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도 사람 되나요?
박티팔 지음 / 고래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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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티팔의 『이렇게 키워도 사람 되나요?』는 육아라는 주제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솔하게 풀어낸 에세이툰이다. 저자는 본업이 정신과 임상 심리사이지만, 그림 그리기를 오래도록 사랑해 왔고, 결국 육아의 순간들을 만화라는 매체에 담아내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책 속에는 소소한 일상에서 비롯된 해프닝들이 가득하지만, 그 웃음 너머에는 부모로서의 고민, 심리학자로서의 성찰,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솔직한 고백이 녹아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다. 예를 들어 <기도할 때 눈 뜨지 마라> 편에서는 밥 먹기 전 감사 기도를 하며 아이들이 눈을 꼭 감아야 하냐는 의문을 던진다. 엄마는 집중을 위해 눈을 감는 거라고 설명하지만, 아이들은 눈을 감으면 거미줄이나 개구리가 보인다며 자기들만의 세계를 펼쳐놓는다. 결국 이 가족은 ‘눈뜨고 기도하는 집’이 되는데, 그 과정이 너무 유쾌해 독자 역시 피식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이런 장면은 단순한 우스갯소리를 넘어, 아이들의 시선과 세계를 존중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엄마가 틀렸어> 편 역시 흥미롭다. 첫째가 동생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돈을 받자, 엄마는 동생 돈을 뺏지 말라며 나무란다. 하지만 아이는 곧장 “그게 왜 불법이냐”며 법전까지 들먹이며 따져든다. 엄마는 당황하지만, 곧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교육하기 위해 반찬 값에 가격표를 붙여놓는 기지를 발휘한다.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대신 놀이 같은 상황극을 통해 ‘돈과 도리’의 문제를 가르치는 모습이 돋보인다. 큰소리를 치지 않고도 생활 속에서 교육을 풀어내는 유머와 지혜가 담겨 있다.

책 전반에는 웃음기가 흐르지만, 저자의 내면 고백이 들어간 산문도 깊은 울림을 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글에서 저자는 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지만, 정답이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방식조차 계획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고, 아이들도 그 영향 속에서 자유롭게 자라도록 두고 싶다고 고백한다. 여기에는 임상 심리사로서의 전문적인 시선과 동시에 한 엄마로서의 솔직한 체험이 어우러져 있다. 아이를 키우며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각자 다른 성향과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인정하는 태도는 많은 부모들에게 위로가 된다.

또 다른 글인 “가족신화”에서는 저자가 어린 시절 들었던 ‘탄생 신화’ 같은 가족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울음 덕분에 연탄가스 중독에서 가족을 구했다는 이야기나, 아버지가 콩나물만 먹으며 돈을 모았다는 전설 같은 일화들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준다. 저자는 심리학 공부를 통해 이런 이야기들이 ‘가족신화’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자신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족신화를 만들어주고 있음을 고백한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에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중요한 서사임을 일깨운다.

마지막 부분에 실린 “아 참, 너 아직 사람 아니었지”라는 글도 인상적이다. 아이를 향한 짜증을 반성하며, 전두엽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아이를 ‘완전한 인간’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 순간 고양이를 보며 아이를 ‘반금수’라 부른 에피소드는 진지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부모가 아이에게 거는 과도한 기대와 부담을 내려놓고, 성장의 과정을 존중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책 곳곳에는 저자의 ‘생존 유머’가 빛난다. 저자는 주변 엄마들이 어떻게 이런 유머가 나오냐고 묻자, 그것이 우울에서 비롯된 생존 전략이라고 답한다. 힘든 순간에도 웃음을 발견하고, 만화로 다시 써 내려가면서 고통을 의미 있는 기억으로 재편집했다는 것이다. 이 고백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유머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삶을 버텨내는 힘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부록으로 수록된 ‘도봉이 이야기’와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 모음은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둘째 도봉이의 그림 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수준 있고, 그 속에서 미래의 가능성까지 엿보게 한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본다면, 아이는 아이대로 공감하고 어른은 어른대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독자의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시선 역시 이 책의 매력이다.

