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월요일 : 앨리게이터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전건우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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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별로 만나는 한국 공포 문학의 밤 중편 작품들 중 요일의 첫 시작으로 전건우 작가의 <앨리게이터>를 만났다. 전부터 전건우 작가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어왔던터라 이번 작품 역시 무척 기대가 되었다. 생각보다 더 얇은 두께의 책은 들고 다니거나 읽는데 조금의 부담을 느낄 수 없었다. 중편임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얇은 두께감에 조금 놀랐다. 결혼 전, 아니 임신 전만해도 벽돌책을 선호하고 좋아했었지만 육아에 돌입하면서는 벽돌책이 오히려 부담스러워 단편집 혹은 좀더 두께감이 덜한 책 위주로 읽어오긴 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100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은 어쩐지 읽기도 전에 아쉬움이 먼저 찾아들었다. 좋아하는 장르, 작가의 작품이라 더 많이 읽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태풍이나 비가 많이 오는 시기가 되면 항상 반지하 시설에 대한 안전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오곤 한다. 반지하 주거지에서 벌어진 인명사고들로 인해 지금은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지상의 주거지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 많은 주거지를 한번에 옮기겠는가. 얼마나 옮겨갔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반지하 방에서 거주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인공 '나'와 그의 엄마 역시 그랬다. 교통사고로 왼손을 90도 정도로만 움직일 수 있는 전신마비 환자가 된 '나'와 그의 '엄마'도 반지하 집에서 살고 있었다. 엄마가 교회에서 만난 그놈 '앨리게이터'가 모자의 집에 합류하게 되기 전까지는 그래도 그럭저럭 버틸만한 나날이었다.



악랄하기 짝이 없는 그놈! 그놈 때문에 모자의 삶은 수렁으로 빠지고 말았다. 한마디로 엄마는 그놈에게 작업을 당한 것이다. 그때부터 엄마의 삶은 지옥으로 변한다. 안그래도 전단지를 돌리며 생계를 유지하며 성인인 아들의 병수발을 하느라 쉴틈없던 엄마는 그놈에게 하루 점심값 2000원을 제외한 번 돈을 모조리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온갖 수발을 들며 가정폭력까지 당해야 했던 것이다. 이 모든 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분노만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선풍기 하나로 인해,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으로 인해 '나'의 삶은 또 한번 소용돌이 치게 된다.

진짜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 가면 갈수록 악화되어 가는 상황에 절로 소름이 끼쳤다. 폐쇄공포증을 일으킬 것 같은 이야기랄까.. 그 반지하 방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그놈도, 태풍도 아닌 '쥐'였다는게 충격이고 공포였다. 한번도 좋아한 적 없는 '쥐'지만, 더더욱 싫어지게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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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안 되지만 트리플 27
정해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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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필요해>, <드림카>, <말은 안 되지만> 세 편의 단편을 만날 수 있는 정해연 작가의 작품을 트리플 시리즈로 만났다. 꽤 얇은 두께의 책이라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아 아이들 픽드랍에 가방에 쏙 넣어 가지고 다니며 틈이 날 때마다 읽었다. 짧은 단편임에도 세 작품 모두 임팩트 있는 이야기들로 첫 이야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추리, 스릴러, 공포, 환상이 섞였지만, 첫번째와 두번째 두 이야기에서는 현실감이 부여되어 현실에서 있음직한 사건들이라 은근 소름이 돋기도 했다. 요즘 형사, 프로파일러가 나와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프로를 보고 있다보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첫번째 작품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인 <관심이 필요해>는 학대를 경험한 어린시절을 잘 이겨내고 어엿한 의사로 성장한 '중혁'이 입퇴원을 반복하는 만 7세 영우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이 혹독한 어린시절을 경험했기에 영우를 그냥 내버려두지 못하고 유심히 살피기 시작한 중혁은 영우 엄마에게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 가족이나 누군가 아픈 사람을 극진히 보살펴 다른 사람의 관심과 칭찬을 받으려는 증상'이 있는건 아닌지 의심한다.

