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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우에노공원 강제퇴거인 '특별 청소' 취재를 한 2006년에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재일조선인으로 일본사회에 사회구성원이라기 보다 주변인에 속해있던 작가에게 같은 일본인이지만 노숙자로 구석으로 몰린 그들을 더 구석으로 몰아버리는 상황이 작가에게 공감과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게 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가 확정되어 경제효과와 고용창출에 대해 떠드는 정부 발표에 가려진 일용직 노동자의 삶, 노숙자들의 어려움이 더 부각되어 보여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외국인에게는 친절하면서
정작 일본에 살고있는 자국의 소외된 사람들은 돌보지 않는 이야기.
일본 청년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도 시간이 지나 그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소모품처럼 쓰여지고 버려지고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 대한 비판.
사회문제를 다루는 소설을 많이 보았지만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 다큐 르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짧은 분량임에도 빨리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한 것은 너무도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용은 하되 슬픔과 아픔엔 관심없는 국가와 다르게 한 때는 이들의 노동력이 국가의 국력이었고 경쟁력이고 경제의 뒷받침이 되는 든든한 중춧돌이었다고 동정과 연민의 눈보다 존중하고 이해하는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일본에 사는 한국사람이기에 쉽게 비판할 수 있다가 아니라, 보고싶지 않아도 보이는 것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애정이 있어서다.
불편한 이야기는 정곡을 찔러서 아프고 거슬리지만 이렇게 불편한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이 있기에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거 아닐까.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주고 회피하고 싶었던 것을 직면하게하면서 말이다.
좀 더 나은 사회로, 사회적 도구로 이용하는 문학의 용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이 책은 단순히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직업을 넘어서 작가란 글을 통해 사회 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책 한 권이 무척이나 버겁게 느껴질만큼 세상의 한 부분을 담고 있다. 변화하기 어려운 많은 것들 중에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인식이나 행동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작가의 노력과 의지마저 엿보이는 책이다.
이동 금지 시간보다 일찍 돌아간 적은 없다. 하지만 돌아간들 누가 불편해한단 말인가. 무언가를 위반하는 일일까? 무언가를 해치고 어기게 되는 걸가? 누가 곤란해지고 누가 화를 내는 걸까? 나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남에게 손가락질당할 짓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익숙해지지 못했을 뿐이다. 어떤 일이든 익숙해질 수 있었지만 인생에만은 그러지 못했다. 삶의 고통에도, 슬픔에도......기쁨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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