『이렇게 키워도 사람 되나요?』는 웃음과 성찰이 어우러진 책이다. 저자의 직업적 배경과 개인적인 체험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볍게 웃으며 읽다가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건져 올릴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물론, 삶 속에서 유머의 힘을 새삼 확인하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 책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제격인 가족 에세이툰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고래인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인간의 뇌, 그중에서도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은 만 25세가 되어야 완전히 발달한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내가 왜 그렇게 딸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화가 났는지 이해가 되었다. 나는 딸 아이를 하나의 ‘완전한‘ 인간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마침 옆에 키우던 고양이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순간 내 머리에 엄청난 통찰 하나가 꽂혔다. ‘그래! 딸아이는 사람이 아니다! 반금수(禽獸, 날짐승과 길짐승을 합친 말=짐승 전체)다! 저 고양이랑 친구인 것이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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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과 개 - 훈자와 세상 끝 책방의 친구들
루스 쇼 지음, 신정은 옮김 / 그림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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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3년~2024년 뉴질랜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저자가 운영하는 마나포우리에 있는 책방은 이제 꽤 유명해졌다. 첫 책 ‘세상 끝 책방 이야기’가 출간 된 후로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기 때문이다. 마나포우리는 뉴질랜드 서쪽 끝에 있는 작은 마을로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과 맞닿아 있으며 인구는 222명에 불과한 곳이다. 이 책은 저자가 운영하는 세 책방(1-자그마한 책방, 2-어린이 전용 책방, 3-스너그라고 불리는 책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이야기는 장편의 굵은 줄거리보다 짧고 선명한 에피소드들이 리듬처럼 이어지는 책이다.

각 에피소드는 2~3장 내외의 길지 않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어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고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전작이었던 『세상 끝 책방 이야기』는 마나포우리라는 작은 마을의 책방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순간들을 담아낸 책으로, 책과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 책이 사람을 어떻게 이어주고 삶을 바꾸는지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낯선 이들이 책을 통해 마음을 열고, 마을 사람들과 여행자들이 책방 안에서 서로 연결되는 모습이 중심이었다. 반면, 이번 작품 『책방과 개』는 시선을 조금 달리한다.

책방을 드나드는 손님과 그들이 데리고 오는 반려견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며, 책방 주인인 저자의 반려견 ‘훈자’의 이야기가 곳곳에 이어진다. 책방이라는 공간이 사람과 책만이 아니라, 개와 사람의 관계까지 품어내며 확장되는 것이다. 손님과 개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훈자가 낯선 이의 긴장을 풀어주고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순간까지, 책방과 개가 함께 만들어내는 일상의 따뜻한 풍경들이 책 전반에 펼쳐져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존재는 당연 저자의 반려견 ‘훈자’다. 훈자는 저자가 청소년 복지사로 일하던 시절부터 함께해 온 동반자다. 말 대신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고, 낯선 이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풀어준다. 팬데믹의 고립과 개인적 상실의 순간에도 변함없이 곁에 있어 주며, ‘옆에 있어 주는 것’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훈자와 관련된 에피소드 중 가장 심장이 쫄깃한 상태로 지켜봐야 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훈자의 실종 사건이다. 저자가 일을 위해 자주 방문하던 경찰서가 있었는데, 어느 날 늘 입구에 묶어 두었던 훈자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삽시간에 마을에 훈자의 실종 소식이 퍼지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훈자 찾기에 돌입한다. 결국 방송국 제보를 통해 어느 빈집에서 훈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다. 그곳에 다행히도 훈자가 있었다. 비록 지친 상태긴 했지만 다행히 건강한 상태였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범인은 훈자를 잘 훈련된 경찰견으로 착각해 데려갔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자랑할 요량으로 데려 갔던 것이었다. 훈자는 명령에 복종하거나 공격하는 법을 모르는 평화롭게 사람 곁을 지키는 개다. 경찰견으로 데려간 범인은 뜻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개에 실증을 났을 수도 있을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에 발견이 되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훈자가 어떤 존재인지 더 깊이 보여주는 일화가 되었다.