반전이 있고, 결말은 나왔지만 그리 통쾌하지 않다. 이걸 누구의 잘못이라 해야할까.. 참 서글프고 먹먹하다. 탁상공론, 일회성 지원 같은 정책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정말 현실적인 정책이 왜 필요한지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다. 현실적인 지원, 꼭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하고 정책을 내놓으면 좋겠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한 아이도 제대로 키워내기 힘든 구조가 아닌가. 출산률을 높이데만 신경 쓰지 말고, 이미 태어나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역시'라는 감탄이 나오게 만드는 작품. 평소 믿고 보는 작가의 작품이라 작가의 이름만 보고 선택했던 작품인데 후회가 없다. 오히려 짧아서 아쉬웠다랄까.. 더 많은 단편이 있었으면 했으니 말이다. 트리플 시리즈는 이번에 처음 만나봤는데, 한 권 안에 세 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한국 단편소설 시리즈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하나씩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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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끝! 떠나자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76
제랄드 게를레 지음, 박선주 옮김 / 책과콩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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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앞서 장소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물품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도전 정신이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 낯선 음식과 풍경을 마주하게 될테니까요. 그래서 여행이 우물 안 개구리 같았던 좁은 시야를 넓혀주는 큰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아버님이 살아계셨을 적엔 첫째 아이가 여행 다니는걸 좋아하는 할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참 많이 다녔어요. 그 당시 둘째를 임신하고 신생아 육아에 정신없을 때였던지라 첫째 어렸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일찍 여행을 시작했었지요. 아마 지금 기억도 하지 못하겠지만, 아이는 곧잘 따라다니며 즐거워 했었어요. 이 동화책을 보면서 그 시절이 생각나 가슴 뭉클했습니다. 아이에겐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그림동화책이 될 것 같아요.



방학 때면 할아버지댁을 찾았던 나는 온갖 옛날 물건들이 가득한 할아버지집에서 엄마가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엄마가 고대 유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어요. 할아버지는 그런 손자에게 웃으며 그때와 똑같이 찍어보자고 합니다. 그런데 그 장소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들이 꽤 많았어요.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 모험에 가장 적합하면서 제일 좋은 신발을 사기 위해 마을 끝에 있는 신발 가게를 방문하고, 여행에 적합한 양말을 사기 위해 또 멀리 있는 양말 가게를 방문합니다. 그렇게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한가지 한가지 여행에 필요한 준비를 해나가지요. 그리고 마침내, 준비를 마친 할아버지와 나는 모험을 떠납니다.

부모님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 정말 뜻깊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종종 SNS에 그런 사진들이 올라오잖아요. 그거 보면 참 뭉클했었거든요. 나도 저런 사진 찍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고요. 막상 실천할 생각은 못하긴 했지만요.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험, 참 뜻깊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을 거예요. 저도 몇년 안에는 꼭 아이들을 데리고 신랑이 어렸을 적 살았던 외국의 그 장소를 한번 가볼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그때 아이들은 어떤 마음과 생각을 하게 될지 참 궁금합니다. 신랑도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에 아이들과 함께하면 어떤 심정이 될까요? 저희 가족에게도 참 의미있는 여행, 시간이 될거라 생각해요.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보니 이 동화책 이야기가 참 정겹고 뭉클했어요.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는, 참 좋은 동화책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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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거 할 수 있어! -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 이야기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2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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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게 '나도 그거 할 수 있어!' 하며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첫째 아이를 위해 선택해 본 그림동화책이예요. 더 어렸을 때와는 달리 성장하면서 오히려 겁이 많아지고, 못할 것 같다며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일들이 자꾸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옆에서 보는 엄마 입장에선 복장 터지고 속상하고 답답한데, 가만 생각해보면 아이 스스로도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려 했을까.. 하고요. 실패해도 괜찮다고, 왜 실패 했는지 생각해 보고 다음에 실수 안하면 된다고..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는 거라고 아무리 얘기해줘도 아이 귀에는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동화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면 좀더 아이가 생각해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동화책은 첫째랑 꼭 같이 읽어보고 싶었어요.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는 정원 가득한 낙엽을 보고 열심히 모았어요. 모으고 모으다보니 산처럼 쌓이게 됐지요. 나뭇가지 끝에 걸려있지만 손에 닿지 않는 낙엽을 따기 위해 큰 고슴도치가 나서려 했지만, 작은 고슴도치가 할 수 있다며 용감하게 나섰지요. 큰 고슴도치는 아슬아슬한 작은 고슴도치의 모습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봅니다. 큰 고슴도치의 심정을 알리 없는 작은 고슴도치는 나무 위에 있던 무당벌레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날 수 있다며 풀쩍 뛰어내렸지요. 다행히 푹신한 낙엽산 위로 떨어졌지만, 너무나 용기백배한 작은 고슴도치의 행동은 큰 고슴도치를 놀라게 합니다.

