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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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궁금했던 미쓰다 신조의 신간 '흉가'를 만났다. 흉가는 3부작 집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다. 미쓰다 신조의 책은 거진 다 모아놓고 정작 읽은건 손에 꼽는다. 그럼에도 자꾸 모으게 되는 건.. 그만큼 작품의 매력에 끌린다는 의미일터! 암튼, 이번 작품인 '흉가'. 읽은 이들마다 가독성이 좋아 순식간에 읽어버린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읽은 나 또한 손에 집어들고 얼마 후 마지막 책장을 덮고 말았다. 이런 이야기였구나..!!!!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얼마나 무서울까 솔직히 많이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도 예상했던만큼 공포스럽진 않았다. 혼자 있을 때 읽으면 무서울까봐 옆에서 신랑이 연속으로 재방송 해주고 있던 '태양의 후예'를 크게 틀어놓고 보고 있을 때 읽어서 그런가..?!ㅋ

'흉가'는 초등학생 히비노 쇼타가 지방에 있는 외딴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쇼타에게는 예지력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 어떤 '안 좋은 느낌'을 통해 여러번 가족들을 위기에서 구해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쇼타 또한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쇼타는 그런 느낌을 받을 때면 조심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집에 이사를 가는 도중, 여러차례 '안 좋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건 대체 무슨 뜻일까? 쇼타는 좋지 않은 예감에 새집이 싫어지지만 다시 이사를 갈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결국 이사가 이뤄지고 얼마 후.. 쇼타만 느끼고 쇼타에게만 보이는 이상한 현상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대로는 가족이 모두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쇼타는 나름대로 이 집의 내력과 집이 위치한 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친구 한명을 사귀게 된다. 먼저 이 동네로 이사를 와 살고 있던 또래의 친구 코헤이에게서 여러 사실들을 알게 된 쇼타는 그가 겪고 있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말해준다. 누구든 쉽게 믿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쇼타의 이야기를 코헤이는 단번에 믿어준다. 코헤이 또한 이 동네에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헤이와 함께 차근차근 조사를 해나가던 어느날, 쇼타는 집주인 할머니 집에서 자기들이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여자아이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읽게 된다. 그리고.. 그 아이의 일기장은 쇼타를 충격에 빠뜨린다. 자신과 똑같은 일들을 겪었기 때문. 그래서 이 아이의 마지막은 어떻게 되었지?!!!

쇼타의 여동생 앞에 나타났다는 '히히노'. 그 뒤로 차례차례 나타나는 존재들. 그 존재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쇼타가 조금씩 진실로 다가갈때마다 섬뜩한 공포가 한번씩 온몸을 스쳐지나간다. 마침내 정체가 드러났을 때의 충격!!! 그리고.. 쇼타의 마지막 반전까지.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실제로 뱀신의 저주가 내린 흉가가 존재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은근한 섬뜩함을 느끼고 싶다면 주저없이 집 시리즈를 집어들기를. 두번째 이야길 만나게 될 집 시리즈는 어떤 공포를 선사해줄까? 벌써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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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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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만난 중국 추리 소설, 사신의 술래잡기. 몽실북스에서 내놓은 첫번째 책이다. 최근 눈여겨보기 시작한 중국 추리소설이라는 점과 실제 일어난 사건파일과 부검자료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새벽녘, 조금만 읽다가 잘까.. 하고 집어들었다가 끝까지 읽고서야 내려놓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재미졌다.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힌 덕에 금새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충격 반전. 두둥. 이게 끝이 아니었다. 최악의 악당이 누군지 알아내려면 다음 시리즈를 기다려야 한다. 물론 읽으면서 모삼과 무즈선 콤비로 시리즈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정말 시리즈로 이어질 줄이야!!! 그놈의 악당이 누군지 궁금한데! ㅜ0ㅜ

