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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우리 ㅣ 단비어린이 문학
원유순 지음, 유재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4월
평점 :

초등학교 시절, 전학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전학을 갔다가 부모님 일 때문에 몇개월만에 다시 본래의 학교로 돌아왔더랬다. 그 몇개월, 새 학교에서의 적응은 생각보다 참 힘들었다. 이미 친구들은 무리가 지어진 상태였던데다 어린시절엔 정말 많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였어서 먼저 다가가는 법을 몰랐었다. 갑작스럽게 외톨이가 된 그때의 느낌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단 한번의 경험이었지만, 그덕에 주인공 해리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해리네 집은 이사를 참 자주 다녔다. 그만큼 전학도 자주 다녀야 했고, 친구를 사귈만 하면 다른 학교로 가야 했기에 해리는 점점 친구 사귀기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해리네는 작은 소도시 꽃담읍으로 이사를 했고, 해리는 또 다시 전학을 가야 했다. 부모님에게도 사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해리는 친구를 사귄들 어차피 또 얼마 안있어 전학을 갈거라는 생각에 친구 사귀기를 포기한 듯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상태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어느날, 집으로 가던 길에 한 할머니에게서 소원꽃이 숨어있다는 화분 하나를 얼결에 받게 되었고, 그 화분을 계기로 선재, 연우, 빛나 세 아이가 속한 꽃 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누구 꽃이 가장 먼저 피나 내기를 하자는 친구들. 하지만 해리는 그 내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고, 화분은 버려졌다.
하지만 친구들은 화분을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었고, 해리는 어찌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작은 화분을 하나 구입한다. 그리고 그 화분을 할머니에게 받은 화분이라 보여주는데, 친구들은 해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채고 만다. 화를 내는 친구들에게 해리는 되려 큰소리를 쳤고, 그렇게 친구들과의 사이가 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해리는 자꾸 친구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고, 소원꽃을 나눠주던 할머니를 찾아보게 된다.
아무리 마음을 닫았다해도 해리는 여전히 친구가 그리웠고 필요했다. 반복된 전학이 해리를 위축시켰었지만, 다행히도 친구들은 그런 해리를 알아봐주었다. 공부와 게임에 집중하는 서울 아이들과 달리 순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꽃담읍 친구들 덕분에 해리도 좀더 빨리 마음을 열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해리가 소도시가 아닌 서울 학교로 전학을 갔다면 좀더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요즘 아이들은 참 많이 바쁘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에 돌입하는 시대이니, 자랄수록 그 압박감도 상당할거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좀더 아이들에게 유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장소와 여건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꽃담읍 친구들처럼 자연을 사랑할 줄 알고, 조금은 여유있고 자유로운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