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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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모티브로 영감을 얻었지만 소설의 내용은 실화가 아니라 허구다. 전개되는 방식이나 내용은 무척이나 창의적일정도로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들며 속도감있게 전개되며 인물들간의 심리전,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여오는 긴장감, 시종일관 속도감있게 읽히는게 스릴러와 미스터리적인 장르인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바다에 고독하게 서있는 등대처럼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어두운 밤하늘에 불을 밝히는 등대지기들. 디지털화되어 이제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게되어 이제는 등대지기라는 직업도 사라지고 없어지게 될터다. 있던 것이 사라지는 것, 이것도 바다의 입장에선 미스터리는 아닐까.

알려지기 위한 것이 아닌 미스터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스터리한 것은 미스터리한 법. 신비로움 그 자체가 존재의 목적일수도. 끝까지 제대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결말에 독자는 긴 여운을 느끼며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다. 책 읽기를 마치고서도 바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생각하게 되는 책, 에마 스토넥스의 「등대지기들」



* 이 책은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며 주관적인 리뷰로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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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을 도는 여자들 오늘의 젊은 문학 3
차현지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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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지 작가의 트랙을 도는 여자들은 총 10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집이다.

책의 대표제목이기도 하고 수록된 단편소설 「트랙을 도는 여자들」을 읽으면 특정 직업군, 나이를 벗어나 그저 '여성'이라면 느껴본 적있는 특정 범죄의 노출에 대한 불안을 여실히 보여준다.

관심, 보호(돌봄)받지 못한 대상인 「미치거나 미치이고싶은」의 미치(화정)나 그의 할머니, 범죄에 노출되었으나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들.
취약한 여성들이 갖는 우울함, 불안, 걱정들.
경제적, 정서적, 사회적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사회안전망이 튼튼하지 않기에 생기는 범죄인걸까 아니면 여자들에게만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지는 걸까.느닷없이 죽지않기 위해 노력하는 여자들.
개인을 지키는 것은 본인 스스로해야하는 일이 되어 나는 그렇게 되지 않게 트랙을 도는 여자들이생긴다.


「녹색극장」은 실화를 재구성한 것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한데 모아진 단편소설이다. 누군가를 추억하는 방식은 장소일수 있고 장소에서 일어난 일일수도 있다.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는 곳일수도, 의미있었기에 추억으로 남는 장소도 있고, 데이트폭력이나 이별과 같은 부정적인 장소로 기억에서 지워버리고만 싶은 장소일수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오늘 함께한 자와 영원한 추억을 만들 만한 곳은 없다'. '그럼에도 오늘 너와의 만남을 기억할 만한 장소로 나를 데려가준다면 ……나는 언제나 환영이다. 그리고 탑처럼 그 위에 누군가와의 기억을 또 쌓을 것이다. 기억은 지워지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것.'


엄마에 대해서에도 수록된 「핑거 세이프티」는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그런 엄마를 꼭 닮은, 손톱깍이를 공유하는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을 위해 생계를 책임지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아들을 낳지못했다고 시어머니에게, 돈 좀 벌어서 유세를 떤다는 식으로 남편에게, 이혼하라고, 엄마가 잘못 살아서라고,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딸에게 모진말을 듣는…모든 게 자신의 잘못인 것 같다는 엄마의 이야기다.


단편소설에 그 어떤 주인공도 화목하거나 행복하거나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것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저마다의 우울, 불안, 공포, 죄책감등에 휩싸여있다. 편안하고 쉽게 읽히지 않지만 역시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하는 상황과 감정들, 나는 해당되지 않지만 어쩌면 내가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우울함을 공감하는 독자라면
차현지작가의 단편소설집인 「트랙을 도는 여자들」이 더 없는 연대와 공감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다.