책에는 총 5개의 사건이 등장한다. 그 중 한 사건이 모삼에게 벌어진 끔찍한 사건이자 해결되지 않고 다음으로 이어질 사건이다. 나머지 4개의 사건은 모삼과 무즈선의 귀신같은 눈썰미와 빠른 두뇌회전으로 재빠르게 해결해 나간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 이 이야기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작가는 분명 실제 일어난 사건파일과 부검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여기 등장하는 5개의 사건 모두..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은 아니겠지? 실제 사건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더 끔찍한 모습으로 탄생된 거겠지? 제발.. 그러길 바랄뿐이다. 등장한 사건들 모두 실제와 똑같이 벌어진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특히 모삼에게 벌어진 사건과 상자 속 장갑 사건은.. 진짜 충격! 사람이 이렇게 잔혹할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귀신보다 살아있는 인간이 더 무섭다는 말,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동물이 인간이라는 말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사건들이랄까? '실제'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더 섬뜩하고 더 충격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다음 이야기는 어떤 사건들이 등장할까? 모삼과 무즈선은 연달아 벌어지는 사건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그들의 최대의 적수 'L'의 정체는 언제쯤 파악할 수 있을까? 'L'은 어떤 놈이길래, 어떤 목적을 지녔기에 이런 일을 벌이는걸까? 그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들의 움직임에서 희열을 느끼기 위해? 여러모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사신의 술래잡기'다. 초반 모삼이 큰 충격에 잃어버렸던 기억을 갑작스레 되찾는 장면은 살짝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빠르게 진행된 덕분에 그 느낌은 금새 지워져버렸다. 속도감 있는 전개에 가독성도 좋았던 중국 추리소설. 빠른 시일 내에 다음권이 나오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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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진리를 찾아가는 길 살림지식총서 454
이기동 지음 / 살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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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 이어 연달아 장자를 만났다. 그런데.. 앞서 만났던 세 성인과는 달리 장자의 말씀은 좀 난해하고 어렵다. 책은 좀더 쉽게 장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럼에도 철학적인 그의 말은 좀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느낌으로 알겠지만, 단번에 이해했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다른 느낌의 성인을 만나니, 색다르기는 하다.

구별은 앎을 의미한다. 이거소가 저것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은 이것과 저것을 안다는 것이 된다. 감각작용을 통하여 분별력이 생겨나고 지각력이 형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사고력이 생겨난다. 이 분별력, 지각력, 사고력을 의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의식이 형성되고 나서는 보고, 듣고, 말하는 감각 주체를 의식하게 된다. 즉, 보는 자이면서 듣는자, 또 말하는 자이기도 한 통일적인 주체로서의 '나'를 설정하게 되는 것이다.  - P. 18

'나'라는 존재가 생겨나면 '너'라는 존재가 생겨나므로 나는 너와 경쟁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사회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는 경쟁사회가 된다. 이렇게 되면 사람은 경쟁사회에서 끝없이 경쟁해야 하는 피곤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흐르는 세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늙고, 또 때가 되면 죽어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모습이다.  - P. 19

나비가 되어 날아다녔으나 깨고 나니 꿈이었다. 꿈을 꾸고 있는 동안에는 분명 나는 나비였다. 그런데 지금은 왜 아닐까? 꿈은 꾸기 나름이다. 스스로 나비 꿈을 꾸면 나비가 되고, 임금꿈을 꾸면 임금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꿈을 꾼 것이지 사실이 아니다. 그것처럼 지금의 내가 '나'라고 규정한 것, 내가 '사람'이라는 것, 내가 '선생'이라는 것 등은 의식에서 만들어낸 거싱므로 꿈꾸고 있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이 꿈을 깨고 보면 나는 내가 아니고 나는 선생이 아니다. 그냥 하나의 자연이다. 물이 흐르는 것도 자연이고, 태양이 솟아오르는 것도 자연이다. 나비가 나는 것도 자연이고, 내가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자는 것도 자연이다. 이미 내가 아니고 자연물이다.  - P. 35-36

