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음의 소리 - 나는 달리기보다 버티고 서는 법을 배웠다
조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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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음의 소리>를 쓰면서 조석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

예전에는 글로 장면을 쓰는 사람들이 쉬워 보였고, 솔직히 조금 얕잡아보기도 했지만,

막상 그림 없이, 말풍선 없이, 오직 글로만 마음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소 알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슈욱 쾅’ 이야기는 이러한 솔직한 마음을 담았다.

이 책은 그렇게 잘난 척 없는 솔직함으로 시작한다.


조석은 20년 동안 만화를 그려왔지만, 이 책을 쓰며 비로소 ‘글을 처음 써본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이 에세이에서 자신을 다시 배우듯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고, 괜히 포장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를 적는다.

그래서 읽다 보면 작가와 마주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든다.


초반부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열심히 하는 척’에 대한 고백이다.

데뷔 당시 그는 업계에서도, 플랫폼에서도 환영받는 작가는 아니었다.

그림은 부족했고, 웹툰이라는 장르 자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한국 만화계를 망친다는 말까지 들으며 시작한 커리어였다.

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삐뚤어지지 않았다. 대신 열심히 하는 척을 했다.

누구보다 많이 그리는 척, 만화를 사랑하는 척, 독자에게 고마운 척.

그리고 그 ‘척’을 너무 진지하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진짜가 되어버렸다.

오래 하면 사람이 된다는 말이 이렇게 실감 나게 다가온 적은 드물었다.

조석은 벽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다. 온 힘을 다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그 벽 앞에서 주저앉기보다는, 내가 여기까지라는 걸 아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 번도 끝까지 부딪혀보지 않으면 삶에는 ‘만약’만 남는다.

다른 길, 다른 선택, 다른 가능성. 그 모든 ‘만약’이 결국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딱 하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끝까지 힘을 써보자고 말한다.

‘안 되면 말고’라는 말을 내 머릿속에서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긍정’에 대한 태도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긍정을 강조하지만, 조석은 그 말이 자신에게는 잘 맞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긍정적일수록 느슨하고 나태해졌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조금 괴롭히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되겠냐?”, “빨리 안 하고 뭐 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자신을 몰아붙였다.

건강한 방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게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피하는 편’이라는 장에서는 조석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튀고 싶으면서도 튀는 건 싫고, 인정받고 싶지만 유명해지는 건 또 부담스러운 마음.

나 역시 삶에서 비슷한 감정을 여러 번 겪어봐서 유난히 공감이 갔다.

알음알음 알아주면 좋겠는데, 정작 대놓고 시선을 받는 건 피하고 싶은—그런 마음 말이다.

조석은 까불거리는 만화를 그리지만, 실제로는 꽤 조용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는 이 모순을 ‘고쳐야 할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복잡한 감정이 자신의 만화를 만들었고, 독특한 결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대로 두는 용기, 지우지 않는 태도. 그게 결국 조석다운 개성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후에는 ‘버팀’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20대의 반짝이던 시간, 30대의 버티던 시간을 지나왔다.

조석은 후자의 시간을 더 대견하게 여긴다. 운이 빠지고, 실력만 남았던 시기였다.

돈, 건강, 사람 문제를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시간을 미워하지 않고, 내려가는 법을 배웠고 다치지 않는 법을 알게 되었다.

잘나가던 시절보다 흔들리던 시절이 더 자신을 만들었다는 고백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심적으로 힘든 요즘.

나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던 문장은 ‘그거, 자의식 과잉이야’ 파트였다.

나쁜 일이 생기면, 우리는 너무 쉽게 자신을 고치려 든다.

전부 내 탓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깎아내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잊어버리게 되는데,

조석은 나쁜 일은 그냥 생기는거라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마음을 위로하듯 말해준다.

이 문장은 이 책, 아니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위로의 말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도 마음의 소리』는 지금 내가 잘 못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날,

스스로를 다그치며 여기까지 버텨온 사람, 아직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곳곳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은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화려한 문장으로 감동을 만들어 내거나, 교훈을 억지로 주입하지 않는다.