작은 고슴도치의 용기있는 도전은 계속 이어졌어요. 큰 고슴도치는 못하게 하기보다 옆에서 계속 지켜봐줍니다. 누군가 자신을 믿고 곁을 지켜주며 바라봐준다는 것 자체에 작은 고슴도치가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어떤 일이든 '나는 못해'가 아닌 '나 그거 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가 작은 고슴도치를 더 크게 보이게 만드는 것 같았어요.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무엇이든 도전해 보며 경험을 쌓아가는 작은 고슴도치의 모습을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동화책이예요. 아이들과 열심히 읽으면서 실패를 걱정하기보다 그럼에도 다시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자꾸 얘기해줘야겠어요!!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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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퍼즐
김규아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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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년. 그리 멀지 않은 미래. 로봇의 사용이 일반화 된 일상 속 초등학생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책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도 계속 로봇의 개발은 이어지고 있고, 꽤 여러 로봇들이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치료 목적의 로봇들도 존재하고 있고, 더 많은 이들을 돕기 위한 기술 개발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AI가 당연한 세상이 되어버려서 10년 후엔 또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로봇들이 진화하고 있고, 사람들을 대체하고 있다. 이로 인한 일자리 부족으로 시끄럽기도 하고, 기계에 의존하는 세상이 올바른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언젠가 SF 영화나 소설처럼 AI가 인간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지 않냐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책 속 이야기가 마냥 허구로 여겨지지 않았다. 14년 후, 우리 세상은 책 속 세상처럼 로봇이 일상화 되어 신체 일부를 대체하는게 당연한 세상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한 집단 안에는 이상하게도 꼭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같은 사람이 하나씩 있다.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던, 한쪽 팔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는 '은오'네 반에도 반의 분위기를 흐리게 되는, 종이봉투로 얼굴을 가린 '지빈'이 전학생으로 등장하게 된다. 반 아이들은 종이봉투로 얼굴을 가린 지빈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얼굴을 가린 종이봉투를 지빈만의 특징으로 받아들이고 지빈이가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좀 비뚤어져 있던 지빈은 유독 인기가 많은 은오와 반 아이들 사이를 교묘하게 갈라놓기 시작한다. 대놓고 은오를 면박주기도 하고, 은오의 로봇팔을 비꼬기도 하며 은오를 고립시키려 한다.



눈에 빤히 보이는 행동들이었지만, 아이들은 지빈의 말에 선동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제일 친한 친구인 '수아'와의 사이도 틀어지게 되면서 반에서 외딴섬처럼 고립되고 만다. 대체 지빈이의 속셈은 무엇이고, 왜 이런 행동들을 하는 걸까. 이번 일로 꽤 많은 상처를 받은 은오였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하며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애를 쓴다. 지빈의 얄미운 행동들은 눈쌀을 찌푸렸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했다. 다만, 가정사로 인한 비뚤어진 마음을 엄한 사람한테 푸는 행동은 도무지 좋게 봐줄 수 없었다. 나쁜 행동들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인 것을..

다가올 미래 어느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냥 책의 이야기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현실의 잔인하기까지한 아이들의 따돌림 문제로까지는 번지지 않았으니.. 그나마 순수한 아이들이란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아이들을 신경쓰고 케어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그래도 곤두박질 치는 출산율이 아닌가.. 소중한 아이들이 서로 상처 입히는 일이 되도록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잔잔하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근 미래 속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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