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에 부는 바람 단비어린이 문학
박지숙 지음, 시은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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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나 자주 잊는 것 같다. 이 땅에는 인간 뿐 아닌 수많은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고, 모두가 주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인간들은 동식물의 터전을 당연한듯 빼앗으면서도 그 대안을 따로 마련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괴롭히거나 쫓아내기만 할뿐 공존은 이후의 문제로 생각한다. 이야기 속에서처럼 한두개의 주차공간을 위해 20년된 느티나무를 희생시키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과 느티나무 주변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길냥이 네로를 괴롭히고 쫓아내려는 사람들은 현실에서도 참 많이 존재한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이야기 속에선 해피엔딩이라는 것이다.

맞벌이를 하는 딸이 손녀를 출산하자 잠깐이나마 도와주기 위해 딸네집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던 김붙들 할머니. 딸은 갓난쟁이와 하루종일 씨름하며 하루하루 우울해지는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저 당장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할머니의 손길이 마냥 좋을 뿐. 맞벌이로 고생하며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딸 부부에게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한 할머니. 문득 창밖으로 보이는 느티나무를 보다가 손녀와 외출에 나선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쉬며 손녀를 위한 뜨개질을 하던 할머니는 육아로 힘들어하던 젊은 초보엄마를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하나둘씩 모인 주민들로 느티나무 아래 할머니의 뜨개질 교실이 열리게 된다.

바이올린 신동으로 알려져 잘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 오히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예준이, 아빠와 둘이 살다가 아빠의 재혼으로 잠시 고모와 살게되면서 부모 모두에게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마음을 닫아버리고 길냥이 네로에게 애정을 쏟는 서윤이. 두 아이도 느티나무와 네로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느티나무를 베고 주차장을 만들자는 의견에 적극 반대 의사를 낸다. 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했고, 드디어 투표가 시작된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하루가 멀다하고 동네 한쪽 공간에 자리를 마련해 일을 마친 어른들이 모여 교류의 장이 펼쳐지곤 했다. 그러면 근처에서 아이들도 모여 놀았다. 내가 그 시절의 엄마 나이가 되고 아이를 키우다보니 한번씩 그 시절이 생각난다. 어렵고 가난했지만, 그럼에도 서로 돕고 살아가던 그 시절의 정겨운 분위기가 그립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김붙들이 할머니의 뜨개질 교실이 딱 그 시절의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라 괜히 울컥하기도 했다. 지금도 동식물은 터전을 잃어가고 있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떠밀리듯 내려오는 일이 많아졌다. 미래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느티나무 밑 모임과 같은 주민 교류의 장이 현실에서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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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우리 단비어린이 문학
원유순 지음, 유재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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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전학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전학을 갔다가 부모님 일 때문에 몇개월만에 다시 본래의 학교로 돌아왔더랬다. 그 몇개월, 새 학교에서의 적응은 생각보다 참 힘들었다. 이미 친구들은 무리가 지어진 상태였던데다 어린시절엔 정말 많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였어서 먼저 다가가는 법을 몰랐었다. 갑작스럽게 외톨이가 된 그때의 느낌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단 한번의 경험이었지만, 그덕에 주인공 해리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해리네 집은 이사를 참 자주 다녔다. 그만큼 전학도 자주 다녀야 했고, 친구를 사귈만 하면 다른 학교로 가야 했기에 해리는 점점 친구 사귀기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해리네는 작은 소도시 꽃담읍으로 이사를 했고, 해리는 또 다시 전학을 가야 했다. 부모님에게도 사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해리는 친구를 사귄들 어차피 또 얼마 안있어 전학을 갈거라는 생각에 친구 사귀기를 포기한 듯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상태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어느날, 집으로 가던 길에 한 할머니에게서 소원꽃이 숨어있다는 화분 하나를 얼결에 받게 되었고, 그 화분을 계기로 선재, 연우, 빛나 세 아이가 속한 꽃 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누구 꽃이 가장 먼저 피나 내기를 하자는 친구들. 하지만 해리는 그 내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고, 화분은 버려졌다.

