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철학 30day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4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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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고윤 님의 네 번째 책 『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를 읽었다. 대구의 한 독립출판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첫 책이 인연이 되어, 어느새 네 번째 책까지 따라오게 됐다. 철학서를 읽다 보면 니체, 쇼펜하우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비트겐슈타인, 세네카 같은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같은 주제를 다뤄도 비유의 정확함, 공감을 부르는 질문, 구체적 설명에 따라 책의 밀도와 온도는 전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고윤 님의 책은 단순히 철학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상을 내 삶의 언어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번 책은 오래된 습관인 인생을 탓하는 태도부터 조용히 잡아준다.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나의 태도를 돌보고 바꾸는 법 즉, 실천 가능한 매뉴얼을 건네는 책이다. 저자는 변화가 대단한 결단에서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상황에 대한 해석을 바꾸고, 반응 습관을 고치고, 매일의 작은 행동을 조금씩 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바꾸기 힘든 건 ‘환경’이고, 지금 여기서 바꿀 수 있는 건 ‘태도’임을 알려준다. 결국 결론은 단순하다. 인생을 탓하는 대신 오늘의 태도를 바꿔 보자는 것이다. 변화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틈새에서 시작되어, 결국 한 방향으로 삶을 밀어낸다.

이 관점은 에머슨의 통찰과 이어진다. “네 행동이 너무 큰 목소리로 말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아무리 좋아도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면 신뢰는 무너진다는 뜻이다. 저자는 유행과 시선에 끌려 처음의 방향을 잃는 모순을 지적하며, 언행일치를 태도의 최소 조건으로 제시한다. 이어 버크의 경고가 붙는다. “조금밖에 못 한다”는 이유로 멈추는 무행동이야말로 가장 큰 과오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실천은 거창한 계획보다, 불완전해도 작은 행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 초점을 둔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한 걸음 더 해보기, 감정을 기록해 보기, 내가 어떤 상황에서 회피하는지 살피기 등.. 이런 사소한 행동이 쌓여 결국 삶을 바꾼다.

다음 장은 ‘다수의 믿음’과 ‘진실’의 차이를 짚는다. 키케로가 말했듯, 모두의 동의가 곧 진실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다수의 동의가 곧 진실을 보증하진 않는다며, 이를 가르는 질문의 태도를 강조한다. “80세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은, 굳어 있는 생각을 깨고 새로운 선택을 만들어낸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슈바이처가 말한 ‘좋은 망각’은 문제를 피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잘 정리하는 일이다. 되풀이해선 안 될 교훈은 남기되, 현재를 갉아먹는 자책과 감정의 찌꺼기는 과감히 털어낸다. 그래야 집중할 공간이 열린다.

헤겔이 말한 열정과 이성의 균형은 특히 이해하기 쉽다. 열정은 우리를 앞으로 밀어주는 힘이고, 이성은 그 힘이 엇나가지 않도록 길을 잡아 주는 방향이다. 저자는 이 둘을 이어 주는 방법으로 ‘계획–실행–점검’의 짧은 루틴을 제안한다. 작은 계획을 세우고, 당장 해 보고, 바로 돌아보면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뜨거운 추진력과 차가운 판단이 자연스럽게 만난다. 한편 소로우가 말한 ‘조용한 절망’은 오늘의 현실을 정면으로 겨눈다. 겉으로는 안전해 보이는 선택이 사실은 불편과 변화를 피하려는 회피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모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멈추지 말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상황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라고 권유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가 선택한 ‘안전’이 진짜 안전인지, 아니면 안전을 가장한 정체인지 분명해진다.

관계에선 카뮈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앞서가거나 뒤에서 끌지 말고, 서로의 곁에서 나란히 걷는 것이다. 성과와 비교가 사람 사이를 조이는 시대일수록, 속도를 맞추고 과시는 내려놓으며, 침묵조차 함께 버티는 태도가 관계를 오래 가게 만든다.

언어에 관해선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이 바탕이 된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 허세로 부풀린 말은 빈약한 세계를 가릴 뿐이다. 반대로 세계가 넓은 사람은 모름을 인정하고, 섣부른 단정을 피하며, 정확한 어휘·좋은 질문·필요한 침묵으로 생각의 범위를 넓힌다. 실천 방법도 어렵지 않다. 하루에 단어 하나를 골라 문장으로 써 보기, 내 말버릇을 기록해 이유를 살피기, 평소 읽지 않던 장르를 읽어 보기 같은 루틴을 꾸준히 하면 된다. 이것은 단순한 말하기 연습이 아니라, 내 세계를 차근차근 넓히는 연습이다.