돈을 벌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돈에 끌려 다닌다. 그들은 돈의 노예다. 권력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권력을 손에 넣을 목적으로, 그리고 손에 넣은 사람들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그들 역시 권력이라는 괴물을 위해 살고, 괴물을 위해서 평생을 바치는 노예들이다. 권력이나 재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공의 가치기 때문에 본래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이 가공의 가치를 만든 뒤 그것을 주인으로 모시고 스스로 노예가 되면 평생을 그것에 얽매여 헤어나기 어렵다. 가공의 가치를 만들기 이전의 갓난아기는 돈을 좋아하지 않고 권력자를 보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죽음이 목전에 다다라 숨이 넘어갈 즈음이 되면 가공의 가치는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인간의 의식 속에 만든 가공의 가치를 지우는 길 밖에 없다.  - P. 49

장자는 과거로 갈수록 진리가 실현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장자는 정신적 행복을 추구했지만, 육체적 행복을 등한시하고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때문에 장자의 철학은 정신적 행복을 얻으면서도 문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지 않으면 가까이 하기 힘든 철학이다. TV를 보면 가끔씩.. 현대의 문명사회를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도를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이들은 극소수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도 결국에는 생존에 있어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 가까이 하기엔 아직 너무 먼 철학이라고 해야할까?

​장자 그 자신은 평생 죽을때까지 자연을 벗삼고 살았다고 한다. 가난했지만 가난하다 여기지 않고 그저 주어진 내에서 받아들이고 살았다는 장자. 정신적 행복을 위해 그런 삶을 추구하기엔 현대사회는 너무 많은 것들을 이미 소유하고 있고, 또 소유하고 싶게 만들고 있다. 이런 물질문명에 찌들어 있다보니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신적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장자의 철학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그의 철학만 따르기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 참 애매하다. 앞으로 꾸준하고 활발하게 장자의 철학이 연구되고 현대사회에도 적용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혹은 각자 장자가 추구하고자 했던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고 현실에서 실현이 가능한 만큼, 실천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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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 양심을 밝히는 길 살림지식총서 453
윤홍식 지음 / 살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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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논어. 들어본 적은 많으나 사실 제대로 접해본 적은 거의 없는 '논어'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책이다. 맹자, 묵자에 이어 공자의 논어를 이렇게 접하고 보니 다르면 다르다 할 수 있지만, 세 성인들의 말씀엔 공통적인 부분이 꽤 많다 느껴진다. 특히 인간, 사람에 대한 사랑, 군자의 도리와 역할에 대한 부분은 거의 동일했다. 깊이 파고들면 또 어떨지 모르겠으나 얇은 이 책들 속에서 만난 성인들의 말씀은 그러했다. 옛 성인들의 말씀은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빛이 바래지지 않는다. 되려 더 빛을 발한다. 오랜 세월의 흐름에도 여전히 배울점이 많고, 익혀야 하는 부분이 많다. 옳은 말씀이라 여기지만, 실천이 힘든 성인들의 말씀. 하지만 모두가 함께 실천한다면 현대사회가 지닌 문제점의 많은 부분들이 해소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건 나 뿐일까?

 

공자는 자신이 고생해서 얻은 진리를 남과 공유할수록 더욱 그 가치가 커지며 학문의 즐거움 또한 남과 나눌수록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모두 함께 진리를 배우고 익히기를 즐기며, 또 서로 얻어낸 정보를 나누는 사회야말로 공자가 꿈꾸던 이상사회였을 것이다. 흔히 현대를 '정보화 사회'라고 부르는데 정보를 창출하고 이를 공유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조해낸 공자야말로 정보화 사회의 가장 모범적인 모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P. 19-20