그저 옆에 앉아 툭툭 자기 이야기를 던지듯, 자연스럽게 위로하고 공감해준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하고 버거운 날 다시 찾게되는 책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조용히 버틸 힘을 한 번 더 건네는 책이다.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여전히 어려운 것]

누군가의 지적이 내 한계를 깨부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내가 깨부서진다.
타인의 조인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눈앞의 장벽을 만드는 데 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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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 2025.겨울 - 128호
시와산문사 편집부 지음 / 시와산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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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읽을수록 깊어지는 겨울의 문장들

한 권의 문예지가 품을 수 있는 감정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시와산문』 통권 128호 겨울호는 이 질문에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답한다.

이번 호는 신작시, 시인 특집, 에세이, 평론, 단편소설까지 균형 있게 구성되며,

지금 한국 문학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먼저 ‘신작시’ 코너에는 공광규, 김명원, 김명은, 김은지, 김정성, 김준현, 마선숙, 문영숙, 박민서, 박이정, 방혜선, 송승훈, 안영선, 안이숲, 임영석, 정미, 정상조, 조광자, 주영란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 시들은 일상과 노동, 관계와 고독, 기술과 인간, 상실과 회복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내며 동시대의 감정을 기록한다. 특히 삶의 균열과 흔들림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태도는, 이번 호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 진실한 언어들이 독자의 시간을 천천히 흔든다.

ㅡ 먼저 이 가운데 특히, 공광규 시인은 1986년 월간 <동서문학> 등단 이후 오랜 활동을 이어온 대표적인 현대 시인으로, 삶의 소소한 순간과 자연을 섬세한 감성으로 포착해온 작가다.

시집 『대학일기』, 『담장을 허물다』 등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해왔으며, 생명과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 특징이다. 이번 호에는 「인심 장부」와 「담장 허물다」가 실려 있는데, 「인심 장부」는 사람 사이의 정과 관계의 빚을 ‘장부’에 비유하며 인간적인 온기를 되짚는 작품이고, 「담장을 허물다」는 담장을 없애며 자연과 세계를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경계를 넘어 더 넓게 살아가는 태도를 그린 시다. 소유보다 공존을, 닫힘보다 열림을 선택하는 화자의 시선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이러한 작품들은 공광규 특유의 따뜻하고 절제된 언어를 잘 보여주며, 신작시 코너 전체의 깊이를 한층 끌어올린다.

이중우문학상 수상자인 심강우 시인의 작품도 눈에 띈다.

「사랑의 습관」, 「단추」, 「파본」 등은 사랑과 상실, 기억의 반복과 관계의 균열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시들이다. 특히 ‘습관’과 ‘단추’ 같은 사물 이미지는 감정의 지속과 관계의 연결·단절을 형상화하며, 평범한 언어 속에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심강우의 시는 화려함 대신 삶의 미세한 결과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힘을 보여준다.

시인 특집에는 정승화를 비롯한 다양한 세대의 시인들이 참여해 현대 시의 폭을 넓힌다.

특히 정승화의 「두 발로 걷지 않는다」는 상처 입은 존재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삶을 견뎌내는 모습을 그려내며, 연대와 위로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이번 호가 지향하는 ‘흔들리면서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에세이 특집에는 안규철과 김가영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안규철의 「일곱 개의 단상」은 미술과 철학을 넘나들며 사유의 깊이를 보여준다. 김가영의 「타인을 위한 의자」는 한 낡은 의자와 휠체어를 중심으로 돌봄과 가족, 존엄의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누군가를 위해 남겨진 자리는 곧 사랑과 인내의 기록이며, 이 글은 문학이 지닐 수 있는 윤리적 깊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단편소설 코너에는 박규숙의 「눈의 두께」가 실려 있다.

차분한 문체로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시와 산문 사이의 균형을 잡는다.

서사 속 인물들은 조용히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며, 겨울호 특유의 정서를 더욱 깊게 만든다.

‘에세이 한 편’에는 라문숙, 손유미, 이계섭, 조재선, 최동영, 허봉조의 글이 실려 있다. 신발장 앞에서의 깨달음, 극장에서 떠오른 기억, 나무 서랍과 침대에 담긴 추억, 자라보며 느끼는 인생의 무게 등, 이 글들은 거창하지 않은 일상의 순간을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간다. 담담한 문장은 오히려 마음에 오래 머물게 한다.

‘이 계절, 이 시집’과 ‘사회와 문화’ 코너는 동시대 문학과 사회를 연결하며, 문학이 현실과 어떻게 호흡하는지를 보여준다. 문학은 여기서 고립된 예술이 아니라, 삶의 한복판에서 질문을 던지는 언어로 기능한다.