경청에 관한 부분은 스토아 철학자 제논의 생각으로 이어진다. 귀로만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선·자세·손의 반응까지 동원해 온몸으로 듣는 적극적 경청, 나아가 말하고 싶은 충동을 이성으로 조절해 대화의 흐름을 살리는 3단계 경청을 제안한다. 요지는 기술이 아니라 충동을 다스리는 태도다. 여기서 책은 자연스럽게 윤리로 시선을 넓힌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처럼, 악은 특별한 괴물이 아니라 생각을 멈춘 평범함에서 자란다. 묻지 않고, 판단을 미루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순간 우리는 알지 못한 채 누군가의 고통에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은 말한다. 멈춰 생각하고,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며, 침묵이 중립이 아님을 기억하라. 경청이 충동을 눌러 세우는 훈련이라면, 이 윤리는 그 충동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를 정하는 나침반이다.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감정 다루기로 이어진다. 감정 파트의 정점은 세네카다. 그는 분노는 단기적 광기이며, 몇 초의 폭발이 수십 년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토아가 목표로 삼은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주권을 되찾는 일이다. 그래서 “억누르기”보다 “이해하기”가 먼저다. 왜 상처받았는지 원인을 나눠 보고, 반복되는 해석 습관을 고쳐 감정의 증폭 회로를 끊는다. 실천 순서는 간단하다. 호흡으로 시간 벌기 → 물리적 거리 두기 → 말은 짧고 단순하게 → 지나간 뒤 기록으로 패턴 찾기. 결국 진짜 강함은 목소리를 키우는 데 있지 않고, 침묵 속에서도 이성을 지키는 힘에 있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아주 단순하다. 세상은 한꺼번에 바뀌지 않지만, 태도는 오늘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말과 행동을 일치 시키고, 작은 실행을 멈추지 않으며, 질문으로 관성을 깨고, 과거는 정리하고, 감정은 이해로 다스리고, 곁에서 걷고, 충동을 조절해 듣고, 언어로 세계를 넓히는 일이다. 그렇게 해석–반응–반복의 미세 조정이 쌓이면, 느리지만 확실하게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 책은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실천 중심의 태도 사용설명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딥앤와이드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동물은 말한 곳으로 그냥 가지만, 사람은 말해놓고 꼭 다른 곳으로 간다."
(중략)

인간은 언어를 통해 말할 수 있다는 축복을 받았지만, 말을 지키는 사람이 극히 드문 불행한 종족이라는 뜻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모순적인 존재인지 한참을 고찰한 후에야 ‘큰 목소리‘가 가지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자삼들은 자신만의 특색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유행을 좇거나 외부 시선을 의식하느라, 정작 자신이 처음 가고자 했던 길을 잃고 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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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 코멘터리 북 - 이석원과 문상훈이 주고받은 여덟 편의 편지
이석원 지음 / 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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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의 글은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지 않고, 멋진 문장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물 흐르듯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가만히 마음이 건드려지는 느낌이 든다.

『보통의 존재 : 코멘터리 북』은 그런 그의 문장을 사랑해 온 독자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는 책이다. 기존 산문집 『보통의 존재』가 솔직한 관찰로 일상을 기록한 책이었다면, 이번 판은 그 문장들 위에 시간을 올려놓고 다시 바라보는 구성이다. 총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는 이석원과 문상훈이 실제로 주고받은 편지가 담겼고,

2부는 예전 산문을 왼쪽에 실어두고 그 옆에 지금의 생각을 코멘터리로 덧붙이는 방식이다.

한 권의 책 안에서 과거의 문장과 현재의 시선이 서로를 비추며, 한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무뎌지고 단단해지고 넓어졌는지 자연스레 확인하게 된다.

1부의 편지는 거창하지 않지만 솔직하다. 두 사람은 “솔직함이란 무엇인가”, “표현은 어디까지 진심이고 어디부터 기술인가”, “자기혐오와 자기보호는 어떻게 섞이는가” 같은 질문을 오가며 대화한다. 여기서 말하는 솔직함은 감정을 쏟아내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해석해 방향을 가리키는 일에 가깝다. 누군가는 자기혐오를 방어 언어로 쓰고,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겠다”는 말로 마음을 숨긴다. 젊은 시절의 극단적 감정조차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결국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했던 열망이었다는 깨달음에 이르면, 솔직함은 감정의 크기를 키우는 게 아니라 감정이 향하는 방향을 정확히 짚는 기술이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표현”의 문제로 이어진다. 저자는 본질보다 표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꾸미거나 과장하라는 뜻이 아니다. 표현은 마음이 실제로 상대에게 도착하게 만드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진심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고, 침묵은 종종 미덕이 아니라 회피가 된다. 그래서 그는 섬세하고 적절한 표현을 하나의 윤리처럼 다룬다. “웅변은 은, 침묵은 금” 뒤에 “상대를 배려하는 섬세한 표현은 가장 값지다”는 태도를 놓고, 사소한 비유 하나, 문장 하나가 관계를 다치게도 살리기도 한다고 조용히 일러준다.

편지 속 대화는 개인의 마음에서 시작해 창작과 일의 문제로 넓어진다. 세상은 의견을 조회 수와 반응으로 재단한다. 사람들은 조금만 통념과 다른 말을 해도 거센 반응을 보이고, 결국 무난한 말만 하게 만드는 세상이다. 그래서 점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을 고르게 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표현으로 스스로를 정리한다.