훈자라는 독특한 이름에도 사연이 있다. 처음 입양했을 때 이름은 샘이었지만, 저자는 ‘훈자’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히말라야 산골짜기 훈자 마을에서 따온 이름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 실제로 훈자는 그 이름에 걸맞게 사람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주는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저자가 운영하는 책방은 훈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은퇴한 양치기견, 조류 탐지견, 동네를 지키는 경비견, 여행자와 함께 온 반려견들까지 다양한 개들이 드나든다. 개와 사람이 스치며 만들어내는 작은 사건들은 곧 마을의 이야기가 된다. 누군가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고, 병을 이겨낸 이가 돌아오며, 여행자와 주민이 짧은 인사를 나눈다.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관계가 이어지고 마음을 나누는 장소로 변해간다.

그리고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독서견 프로그램’이다. 헬렌은 반려견 투이를 학교에 데려가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해, 아이들이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처음에는 치료견이 아닌 개가 학교에 들어올 수 없었지만, 개가 학습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인정되면서 지역 단체의 지원으로 프로그램이 가능해졌다. 투이는 테스트를 통과해 매주 학교에 나갔고, 아이들은 그 앞에서 책을 소리 내어 읽었다. 투이는 실수를 지적하지 않고, 옆에서 차분히 앉아 들어줄 뿐이었다. 덕분에 큰 소리로 읽기를 두려워하던 아이들도 편안히 책을 읽고, 점차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정답을 맞히는 독서 훈련이나 속도를 강요하는 평가가 아니라, 옆에서 묵묵히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투이가 해낸 역할은 바로 그런 ‘안전한 청중’이었다. 책 읽기가 다시 즐거워지는 순간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는 훈자 외에도 여러 마을 개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병든 가족 곁을 묵묵히 지켜준 레지, 아이들의 자신감을 되찾게 해준 독서견 투이, 삶의 외로움을 달래 준 탈라…. 모두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며, 그 사연들은 독자에게 따뜻한 울림을 남긴다.

저자는 거창한 공동체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바닥에 드리운 개의 그림자, 봉쇄 기간에 오간 손 편지, 벤치에 앉은 이들의 대화 같은 작은 장면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그 작은 장면들이 모여 한 장의 지도가 되고, 독자에게는 ‘위로는 거창한 게 아니라, 바로 곁에서 느낄 수 있는 것’임을 알려준다.

『책방과 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공감의 언어를, 동네 서점이나 도서관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공간을 어떻게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개와 사람, 책방과 마을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읽는 내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훈자와 코브, 그리고 마을의 개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미소 짓게 되고 따뜻한 위로를 얻게 된다.


'그림나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이제 ‘갈매기의 꿈’ 마지막 부분을 친구들에게 읽어줄 때가 되었어요. 자신들이 사는 도시의 환경을 벗어나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이지요.
"새에게 자유롭다고 믿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지." 책에서 조나단이 플레처에게 하는 말이에요. 나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친구들에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게 가장 어려웠지요. 갱에서, 학대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길 바랐어요.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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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낙천적인 아이 오늘의 젊은 작가 50
원소윤 지음 / 민음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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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평 먼저>

이런 프롤로그 글은 또 처음이다. 이 작가의 세계관이 무척 궁금해지는 글이었다.

뭔가 새롭다. 프롤로그 글만으로도 왠지… 독특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것만 같은,

도무지 파악이 안되는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책을 열어보게 되는 그런 책이다.

+

등장인물 이름이 치릴로, 소피아, 로무알다 등의 이름이 나오길래

순간적으로 외국 저자인데 잘못 본 건 아닌가 하며 책 표지를 다시 확인 해봤다는 사실은 비밀로.... :)

<본문 리뷰>

원소윤의 장편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는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작품으로, 저자의 삶과 경험이 깊게 배어 있는 성장소설이다. 원소윤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한 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면서, 유머와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져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슬픔과 농담은 멀리 떨어져 있는 감정 같지만, 사실은 서로 기대어 서 있다”라며, 웃음을 통해 삶의 무게를 버티고 싶었다는 집필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고민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소윤’이라는 화자가 있다. 소윤은 어린 시절 세 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첫째 오빠의 부재를 경험한다. 이는 소설 속 화자의 기억이자 동시에 작가의 실제 삶과 맞닿은 이야기다. 해마다 오빠의 기일이 다가오면 엄마는 깊은 슬픔에 잠기고, 어린 소윤은 그 곁에서 무력함을 느낀다. 이때부터 소윤은 현실을 견디는 방법으로 농담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여기서 농담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상실과 정면으로 맞서려는 최소한의 방어막처럼 그려진다.