​지금은 정보가 너무 넘치고 흘러 진짜 정보를 가려내야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정보의 가치가 예전보다는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정보들을 손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공자가 지금의 '정보화 사회'를 본다면 뭐라 말할까? 그가 그토록 추구하던 정보의 공유가 이뤄짐에 감탄하고 놀라워할까, 아니면 너무 많은 정보 속에 허우적대며 그 속에서 진짜 정보를 찾아야 하는 것에 실망을 할까. 현실에 덜컥 소환되어 멍하니 서 있는 공자의 모습이 불현듯 상상되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욕심(인간적인 마음인 인성)은 자신에게 이익인지 손해인지를 귀신같이 따지는 마음이다. 반면 양심(진리의 마음인 도심)은 모두에게 이익인지 손해인지를 귀신같이 따지는 마음이다. 전체의 이익은 그대로 선이 되며 전체의 손해는 그대로 악이 된다. 그래서 양심을 추구하는 군자는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며, 욕심을 추구하는 소인은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나와 남 모두에게 큰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내가 살자고 남의 것을 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남이 나를 원망하게 되어 결국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악이라고 하니, 결국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다 악을 짓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지닌 큰 문제점이다.  - P. 25

 

군자는 '자신이 당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가하지 말라'는 양심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하기에 늘 정의에 밝다. 그러나 소인은 자신의 욕심만을 추구하기에 매사에 무엇이 자신에게 이익인가에 밝다. 군자는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며, 소인은 자신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 P. 51

'내가 남에게 바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이 나에게 바라는 것'을 정확히 헤아려 남에게 베푸는 것, 이것이아말로 사랑을 실천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남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다면 남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을 실천함에 있어 이 이상의 방법은 없다. 이것이 성인들의 공통된 가르침이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르침이다.  - P. 58

소인과 군자, 사랑에 대한 부분에서만큼은 세 사람 모두 동일한 생각을 지녔다. 모두 소인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지양하라 말했고, 군자와 대인의 마음가짐을 명확히 말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감에 있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실천하기란 왜이리 어려운 걸까. 실천의 어려움을 먼저 떠올리는 나는 아무래도 군자도 대인도 되기 힘든 사람인가보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잘 경영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흔히 윗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내가 아랫사람에게 당해 싫은 것'을 윗사람에게 하지 말라. 이것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아랫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윗사람에게 당해 싫은 것'을 아랫사람에게 하지 말라. 이것이면 충분하다. 늘 이렇게 살아가자. 그러면 인간관계의 달인이 될 것이다. 점차 더 익숙해지면 장차 군자와 성인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 P. 77

​누구나 겪는 윗사람과 아랫사람과의 관계. 맞다. 우리 모두는 답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왜 이리 우리는 인간관계에 힘들어할까? '공자의 말씀대로 상대방은 다른 생각을 지닌 다른 사람이니 내마음과 같지 않은게 당연하므로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존중하고,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면 힘들어하지 않아도 될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사실 말이 쉽지, 현실에선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러니까.. 이 문장에 대한 결론은.. 모두 마음 속엔 답을 지니고 있지만, 실천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힘든거라는 얘기가 된다. 군자와 성인이 되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

'자신이 남에게 바라는 것을 먼저 남에게 베풀라(사랑)', '자신이 남에게 당하기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가하지 말라(정의)'는 '양심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당면한 모든 부정부패와 부조리를 타파하는 최고의 처방이 될 것이다. 또 물질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 P. 106

 

사랑과 정의가 최우선이 되는 사회.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고 부정부패가 없어 평화로운 사회. 누구나 꿈꾸는 그런 사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내 살아생전(?)에선 참 희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사회에선 이루어지게 될까? 글쎄.. 미래에 관한 소설들을 봤을때 부정적인 미래사회를 그려놓는 이야기가 대부분인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상적인 사회는 그저 현실 불가능한 일이라 여기는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언젠가 이런 사회가 오기를 희망하고 꿈꾼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그런 시대가 오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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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살림지식총서 469
박문현 지음 / 살림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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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는 '공자', '맹자'처럼 친숙하지 않다. 그와 관련해서는 전혀 듣지도 알지도 못했다. 이런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살림지식총서를 통해 그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그 어떤 사상가보다 사랑을 강조하고 직접 실천해온 묵자. 그의 행보는 놀라웠지만, "겸애가 좋은 이론이기는 하나 도무지 실천할 수는 없는 것'이라 비판했다는 당시의 지식인들처럼 나도 그의 이론이 실천가능한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 남을 배려하고, 나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묵자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를 한다. 물론 마음먹으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 마음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현대사회처럼 특히나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는 때엔 더 힘들지 않겠는가! 나 자신도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 말이다. 