이 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표현의 ‘기술’을 비겁함과 구분해 설명한다. 진심을 끝까지 목적지까지 보내기 위한 전략이 존재하고, 코미디에서 낙차를 이용해 웃음을 키우듯, 말에도 타이밍과 강약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진정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오래 버티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에 가깝다. 동시에 ‘짜치다’는 말에 대한 생각도 다시 보게 한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다고 해서 다 진부한 건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떤 멋진 말보다 더 현실적이고 값지다. 예술성과 생계를 서로 싸움 붙이지 말고, 오래 버틸 수 있는 진정성을 찾자는 의미에 가깝다.

이후의 장면에서는 기억과 망각이 중심이 된다. “기억되지 못한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라는 질문 앞에서, 망각은 결핍이 아니라 기능으로 자리 바꾼다. 수면내시경의 비유가 특히 설득력 있다. 마취는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기억’을 지울 뿐인데도, 다음 경험은 덜 괴롭다. 우리는 실제로 아팠을지라도 그 기억이 흐려지면 삶을 계속할 힘이 남는다. 오래된 상처도 비슷하다. 상처를 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고, 상처받은 쪽은 오래 기억한다. 그때 용서는 상대를 위한 도덕이 아니라 나를 덜 아프게 하기 위한 선택이 된다. 오래 붙들고 있으면, 결국 가장 아픈 사람은 나 자신이니까. 이 인식은 앞서 말한 ‘표현의 윤리’와 다시 만난다. 말은 상대를 몰아붙이는 무기가 아니라, 서로 다시 살아갈 길을 만드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현실적이고 조용하다. “아무나와는 잘 수 있어도 아무나와 손을 잡을 수는 없다”는 문장은 사랑을 거대한 감정이 아니라 일상의 행동으로 풀어낸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삶의 패턴을 정리해 실수를 줄이는 매뉴얼을 만들지만, 그 매뉴얼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평생 같을 것 같던 마음도 어느 날 변화되고, 변하는 것 속에서도 끝내 남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사랑은 큰 감정보다, 시간 속에서 쌓여가는 행동에 더 가깝다.

꿈과 일에 관한 대목은 담백하다. 꿈이 없어 고민하는 사람이 더 많고, 꿈이 없는 삶도 무의미하지 않다는 말 자체가 위로를 전해준다. 간절한 것 하나 없다고 인생이 멈추지는 않는다. 하고 싶은 것 없이도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있다. 여기에 ‘운’이 개입한다. 모든 것을 노력으로만 설명할 수 없고, 실패가 곧 능력 부족의 증거일 필요도 없다. 사람은 운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운명론을 변명이 아니라 자기학대에서 벗어나는 통로로 사용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기 탓을 조금 덜 하자는, 그러나 시도 자체는 계속하자는 균형의 권유다.

이 책의 형식적 하이라이트는 2부의 코멘터리다. 과거의 산문과 현재의 코멘트가 왼쪽과 오른쪽에 나란히 놓여, 같은 문장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리 보이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어떤 문장은 더 단단해지고, 어떤 문장은 조심스러워지며, 어떤 문장은 뜻밖의 방향으로 확장된다. 과거의 단정은 현재의 유연함과 맞닿고, 그때의 솔직함은 지금의 기술과 포개진다. 독자는 한 편의 글을 사이에 두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시에 읽는 드문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순히 예전 책을 다시 낸 게 아니라, 같은 문장을 시간 차이로 나란히 놓고 생각의 변화를 경험해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는 몇 년 전 그만둔 음악을 다시 하기로 결심한다. 계기는 의외로 한강의 수상 소식이었다. 많은 이가 기뻐하던 그 순간, 작가가 털어놓은 한계와 초조함을 보며 오히려 “전성기 이후의 글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닿는다. 야구팀이 강속구 투수만으로 꾸려지지 않듯, 창작자도 나이 들수록 다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그 통찰을 ‘남의 상황을 빌려 자신에게’ 돌려주며, 목소리가 예전만 못해도 지금 나이로만 볼 수 있는 세계를 노래할 수 있다면 다시 해볼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설령 빈 객석이 보일지라도 결과보다 다시의 결심을 믿겠다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보통의 존재가 낼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용기다.

책을 읽고 나면 화려한 문장 대신 이런 한 줄이 오래 남는다. “좋은 답장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상대가 보낼 편지를 얼마나 많이 읽는가에 달려 있다.” 이 한 줄이 책의 태도를 말해준다. 누군가의 편지를 끝까지 읽어주는 마음, 내 마음을 끝까지 들어보는 연습, 숨기던 솔직함을 표현의 기술로 바꾸는 과정, 망각을 기능으로 받아들이는 지혜. 그래서 독자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위로받는다. 특별한 사람이 되라는 주문 대신, 보통의 자리에서 쓰는 정교한 마음의 기술을 건네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생각보다 멋지고, 생각보다 오래간다.