름이는 죽은 여자를 떠올렸다. 버려진 트렁크처럼 담벼락에 쓰러져 있던 여자를.름이는 죽은 여자를 지우고 자신을 넣어보았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운동장 트랙 위를 걷던 여자들을 한 명씩 대입해도 무방했다. 전혀 레어한 일이 아니었다.
P.37 트랙을 도는 여자들


희정아.
할머니가 내 이름을 불렀다.
잘 지내야 된다. 단디 몸 챙기고. 매사 조심하고. 매사 감사하고. 알제
P.213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




타인의 기억에 내가 혼재해 있고, 또 나의 기억에 타인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것이 전기가 이니고 뭐란 말입니까? 우리는 모두 타인의 전기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P.232 트릭

그는 자신이 꾸려 온 삶을 점검해 보기 시작했다. (중략) 그럴듯한 실패 없이 삶을 연명해 왔다는 열패감. 했어야 할 일들을 차마 하지 못한 채 놓쳐 버린 시간. 자신이 추려낸 인생의 꼭지에는 밑줄 그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였다. 무의식적으로 엄지를 만지던 도는 드디어 자신이 지독한 시기에 당도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런 촉감도 느껴지지 않는 엄지처럼, 모든 게 둔감해져 버린 시디에 비로소 안착했다는 것을.
P.242 트릭


*이 책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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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케이트 오닐 지음, 명선혜 옮김, 정철 감수 / 북스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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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힐 책을 많이 접한 것 아닌데 인문사회, 교양쪽의 책이 많이 출판되는 것 같다.

읽으면서 대학 전공서적, 참고자료 도서 읽는 기분이 드는 건 기분탓인가.

표지는 깔끔하고

주제 분류 및 글자도 깔끔한데 그림이나 이미지보다 글자가 많아서 읽다가 자칫 지루하거나 졸릴 수 있다.

내용은 흥미롭지만 아무래도 텍스트가 쉽게 술술 읽히는게 아니라 전문용어나 논문인용, 각주가 많아서 아무래도 읽는게 시간이 소요된다.

쓰레기의 정치학은 최근 코로나로 일회용품 사용이 많아지고 쓰레기 대란을 겪는게 하루이틀이 아니라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이 있던 나에게는 많이 와닿았다. 그래서 관심이 갔던 분야기도 하다.

쓰레기를 더이상 매립도 소각도 하지 못하는 내가 사는 지역(제주)에서는 육지까지 쓰레기를 보내는데 몇해전 육지가 아닌 필리핀 어딘가로 보냈던 쓰레기가 분리수거가 잘되지 않아 다시 보낸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기겁했던 기억이 난다.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타지방으로 보내는것도 놀라운데, 그걸 또 분리수거가 잘 되지 않아 몇십톤씩 되는 폐기물이 다시 되돌아온다니. 쓰레기 눈탱이 맞은것보다 놀라웠던 건 '국제적인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구나' 하는 것이었다.

현대사회가 편리해진 것은 기술이나 다양한 일회용품, 저렴하고 편리한 신소재의 사용이 증가하면서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이 결국 재사용되지 않고 낭비되어 폐기물이 되었을떄의 사회적 문제는 심각하다. 그렇지만 이것을 사용하는 우리들은 그 문제점을 자각하지 못한다는게 더 문제다. 저렴하다고 사시사철 사입고 버리는 값싼 옷들, 편리하다고 이용하는 비닐, 이런 것들이 일차적으로는 환경, 이차적으로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국가(지역) 국민의 삶, 가깝게는 우리의 식탁과 일상에도 문제를 미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에 당장 피부로 느껴지는 문제점이 크지 않아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고기 몸속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비닐류가 이제는 익숙해져서 내 이야기 같지만 내 이야기 같지 않게도 느껴진다.