자는 전쟁과 찬탈, 도둑질로 서로 뺏고 해치는 것뿐만 아니라 권력이나 부, 지식을 가진 계층이 그렇지 못한 계층을 억누르고 기만하며 귀족 계층이 비천한 자들에게 오만하게 거드름을 피우는 것까지 모두 세상을 크게 해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을 개인이나 사회, 국가의 각 계층이 각기 자기 자신이나 그들이 소속된 집단 및 계층만 아끼고 사랑하고 이롭게 하려할뿐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 다른 계층은 차별해 멸시하거나 해치려는 이기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고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겸애'의 사상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 P. 24

겸애의 대상은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은 '모든 사람'이다.

묵자의 겸애가 가진 이상은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음이 없고, 인간 모두를 두루 보편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 P. 26

묵자가 강조하는 사랑은 맹자가 강조한 '인의'와 닮아있었다. 둘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 실제로 정치가들이 먼저 이렇게 실천해준다면 더할나위 없을터였다. 정말 국민을 위한, 사람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 나라를 위한다면.. 그렇다면 사람들도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을 베풀 것이고 결국엔 지금처럼 경제가 아무리 힘든때가 있더라도 불행보다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참.. 씁쓸하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란.. 이렇게나 거리감이 크다.

유자들은 예악을 번거롭게 꾸며 사람들을 음탕하고 어지럽게 하고, 오랜 상기 동안 거짓 슬퍼함으로써 부모를 속인다. 운명을 믿어 가난에 빠져 있으면서도 고상한 척하고, 잘난 체하고, 근본을 어기고 할 일은 버리고서 태만하게 편안히 지내며, 먹고 마시기를 탐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게으르다. 그래서 굶주림과 헐벗음에 빠지고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위험에 놓여 있으면서도 이를 벗어날 수가 없다.  - P. 18

유가는 예악을 중시해 당연히 복장이나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묵자는 하는 일을 중시해 형식주의를 배척한다. 따라서 군자가 되고 안 됨에 있어 복장이나 언어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뚜렷한 근거도 없는 유가의 형식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 P. 19

이상에서 묵자는 유가의 공리적인 면이 부족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유가가 도덕적인 예와 악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반면, 경험적인 지식은 경시하는 태도, 즉 이지적 태도의 결핍을 지적하고 비판한다. 또 유가는 이상을 설정해놓기는 했지만 그 이상에 접근하는 방법에는 비교적 소홀하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묵자는 이지적이고 진보적인 실용주의 원칙에 입각해 유가를 비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P. 21

순자가 묵자의 사상을 '실용이 으뜸'이라 불렀고, 후스는 '실리주의'라 말했고, 중국의 현대철학자 '펑유란'은 '공리주의 : 실제 감각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사물을 도덕 가치로 인정하며, 아울러 그것을 생활목적으로 하는 학설'라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묵자의 사상은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한 예로, 당시 통치자들과 귀족들 사이에서 행해지던 장례절차를 비판하며 검약을 주장했고, 끊임없는 전쟁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움에도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 통치자들을 비판하며 절약을 강조했다. 모두 쓸데없는 비용을 모두 다른 이들을 위해 사용케 하려는 의미가 있었지만, 이 주장 역시 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묵자는 꿋꿋하게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려 노력했고, 그 자신도 발벗고 나서 죽을 때까지 다른 이를 위한 삶을 살았다. 그의 '사람에 대한 사랑'은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오랜 빛을 받지 못했다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의 사상 '겸애'가 사람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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