'달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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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원님께서 "본질보다 표현이 훨씬 중요하다"라고 생각한다는 맥락이 궁금해졌어요. 저도 그러거든요. 가지고 있는 마음보다 더 크게 과장된 표현들을 경계하려고 하지만, 또 동시에 어떻게든 표현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거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는 말이나 ‘그걸 꼭 말해야만 아나?’ 같은 말들은 별로예요. 시간이 지나고 알면 뭐하나? 그리고 말하지 않은 것을 짐직 때려맞혔다가 오해라도 하면 그때 가서는 또 어쩌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표현하기에 용기가 없거나 귀찮은 사람들이 정당화하는 것 같아요.
침묵은 금이라지만 침묵이 오히려 쉬울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을 붙이고 싶습니다.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섬세한 표현은 다이아몬드’라고요. 저는 그래서 표현하는 것을, 그중에서도 적절한 비유나 예시로 표현해내는 것들에 탐닉해온 것 같아요.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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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의 작사법
백건필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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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AI로 노래 만드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된 개념이 바로 ‘송폼’이었다. 곡이 막연하게 흘러가는 게 아니라, 벌스(Verse) → 프리코러스 → 코러스라는 구조 속에서 감정이 만들어진다는 걸 알고 나니, 음악이 그냥 감으로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하나의 순서와 규칙을 따라 조립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카피라이터의 작사법』을 읽게 되었는데, 책의 첫 부분부터 반가운 말이 나와 있었다.

그동안 송폼을 그냥 감으로만 느끼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을 딱 정리된 말로 설명해 줘서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이 책은 ‘가사는 감성만으로 쓰는 글이야’ 혹은 ‘감성만으로는 안 된다’라고 딱 잘라 말하지 않는다. 감성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감성만으로는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노래 가사는 누군가가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하고, 짧은 문장 안에서 상황, 감정, 메시지가 한눈에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가사를 설계하는 글 혹은 조립하는 글로 설명한다. 가사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감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구조가 없어서인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은 ‘반응 구조’다. 가사는 진공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문장이 아니라, 어떤 사건이 먼저 있고, 그 사건에 대한 반응이 상황과 감정, 그리고 메시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헤어졌다면, 벌스에서는 그 이별 뒤의 장면을 보여 주고, 프리코러스에서는 마음이 어떻게 흔들렸는지 드러내고, 코러스에서는 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문장을 가장 강하게 남긴다. 이 구조를 알고 나면 가사를 해석하기 훨씬 쉬워진다.

벌스를 어떻게 써야 할지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말, 행동, 현상, 오감이라는 네 가지 패턴을 이용해 장면을 만드는 방식이다. 상대에게 말을 거는 문장,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행동, 칫솔이나 머리카락 같은 물리적 흔적, 세상이 더 밝거나 더 어둡게 느껴지는 오감의 변화. 같은 이별이라도 이 네 가지 길로 장면을 모아보면 벌스 한 편이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그리고 이 장면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설계도가 바로 “프리셋”이다. 제목, 주제, 화자와 청자, 핵심 메시지, 선행 사건을 미리 정리해두는 작은 기획서 같은 것이다. 노래는 3분짜리 영화라는 말처럼, 촬영 전에 콘티를 짜놓으면 장면이 훨씬 깔끔하게 이어진다. 특히 화자와 청자의 거리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말투 하나만 바뀌어도 가사의 공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보고 싶다”와 “집사야, 오늘도 기다렸어”의 차이처럼 말이다.

표현 방법들도 소개한다. 감정을 설명하지 말고, 현상으로 보여주라는 조언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슬프다”라고 말하는 대신 “식탁 위 머그컵만 뜨겁다”라고 하는 문장이 훨씬 오래 남는다. 듣는 사람이 바로 장면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흩어 놓고 잔향을 섞듯이 감정을 커지게 만드는 방법, 통념을 뒤집어서 반전처럼 들리게 하는 방법 같은 것도 예시로 설명돼 있어 어렵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반가웠던 부분은, 노래 가사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고, 벌스ㆍ프리코러스ㆍ코러스라는 세 개의 짧은 노래를 조립하듯 쓴다는 관점이었다. AI로 생성 음악을 만들 때도 결국 가사를 이 구조에 맞게 넣어야 곡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Suno 같은 프로그램에 직접 내가 쓴 가사를 넣어서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그냥 감상자로만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음악을 경험하게 되는 거니까.

또 재미있던 건 2절과 디브릿지(브릿지 파트)에 대한 설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절만 쓰다 막히는데, 저자는 2절부터가 진짜 실력이라고 말한다. 1절에서 보여준 장면을 그대로 반복하는 대신, 시점이나 공간을 살짝 바꾸거나, 감각을 새롭게 열어서 이야기를 확장하면 된다. 디브릿지는 반복으로 흐트러진 집중을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보통 짧게 등장하지만, 분위기를 완전히 전환시키거나 감춰 둔 마음을 드러내는 자리다. 발라드에서 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파트다.

