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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아빠'라고, 6살일때처럼 반말을 하겠다고 하는 오래전 헤어진 딸과의 재회도 있겠지만 사실 아무런 원망을 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는다는 설정자체가 좀 낯설기도. 너무 따뜻하게 그려진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코로나로 가정폭력, 아동학대가 늘고있다는데 이럴때일수록 이런 따뜻한 가족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었다.
사실상 직업적 은퇴를 결심하고
직업으로서의 전성기나 일은 끝났지만
은퇴후에야 비로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떠나는 남현씨의 모습은 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 평생 가족을 위해 살다가 은퇴후에야 자신이 하고싶었던 일을 하고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운다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기때문이다. 젊은사람들도 배우기 어렵다는 외국어나 춤을 배우는것도 대단하지만 특정 경기나 대회를 참가하는 건 아니지만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언어로 문화를 체득하여, 나의 춤을 보여준다는 마음가짐이 멋져보였다.
맛집을 가고, 인생사진을 찍겠다고 떠나는 해외여행이 아닌 내 생에 내가 하고싶은 일을 멋지게 해내고 싶다는 거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소박하다고 하기엔 너무도 빛이나는 일을 실행하는 거니까.
가족의 뒷바자리가 끝나면 내 삶을 살겠다고 하지만 사실 은퇴후에도 품안의 자식이라고 자식을 위해 은퇴자금을 내놓고, 아낌없이 주느라 다시 고된 노동의 현장으로 들어가 안정적인 노후는 고사하고 반복되는 노동과 늙어가는 시간만 느끼는 어르신들이 많다. 그래서 부자도 아니고 대단한 직업을 가진 사람도 아닌 평범한 남현씨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개인적인 꿈을 향해 노력해가는 과정과 여정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이번 책을 통해 어머니보다 아버지라는 존재에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 사실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책에 주제로도 많이 나오고(대부분 모성이나 심리적지지, 친근함이 더 크게 작용) 우리네 아버지들이 그렇듯 어머니보다 대게 무뚝뚝하고 자녀와의 거리가 좀 있지않던가. 표현도 어수룩하고 가장이라는 무게를 짊어져서 무게감이 없으면 안된다는 부담감과 무시당하지 않으려는 필사의 모습이 딸로서는 딱딱하고 무겁고, 가까이 하기엔 어딘가 불편한 존재였다. 이 책을 통해 '엄마도 여자지만 꿈이 있겠지' 하고 자주 생각했던 것에서 '아버지도 가장이 아니라면 좀 더 자유롭게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시지 않으셨을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을텐데 누구에게 말 하고 위로받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멩코를 추는 남현씨는
알고보니 우리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드라마 나빌레라 심덕출 할아버지가 오버랩되긴했음. 가족을 위해 일하고 은퇴한 후에 나도 한 번은 날아보고 싶다고 발레를 배우시는 모습)
코로나라 해외여행을 가기 힘든 이때 책 후반부에 나온 스페인의 풍경과 거리를 남현씨와 그의 딸 보현이의 뒤를 쫒으며 같이 거닌 기분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스페인이 아니더라도 작은 골목어귀를 아버지와 함께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인 소망도 담아본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나도 그렇게 형편없는 인간은 아니야.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 생각이 그의 뱃속을 뜨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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