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 두 번째 까미노, 포르투갈 길을 걷다
이윤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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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 다시 길을 떠날까. 설렘 때문이 아니라 도저히 잊히지 않는 감정 때문일 때가 있다.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는 그런 감정에서 출발한 책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두 번째 순례’라는 설정 때문만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여행 자체보다도,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 이를테면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끝내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다시 꺼내 들고 걷는 기록에 가깝다.

그래서 화려하거나 낭만적인 장면보다 버티고 견디는 순간들이 훨씬 길게 남는다.

프롤로그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상태는 솔직히 말해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나이 64세, 과거의 골절과 인대 파열, 아킬레스건염, 심한 위장 질환까지.

“혈변이 나오면 즉시 귀국해야 한다”는 경고를 듣고도 길을 나선다.

이쯤 되면 왜 가는지가 아니라, 왜 굳이 이 길이어야 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이 한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첫 번째 순례가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시간이었음을 고백하는 대목은 특히 오래 남는다. 엄마를 떠나보낸 뒤 죄스러움과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안고 걷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다리가 부러질 만큼 걸으며 나를 벌주고 싶었다는 고백은 이 여행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막상 길 위에서 얻은 것은 고통 속 깨달음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진맥진한 상태로 열흘이 넘어서야 겨우 기도를 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사람들이었다. 가족, 친구, 스쳐 지나간 인연들까지 한 사람씩 떠올리며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전하지 못한 감정을 마음속으로 건네는 시간. 그 과정에서 비로소 마음 한가운데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한다. “잡동사니로 가득 찬 창고 한가운데 텅 빈 공간” 같았다는 표현은 이 책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결국 순례란 길을 걷는 일이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비워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다시 떠난 두 번째 길. 몸은 더 약해졌고 상황은 더 나빠졌지만, 오히려 이번 여정은 더 담담하게 읽힌다.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문장은 묘하게 오래 남는다. 첫 번째 순례가 죄책감에서 시작된 길이었다면, 두 번째는 그리움에서 시작된 길이고, 그 끝에는 조금씩 받아들이는 마음이 놓여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순례길 6일차에 등장하는 ‘리나‘와의 만남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길에서는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스틱 고무 패킹이 닳아 바닥에 닿을 때마다 쇳소리가 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봐 한동안 스틱을 짚지 않고 걷는 리나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 안에는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장면을 읽으며 관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결국 좋은 관계란 거창한 조건보다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데서 오는 것 아닐까. 그렇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마음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순례길에서의 인연이 스쳐 지나가는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삶의 끝까지 이어지는 관계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감정만 남는 에세이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도 있다.

며칠 차에 어떤 코스를 걸었는지, 어디서 묵었는지, 숙소 비용은 얼마였는지, 식비와 교통비는 어느 정도 들었는지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 있어 실제로 순례길을 꿈꾸는 사람에게 꽤 유용하다. 하루하루의 동선과 이동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막연한 동경보다 훨씬 현실적인 감각으로 길을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에 ‘쉬어가기’ 코너를 통해 길에서 마주한 건물이나 장소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주니, 단순히 걷는 기록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이 품고 있는 시간과 풍경까지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책 사이사이에 실린 여행지 사진들도 그래서 반갑다. 글로만 따라가던 길의 공기와 색감을 사진이 한 번 더 붙잡아 주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여행의 설렘이나 즐거움만을 앞세우는 책은 아니다.

대신 왜 우리는 어떤 길을 오래 잊지 못하는지, 그리고 그 길이 우리 안에서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읽다 보면 나에게도 그런 길이 있었는지, 혹은 지금이라도 다시 떠올려 보고 싶은 길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결국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지난 삶의 인연들을 다시 떠올리며 길 위에서 자기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본 기록이다. 힘겨운 몸으로도 끝내 걸어낸 그 시간이 오히려 삶을 더 또렷하게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래 남는다. 감정의 깊이와 실제 순례 정보가 함께 담겨 있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언젠가 한 번쯤 걸어보고 싶은 길의 안내서가 되어주는 책이다.