마지막 3절은 결론이자 메시지의 재작성이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문장이나 단어를 변형해 더 강하게 남기는 방식이다. 필요하면 키를 올려 감정을 정점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다. 그래서 3절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그 노래의 마지막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감성적인 조언”이 아니라 “방법과 순서”를 준다는 것이다. 프리셋 → 벌스 → 프리코러스 → 코러스를 조립하고, 2절과 디브릿지, 3절까지 확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초보자도 충분히 한 곡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어떻게 남의 마음에 닿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해서, 글쓰기 전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은 노래 가사를 처음 써보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학생들이나 글쓰기 초보자도 이해하기 쉬운 흐름으로 설명되어 있어 부담이 없다. 인스타그램 캡션이나 짧은 카피처럼 짧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음악 제작 프로그램이나 AI로 나만의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최고의 가이드가 될 것 같다. 가사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만 쓰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알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으로 가사의 기본기를 익힌 뒤, 언젠가 정말 나만의 가사를 Suno AI에 넣어 노래 한 곡을 완성해 보고 싶다는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부크크bookk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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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절 쓰는 법
2절은 1절의 구조를 복제 및 변형해서 반복한다. 보통 벌스부터 시작하지만 때로는 벌스를 생략하고 프리코러스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1절을 쓰면 2절은 70% 이상 쓴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음의 7가지 구조는 내가 가사를 쓰면서 직접 정리한 것들이다. 1절을 2절로 확장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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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 - 과도한 생각과 완벽주의를 끊어내는 불안 관리 솔루션
랄리타 수글라니 지음, 박선령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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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사람들은 나만 유난히 뒤처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어 일찍 출근하고, 야근하고, 자격증을 따며 자신을 채찍질해도 마음 한구석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 역시 지금도 현재형이다. 시계처럼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고, 계획과 목표를 세우며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 삶이 단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내 마음을 흔들었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그게 바로 오늘의 나이기도 했다.

책은 우리가 칭찬해 온 높은 성취, 인내심, 감정 조절이 때로는 속마음을 가리는 가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자기 자신과 계속 싸우는 상태를 저자는 고기능성 불안, HFA라고 부른다. 큰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공부나 일, 인간관계를 유지하지만, 실제로는 외로움과 피곤함, 막막함과 무기력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성적이 좋거나 성과가 높은 사람도 밤마다 시끄러운 자기비난의 목소리와 씨름하며 버틸 수 있다. 책은 이렇게 살 필요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불안은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 주는 신호라고.

저자는 영국에서 이민자 2세로 자라며 두 문화 사이에서 갈라지는 느낌을 오래 겪었다고 고백한다. 수치심을 숨기기 위해 좋은 면만 보여 주다 보니 마음속 상자는 점점 가득 차고, 자기비난이 커져 거울 속의 나를 보는 일조차 힘들어졌다. “성공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으며 더 높은 기준을 세우고 더 많이 해내려 했지만, 정작 마음의 중심이 될 가치관과 의미 있는 관계는 비어 갔다. 도움을 청하는 것마저 두려워졌고, 결국 숨겨 두었던 내면을 빛으로 끌어내야만 버틸 수 없는 순간에 도착한다. 그 지점에서 내가 붙잡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사실 나를 가장 강하게 거부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철렁하는 듯했다. 나는 스스로와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원만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끔찍할 만큼 냉정하고 가혹했다. 누가 나를 거부할까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가장 먼저 나를 밀어내고 있던 사람은 나였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몰아붙이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다. 책 속 문장을 읽는 순간, 나를 괴롭힌 건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또렷하게 인정할 수 있었다.

이 고백은 HFA의 핵심을 보여 준다. 겉으로는 유능하고 체계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극심한 걱정과 자기비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더 높은 기준을 세우고, 더 완벽을 추구하며, 필요 없는 일까지 떠안는다. 외부의 인정을 통해 “나는 괜찮다”는 느낌을 얻으려 하지만, 기준을 채워도 마음에는 텅 빈 자리만 남는다. 책은 이 흐름을 과도한 일과 과도한 생각, 과도한 자기비난의 반복 패턴으로 설명한다. HFA가 공식 병명은 아니어도 현실의 문제라는 점도 분명히 한다. 많은 사람이 “난 괜찮아”라고 말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의해 움직일 수 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학습된 얼굴만 내놓고, 불안과 의심, 흔들림으로 이루어진 그림자 얼굴은 감춘다. 그럴수록 삶은 조각나고 고립감은 커진다. 그래서 필요한 첫걸음은 이 구조에 이름을 붙이고 이해하는 일이다.