쓰레기의 정치학은, 이것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보고있다. 쓰레기가 어떻게 순환되는가, 폐기물의 재활용 관점도 있지만 쓰레기를 배출하는 곳, 처리하는 곳이 다름을 설명하며 빈부의 격차처럼 쓰레기의 불평등, 국가간 쓰레기 권력과 돈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세계 폐기물 거버넌스 관련자들은 취약계층을 향한 위험은 최소화하고 혜택은 공유되는 방식으로 폐기물 자원을 추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p.28

×구속력없는 규범적인 차원의 목표 → 폐기물 감춤과 제로 웨이스트 , 지속가능한발전목표

폐기물에 내재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맥락. 환경적 불평등을 드러내며 국가와 지역사회를 통틀어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환경적 혹은 위험) 비용을 부담하는지, 누가 어떻게 규제하고 통제하는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계 폐기물경제의 특정을 파악한다.

소위 선진국, 이미 발달할대로 발달한 곳에서는 공장도 다른 나라에 짓지만 쓰레기 또한 다른 나라에 버린다. 이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나라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국과 같이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술은 없지만 매립할 지역이 많은 빈곤지역이다. 돈으로 물건을 사고 쓰레기를 돈을 주고 넘겨서 이것을 돈을 주고 되파는 쓰레기의 뫼비우스의 띠는 순환이라기 보다 결국 나라와 자본의 흐름임을 알려준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 식량 손실과 음식물쓰래가 발생량이 세계 식량 생산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생략)현재의 음식물 소비 양상과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국제 식품 거래와 식량 원조 정책에 의해 형성되었다. 공급망을 따라 식품을 추적해가가 보면 음식물쓰레기가 식품 생산과 식량 정치와도 관련이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식량 안보, 식품 안전, 식량 주권과도 같은 현안과도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p.152

음식물 쓰레기는 재분배와 재처리를 총해 다시 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유통기한 라벨 변경 등의 정책과 관행은 애당초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p.182

아이디어는 끝도 없다. 세계 폐기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세계 자원 개척지가 던지는 기회, 위험 그리고 거버넌스 차원의 도전 과제를 이해한다면 지구촌이 추구해야 할 중대한 방향적 제시는 얻은 셈이다.

p.242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파이어플라이, 윌-E, 승리호 등 쓰레기폐기물 청소부와 고물판매업자는 더이상 희소한 직업도 아니고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영화나 대중매체로 많이 접해볼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쓰레기산이, 고철로 이어만든 차가 미래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져서 두눈을 질끈 감게된다. 끝도 없는 폐기물과의 전쟁에서 현재의 우리의 노력, 미래를 향해 제시하는 환경적 시각과 행동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세계 폐기물 거버넌스 관련자들은 취약계층을 향한 위험은 최소화하고 혜택은 공유되는 방식으로 폐기물 자원을 추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P28

아이디어는 끝도 없다. 세계 폐기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세계 자원 개척지가 던지는 기회, 위험 그리고 거버넌스 차원의 도전 과제를 이해한다면 지구촌이 추구해야 할 중대한 방향적 제시는 얻은 셈이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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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 나는 누구지?
샘 치타 지음, 허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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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고 나를 기억하는 것은 '핸드폰 하드디스크', '인그타그램'속의 나, 디지털 증거들 뿐이라면 나는 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p.15



인스타그램(SNS)에선 나만 보통의 평범한 인간이고

다른 사람들은 좋은 데 가고, 좋은 거 먹고, 좋은 것을 경험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 좋아 보인다는 것이 주관적인 것이지만 대게 호화스럽고, 고급스러운, 누구나 갖을 수 있기보다 희소성있는 비싼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건, 장소 뿐 아니라 얼굴마저도 필터와 보정작업으로 본래의 모습보다 더 미화되어 나타난다.

그러니 현재 보통의 인간으로서는 상대적 박탈감과 나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그들과 괴리감만 커져간다.

시리, 나는 누구지? 는, 인스타그램, 현실과 가상 공간에서의 자아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아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린다. 우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도 아니면서 내가 누군지, 자아를 잊고 살아간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자기계발이나 스스로를 사랑하는(love myslef) 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나에 더 신경쓰는 주인공 '미아'를 통해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인 우리들은 어떤 자아를 만들고 있는지, 사진으로 보여지는 내가 아닌 내가 보는 나는 정말 나를 알고있는지를 묻고있다.