성인이 된 소윤은 대학 시절에도 여러 차례 죽음을 마주한다. 타워크레인 위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위험한 노동을 보며 불안을 느끼고, 외할아버지 치릴로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는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외할아버지의 죽음에서 시작해, 끝내는 장난스럽게 써 내려간 자기 유서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알잖아, 전부 농담인 거.”라는 말로 끝난다. 이는 농담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농담을 삶의 태도로 끝내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읽힌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 곳곳에 스탠드업 코미디 대본 형식의 문장이 삽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독자는 마치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마주한 코미디언의 농담을 듣는 듯한 감각을 맛본다. 예수나 부처님을 대상으로 한 농담 같은 대목은 자칫 불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속에는 ‘신을 믿고 있었기에 농담할 수 있었다’는 역설적인 진심이 담겨 있다. 이는 작가가 종교학을 공부한 배경과도 맞닿아 있으며, 농담이 단순한 웃음을 넘어 인간의 신앙과 의심을 동시에 비추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원소윤은 또 다른 자리에서 “코미디와 글쓰기는 다르지만 닮아 있다. 코미디는 관객이 웃는 순간 완성되듯, 글도 독자가 읽어야 비로소 완성된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무대에서 쏟아내는 농담과 책 속 문장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둘 다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의미를 얻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꽤 낙천적인 아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농담과 글쓰기가 함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 소설의 내용으로 들어 가보면, 첫 시작은 외할아버지인 치릴로의 죽음을 계기로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기억과 어린 시절의 불안, 신과 죽음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치릴로는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나서 성당에 들르곤 했다. 하지만 그가 올린 기도의 내용은 조금 뜻밖이다. 누군가의 평화나 건강이 아니라, 며느리, 아들, 사위, 딸에게 차례로 천벌을 내려 달라는 것이었다. 손녀에게 그런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들려주는 모습은 우습기도 하고, 또 묘하게 애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치릴로는 자신의 글씨체를 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획과 획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 빈틈이 남는 글자를 못마땅해하며 손녀에게 종종 글을 대신 써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화자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모든 획이 꼭 닫힐 필요는 없어요.”

글씨가 완벽하게 닫히지 않아도 하나의 문장을 이루어 내듯, 사람에게도 흠이 있어도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 말은 치릴로를 향한 위로이자,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무말랭이무침에 섞여 있던 흰머리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화자는 투덜거리며 먹었지만, 치릴로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도저히 입에 댈 수 없었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야 했지만, 그것은 자신이 버렸던 쓰레기 중 가장 버리기 힘든 일이었다. 반찬 하나마저 치릴로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그것을 버리는 일은 곧 그를 떠나보내는 또 다른 작별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사소한 기억들이 쌓여 치릴로라는 인물과 그를 생각하는 화자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하다.

치릴로의 죽음은 화자에게 신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신은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인정사정없는 개자식일 뿐이었다”라는 독백에는 깊은 절망이 배어 있다. 오랜만에 마주친 교회 선배와 나눈 대화에서는 “죽음이 끝이라면 왜 선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물음이 던져진다.

화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우리가 고통을 받는 존재들이니까, 서로 너무 못되게 굴면 같이 힘들어질 것 같다”고 답한다.