저자는 이해를 돕는 몇 가지 이미지를 건넨다. 먼저 ‘고기능성’이라는 말은 일을 높은 수준으로 해내고 때로는 초과 달성까지 한다는 뜻이지만, “나는 무가치하다”는 마음을 덮기 위해 더 많은 일을 붙잡는 과정에서 끝없는 높은 기준의 굴레에 스스로 갇히기 쉽다는 경고가 붙는다. 꽃이 피지 않는 이유를 알려면 식물 전체를 봐야지 꽃봉오리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는 비교가 특히 선명했다. 또 빙산 비유도 기억난다. 물 위로 드러난 10퍼센트가 불안과 두려움, 당장 보이는 완화 행동이라면, 물 아래 90퍼센트는 “나는 부족하다”는 깊은 믿음이다. 실제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래쪽 거대한 덩어리이며, 슬픈 점은 그 판정을 우리가 스스로에게 내린다는 사실이다. 민감성에 대한 판단도 균형 잡혀 있다. 예민함은 상처받기 쉬운 면이 있지만, 방향만 잘 잡으면 세상을 깊게 읽는 힘이 될 수 있다.

현실에서 흔히 겪는 오해의 장면도 자세히 다룬다. 평소에 농담을 주고받던 동료가 오늘은 무표정일 때, 우리는 곧장 “내가 뭘 잘못했나”로 연결시키곤 한다. 사실 그 동료는 잠을 못 잤거나 회의를 앞두고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상황을 개인적인 문제로 해석하기 쉬운 이유는, 내 안의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작은 신호에도 과한 의미를 얹기 때문이다. 저자는 거부 민감성 불쾌감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사실과 다를 수도 있는 장면을 과거 경험에 비춰 ‘원하는 해석’으로 끌고 가 자기존중감을 더 깎는 과정을 짚어 준다. 그래서 생각을 재구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릴 적에 만들어진 관계의 규칙도 현재를 움직인다. “사람은 결국 떠난다” 같은 믿음이 어린 시절에 자리 잡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관계를 그 틀로 해석하게 된다. 조건부 사랑을 경험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 어떻게든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느끼며, 자신을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기 쉽다.

책은 HFA의 주요 심리 증상도 한데 모아 보여 준다. 완벽주의는 의욕과 체계성이라는 장점을 갖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과한 자기비판으로 돌아서고, 때로는 시작조차 못 하게 만든다. 파국화는 최악의 결과를 먼저 떠올려 불안을 키우고 몸을 굳게 한다. 비판에 대한 두려움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흔들리게 만들며, 예기불안은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공포로 마음을 채운다. 지나친 책임감은 남의 일과 감정까지 떠안게 하고, 과도한 성취는 외부 인정에 의존해 공허함을 채우려다 더 큰 공허를 남긴다. 통제 욕구는 모든 것을 내가 조정해야만 불안이 가라앉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증상들은 결국 하나의 뿌리로 모인다. “나는 괜찮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책의 구성은 분명하다. 1부는 나의 패턴을 발견하고 해독하는 과정이다. 왜 이런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는지, 두려움의 뿌리와 그림자를 추적해 증상 관리에서 근원 보기로 시선을 옮긴다. 2부는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다. 불안과 자기의심을 다루는 법을 익히고, 민감함을 정보로 읽는 감각을 회복하며, 건강한 경계를 세우고, 마지막에는 자기 자비의 언어로 돌아온다. 이 다섯 단계는 요령이 아니라 존재 방식을 바꾸는 방법에 가깝다.

저자는 “빨리 좋아지는 비법”을 약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가장 어렵지만 유일한 출발선이라고 말한다. 도망치거나 감정의 방패 뒤에 숨지 말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용기를 세우라고 당부한다. 비와 폭풍의 비유는 그래서 공허하지 않다. 비가 내리면 땅이 씻겨 새싹이 나듯,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마음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될 때가 있다. 책은 그 어려움의 원인과 작동 방식을 이미 충분히 설명해 두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유익했던 부분도 덧붙인다. 책에서 소개한 ‘인생 바퀴’ 도구는 삶을 여덟 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의 점수를 그려 보게 한다. 지금의 균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어디에 에너지를 더 써야 할지 차분히 알게 해 준다. 거창한 처방이 아니라 현재 위치를 정확히 보는 지도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이 책은 가치를 다시 묻는다. 우리의 가치는 성취나 비교로 정해지지 않는다. 각자의 기질과 강점, 가능성 자체가 사랑받을 이유다. 이 관점을 받아들이면 자기비하는 자기수용으로, 완벽주의는 연민으로 방향을 바꾼다. 불안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불안을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때 불안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가리키는 좌표가 된다. 책을 덮고도 나는 처음의 문장을 오래 붙들었다. 겉으로는 멀쩡한 하루를 버티느라, 정작 내가 나를 제일 먼저 밀어내고 있었다는 사실.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은 그 구조에 이름을 붙이게 하고, 이해로 이어지게 하며, 다시 나를 받아들이는 자리로 데려다 놓는다. 열심히 사는 마음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 열심이 나를 부러뜨리지 않도록 방향을 바로잡자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제안이다.