이번 호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지난 호, 좋은 시 다시 읽기’ 부분이었다.

이전 호를 못 읽은 사람이거나 이전 내용 중에 좋았던 시 부분을 다시 복기할 수 있는 시간을 될 수 있는 파트였다고 생각한다. 이번호에 소개 된 지난호의 좋은 시는 이현호의 「끝을 마주하는 세 가지 방식」이었다. 이 글은 세 편의 시를 따라가며 ‘끝’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끝은 늘 하나의 결론처럼 보이지만, 시 안에서 끝은 매번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먼저 반려견의 죽음을 다룬 시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그저 상실로만 두지 않는다.

떠나보낸 존재를 기억 속에서 다시 만나고, “안녕”을 작별이면서도 재회의 인사로 바꾸며 끝을 초월의 언어로 바라본다.

「혼자서도 멀리」는 보이저호를 매개로 관계의 단절과 고독을 비춘다.

신호를 보내도 닿지 않는 거리, ‘발신만 있고 수신이 닿지 않는’ 상태를 통해 끝에 붙잡힌 마음, 끝에서 떠나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를 보여준다.

「늦어도 괜찮은 말」에서는 끝을 삶의 흐름 속으로 가져온다.

끝을 비극으로 단정하기보다, 순환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그래”라고 말할 수 있는 성숙한 긍정을 제시한다.

이현호가 강조하는 핵심은, 끝은 단순한 종결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건이 우리를 끝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끝의 의미를 바꾼다.

끝을 부정하거나 피하려 하기보다, 끝에 말을 걸고 해석하고, 자기만의 의미를 붙여보려는 순간 끝은 조금씩 다른 형태가 된다. 그래서 이 평론은 좋은 시가 한 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순간마다 새로 읽히며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문학을 ‘소비’가 아닌 ‘반복의 경험’으로 되돌려 놓는 지점이다. 바로 그 지점이 이 글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부록에는 2026년 제11회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공모 안내도 수록되어 있어,

등단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읽는 즐거움과 쓰는 꿈을 동시에 품은 구성이다.

『시와산문』 128호 겨울호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고, 밀도 높은 문학의 기록쯤이 되겠다. 이 책은 자극적이지도 유행을 너무 좇지도 않는다. 대신 삶을 오래 바라본 사람들의 문장을 차곡차곡 모았다. 사랑의 흔들림, 상실의 아픔, 나이 듦, 관계의 균열, 노동과 일상, 기억의 무게가 시와 산문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솔직히 빠르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천천히 음미하고 사색하며 읽을수록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쌓이는 책이다. AI와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 속에서, 이번 호는 시가 여전히 인간의 가장 깊은 층위를 지켜내는 언어임을 증명한다. 느리고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 진실한 언어들이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시와산문』 128호는 문학이 여전히 삶을 지탱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계절을 넘어 오래 곁에 두고 다시 펼치고 싶은, 겨울의 기록이다.


'북클립1 @bookclip1'님을 통해

'시와산문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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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마케팅 - AI가 정답을 주는 시대에 남은 질문들
김용태 외 지음 / 작가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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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답을 쏟아내는 시대,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의 질문과 해석이다.

『포스트 마케팅』은 그 사실을 가장 현실적인 언어로 확인시켜 주는 책이다.


요즘 AI가 마케팅 판도를 바꾼다는 말은 어디서나 들리지만,

이 책은 그런 말을 추상적인 전망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아온 실제 고민으로 풀어낸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주장 중 하나는,

답을 주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의 해석”이라는 점이다.

무엇을 보고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실력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콘텐츠로 사람을 움직인다는 마케팅 철학은 이제 AI와 결합해 더 큰 도전을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본질은, 남들과 똑같아져서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질 것 같아서가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은 기술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준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AI 시대의 흐름을 크게 세 단계로 보여주며,

그 변화가 우리가 일과 시장을 이해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첫 번째 흐름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처럼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직관과 전략이 기계의 학습으로 넘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두 번째는 생성형 AI, 특히 챗GPT의 등장으로 AI가 전문가의 도구가 아닌 모두의 도구가 되면서,

누구나 자신만의 언어로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된 시점이다.

세 번째는 멀티모달 AI의 확산으로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음성·영상까지 다루는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이다.


이 세 단계가 결국 말해주는 건, 앞으로의 경쟁력은 ‘잘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왜 만들지 정하고 의미를 붙이는 해석과 판단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이 책의 본질은 기술 변화 자체가 아니라 마케팅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에 있다.