ㅡ

'푸른향기 서포터즈13기' 활동을 통해

‘푸른향기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엄마! 엄마!
잠이 깼다. 내가 우는 소리에 깬 것이다. 꿈이었다니.
조금 전까지 옆에 있던 엄마가 사라져 버렸다.
억울해서 일어나 앉아 또 울었다.
꿈에서 엄마를 본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산티아고를 다시 가야겠다.
더 늙어서 못 걷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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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100 - 단번에 매출을 200% 올리는 설득의 심리학 ㅣ 무조건 팔리는 마케팅 기술 시리즈 1
사카이 도시오 지음, 최지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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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100』은 물건을 파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고객에게 상품을 소개할 때, 상대를 설득해야 할 때, 내 말과 글에 조금 더 힘을 싣고 싶을 때 무엇이 사람의 관심을 끌고 행동하게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단번에 매출을 200% 올리는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는 다소 강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면 과장된 성공담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관찰과

현장형 사례가 중심이라 생각보다 훨씬 실용적으로 읽혀진다.


첫 시작글부터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롤로그에 담긴 ‘소개글 A’와 ‘소개글 B’의 대비였다.

같은 사람을 소개하면서도 “오늘은 정말 대단한 강사님을 모셨습니다”, “1년에 100회 이상의 강연”, “아마존 마케팅 부문 1위”, “유명 잡지와 방송 소개” 같은 표현을 앞세운 A는 청중의 기대감을 먼저 끌어올리고, 건조한 정보 전달에 그치는 B보다 훨씬 더 강하게 기억에 남게 했다.

이 대목은 이 책이 말하려는 핵심을 단번에 보여주고 있다. 상품이든 사람이든 설득은 설명보다 먼저 관심을 끄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듯 사람은 이성으로 구매 이유를 정리하기 전에, 먼저 마음으로 사고 싶다는 감정을 만든다. 그래서 초두 효과, 숫자 효과, 권위 효과, 유사성 같은 장치들이 단순한 말재주가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의 출발점이 된다.


상품이든 서비스든 결국 상대는 사람이고, 사람은 마음으로 살지 말지를 먼저 결정한 뒤 그 이유를 나중에 정리한다는 설명은 너무나 익숙해서 자주 놓치게 되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심리 마케팅을 설명한다.

강연 장소가 좁으면 “아담한 곳이라 친밀하게 대화할 수 있겠네요”라고 말하고, 넓으면 “활기차게 소통할 수 있겠군요”라고 표현하는 화법, 참석자와 공통점을 찾고 강연 전 강단에 미리 올라가 보며 단순 노출 효과를 활용하는 방식, 웃는 아기 사진을 띄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까지 모두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소통 방식으로 이어진다. 읽다 보면 잘 파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먼저 읽는 사람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얻는 이득보다 잃게 되는 손해를 강조하라” 부분이었다.

“당신도 당첨자가 될 수 있다”보다 “당신은 이미 당첨자일 수도 있다”라는 문장이 더 큰 반응을 만든다는 사례는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사람은 누구나 이익을 원하지만 실제 행동은 손해를 피하려는 마음에서 더 강하게 나온다는 설명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매달 100만 원을 아끼게 됩니다”보다 “이 시스템을 쓰지 않으면 매달 평균 100만 원을 잃게 됩니다”가 더 큰 효과를 낸다는 예시는, 표현 하나가 행동을 바꾼다는 사실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케팅 문구뿐 아니라 일상적인 제안이나 대화에서도 어떤 식으로 말을 건네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음으로 사은품 전략도 흥미롭다. 홈쇼핑에서 상품 설명 뒤에 “이게 다가 아닙니다” 하며 혜택을 하나씩 더 붙이는 장면은 익숙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판매 멘트가 아니라 심리학적 설계라는 점을 쉽게 설명한다. 상품 자체의 특징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울 때 사은품이나 추가 혜택이 제품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 다만 사은품의 질이 너무 떨어지면 오히려 제품 이미지까지 나빠질 수 있다는 점까지 함께 짚어주는 부분이 좋았다. 무조건 많이 얹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인상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혜택이어야 한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무료 전략 역시 실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는 것들인데 이곳에도 심리 마케팅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은 유료에는 망설이면서도 무료에는 쉽게 반응한다. 그 이유는 “유료는 생각과 선택의 단계를 거치지만 무료는 일단 한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무료 샘플, 무료 체험, 무료 강의처럼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식이 폭넓은 잠재고객을 모으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메이크업 강습은 무료, 화장품은 유료 / 입장료는 무료, 놀이기구 사용은 유료처럼 무료와 유료를 한 세트로 묶는 전략은 단순하지만 다양한 업종에 적용할 수 있어 특히 실용적으로 느껴졌다.