📚 이 책을 추천 해주고 싶은 사람

-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늘 불안한 사람

- 목표를 이뤄도 만족보다 공허·불안이 큰 사람

- 칭찬·평가에 예민해 더 많은 일을 떠안는 사람

- 완벽주의·과도한 생각·미래 걱정으로 지치는 사람

- ‘괜찮은 나’라는 가면 뒤의 진짜 마음을 알고 싶은 사람

- 거절이 어렵고 책임을 과하게 지는 사람

- 자기비난을 멈추고 자기수용의 방향을 배우고 싶은 사람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 모집',

'알에이치코리아(RHK)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 연구소에 따르면 성인의 약 31%가 삶의 어느 시점에서 불안 장애를 경험했고,
영국에서는 2022~2023년 여성의 37%, 남성의 30%가 높은 수준의 불안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이런 불안 장애를 앓는 이들 중 상당수가 HFA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HFA는 현재 공식적으로 인정된 불안 장애는 아니다. 이는 HFA 증상을 지닌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상당히 잘 영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HFA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심한 외로움과 단절감을 유발한다.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기분 때문에 HFA가 발생한다. HFA를 앓는 사람들은 유능하고 재주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극심한 걱정, 자기 비판과 의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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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감정수업 -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와 마주하기
강이안 지음 / 필로틱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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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빙산 위로 드러난 작은 조각에 불과하고, 그 아래 거대한 얼음덩어리—무의식—이 우리를 움직인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선택과 반응을 비밀리에 조종한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감정은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읽어야 할 신호로 바뀐다. 완벽하지 않은 나, 비합리적인 나, 힘들었던 어린 시절까지 끌어안을 때 비로소 단단한 자아가 자라난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무의식은 꿈, 말실수, 반복되는 생활 패턴 같은 틈으로 얼굴을 내민다. “오늘은 화내지 말자” 다짐해도 사소한 자극에 폭발하는 이유, 가기 싫은 약속을 번번이 깜빡하는 이유는 의식의 문이 느슨해진 틈으로 무의식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건 자책이 아니라 질문이다. “그 말이 왜 유독 나를 흔드는가?”, “이 망각이 특정 사람/상황에서 반복되는가?” 시선을 바깥이 아니라 내 안으로 돌리면, 내 감정이 반복되는 이유가 보인다. 그 패턴의 한복판에는 ‘억압’이 있다. 참기 힘들어 밀어 넣었던 감정과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에너지를 품은 채 아래에서 요동치며 불안·트라우마의 모습으로 재등장한다. 치유의 초점은 억지 해체가 아니라 안전한 직면이다.

마음의 구조—원초아(Id)·자아(Ego)·초자아(Superego)—는 일상의 갈등을 읽는 기본 틀이다. 원초아는 “지금 당장”의 쾌락을 좇는 가장 원시적 충동이고, 초자아는 “이러면 안 돼,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내면의 심판자다. 그 사이에서 현실적인 타협을 만들어 주는 중재자가 자아다. 말하자면 원초아는 “지금 당장 이걸 해야겠어!”라고 떼쓰는 어린아이, 초자아는 “안 돼. 그건 옳지 않아!”라고 요구하는 도덕 선생님, 자아는 두 아이 사이에서 판결을 내리는 지혜로운 중재자다(“이드가 있던 곳에 자아가 있어야 한다”). 자아를 강화하는 방법도 책이 제시한 그대로 간단하다. 첫째 자기 관찰: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의 생각과 몸의 느낌을 알아차린다. 둘째 선택의 힘 기르기: 자동반응만 내지 않고 다른 선택지를 스스로 제시한다. 셋째 자기 수용: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초자아가 과도해지면 “100점이 아니면 의미 없어”, “실수는 용납할 수 없어”처럼 완벽주의와 죄책감이 삶을 조인다. 이때는 내 안에서 울리는 비판의 출처를 먼저 알아차린다. 그 목소리가 양심의 경고인지, 이상적 자아가 들이대는 과한 기준인지 분별하고, 친한 친구에게 하듯 스스로에게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 주는 연습을 한다. 그러면 자아가 설 자리가 넓어지고,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리비도를 “인간 정신의 모든 활동을 추진하는 근본적 생명 에너지”로 설명한다. 흔히 성욕으로만 좁혀 보지만, 실제로는 살아가고 싶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힘 전부를 가리킨다. 이 에너지가 한쪽(자기만 혹은 타인만)으로 치우치면 왜곡되어 과소비·중독·강박 같은 방식으로 샐 수 있다. 핵심은 균형이다. 자기 자신과 타인, 활동과 휴식, 몰입과 내려놓음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때 에너지가 건강하게 흐른다. 화가 날 때는 파괴적 행동 대신 운동·정리 같은 전환을 선택하고, 공허할 때는 즉각적 자극보다 산책·기록처럼 느린 기쁨으로 재배치하는 식의 작은 조정이 도움이 된다.

