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을 도는 여자들 오늘의 젊은 문학 3
차현지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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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지 작가의 트랙을 도는 여자들은 총 10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집이다.

책의 대표제목이기도 하고 수록된 단편소설 「트랙을 도는 여자들」을 읽으면 특정 직업군, 나이를 벗어나 그저 '여성'이라면 느껴본 적있는 특정 범죄의 노출에 대한 불안을 여실히 보여준다.

관심, 보호(돌봄)받지 못한 대상인 「미치거나 미치이고싶은」의 미치(화정)나 그의 할머니, 범죄에 노출되었으나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들.
취약한 여성들이 갖는 우울함, 불안, 걱정들.
경제적, 정서적, 사회적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사회안전망이 튼튼하지 않기에 생기는 범죄인걸까 아니면 여자들에게만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지는 걸까.느닷없이 죽지않기 위해 노력하는 여자들.
개인을 지키는 것은 본인 스스로해야하는 일이 되어 나는 그렇게 되지 않게 트랙을 도는 여자들이생긴다.


「녹색극장」은 실화를 재구성한 것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한데 모아진 단편소설이다. 누군가를 추억하는 방식은 장소일수 있고 장소에서 일어난 일일수도 있다.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는 곳일수도, 의미있었기에 추억으로 남는 장소도 있고, 데이트폭력이나 이별과 같은 부정적인 장소로 기억에서 지워버리고만 싶은 장소일수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오늘 함께한 자와 영원한 추억을 만들 만한 곳은 없다'. '그럼에도 오늘 너와의 만남을 기억할 만한 장소로 나를 데려가준다면 ……나는 언제나 환영이다. 그리고 탑처럼 그 위에 누군가와의 기억을 또 쌓을 것이다. 기억은 지워지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것.'


엄마에 대해서에도 수록된 「핑거 세이프티」는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그런 엄마를 꼭 닮은, 손톱깍이를 공유하는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을 위해 생계를 책임지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아들을 낳지못했다고 시어머니에게, 돈 좀 벌어서 유세를 떤다는 식으로 남편에게, 이혼하라고, 엄마가 잘못 살아서라고,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딸에게 모진말을 듣는…모든 게 자신의 잘못인 것 같다는 엄마의 이야기다.


단편소설에 그 어떤 주인공도 화목하거나 행복하거나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것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저마다의 우울, 불안, 공포, 죄책감등에 휩싸여있다. 편안하고 쉽게 읽히지 않지만 역시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하는 상황과 감정들, 나는 해당되지 않지만 어쩌면 내가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우울함을 공감하는 독자라면
차현지작가의 단편소설집인 「트랙을 도는 여자들」이 더 없는 연대와 공감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다.





름이는 죽은 여자를 떠올렸다. 버려진 트렁크처럼 담벼락에 쓰러져 있던 여자를.름이는 죽은 여자를 지우고 자신을 넣어보았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운동장 트랙 위를 걷던 여자들을 한 명씩 대입해도 무방했다. 전혀 레어한 일이 아니었다.
P.37 트랙을 도는 여자들


희정아.
할머니가 내 이름을 불렀다.
잘 지내야 된다. 단디 몸 챙기고. 매사 조심하고. 매사 감사하고. 알제
P.213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




타인의 기억에 내가 혼재해 있고, 또 나의 기억에 타인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것이 전기가 이니고 뭐란 말입니까? 우리는 모두 타인의 전기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P.232 트릭

그는 자신이 꾸려 온 삶을 점검해 보기 시작했다. (중략) 그럴듯한 실패 없이 삶을 연명해 왔다는 열패감. 했어야 할 일들을 차마 하지 못한 채 놓쳐 버린 시간. 자신이 추려낸 인생의 꼭지에는 밑줄 그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였다. 무의식적으로 엄지를 만지던 도는 드디어 자신이 지독한 시기에 당도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런 촉감도 느껴지지 않는 엄지처럼, 모든 게 둔감해져 버린 시디에 비로소 안착했다는 것을.
P.242 트릭


*이 책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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