못하고 숨어있다. 그저 살기 위해 몸부림 지치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감춰주기 위해 나카오가 대신한 선택이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권태로운 부부 앞에 나타난 아내를 사랑하는 여자의 몸을 가진 남자, 남자의 마음을 가진 엄마, 두 개의 성을 한 몸에 지닌 반음양인까지,,, 남성과 여성으로만 구분되던 '성'은 그간의 고정관념을 비웃는 것처럼, 지금껏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이 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동전의 앞과 뒤가 아닌, 손바닥의 앞과 뒤가 아닌 뫼비우스의 띠로 이어지는 양면이 되어 모두를 흔들어 놓는다.

"10여 년 넘게 품은 짝사랑. 정말 맞는 말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은 자신이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짝사랑을 계속하고 있다." (p.697)

서너 달 전 드래그 아티스트 모지민을 다룬 독립영화 '모어'를 봤었다.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남자의 이야기. 자신을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못한 존재지만 인간으로서의 끼를 부리고 싶다고 말하던 그의 독백을 이해하면서도 '만약 나에게 벌어진 일이었다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외사랑 또한 그들의 선택이 어쩔 수 없는,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마음으로 이해하지만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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