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살림지식총서 469
박문현 지음 / 살림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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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는 '공자', '맹자'처럼 친숙하지 않다. 그와 관련해서는 전혀 듣지도 알지도 못했다. 이런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살림지식총서를 통해 그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그 어떤 사상가보다 사랑을 강조하고 직접 실천해온 묵자. 그의 행보는 놀라웠지만, "겸애가 좋은 이론이기는 하나 도무지 실천할 수는 없는 것'이라 비판했다는 당시의 지식인들처럼 나도 그의 이론이 실천가능한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 남을 배려하고, 나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묵자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를 한다. 물론 마음먹으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 마음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현대사회처럼 특히나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는 때엔 더 힘들지 않겠는가! 나 자신도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 말이다. 

자는 전쟁과 찬탈, 도둑질로 서로 뺏고 해치는 것뿐만 아니라 권력이나 부, 지식을 가진 계층이 그렇지 못한 계층을 억누르고 기만하며 귀족 계층이 비천한 자들에게 오만하게 거드름을 피우는 것까지 모두 세상을 크게 해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을 개인이나 사회, 국가의 각 계층이 각기 자기 자신이나 그들이 소속된 집단 및 계층만 아끼고 사랑하고 이롭게 하려할뿐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 다른 계층은 차별해 멸시하거나 해치려는 이기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고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겸애'의 사상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 P. 24

겸애의 대상은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은 '모든 사람'이다.

묵자의 겸애가 가진 이상은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음이 없고, 인간 모두를 두루 보편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 P. 26

묵자가 강조하는 사랑은 맹자가 강조한 '인의'와 닮아있었다. 둘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 실제로 정치가들이 먼저 이렇게 실천해준다면 더할나위 없을터였다. 정말 국민을 위한, 사람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 나라를 위한다면.. 그렇다면 사람들도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을 베풀 것이고 결국엔 지금처럼 경제가 아무리 힘든때가 있더라도 불행보다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참.. 씁쓸하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란.. 이렇게나 거리감이 크다.

유자들은 예악을 번거롭게 꾸며 사람들을 음탕하고 어지럽게 하고, 오랜 상기 동안 거짓 슬퍼함으로써 부모를 속인다. 운명을 믿어 가난에 빠져 있으면서도 고상한 척하고, 잘난 체하고, 근본을 어기고 할 일은 버리고서 태만하게 편안히 지내며, 먹고 마시기를 탐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게으르다. 그래서 굶주림과 헐벗음에 빠지고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위험에 놓여 있으면서도 이를 벗어날 수가 없다.  - P. 18

유가는 예악을 중시해 당연히 복장이나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묵자는 하는 일을 중시해 형식주의를 배척한다. 따라서 군자가 되고 안 됨에 있어 복장이나 언어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뚜렷한 근거도 없는 유가의 형식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 P. 19

이상에서 묵자는 유가의 공리적인 면이 부족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유가가 도덕적인 예와 악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반면, 경험적인 지식은 경시하는 태도, 즉 이지적 태도의 결핍을 지적하고 비판한다. 또 유가는 이상을 설정해놓기는 했지만 그 이상에 접근하는 방법에는 비교적 소홀하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묵자는 이지적이고 진보적인 실용주의 원칙에 입각해 유가를 비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P. 21

순자가 묵자의 사상을 '실용이 으뜸'이라 불렀고, 후스는 '실리주의'라 말했고, 중국의 현대철학자 '펑유란'은 '공리주의 : 실제 감각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사물을 도덕 가치로 인정하며, 아울러 그것을 생활목적으로 하는 학설'라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묵자의 사상은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한 예로, 당시 통치자들과 귀족들 사이에서 행해지던 장례절차를 비판하며 검약을 주장했고, 끊임없는 전쟁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움에도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 통치자들을 비판하며 절약을 강조했다. 모두 쓸데없는 비용을 모두 다른 이들을 위해 사용케 하려는 의미가 있었지만, 이 주장 역시 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묵자는 꿋꿋하게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려 노력했고, 그 자신도 발벗고 나서 죽을 때까지 다른 이를 위한 삶을 살았다. 그의 '사람에 대한 사랑'은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오랜 빛을 받지 못했다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의 사상 '겸애'가 사람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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