예전에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주목받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플랫폼 알고리즘과 추천 시스템, 개인화된 소비 환경이 콘텐츠를 발견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콘텐츠는 만들어진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노출되고 어떤 맥락에서 소비되는가가 성과를 좌우한다. 또한 성과는 하나의 캠페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험과 데이터 반복으로 축적된 인사이트에서 나온다는 것을 여러 실제 사례로 설명한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도 달라졌다.

소비자는 점점 ‘광고 같은 광고’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 브랜드가 선택받기 위해서는 기능과 가격을 넘어 메시지의 진정성과 일관성을 통해 신뢰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 책은 브랜드의 선택 기준이 변화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이 흐름 속에서 책이 반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저자들은 AI를 뛰어난 연산과 예측 도구로 본다.

AI는 ‘어떻게’에는 강하지만 ‘왜’에는 약하다.

주어진 명령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는 있어도, 그 목적과 의미를 스스로 고민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남는 일은 메타적 사고, 즉 자신의 생각을 다시 생각하는 힘이다.

기존의 방식이 정말 맞는지 의심하고, 익숙한 관습을 뒤집으며 문제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이 특히 강조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신뢰’다.

콘텐츠 품질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결과물 자체보다 그 뒤에 있는 사람과 태도다. 실제 현장에서 “이거 AI가 만든 거 아니죠?”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도,

“이 메시지를 누가 책임지고 만들었느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제안서나 기획에서도 ‘무엇을 만들겠다’보다 ‘왜 해야 하는가’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뢰는 기술이 아니라 사고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한 끗 차이’에 관한 설명이다.

AI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안전한 답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누구나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모두가 비슷해진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의미이다.

이 책은 이를 맥락, 가치, 관점이라는 세 가지 사고의 축으로 정리한다.

-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이 의미 있는지를 읽는 능력

- 사회적·윤리적 기준을 고려해 판단하는 능력

- 문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차별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사고력의 근원으로 책은 ‘몰입’을 강조한다.


남들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깊게 파고드는 태도다.

특정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들며 자신만의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 결국 경쟁력이 된다.

예를 들어 음악, 영화, 디자인 등에서 AI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성은 결국 인간의 깊은 몰입에서 나온다. AI는 정량적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결’은 독창성과 몰입의 산물이다.

또한 이 책은 ‘과정의 가치’를 계속 상기한다.

AI는 시간을 줄여 주지만, 동시에 시행착오의 기회를 줄인다.

예전에는 직접 부딪히며 배웠던 고민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축적되며 연륜과 지혜가 생겼다.

이 책은 AI가 아껴준 시간을 방향과 깊이를 만드는 데 쓰라고 권한다.

틀린 답을 일부러 찾아보고, 반대 의견을 탐색하며 생각을 해체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조직 역시 효율만을 좇기보다, 의도적으로 고민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용’과 ‘활용’의 구분도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다.


AI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이용’이지만, AI를 통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활용’이다. 여러 도구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사람만이 경쟁력을 갖는다. 이 책은 AI를 반으로 쓰고, 나머지 반은 인간의 해석으로 채우라고 말한다.

『포스트 마케팅』은 마케터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기획하는 사람,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 자기 일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누구나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살아남는 기준은 점점 관점의 깊이와 신뢰의 밀도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답이 넘쳐나는 시대에 경쟁력은 질문에서 나온다.

기술이 평준화를 만들수록 인간은 더 깊은 맥락을 읽고, 더 단단한 가치를 세우며,

더 낯선 관점으로 문제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위에 신뢰를 설계해야 한다.

“마케팅은 필요를 발견하는 일일까, 만들어내는 일일까?”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AI가 무엇이든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 마케팅과 일의 본질은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의미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힘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왜 그것이 필요한지 설명하며 그 선택에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

『포스트 마케팅』은 AI 시대의 마케터를 바로 그런 존재로 다시 정의하는 책이다.


'더에스엠씨'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답을 주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의 해석입니다.
무엇을 보고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곧 실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콘텐츠로 사람을 움직인다는 우리의 철학은 이제 AI와 결합해 더 큰 도전을 시작합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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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문학동네 30주년 기념 특별판) 문학동네 30주년 기념 특별판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평점 :
절판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삶을 믿는 연습”


출간된 지 10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데미안』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인생책으로 불린다.