이어지는 풋 인 더 도어 전략도 무척 인상 깊었다. 처음부터 큰 부탁을 하면 거절당하기 쉽지만, 사소한 부탁부터 시작해 점점 더 큰 제안으로 나아가면 상대가 거절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은 방문 판매나 매장 운영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전반에도 적용하기 좋은 부분이다.

저렴한 체험 쿠폰, 매장 앞 할인 상품, 공개 강연처럼 가볍게 발을 들이게 하는 장치들이 결국 더 큰 구매나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례는 심리 마케팅이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비싼 상품의 매출을 높이고 싶다면 선택지를 3개로 구성하라는 내용도 무척 흥미로웠다.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판매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심리 마케팅 방식을 한 번쯤은 활용해봤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선택지가 2개일 때는 더 저렴한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쉽지만, 3개가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운데 옵션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8,000원, 1만 원, 1만 5,000원으로 구성된 세트 예시는 일상에서도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방식인데, 이 설명을 통해 왜 그런 구성이 자주 쓰이는지 다시 한번 이해하게 됐다. 결국 가격을 정하는 일 역시 단순한 숫자 결정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를 세심하게 반영한 설계라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또 “한 번 내 것이 되면 애착이 생긴다”는 보유 효과 역시 기억에 남는다.

TV를 일정 기간 무료로 대여해준 뒤 높은 구매율로 이어졌다는 사례나, 재봉틀을 먼저 집에서 사용하게 한 뒤 구매로 연결했다는 예시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심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번 써보고, 입어보고, 내 공간 안에 들여놓는 순간 물건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내 것 같은 것’이 되며, 그때부터 가치는 달라진다. 그래서 체험 마케팅이 지금도 계속 유효하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개인적으로는 각 마케팅 기술 마지막에 POINT를 통해 ‘심리기술’과 ‘꼭 기억하기’를 따로 정리해주는 구성이 특히 좋았다. 한 장을 읽고 나서 핵심을 짧게 다시 확인할 수 있어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하는 느낌이 들었고,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다시 찾아보기에도 좋았다. 읽는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실무 포인트를 분명히 남겨주는 방식이라 실용서로서의 장점이 잘 살아 있었다. 무엇보다 책에서 다루는 심리 마케팅이실생활과 업무에서 직접 활용하기 좋은 내용들이라 더 유익하게 느껴졌다.


결국 『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100』은 단순히 물건을 잘 파는 법만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사람은 무엇에 끌리고, 무엇을 망설이며, 어떤 표현과 어떤 순서 앞에서 마음을 열게 되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판매와 마케팅 분야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 제안을 해야 하는 사람, 설득력 있게 말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읽고 나면 광고 문구, 메뉴판, 이벤트 구성, 서비스 안내 문장까지 전보다 다르게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거창한 기술보다도 표현 하나, 순서 하나, 구성 하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쉽고도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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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북스 서포터즈2기' 활동을 통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싶다면, 상품이 주는 이득보다는 해당 상품이 없을 때의 단점,
즉 ‘잃게 되는 것’을 어필해야 훨씬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매달 100만 원을 아끼게 됩니다"보다 "이 시스템을 쓰지 않을 경우, 귀사는 매달 평균 100만 원을 잃게 될 것입니다"라는 표현이 더 큰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준다.
아니면, 손해와 이득을 모두 말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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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 - 20년 차 문학동네 마케터의 영업비밀 ㅣ 本(본)
정민호 지음 / sbi(한국출판인회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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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책은 넘치고, 콘텐츠는 쏟아지고, 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이제는 좋은 책만으로는 부족하고, 좋은 글만으로도 부족하다.

무엇을 팔든, 결국 선택받게 만드는 한 줄이 필요하다.

바로 그 현실 한가운데서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는 왜 어떤 글은 읽히고, 공유되고, 끝내 구매까지 이어지는지 묻는다. 이 책은 글을 더 예쁘게 쓰는 법을 말하는 대신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지점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문장으로 연결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그저 글쓰기 책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왜 ‘팔리는 글’이 필요해졌는지를 가장 현실적으로 설명해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기준이 바뀌는 순간은 ‘좋은 글’에 대한 정의다.

우리는 흔히 정보를 많이 담거나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으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기준을 뒤집는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글은 아무리 공을 들였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줄줄이 나열하는 글이 대표적인 예다. 이름만 나열된 글은 정보에 그치지만, 그 작가의 작품과 맥락, 그리고 짧은 코멘트가 더해지는 순간 비로소 콘텐츠가 된다. 결국 글의 가치는 정보량이 아니라, 해석과 맥락에서 만들어진다. 이 지점에서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라 관점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또 하나의 핵심은 ‘시의성’이다.