전의식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잇는 보이지 않는 문으로, “왠지 아니다/끌린다”와 같은 설명하기 어려운 직감이 이 영역에서 떠오른다. 이런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채집하라고 책은 권한다. 명상·그림·글쓰기 같은 우회로는 의식의 거름망을 비켜 가며 전의식의 내용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다만 무의식은 억지로 끌어내려 할수록 더 깊이 숨는다. 수줍은 아이를 대하듯 부드럽게 기다리며, 떠오를 만큼만 알아차리는 태도가 중요하다. 내사(內射, introjection)는 타인의 말투·가치·기준을 내 안으로 들여와 내 목소리처럼 작동하게 되는 과정이다. 어머니의 말, 존경하는 스승의 조언이 마음속에서 계속 들리는 경험이 바로 그것. 긍정적 내사: 사랑·지혜·따뜻함 같은 좋은 특성을 골라 받아들이면, 실제로 곁에 없을 때도 마음의 버팀목이 된다. 위기에서 방향을 잡는 내면의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부정적 내사: “너는 항상…”, “왜 이렇게 못하니?” 같은 비난의 목소리가 들어오면, 그 말이 초자아의 혹독한 심판으로 굳어져 스스로를 끊임없이 깎아내리게 만든다.

그래서 매번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지금의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가?” 좋은 사람이라도 모두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도움 되는 부분만 선별해 내 것으로 통합하고, 나머지는 경계 밖으로 돌려보내기. 이렇게 고르기 시작하면 타인의 목소리를 넘어서 나만의 판단과 가치관이 또렷해지고, ‘진짜 나’의 윤곽이 분명해진다.

이 책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프로이트의 개념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따라가게 한다. 20세기 초 빈의 유대인으로서 겪은 반유대주의, 전쟁과 상실의 체험은 그에게 쾌락 원칙을 넘어서는 힘—죽음 충동(타나토스)—을 사유하게 했다. 그는 인간이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파괴와 반복의 본능 사이에서 긴장하는 존재임을 포착했다. 그래서 “왜 나는 같은 상처를 반복하는가”(반복 강박) 같은 질문에 닿을 언어가 생겼다. 그의 삶의 말년은 구강암 수술과 검열, 나치의 탄압 끝에 1938년 런던으로의 망명으로 이어지지만, 임상기록·편지·강의 속 사유는 끝까지 무의식의 언어를 확장한다. 책은 이런 삶의 궤적을 개념과 자연스럽게 엮어 사상과 인간을 동시에 이해하게 한다.

핵심 이론을 쉽고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는 대목에서 특히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1905년 발표된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이 저작에서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적 발달을 다섯 단계(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생식기)로 구분한다. 각 단계에서 욕구가 적절히 다루어지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특정 성향이나 증상으로 굳을 수 있다고 보았다.

오늘의 발달심리학은 프로이트의 연령 구분이나 성적 중심성에 여러 비판을 더해 왔지만, 이 책은 이 도식을 정답이 아니라 해석의 지도로 제시한다. 중요한 건 “특정 연령에 무엇을 겪었는가”보다 “그때의 경험을 오늘 내가 어떻게 해석하고 반복하는가”다. 과거의 미완의 과제를 현재의 관계에서 반복해 풀려는 경향을 자각하면, 익숙한 고통을 안전으로 착각하며 되풀이하는 선택을 멈출 수 있다.

요약하면, 이 책은 무의식을 의식과 만나게 하려는 친절한 안내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쫓아내기보다, 읽어내는 것이 먼저다. 무의식을 이해한다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나, 비합리적인 나, 힘들었던 어린 시절까지 끌어안는 일이고, 그때 비로소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자아가 자란다. 분노가 치밀면 “나는 원래 화내는 사람이야”라고 낙인찍지 말고 “지금 분노라는 감정이 일어났다—무엇을 지키려는 신호일까?”라고 묻는다. 질투가 스치면 그 아래 숨은 결핍에 이름을 붙이고, 죄책감이 몰려오면 그 목소리가 초자아의 오래된 기준인지 지금의 양심인지 출처를 가려 본다. 이렇게 무의식을 의식과 만나게 하는 작은 연습을 거듭할수록, 남의 의도도 더 쉽게 읽히고 화도 줄어들며 세상이 선명해진다. 선택의 폭이 한 뼘 넓어지는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는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살았구나”를 넘어 정말로 나를 알아 가는 길에 들어설 수 있다.

‘50인의 비밀 독서단’으로서 '필로틱'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무의식은 자신을 억누르는 압력을 돌파해 의식으로 나아가거나 실제 행동을 통해 방출된다.
이 두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쾌락 원칙을 넘어서>

"왠지 저 사람은 신뢰가 안 가."
"뭔가 찜찜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불안해."
살다 보면 이런 직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 한구석에 울리는 작은 경고음 같은 감각입니다.
우리 마음에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잇는 보이지 않는 문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지만, 문득 열릴 때가 있죠. 그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바로 ‘전의식(Preconscious)’입니다. 전의식은 의식도, 무의식도 아닌 그 사이의 흐릿한 공간입니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떠오르는 기억, 설명하기 힘든 감정, 막연한 직감이 바로 이 영역에서 올라옵니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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