유행도 바뀌고 삶의 방식도 달라졌는데,

유독 이 책은 이상하게 계속 다시 읽힌고 있다.

왜 이 오래된 소설이 지금까지도 읽히고 있는 걸까?

아마도 『데미안』이 오래 읽히는 이유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기준을 조용히 흔들어 놓기 때문 아닐까?

익숙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와 굳어버린 고정관념에 “정말 그게 전부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숨에 읽히기 보다 순간순간 생각을 깨운다.

익숙한 세계를 한 번 뒤집어 놓고, 그 자리에 스스로의 시선으로 삶을 다시 보게 만든다.


“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어째서 그리도 어려웠을까?”


책의 첫 질문이었던 이 문장은,

나는 정말 내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남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나를 계속 고쳐 쓰며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한다.

데미안은 성장소설을 넘어, 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을 끝까지 추적하는 이야기로 바뀐다.

그리고 이 문장은 노자의 무위 자연을 생각하게 하기도 했다. 노자가 말하는 ‘자연(自然)’은 자연 풍경이 아니라 ‘스스로 그러한 상태’이고, 억지로 꾸미지 않은 존재 방식이다.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싱클레어의 고백은 나는 나로 살고 싶었을 뿐이다라는 말에 가깝다. 그런데 왜 그 단순한 소망이 이렇게 어려울까. 삶은 끊임없이 인위적인 기준을 들이민다.

성공의 형태, 인정받는 방식, 바람직한 태도가 정답처럼 제시되며 우리의 흐름을 자꾸 수정한다.

그래서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사는 일이 오히려 가장 어려워진다.

노자의 시선으로 보면 그 어려움은 실패가 아니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할 때 반드시 마주치는 저항이다. 『데미안』은 그 과정을 철학이 아니라 체험으로 보여준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두 세계’다. 싱클레어가 살아온 밝고 선량한 세계, 그리고 크로머를 통해 발을 들이게 되는 어둡고 금지된 세계. 흔히 선과 악의 대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의 규범과 자기 안의 충동이 처음으로 충돌하는 지점에 가깝다. 싱클레어가 무너지는 이유는 큰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다.

거짓말 하나, 돈 몇 푼, 허풍 같은 사소한 사건들이 본질은 아니다.

진짜 변화는 ‘경계를 넘었다’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한 번 비밀을 품고 나자, 그는 더 이상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집 안은 여전히 평화롭지만, 그의 내면은 점점 고립된다.

가족과 함께 있어도 혼자이고, 웃고 있어도 불안하다. 성장이 외부 사건이 아니라 내부의 균열에서 시작된다는 걸 이 소설은 집요할 만큼 섬세하게 보여준다.

크로머에게 종속되는 과정은 단순한 괴롭힘이 아니다. 두려움이 어떻게 삶의 구조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반복되는 위협 속에서 싱클레어는 점점 피할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듯 그 상황에 익숙해진다. 돈이 없어도 케이크를 챙기고, 눈치를 보고, 먼저 맞춘다.

겉으로는 비굴해 보일지 몰라도,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정이고 생존 전략이었다. 더 무서운 건 폭력이 바깥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해자가 없어도 공포가 계속 작동하고, 폭력은 마음속에 규칙처럼 남는다.

그래서 데미안이 던지는 말은 위로라기보다, 내 마음을 정확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질문처럼 다가온다.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나를 지배할 힘을 내주는 일”이라는 문장은,

싱클레어가 자기 상황을 처음으로 객관화할 수 있게 해주는 언어가 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크게 흔들렸던 장면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두 강도’에 대한 데미안의 해석이었다. 우리는 늘 마지막 순간 회개한 강도를 감동적인 구원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런데 데미안은 묻는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갑자기 눈물로 참회하는 장면이 과연 얼마나 진실한가. 그것은 오히려 성직자적 감동을 위해 만들어진, 달콤하고 교화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는 만약 두 강도 중 한 명을 친구로 택해야 한다면,

눈물의 회개자가 아니라 끝까지 자기 길을 가는 다른 쪽을 더 믿겠다고 말한다.

마지막 순간에도 태도를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자기를 이끌어온 삶을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ㅡ 그는 처지를 미화하지도, 비겁하게 등을 돌리지도 않는다.

