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진리를 찾아가는 길 살림지식총서 454
이기동 지음 / 살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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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 이어 연달아 장자를 만났다. 그런데.. 앞서 만났던 세 성인과는 달리 장자의 말씀은 좀 난해하고 어렵다. 책은 좀더 쉽게 장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럼에도 철학적인 그의 말은 좀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느낌으로 알겠지만, 단번에 이해했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다른 느낌의 성인을 만나니, 색다르기는 하다.

구별은 앎을 의미한다. 이거소가 저것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은 이것과 저것을 안다는 것이 된다. 감각작용을 통하여 분별력이 생겨나고 지각력이 형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사고력이 생겨난다. 이 분별력, 지각력, 사고력을 의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의식이 형성되고 나서는 보고, 듣고, 말하는 감각 주체를 의식하게 된다. 즉, 보는 자이면서 듣는자, 또 말하는 자이기도 한 통일적인 주체로서의 '나'를 설정하게 되는 것이다.  - P. 18

'나'라는 존재가 생겨나면 '너'라는 존재가 생겨나므로 나는 너와 경쟁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사회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는 경쟁사회가 된다. 이렇게 되면 사람은 경쟁사회에서 끝없이 경쟁해야 하는 피곤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흐르는 세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늙고, 또 때가 되면 죽어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모습이다.  - P. 19

나비가 되어 날아다녔으나 깨고 나니 꿈이었다. 꿈을 꾸고 있는 동안에는 분명 나는 나비였다. 그런데 지금은 왜 아닐까? 꿈은 꾸기 나름이다. 스스로 나비 꿈을 꾸면 나비가 되고, 임금꿈을 꾸면 임금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꿈을 꾼 것이지 사실이 아니다. 그것처럼 지금의 내가 '나'라고 규정한 것, 내가 '사람'이라는 것, 내가 '선생'이라는 것 등은 의식에서 만들어낸 거싱므로 꿈꾸고 있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이 꿈을 깨고 보면 나는 내가 아니고 나는 선생이 아니다. 그냥 하나의 자연이다. 물이 흐르는 것도 자연이고, 태양이 솟아오르는 것도 자연이다. 나비가 나는 것도 자연이고, 내가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자는 것도 자연이다. 이미 내가 아니고 자연물이다.  - P. 35-36

돈을 벌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돈에 끌려 다닌다. 그들은 돈의 노예다. 권력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권력을 손에 넣을 목적으로, 그리고 손에 넣은 사람들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그들 역시 권력이라는 괴물을 위해 살고, 괴물을 위해서 평생을 바치는 노예들이다. 권력이나 재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공의 가치기 때문에 본래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이 가공의 가치를 만든 뒤 그것을 주인으로 모시고 스스로 노예가 되면 평생을 그것에 얽매여 헤어나기 어렵다. 가공의 가치를 만들기 이전의 갓난아기는 돈을 좋아하지 않고 권력자를 보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죽음이 목전에 다다라 숨이 넘어갈 즈음이 되면 가공의 가치는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인간의 의식 속에 만든 가공의 가치를 지우는 길 밖에 없다.  - P. 49

장자는 과거로 갈수록 진리가 실현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장자는 정신적 행복을 추구했지만, 육체적 행복을 등한시하고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때문에 장자의 철학은 정신적 행복을 얻으면서도 문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지 않으면 가까이 하기 힘든 철학이다. TV를 보면 가끔씩.. 현대의 문명사회를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도를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이들은 극소수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도 결국에는 생존에 있어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 가까이 하기엔 아직 너무 먼 철학이라고 해야할까?

​장자 그 자신은 평생 죽을때까지 자연을 벗삼고 살았다고 한다. 가난했지만 가난하다 여기지 않고 그저 주어진 내에서 받아들이고 살았다는 장자. 정신적 행복을 위해 그런 삶을 추구하기엔 현대사회는 너무 많은 것들을 이미 소유하고 있고, 또 소유하고 싶게 만들고 있다. 이런 물질문명에 찌들어 있다보니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신적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장자의 철학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그의 철학만 따르기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 참 애매하다. 앞으로 꾸준하고 활발하게 장자의 철학이 연구되고 현대사회에도 적용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혹은 각자 장자가 추구하고자 했던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고 현실에서 실현이 가능한 만큼, 실천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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