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깨비 차차 단비어린이 문학
송방순 지음, 최현묵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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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머피의 법칙 속에 빠진 듯한 때가 있다. 안 좋은 일이 연달아 터지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때.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해도 쉬이 마음을 다스리기 힘든.. 그런 때 말이다. 그럴때면 히어로가 되든 마술사가 되든 혹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이와 친구라도 되서 닥친 일들이 단숨이 해결되었으면 하고 상상하기도 한다. 그런 상상으로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현실에서는 영화나 동화 속에서처럼 단번에 해결되는 일은 없다. 시간이 필요함을 알기에 상상 속에서나마 희망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찬민이가 매일 중환자실에서 산호호흡기를 낀 채 의식불명에 있는 아빠가 깨어나 다시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는 것처럼 말이다.

찬민이네는 하루 아침에 불행을 맞이하고 말았다. 아빠가 뺑소니를 당해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이다. 아빠의 사고 이후, 엄마는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오게 되었고, 찬민이는 매일 편의점을 들리게 되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자꾸 음식을 도둑맞는 일이 생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음식 때문에 찬민이는 약이 오를대로 오른다. 편의점 사장은 찬민이의 말을 제대로 믿어주지도 않았으니까. 이에 기필코 범인을 잡겠다며 때를 기다리던 찬민이는 드디어 범인을 보지만 놓치고 만다. 잡을 수도 없이 바람처럼 빠른 그 존재는 바로 도깨비. 누가 찬민이의 말을 믿어주겠는가. 하지만, 얼마 안되어 편의점에는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치게 된다. 찬민이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도난사건을 겪은 것.

결국 편의점 사장은 여러대의 CCTV를 비롯해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한편, 찬민이는 도깨비를 놓쳤던 그날 증거가 될 수도 있는 도깨비털을 하나 줍게 되는데, 갑자기 나타난 할머니 때문에 증거 또한 날아가서 찾을 수 없게 되자 할머니에게 짜증을 내고 만다. 이에 504호에 산다는 할머니가 찬민이에게 잃어버린 먹을 것을 사주었고, 할머니의 호의를 그냥 받을 수 없었던 찬민이는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한다. 그렇게 매일 할머니 집에 들리게 된 찬민이는 책이 잔뜩 쌓여있는 할머니집에서 그때 놓쳤던 도깨비를 발견했고, 도깨비의 사연을 듣게 된다. 몇번의 만남 이후 할머니는 고향으로 이사를 가셨고, 이후 도깨비 차차도 만날 수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찬민이는 뜻밖의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

예로부터 전해오던 우리나라의 도깨비들은 장난끼 많고, 정이 많은 요괴다. 도깨비 차차도 그랬다. 도깨비 치고 아직 어린 아흔아홉살(?)이라 그런지 장난꾸러기 같으면서도 엄마를 잃은 채 비를 맞고 있던 어린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만큼 정이 넘쳤다. 어쩌면 그래서 찬민이가 차차의 눈에 띄었던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늦은 시간까지 혼자 집에서 지내야 했던 찬민이를 그냥 두지 못하고 기꺼이 손을 내밀었던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덕분에 찬민이는 어떤 나쁜 일이 닥쳐도 그 시간을 꿋꿋이 견뎌낸다면 해결되는 때가 온다는 것을 배웠다. 머피의 법칙을 겪고 있을 이들 모두 찬민이처럼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며 차차와 같은 행운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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