그게 바로 그 사람의 색깔이고 성격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솔직히 놀랐다. 너무 당연하게 믿어왔던 이야기가 사실은 하나의 해석일 뿐일 수 있다는 걸, 그 장면에서 처음으로 실감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늘 이런 역할을 한다.

독자를 하나의 관점에 가두지 않고,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엔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그 혼란이야말로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생각 없이, 상상력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한다.

작품 곳곳에는 인간이 아직 미완성 존재라는 상징들이 반복된다. 개미, 도마뱀, 개구리, 알껍질과 점액질 같은 이미지들.

우리는 이미 인간이지만 동시에 아직 덜 깨어난 존재다. 성장은 단번에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평생 이어지는 탈피다. 그래서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는 문장이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알은 세계다. 익숙함이고 안전함이고, 남이 만들어 준 틀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그리고 그 ‘세계’는 바깥의 제도만이 아니라 내 안의 습관과 편안함,

남이 준 기준에 기대어 살려는 마음까지 포함한다.

데미안이 말하는 허용과 금지의 문제도 결국 이 지점으로 수렴된다.

중요한 것은 규칙을 잘 지키느냐 어기느냐가 아니다.

핵심은 ‘나에게 금지된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아는 일이다.

많은 사람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규칙을 따른다.

편하니까. 하지만 데미안이 말하는 성장은 남의 규칙에 기대지 않고,

자기 안에서 계율을 만들어내는 단계다.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후반부의 ‘야곱의 싸움’은 그 성장을 몸으로 통과하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야곱이 밤새 천사와 씨름하듯 싱클레어는 욕망과 죄책감, 꿈과 현실, 빛과 어둠 사이에서 끝없이 싸운다. 이 싸움은 이해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할수록 더 흔들리고, 흔들릴수록 더 진짜에 가까워진다. 통합은 평온이 아니라 통증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 싸움은 성장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탄생에 가깝다.


에바 부인은 그 싸움의 끝에서 등장하는 통합의 상징이다.

그녀는 보호자이면서도 이상이고, 어머니이면서도 사랑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녀가 빛과 어둠을 나누지 않고 함께 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싱클레어는 에바를 통해 자기 안의 데몬, 즉 삶을 이루는 힘과 운명의 방향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운명과 기질은 같은 개념의 다른 이름이다”라는 문장은,

미리 정해진 운명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결국 내 성향이 내 길을 만든다는 뜻처럼 들린다.

삶은 우연이 아니라, 내 성향이 만든 선택이 쌓여 형성된 길이라는 자각이다.


‘종말의 시작’에서 전쟁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이전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상징이다.

더 이상 안전한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

종말은 끝이 아니라 이전 세계의 붕괴이고, 그 붕괴 속에서 새로운 세계가 태어난다.

『데미안』이 마지막까지 편안한 희망으로 마무리되지 않는 이유는,

탄생이 언제나 파괴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부록 해설이 말해주듯, 이 작품은 시간을 정밀하게 따라가 보면 싱클레어가 열 살에서 스무 살까지 겪는 내면 체험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은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고,

마지막에는 1915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까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사실적인 바탕을 깔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이 작품은 표면의 이야기 아래에 심층심리학적 상징 구조를 촘촘히 숨겨 둔, 놀라운 이중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처음엔 성장소설로 읽히지만, 다시 읽을수록 전혀 다른 층이 열린다.

이 책이 ‘나이가 들수록 다르게 읽힌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이유가 거기에 있다.

결국 『데미안』이 남기는 것은 위로가 아니라 질문이다.

나는 누구의 기준으로 살고 있는가?

나는 얼마나 자주 나를 수정해왔는가?

나는 정말 내 삶의 주인인가?

『데미안』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답을 만들어야 하는 자리로 데려간다.

나답게 사는 일은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 것을 덜 가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언제나 아프고 불편하다. 그래서 이 책은 편하지 않다. 대신 오래 남는다.

흔들릴 때마다,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마다 펼쳐 볼 책이다.


'문학동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어째서 그리도 어려웠을까?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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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 행동을 결정짓는 40가지 심리 코드
폴커 키츠.마누엘 투쉬 지음, 김희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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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후회성 발언을 자주 하는 것 같다.

