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 - 과도한 생각과 완벽주의를 끊어내는 불안 관리 솔루션
랄리타 수글라니 지음, 박선령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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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사람들은 나만 유난히 뒤처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어 일찍 출근하고, 야근하고, 자격증을 따며 자신을 채찍질해도 마음 한구석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 역시 지금도 현재형이다. 시계처럼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고, 계획과 목표를 세우며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 삶이 단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내 마음을 흔들었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그게 바로 오늘의 나이기도 했다.

책은 우리가 칭찬해 온 높은 성취, 인내심, 감정 조절이 때로는 속마음을 가리는 가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자기 자신과 계속 싸우는 상태를 저자는 고기능성 불안, HFA라고 부른다. 큰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공부나 일, 인간관계를 유지하지만, 실제로는 외로움과 피곤함, 막막함과 무기력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성적이 좋거나 성과가 높은 사람도 밤마다 시끄러운 자기비난의 목소리와 씨름하며 버틸 수 있다. 책은 이렇게 살 필요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불안은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 주는 신호라고.

저자는 영국에서 이민자 2세로 자라며 두 문화 사이에서 갈라지는 느낌을 오래 겪었다고 고백한다. 수치심을 숨기기 위해 좋은 면만 보여 주다 보니 마음속 상자는 점점 가득 차고, 자기비난이 커져 거울 속의 나를 보는 일조차 힘들어졌다. “성공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으며 더 높은 기준을 세우고 더 많이 해내려 했지만, 정작 마음의 중심이 될 가치관과 의미 있는 관계는 비어 갔다. 도움을 청하는 것마저 두려워졌고, 결국 숨겨 두었던 내면을 빛으로 끌어내야만 버틸 수 없는 순간에 도착한다. 그 지점에서 내가 붙잡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사실 나를 가장 강하게 거부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철렁하는 듯했다. 나는 스스로와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원만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끔찍할 만큼 냉정하고 가혹했다. 누가 나를 거부할까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가장 먼저 나를 밀어내고 있던 사람은 나였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몰아붙이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다. 책 속 문장을 읽는 순간, 나를 괴롭힌 건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또렷하게 인정할 수 있었다.

이 고백은 HFA의 핵심을 보여 준다. 겉으로는 유능하고 체계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극심한 걱정과 자기비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더 높은 기준을 세우고, 더 완벽을 추구하며, 필요 없는 일까지 떠안는다. 외부의 인정을 통해 “나는 괜찮다”는 느낌을 얻으려 하지만, 기준을 채워도 마음에는 텅 빈 자리만 남는다. 책은 이 흐름을 과도한 일과 과도한 생각, 과도한 자기비난의 반복 패턴으로 설명한다. HFA가 공식 병명은 아니어도 현실의 문제라는 점도 분명히 한다. 많은 사람이 “난 괜찮아”라고 말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의해 움직일 수 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학습된 얼굴만 내놓고, 불안과 의심, 흔들림으로 이루어진 그림자 얼굴은 감춘다. 그럴수록 삶은 조각나고 고립감은 커진다. 그래서 필요한 첫걸음은 이 구조에 이름을 붙이고 이해하는 일이다.

저자는 이해를 돕는 몇 가지 이미지를 건넨다. 먼저 ‘고기능성’이라는 말은 일을 높은 수준으로 해내고 때로는 초과 달성까지 한다는 뜻이지만, “나는 무가치하다”는 마음을 덮기 위해 더 많은 일을 붙잡는 과정에서 끝없는 높은 기준의 굴레에 스스로 갇히기 쉽다는 경고가 붙는다. 꽃이 피지 않는 이유를 알려면 식물 전체를 봐야지 꽃봉오리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는 비교가 특히 선명했다. 또 빙산 비유도 기억난다. 물 위로 드러난 10퍼센트가 불안과 두려움, 당장 보이는 완화 행동이라면, 물 아래 90퍼센트는 “나는 부족하다”는 깊은 믿음이다. 실제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래쪽 거대한 덩어리이며, 슬픈 점은 그 판정을 우리가 스스로에게 내린다는 사실이다. 민감성에 대한 판단도 균형 잡혀 있다. 예민함은 상처받기 쉬운 면이 있지만, 방향만 잘 잡으면 세상을 깊게 읽는 힘이 될 수 있다.