하지만 친구들은 화분을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었고, 해리는 어찌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작은 화분을 하나 구입한다. 그리고 그 화분을 할머니에게 받은 화분이라 보여주는데, 친구들은 해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채고 만다. 화를 내는 친구들에게 해리는 되려 큰소리를 쳤고, 그렇게 친구들과의 사이가 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해리는 자꾸 친구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고, 소원꽃을 나눠주던 할머니를 찾아보게 된다.

아무리 마음을 닫았다해도 해리는 여전히 친구가 그리웠고 필요했다. 반복된 전학이 해리를 위축시켰었지만, 다행히도 친구들은 그런 해리를 알아봐주었다. 공부와 게임에 집중하는 서울 아이들과 달리 순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꽃담읍 친구들 덕분에 해리도 좀더 빨리 마음을 열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해리가 소도시가 아닌 서울 학교로 전학을 갔다면 좀더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요즘 아이들은 참 많이 바쁘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에 돌입하는 시대이니, 자랄수록 그 압박감도 상당할거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좀더 아이들에게 유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장소와 여건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꽃담읍 친구들처럼 자연을 사랑할 줄 알고, 조금은 여유있고 자유로운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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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마음 단비어린이 그림책
이정록 지음, 박은정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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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도 감정을 느낀다는 얘기,

아마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그래서 반려식물을 키우는 분들은

노래도 틀어주고 잎을 닦아주기도 하며

정성스레 돌본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정성을 들여 키우는만큼

식물도 더 풍성하고 잘 자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꽃과 나무들은 아프면 어떻게 할까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식물병원도 있더라고요.

세상에.. 진짜 식물들의 병원이 있네요. 놀랐어요.

식물과 친하지 않은터라 키워본 적이 없다보니

더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정원사 혹은 꽃가게처럼

식물과 관련된 업종에 계신 분들에게

문의해 보는 줄만 알았거든요.



식물들이 아픈 이유는 대체 뭘까요?

여러 문제들이 있겠지만,

나무의 경우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는 일이 많죠.

인간들이 무언가를 짓는다고 쫓아내거든요.

옮겨 심어준다해도 전처럼 자라지 않기도 하고요.

우리 아파트 단지 내의 나무들만해도 참 많이

교체되고는 해요.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해

말리 죽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왜일까요?

풍성했던 가지가 앙상해져 버린 모습이

아깝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나무가 아픈 근본적인 원인은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결국 인간의 잘못이예요.

마음대로 훼손하고 제대로 돌보지 못하니

병들고 아플 수밖에요.

그래서 많이 걱정되고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인간들의 삶에 없어선 안될 존재니까요.


요즘 그림 동화책들 중에 동식물과 관련된

동화들을 보면 이렇게 인간의 잘못을 꼬집고,

자연이 주는 경고와 자연보호에 관해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동화책을 통해 자연보호를 생각하고 실천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며

자연환경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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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생각 만 개의 마음 ; 그리고 당신
권지영 지음 / 문학세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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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부터 푹 빠져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떤 때는 누군가의 비밀 일기를 읽는 기분이 들었고, 어떤 때는 누군가의 생각을 들여다본 기분이 들기도 했으며, 어떤 때는 누군가의 마음을 느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런 기분들을 느껴본 것이 있었던가? 최근 웹소설을 주로 읽었던터라 이런 느낌이 참 오랫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군데군데 문장이 하나씩 가슴에 쏙 들어온다. 이런 느낌, 참 좋다. '아!' 하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거나 '아, 맞네! 그러네!' 하는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짧은 문장 하나에 수많은 생각이 오가기도 하고, 수많은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했다. 간만에 책다운 책을 읽은 기분이다.