같은 글이라도 언제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첫눈, 장마, 크리스마스 같은 시기와 연결되는 순간, 평범한 글도 힘을 갖는다. 실제로 판매가 저조했던 소설도 “적어도 11월에는 고백할 용기를 얻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라는 콘셉트를 입히는 순간 다시 살아난다. 저자가 말하듯 시의성은 멈춰 있던 책도 춤추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과 연결되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또한, 이 책은 마케터의 태도에 대해서도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마케터는 보수적이어서는 안 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숫자에 민감해야 한다.

효과가 없으면 전략을 바꾸는 것이 맞고, 독자가 반응하지 않는 것을 탓하며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서는 단 한 줄의 카피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오프라인처럼 긴 설명을 붙일 수 없기 때문에, 짧은 문장 안에 책의 가치와 의미를 압축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 스킬 이전에, 무엇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세운다.

이 지점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있다. 결국 이런 시도와 전략은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마케터가 책을 대중에게 알리고, 특히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책들까지도 판매로 이어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좋은 아이디어조차 실행되지 못한 채 멈춰버릴 수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할 때 타 부서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내부에서 의견이 쉽게 반려되는 상황은 결국 가능성을 스스로 줄이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각자의 업무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도 이해된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듯, 마케팅은 결국 결과로 증명되는 영역이고,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현실이 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조율과 이해가 결국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마케팅은 글쓰기이면서 동시에 관계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좋아요’보다 ‘공유’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 버튼을 누르는 글보다,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글이 더 큰 힘을 갖는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궁금증’이 있다. 단순히 “좋다”고 말하는 글이 아니라, 읽는 순간 더 알고 싶어지는 글이 좋은 글이다. 질문을 유도하는 글이 결국 퍼지고, 그 퍼짐이 판매로 이어진다.

실제로 독자가 “이럴 때 읽을 책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그 글은 이미 신뢰를 얻은 글이 된다.

저자는 그 지점을 글쓰기의 중요한 목표로 제시한다.


중반부에서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전적인 전략이 이어진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콘텐츠의 축적’이다. 좋은 글은 즉흥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에 문장을 수집하고, 다양한 책을 읽으며 글감을 쌓아두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특정 이슈가 떠오르는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코로나 시기에 『페스트』가 다시 주목받았을 때, 단순 소개가 아닌 책 속 문장을 앞세운 글이 더 큰 반응을 얻었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광고에는 경계심을 갖지만, 콘텐츠에는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북큐레이션에 대한 부분도 현실적이다. 뻔한 주제,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문장, 결국 “이 책을 사라”는 메시지로 끝나는 글은 실패한 콘텐츠다. 반면 명확한 주제와 맥락 속에서 책을 묶어 보여주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실제로 특정 콘셉트로 큐레이션한 콘텐츠가 도서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린 사례는, 콘텐츠가 곧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설득이 아니라, 선택하게 만드는 흐름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글쓰기의 본질적인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깊어진다.

마케터는 비평가가 아니라, 장점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누구나 단점은 말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전달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다.

또한 트렌드를 외면하지 말고, 모르면 배우고, 따라 쓰고, 직접 시도해야 한다.

특히 최소 100일 동안 꾸준히 글을 써보라는 조언은 단순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글은 재능보다 축적과 반복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는 글은 더 이상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읽히는 글, 공유되는 글, 그리고 끝내 행동으로 이어지는 글은 모두 설계된 결과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글은 과연 선택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글을 쓰는 사람이 반드시 가져야 할 기준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

마케터 / 기획자 / 브랜딩 담당자

→ 글로 사람의 선택과 행동을 이끌어내야 하는 사람

스마트스토어·쇼핑몰 운영자

→ 상품명, 상세페이지, 공지문 등 “글이 곧 매출”인 사람

콘텐츠 제작자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 조회수·좋아요를 넘어 ‘공유·반응·전환’까지 고민하는 사람

출판·브랜딩에 관심 있는 사람

→ 콘텐츠가 어떻게 판매로 이어지는지 알고 싶은 사람

프리랜서 / 1인 사업자

→ 자신의 글이 곧 상품이 되는 사람

이런 고민이 있는 사람

→ 글은 쓰는데 반응이 없는 경우

→ 노출은 되는데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 “잘 쓴 글”과 “팔리는 글”의 차이가 궁금한 경우