현실에서 흔히 겪는 오해의 장면도 자세히 다룬다. 평소에 농담을 주고받던 동료가 오늘은 무표정일 때, 우리는 곧장 “내가 뭘 잘못했나”로 연결시키곤 한다. 사실 그 동료는 잠을 못 잤거나 회의를 앞두고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상황을 개인적인 문제로 해석하기 쉬운 이유는, 내 안의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작은 신호에도 과한 의미를 얹기 때문이다. 저자는 거부 민감성 불쾌감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사실과 다를 수도 있는 장면을 과거 경험에 비춰 ‘원하는 해석’으로 끌고 가 자기존중감을 더 깎는 과정을 짚어 준다. 그래서 생각을 재구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릴 적에 만들어진 관계의 규칙도 현재를 움직인다. “사람은 결국 떠난다” 같은 믿음이 어린 시절에 자리 잡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관계를 그 틀로 해석하게 된다. 조건부 사랑을 경험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 어떻게든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느끼며, 자신을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기 쉽다.

책은 HFA의 주요 심리 증상도 한데 모아 보여 준다. 완벽주의는 의욕과 체계성이라는 장점을 갖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과한 자기비판으로 돌아서고, 때로는 시작조차 못 하게 만든다. 파국화는 최악의 결과를 먼저 떠올려 불안을 키우고 몸을 굳게 한다. 비판에 대한 두려움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흔들리게 만들며, 예기불안은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공포로 마음을 채운다. 지나친 책임감은 남의 일과 감정까지 떠안게 하고, 과도한 성취는 외부 인정에 의존해 공허함을 채우려다 더 큰 공허를 남긴다. 통제 욕구는 모든 것을 내가 조정해야만 불안이 가라앉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증상들은 결국 하나의 뿌리로 모인다. “나는 괜찮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책의 구성은 분명하다. 1부는 나의 패턴을 발견하고 해독하는 과정이다. 왜 이런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는지, 두려움의 뿌리와 그림자를 추적해 증상 관리에서 근원 보기로 시선을 옮긴다. 2부는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다. 불안과 자기의심을 다루는 법을 익히고, 민감함을 정보로 읽는 감각을 회복하며, 건강한 경계를 세우고, 마지막에는 자기 자비의 언어로 돌아온다. 이 다섯 단계는 요령이 아니라 존재 방식을 바꾸는 방법에 가깝다.

저자는 “빨리 좋아지는 비법”을 약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가장 어렵지만 유일한 출발선이라고 말한다. 도망치거나 감정의 방패 뒤에 숨지 말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용기를 세우라고 당부한다. 비와 폭풍의 비유는 그래서 공허하지 않다. 비가 내리면 땅이 씻겨 새싹이 나듯,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마음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될 때가 있다. 책은 그 어려움의 원인과 작동 방식을 이미 충분히 설명해 두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유익했던 부분도 덧붙인다. 책에서 소개한 ‘인생 바퀴’ 도구는 삶을 여덟 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의 점수를 그려 보게 한다. 지금의 균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어디에 에너지를 더 써야 할지 차분히 알게 해 준다. 거창한 처방이 아니라 현재 위치를 정확히 보는 지도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이 책은 가치를 다시 묻는다. 우리의 가치는 성취나 비교로 정해지지 않는다. 각자의 기질과 강점, 가능성 자체가 사랑받을 이유다. 이 관점을 받아들이면 자기비하는 자기수용으로, 완벽주의는 연민으로 방향을 바꾼다. 불안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불안을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때 불안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가리키는 좌표가 된다. 책을 덮고도 나는 처음의 문장을 오래 붙들었다. 겉으로는 멀쩡한 하루를 버티느라, 정작 내가 나를 제일 먼저 밀어내고 있었다는 사실.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은 그 구조에 이름을 붙이게 하고, 이해로 이어지게 하며, 다시 나를 받아들이는 자리로 데려다 놓는다. 열심히 사는 마음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 열심이 나를 부러뜨리지 않도록 방향을 바로잡자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제안이다.


📚 이 책을 추천 해주고 싶은 사람

-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늘 불안한 사람

- 목표를 이뤄도 만족보다 공허·불안이 큰 사람

- 칭찬·평가에 예민해 더 많은 일을 떠안는 사람

- 완벽주의·과도한 생각·미래 걱정으로 지치는 사람

- ‘괜찮은 나’라는 가면 뒤의 진짜 마음을 알고 싶은 사람

- 거절이 어렵고 책임을 과하게 지는 사람

- 자기비난을 멈추고 자기수용의 방향을 배우고 싶은 사람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 모집',

'알에이치코리아(RHK)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 연구소에 따르면 성인의 약 31%가 삶의 어느 시점에서 불안 장애를 경험했고,
영국에서는 2022~2023년 여성의 37%, 남성의 30%가 높은 수준의 불안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이런 불안 장애를 앓는 이들 중 상당수가 HFA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HFA는 현재 공식적으로 인정된 불안 장애는 아니다. 이는 HFA 증상을 지닌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상당히 잘 영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HFA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심한 외로움과 단절감을 유발한다.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기분 때문에 HFA가 발생한다. HFA를 앓는 사람들은 유능하고 재주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극심한 걱정, 자기 비판과 의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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