느닷없이 일기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진짜 실천하진 않겠지만, 머릿속 가슴속에 엉켜있는 수많은 감정과 느낌을 밖으로 꺼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엉켜있어서 뚜렷하지도 않은 그 무언의 감정과 느낌을 말이다. 정작 종이 위에 펜을 들면 아무것도 쓰지 못할거면서. 참 희안한 감정이다. 그저 에세이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요즘 내 마음이, 생각이 참 어지럽고 복잡한게 맞나보다. 겨울이 마지막 심술을 부리며 물러나는 변덕스러운 시기라서 그런걸까. 자꾸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내 생각을 파고든다. 날 돌아보게 만들기도 하는 이상한 에세이. 그럼에도 너무 괜찮았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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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깨비 차차 단비어린이 문학
송방순 지음, 최현묵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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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머피의 법칙 속에 빠진 듯한 때가 있다. 안 좋은 일이 연달아 터지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때.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해도 쉬이 마음을 다스리기 힘든.. 그런 때 말이다. 그럴때면 히어로가 되든 마술사가 되든 혹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이와 친구라도 되서 닥친 일들이 단숨이 해결되었으면 하고 상상하기도 한다. 그런 상상으로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현실에서는 영화나 동화 속에서처럼 단번에 해결되는 일은 없다. 시간이 필요함을 알기에 상상 속에서나마 희망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찬민이가 매일 중환자실에서 산호호흡기를 낀 채 의식불명에 있는 아빠가 깨어나 다시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는 것처럼 말이다.

찬민이네는 하루 아침에 불행을 맞이하고 말았다. 아빠가 뺑소니를 당해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이다. 아빠의 사고 이후, 엄마는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오게 되었고, 찬민이는 매일 편의점을 들리게 되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자꾸 음식을 도둑맞는 일이 생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음식 때문에 찬민이는 약이 오를대로 오른다. 편의점 사장은 찬민이의 말을 제대로 믿어주지도 않았으니까. 이에 기필코 범인을 잡겠다며 때를 기다리던 찬민이는 드디어 범인을 보지만 놓치고 만다. 잡을 수도 없이 바람처럼 빠른 그 존재는 바로 도깨비. 누가 찬민이의 말을 믿어주겠는가. 하지만, 얼마 안되어 편의점에는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치게 된다. 찬민이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도난사건을 겪은 것.

결국 편의점 사장은 여러대의 CCTV를 비롯해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한편, 찬민이는 도깨비를 놓쳤던 그날 증거가 될 수도 있는 도깨비털을 하나 줍게 되는데, 갑자기 나타난 할머니 때문에 증거 또한 날아가서 찾을 수 없게 되자 할머니에게 짜증을 내고 만다. 이에 504호에 산다는 할머니가 찬민이에게 잃어버린 먹을 것을 사주었고, 할머니의 호의를 그냥 받을 수 없었던 찬민이는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한다. 그렇게 매일 할머니 집에 들리게 된 찬민이는 책이 잔뜩 쌓여있는 할머니집에서 그때 놓쳤던 도깨비를 발견했고, 도깨비의 사연을 듣게 된다. 몇번의 만남 이후 할머니는 고향으로 이사를 가셨고, 이후 도깨비 차차도 만날 수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찬민이는 뜻밖의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

예로부터 전해오던 우리나라의 도깨비들은 장난끼 많고, 정이 많은 요괴다. 도깨비 차차도 그랬다. 도깨비 치고 아직 어린 아흔아홉살(?)이라 그런지 장난꾸러기 같으면서도 엄마를 잃은 채 비를 맞고 있던 어린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만큼 정이 넘쳤다. 어쩌면 그래서 찬민이가 차차의 눈에 띄었던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늦은 시간까지 혼자 집에서 지내야 했던 찬민이를 그냥 두지 못하고 기꺼이 손을 내밀었던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덕분에 찬민이는 어떤 나쁜 일이 닥쳐도 그 시간을 꿋꿋이 견뎌낸다면 해결되는 때가 온다는 것을 배웠다. 머피의 법칙을 겪고 있을 이들 모두 찬민이처럼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며 차차와 같은 행운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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