ㅡ

'정민호 작가'님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콘텐츠란 무엇인가? 책을 잘 말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할까?
세상에 나오는 책이 이토록 많은데 그중 우리 책을 돋보이도록 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나는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그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이 콘텐츠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책들마다 그것을 갖춘다면, 그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긴다. 그럼 그것을 서로 간의 맥락에 따라 붙이거나 섞거나 대비해서 보여준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북큐레이션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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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만 미쳐라
리치파카(강연주)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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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만 미쳐라』는 단순한 동기부여서가 아니라, 지금의 삶을 냉정하게 점검하게 만드는 책이다. 딱 1년만 미쳐라는 막연히 “열심히 살자”가 아니라, 방향을 바로 잡고 단 1년이라도 제대로 몰입해 보라는 현실적인 제안을 던진다.


책의 출발점은 ‘각성’이다. 강연주는 각성을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라 말한다. 감정은 종종 우리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제자리에 머물게 하는 방어기제로 작용한다. 그래서 저자는 나를 3인칭으로 바라보며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라고 말한다. 비교 역시 마찬가지다. 타인과의 비교는 방향을 주지 못하고 불안만 키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얼마나 나아졌는가’다.


이 책은 ‘열심히’의 정의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단순히 오래 일하고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뾰족한 방향과 효율을 갖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상이 원하는 것은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오늘 바빴는가”가 아니라 “오늘 내 몸값을 높이는 행동을 했는가”로.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현실적이다. 세상은 완전히 평등하지 않지만, 그 구조를 인정하고 올라갈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중요한 것은 불평이 아니라 선택이다. 가난 역시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시야를 제한하는 상태이며, 이를 벗어나면 얻게 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또한 이 책은 컴포트존을 가장 위험한 상태로 본다. 가만히 있는 것은 유지가 아니라 후퇴이며, 성장은 언제나 불편함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지금의 편안함을 선택하는 순간 미래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메시지는 강하게 남는다.


시간에 대한 관점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늘 늦었다고 말하지만, 인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우리는 아직 오전에 불과하다. 결국 문제는 타이밍이 아니라 시작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칭기즈 칸 이야기다. 저자는 칭기즈 칸의 글을 핑계를 대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본다고 말한다. “적은 바깥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을 압축한다. 외부를 탓하는 순간 우리는 삶의 주도권을 잃고, 반대로 모든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순간 변화가 시작된다. 이 메시지는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고방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저자는 결핍 또한 강력한 원동력으로 본다. 고통은 우리 안에 불씨를 만들고, 그 불씨가 삶을 바꾸는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다.


이 책의 핵심은 ‘왜 1년인가’에 있다. 평생이 아닌 1년이라는 기한은 인간이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이다. 기한 없는 각오는 흐려지지만, 마감 기한이 있는 노력은 에너지를 한 점으로 모은다.


또한 ‘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를 강하게 강조한다. 지식은 위로가 되지만 실행만이 현실을 바꾼다.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말은 대부분 실행을 미루는 핑계일 뿐이며, 완벽한 타이밍은 오지 않는다.


이후 내용에서는 이 원칙을 실제 삶에 적용하는 방법들이 이어진다. 목표를 구체화하고, 방해 요소를 끊어내며, 시간과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집중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콘텐츠·시스템·자산처럼 시간을 확장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한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인간관계, 소비 습관, 환경까지 정리하며 ‘몰입 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결국 『딱 1년만 미쳐라』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핑계를 멈추고, 감정을 내려놓고, 방향을 정해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단 1년, 이론적인 공부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실행하며 살아본 경험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전한다.



ㅡ

‘단단한맘수련서평단‘을 통해

'모티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인생을 80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1년은 고작 전체의 1.2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1.25%의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머지 시간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기한 없는 노력은 사방으로 흩어지지만, 마감 기한은 그 에너지를 한 점에 모아 강력하게 만든다.

1년이라는 명확한 마감 기한은 타협의 퇴로를 완벽히 차단한다. "평생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라"고 하면 본능적인 거부감에 도망치고 싶겠지만, "딱 1년만 미쳐라"라는 제안은 ‘이 정도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심리적 수용을 만들어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막연함은 두려움을 낳지만, 기간이 정해진 노력은 강력한 자기 통제력과 절제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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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필사 - 오늘의 태도로 내일을 읽는 시간 ㅣ 고전필사노트 1
김동완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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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무언가를 빨리 결정해야 할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만 같은 마음이 자주 든다.