나 자신을 마음에 들지 않고 실망스럽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대단히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주해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보정하고 수정한 이미지의 나로 남과 자신을 속이며 계속 살 수는 없다. 오히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더 어렵지만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건 내 인생이고 이번에는 제대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나니까 또 엉망으로 망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노력할 것이다.'(p.344)


 

삶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처음으로 내가 내 이름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마침내 @Mia4Realz(Mia for Reakz, 진정한 미아)가 되었다

p.424



사람은 누구나 적나라한 자신의 민낯을 보이기가 어렵다. 부끄러워서, 자신이없어서, 남들과 비교되서, 이런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봐 등등의 생각해보면 나를 위한 것이아닌 남의 시선을 지레 두려워해서 말이다. 꼭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고 가감없이 보여줘야 하는건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스스로에게 나의 가까운 소중한 사람들(친구가족애인 그 무엇이되었든) 꾸미지않고 자신를 내보여도 된다고 나는 나 그대로 나답고 잘 살고있다고 응원해주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작성한 것입니다.]




 

기억을 잃고 나를 기억하는 것은 ‘핸드폰 하드디스크‘, ‘인그타그램‘속의 나, 디지털 증거들 뿐이라면 나는 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P15


삶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처음으로 내가 내 이름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마침내 @Mia4Realz(Mia for Reakz, 진정한 미아)가 되었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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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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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공원 강제퇴거인 '특별 청소' 취재를 한 2006년에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재일조선인으로 일본사회에 사회구성원이라기 보다 주변인에 속해있던 작가에게 같은 일본인이지만 노숙자로 구석으로 몰린 그들을 더 구석으로 몰아버리는 상황이 작가에게 공감과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게 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가 확정되어 경제효과와 고용창출에 대해 떠드는 정부 발표에 가려진 일용직 노동자의 삶, 노숙자들의 어려움이 더 부각되어 보여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외국인에게는 친절하면서

정작 일본에 살고있는 자국의 소외된 사람들은 돌보지 않는 이야기.

일본 청년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도 시간이 지나 그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소모품처럼 쓰여지고 버려지고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 대한 비판.

사회문제를 다루는 소설을 많이 보았지만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 다큐 르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짧은 분량임에도 빨리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한 것은 너무도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용은 하되 슬픔과 아픔엔 관심없는 국가와 다르게 한 때는 이들의 노동력이 국가의 국력이었고 경쟁력이고 경제의 뒷받침이 되는 든든한 중춧돌이었다고 동정과 연민의 눈보다 존중하고 이해하는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일본에 사는 한국사람이기에 쉽게 비판할 수 있다가 아니라, 보고싶지 않아도 보이는 것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애정이 있어서다.

불편한 이야기는 정곡을 찔러서 아프고 거슬리지만 이렇게 불편한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이 있기에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거 아닐까.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주고 회피하고 싶었던 것을 직면하게하면서 말이다.

좀 더 나은 사회로, 사회적 도구로 이용하는 문학의 용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이 책은 단순히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직업을 넘어서 작가란 글을 통해 사회 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책 한 권이 무척이나 버겁게 느껴질만큼 세상의 한 부분을 담고 있다. 변화하기 어려운 많은 것들 중에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인식이나 행동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작가의 노력과 의지마저 엿보이는 책이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이동 금지 시간보다 일찍 돌아간 적은 없다. 하지만 돌아간들 누가 불편해한단 말인가. 무언가를 위반하는 일일까? 무언가를 해치고 어기게 되는 걸가? 누가 곤란해지고 누가 화를 내는 걸까? 나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남에게 손가락질당할 짓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익숙해지지 못했을 뿐이다. 어떤 일이든 익숙해질 수 있었지만 인생에만은 그러지 못했다. 삶의 고통에도, 슬픔에도......기쁨에도......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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