분명 충분히 생각한 것 같았는데, 돌아보면 늘 비슷한 관계에서 같은 감정을 반복하고,

후회할 걸 알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의지가 약해서일까? 성격 탓일까? 심리학자들은 여기에 조금 다른 답을 내놓는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며, 이미 정해진 마음의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바로 이러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설득하는 기술을 나열하지 않고,

대신 우리가 어떤 특정한 말에 흔들리고, 어떤 사람에게 끌리며, 왜 스스로를 쉽게 포기하는지 그 무의식의 원리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저자는, 인간의 선택과 감정은 하나의 심리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여러 심리 효과가 동시에 작동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우리가 겪어 온 오해와 갈등, 이해할 수 없던 감정의 혼란 역시 모두 설명 가능한 마음의 패턴이었다고 말이다.

책의 초반부에서 등장하는 ‘생성 효과’와 ‘자기 참조 효과’는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읽기만 한 정보보다 스스로 만들어 낸 정보를 훨씬 잘 기억하고,

나와 관련된 정보일수록 더 깊이 저장한다.

빈칸을 채우며 적은 단어가 또렷하게 기억에 남고, 처음 만난 사람을 기억할 때도 얼굴이 아니라 나와 같은 신발을 신었다와 같은 사실을 기억한다. 저자들은 이를 단순한 기억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 구조로 설명한다. 그래서 이해되지 않을수록 다시 읽기보다, 자기 말로 설명하고 자신의 삶과 연결해 보라고 권한다. 기억은 반복이 아니라 나와의 연결 속에서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후 등장하는 ‘이름 철자 효과’는 우리가 얼마나 자기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에 들어간 글자, 자신의 생년월일 숫자, 자신과 닮은 대상에 무의식적인 호감을 느낀다. 익숙한 것은 처리하기 쉽고, 처리하기 쉬운 것은 좋다고 느끼는 뇌의 습성 때문이다.

문제는 이 호감을 우리는 종종 상대의 본질이나 가치로 착각한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느끼는 신뢰와 끌림 중 상당수가, 사실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의 반사 효과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자기 지각 이론’ 장에서는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직접 들여다보기보다, 그동안 해 온 행동을 근거로 스스로를 판단한다고 했다. 무엇을 자주 했는지가 곧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결론을 만든다.

질문의 방식이 감정 인식까지 바꾼다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이 “불행한가요?”보다 더 많은 행복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유는,

질문 속에 이미 긍정의 방향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데 인색하며, 그 공백을 자동화된 판단으로 채워 버린다.

중반부의 ‘사회성 튜닝’과 칭찬의 힘은 관계의 현실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논리는 호감 앞에서 힘을 잃고,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의 의견에 훨씬 쉽게 동조한다.

인간은 혼자 현실을 만들지 않고, 타인과 ‘공유된 현실’을 구성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작은 칭찬 하나, 자존감을 건드리는 말 한마디가 긴 설명보다 더 큰 설득력을 갖는다.

이는 관계를 조종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솔직한 이유이기도 하다.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 역시 관계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다.

우리는 보통 호의를 받았기 때문에 상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호의를 베푼 상대를 더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부탁을 들어준 순간, 뇌는 ‘이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라며 인지 부조화를 해소해 버린다.

감정이 행동을 낳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감정을 만들어 내는 장면이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학습된 무기력’은 반복된 실패와 통제 불가능한 경험은 사람으로 하여금,

사실은 열려 있는 문 앞에서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저자들은 여기서, 무기력은 성격이 아니라 학습의 결과이며, 귀인 양식을 점검하고 예측 가능한 반응과 명확한 소통을 통해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우리는 마음이 약해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라서 끌려다녔을 뿐이다. 감정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감정이 생겨나는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선택의 주도권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책을 읽으며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을 조종하는 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의 반응을 읽어 내는 법을 알려주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란, 타인을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를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키다 @ekida_library'님을 통해 '포레스트북스 출판사' 도서와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어떤 단어가 가장 잘 기억나는가? 아무래도 당신이 직접 써넣은 단어, 개인적으로 당신과 확실한 관련이 있는 단어일 것이다.
우리의 뇌는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이를 알았다면 아주 멋진 기억법을 터득할 수 있다. 평소에도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두 가지 효과가 아주 교묘하게 맞물려 작용한다. 첫번째는 ‘생성 효과Generation Effect’다. 우리 자신이 직접 ’생성’한, 즉 만들어 낸 정보와 단어는 읽기만 해도 훨씬 더 쉽게 기억된다. 이 효과는 앞선 빈칸 채워 넣기와 아주 비슷한 실험으로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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