그런데 정작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주역 필사』는 바로 그런 순간에 조용히 말을 건네는 책이었다.

오래된 고전인 『주역』을 어렵게 풀어 설명하기보다, 주역의 64괘를 따라 삶의 흐름을 천천히 짚어 가며, 삶의 갈림길 앞에 선 사람이 문장을 따라 쓰면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든 필사 노트다.

이 책은 흔히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주역을 한층 가까운 자리로 데려온다.

주역이라고 하면 먼저 한자와 해석, 난해한 철학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이 책은 그 부담을 조금 내려놓게 한다. 주역은 누군가에게 정답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라, 변화하는 삶의 흐름 속에서 지금 내가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를 비춰주는 책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기다려야 할 때인지, 나아가야 할 때인지, 잠시 물러서야 할 때인지 섣불리 답을 내리기보다,

지금의 형국을 찬찬히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주역 필사』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읽기’보다 ‘쓰기’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필사는 단순히 문장을 베껴 적는 일이 아니라, 눈으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문장을 손으로 붙잡아 마음속에 조금 더 오래 머물게 하는 방식이다. 의미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오히려 또렷하게 다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 줄 한 줄 따라 쓰다 보면, 문장이 어느 순간 내 마음의 상태와 맞닿으며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이 책은 주역의 64괘를 필사라는 형식으로 차근차근 만나게 하면서, 고전을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시간으로 바꾸어 준다.

이 책에 실린 괘들의 문장도 무척 단단하게 느껴진다.

건괘는 스스로 움직이며 멈추지 않는 하늘의 리듬을 통해 삶에서 끝까지 바름을 지키는 태도를 이야기하고, 곤괘는 앞서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부드러움과 수용의 힘을 말해준다. 또한, 둔괘는 시작의 혼란을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흐름이 열리기 전의 자연스러운 진동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쓰는 시간은 고전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수괘의 문장이었다.

수괘 |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기다림은 믿음을 가지고 있어 빛나고 형통하며,

바름을 지키면 큰 내도 건널 수 있다.

수(需)는 하늘 위의 구름처럼

멈추어 있는 듯하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형상이다.

길은 막힌 듯 보여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멈춤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때를 모으는 과정이다.

수는 말한다.

때는 스스로 무르익으며,

성급함은 흐름을 거스른다고.

막혀 있던 물도 자연스레 흐르듯이

믿음을 갖고 준비하면

기다림 끝에 큰 내도 건널 수 있다.

이 문장은 요즘의 내 상황을 떠올리게 하며 유난히 깊이 들어왔다.

조바심은 나는데, 그렇다고 분명한 방향을 잡고 있는 것도 아닌 시간을 지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한데, 그렇다고 무작정 서두를 수도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럴 때 기다림은 자꾸 공백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은 기다림을 멈춤이나 지체가 아니라, 때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도 내면에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믿음을 잃지 않고 바름을 지키며 준비하는 시간이 결국 큰 물길을 건너게 한다는 뜻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이 문장은 단순히 좋은 구절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처럼 느껴졌다.

『주역 필사』는 삶을 선명하게 정리해 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복잡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스스로에게 한 번 더 질문하게 만든다. 오늘 나는 어떤 시작 위에 서 있는지, 무엇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어떤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주역이 64괘의 문장을 따라 쓰는 과정을 통해 조금 더 가까워지고,

낯설었던 문장이 어느새 내 하루를 붙잡아 주는 힘이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참 조용히 깊은 울림을 남긴다.

ㅡ

'헤세드의 서재' 님을 통해 '양양하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5. 수괘 |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기다림은 믿음을 가지고 있어 빛나고 형통하며,
바름을 지키면 큰 내도 건널 수 있다.

수(需)는 하늘 위의 구름처럼
멈추어 있는 듯하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형상이다.

길은 막힌 듯 보여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멈춤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때를 모으는 과정이다.

수는 말한다.
때는 스스로 무르익으며,
성급함은 흐름을 거스른다고.

막혀 있던 물도 자연스레 흐르듯이
믿음을 갖고 준비하면
기다림 끝에 큰 내도 건널 수 있다.

기다릴 줄 아는 용기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내면을 다지는 시간이다.

오늘의 사유
나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이 시간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지금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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