단순하지만 진솔한 이 대답은, 인간이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가 고통을 겪는 존재이기에 최소한 서로를 더 힘들게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거창한 철학보다 이런 작은 깨달음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어린 시절 엄마와의 기억은 더욱 절절하다. 소윤은 늘 엄마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살았다. 엄마가 베란다에 기대어 이불을 털 때마다 혹시 뛰어내릴까 봐 두려워했고, 수업 중에도 불안이 가득해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엄마, 나 소윤이야”라고 외쳤다. “엄마가 그러다 죽을 것 같았다”는 문장은 어린아이의 공포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열 살 무렵, 선생님이 “소윤이는 무인도에서도 살아남을 아이”라고 말했을 때, 엄마는 안심했지만 정작 소윤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엄마가 안심하면 자신이 진짜 혼자 살아남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강인해 보였지만 그 속에는 누구보다 큰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소중한 존재인 치릴로 뿐만 아니라 엄마라는 존재도 언젠가 떠나버릴까봐 그 두려움이 가슴속에 남아 있었던 게 아닐까.

이 소설 속에는 이런 일상의 사소한 장면들이 계속 이어진다.

작품 속 기억들은 일상적이고 소소하지만, 그 속에 무거운 감정이 배어 있다. 빈 두유 팩, 무말랭이무침, 도서관의 침묵 같은 사소한 장면들이 화자의 내면과 연결되며 고독과 성숙을 드러낸다. 도서관에서 사회복무요원이 “넌 애가 30대 같아”라고 말했을 때 느낀 묘한 기분도 그렇다.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들어야 했던 아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특히, 부모의 사고를 ‘레드 카펫을 밟는 장면’으로 바꾸어 상상하는 대목은 특히 강렬했다.

죽을 수도 있었던 순간을 뒤집어 살아남은 것 자체를 찬란한 무대처럼 비춘 것이다.

그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모인다.

신을 원망하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화자는 끝내 유머를 놓지 않는다.

농담이 삶의 무게를 덜어주지는 못하지만 유머가 있기에 우리는 하루를 더 살아낼 수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힘들어도 서로를 조금 덜 힘들게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제목의 ‘꽤 낙천적인’이라는 표현 역시 특별하다. 이것은 세상에 긍정만을 뿜어내는 명랑함이 아니라, 무겁고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가려는 태도를 가리킨다. 낙관적이되 절망을 모른 척하지 않는 태도, 그 ‘꽤’라는 단어가 이 작품의 분위기를 잘 압축한다.

결국 이 책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농담은 고통을 없애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농담을 통해 우리는 고통과 나란히 설 수 있다. 농담이 무력하다는 걸 알면서도 웃어 보려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삶을 붙잡아 주는 가장 인간적인 힘이라고 말이다.




어버이날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편지 한 줄을 달랑 적어 전달한 날.
선물이 없는 대신 글씨라도 또박또박 쓰려고 어찌나 애를 썼던지.
‘저희를 위해 하신 일과 하지 않으신 일에 대해 미안하고 감사하빈다. 원소윤 올림’
하나 마나 한 말을 적어 건넸는데 민망하게도 엄마는 그 편지를 액자에 꽂아 거실 벽면에 걸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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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와 함께 과학 - 과학의 경이로움을 여는 19가지 질문! 깜돌이와 꽁주가 들려주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김성환 지음 / 지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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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함께 지내는 평범한 일상들 속에 수많은 과학 법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흔한 산책길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과 일상 속에서도, 과학적인 이론이 무수히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에는 쌍둥이 자매 강아지(깜돌과 꽁주)와 한이가 등장한다. 한이는 인간으로 쌍둥이 강아지를 키우는 인물이다.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건 쌍둥이 강아지들로, 그들의 대화를 통해 과학 개념을 쉽게 풀어낸다. 댕댕이들의 대화는 딱딱하지 않고 마치 산책 중에 주고받는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부분은 관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에서는 강아지가 냄새를 맡다가 갑자기 달려 나가고, 또다시 멈추는 모습을 예로 든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행동 같지만, 사실은 관성의 법칙과 관련이 있다. 움직이는 물체는 그 움직임을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는데, 강아지가 자꾸 속도를 바꾸면 그때마다 관성을 깨야하기 때문에 더 힘들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강아지도 힘들고, 보호자 역시 지칠 수밖에 없다. 산책이 끝나고 돌아 오면 유독 지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어려울 수 있는 관성의 법칙을 흔히 경험하는 일상 속에서 찾아 내어 설명하니 단번에 이해가 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주변시’에 관한 것이었다. 강아지가 사료를 먹지 않아 보호자가 다른 음식을 먹이기 위해 찾아 헤매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식, 화식 같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결국 중요한 건 균형 잡힌 식단이라는 사실에 다다른다. 이 이야기를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이야기로 연결시킨다. 사람 눈은 어두운 대상을 똑바로 볼 때보다 주변을 볼 때 더 잘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주변시’라고 한다. 저자는 이 원리를 강아지의 식습관과 연결하여 이야기한다. 원하는 것만 고집하지 말고, 주변의 다양한 음식을 함께 먹으면 오히려 좋아하는 음식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 원리를 설명하면서 식생활 습관과 연결 시킴으로써 설득력을 더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고 흥미롭게 본 부분은 E=mc²(= 에너지는 질량 곱하기 빛의 빠르기의 제곱과 같다.) 파트다. 이 공식은 물리학의 상징적인 공식으로 강아지의 눈높이로 풀어낸다.

