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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안 되지만 ㅣ 트리플 27
정해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평점 :

<관심이 필요해>, <드림카>, <말은 안 되지만> 세 편의 단편을 만날 수 있는 정해연 작가의 작품을 트리플 시리즈로 만났다. 꽤 얇은 두께의 책이라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아 아이들 픽드랍에 가방에 쏙 넣어 가지고 다니며 틈이 날 때마다 읽었다. 짧은 단편임에도 세 작품 모두 임팩트 있는 이야기들로 첫 이야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추리, 스릴러, 공포, 환상이 섞였지만, 첫번째와 두번째 두 이야기에서는 현실감이 부여되어 현실에서 있음직한 사건들이라 은근 소름이 돋기도 했다. 요즘 형사, 프로파일러가 나와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프로를 보고 있다보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첫번째 작품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인 <관심이 필요해>는 학대를 경험한 어린시절을 잘 이겨내고 어엿한 의사로 성장한 '중혁'이 입퇴원을 반복하는 만 7세 영우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이 혹독한 어린시절을 경험했기에 영우를 그냥 내버려두지 못하고 유심히 살피기 시작한 중혁은 영우 엄마에게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 가족이나 누군가 아픈 사람을 극진히 보살펴 다른 사람의 관심과 칭찬을 받으려는 증상'이 있는건 아닌지 의심한다.
반전이 있고, 결말은 나왔지만 그리 통쾌하지 않다. 이걸 누구의 잘못이라 해야할까.. 참 서글프고 먹먹하다. 탁상공론, 일회성 지원 같은 정책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정말 현실적인 정책이 왜 필요한지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다. 현실적인 지원, 꼭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하고 정책을 내놓으면 좋겠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한 아이도 제대로 키워내기 힘든 구조가 아닌가. 출산률을 높이데만 신경 쓰지 말고, 이미 태어나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역시'라는 감탄이 나오게 만드는 작품. 평소 믿고 보는 작가의 작품이라 작가의 이름만 보고 선택했던 작품인데 후회가 없다. 오히려 짧아서 아쉬웠다랄까.. 더 많은 단편이 있었으면 했으니 말이다. 트리플 시리즈는 이번에 처음 만나봤는데, 한 권 안에 세 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한국 단편소설 시리즈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하나씩 찾아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