본문 발췌 내용 중에 아래와 같은 내용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와닿을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이 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믿고 당당해질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본문발췌 내용 중, p43>

“잘 봐봐. 우리는 덩치가 작으면 덩치가 큰 누군가에게 위축될 수 있어. 상대가 더 힘이 세기 때문에 겁이 나서 그런 거겠지.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어. 당연히 덩치가 크면 힘도 세서 자기보다 강할 수 있겠지.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거든.

너 역시 아무리 작아도 ‘E=mc²’가 의미하는 것처럼 굉장히 큰 에너지를 갖고 있어. 그 에너지가 어떤 형태인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우리는 단지 보이는 모습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거든. 예를 들어 너는 상대방보다 더 영리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생각할 수 있는 두뇌 에너지가 있을 수 있어. 너는 힘이 아닌 머리를 써서 상대를 이길 수도 있지. 또한 든든한 지원군을 갖고 있을 수도 있어. 너에게 내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

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실제로 싸우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덩치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겁을 먹거나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야. 너에게는 상대보다 강한, 너만의 힘이 저장된 어떤 부분이 분명 있을 수 있으니까. 물론 입장을 바꿔서 상대가 작다고 무시하면 안되겠지. 그에게는 또 그만의 장점이 있을 테니까. 즉 상대가 작다고 또는 크다고 무시하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는 거야.“

다음은 음수와 양수의 이야기다. 수학적으로만 보면 낯설고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책에서는 공존의 은유로 풀어낸다. 새로운 존재가 기존 세계와 모순되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다면, 세계는 더 넓고 풍요롭게 확장될 수 있다는 말한다. 사람과 개가 서로 다른 존재임에도 에티켓을 지키고 존중해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교훈으로 이어지면서 수학이 이렇게 따뜻한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구나 싶어 마음에 남는 문장이었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이야기에선, “네가 땅을 밀면 땅도 너를 민다”는 설명이 있다. 무슨 얘기일까?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것도, 달릴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법칙 덕분이다. 강아지가 땅을 발로 힘껏 뒤로 밀면, 땅은 같은 크기의 힘을 정반대 방향으로 강아지에게 되돌려 준다. 이 반작용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즉, 한쪽이 힘을 주면 다른 쪽도 반드시 그만큼의 힘을 되돌려 주는 것이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당연한 이치이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오래 남은 부분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다르게 흐를 수 있다”는 문장은 단순히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인간보다 훨씬 짧은 수명을 가진 반려견에게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개에게는 일생의 소중한 한 조각일 수 있다는 사실은 보호자로서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메시지였다.

소개한 내용 이 외에도 반려견의 뛰어난 감각에 대해서도 다룬다. 개의 후각은 사람보다 수만 배 예민해서 특정 질병까지 감지할 수 있고, 청각은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영역까지 포착한다. 단순히 귀여운 동물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능력 있는 동반자라는 점이 과학적으로 설명된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건, 모든 과학적 설명 뒤에 공존과 존중이라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리, 수학, 천문학, 상대성 이론 같은 복잡한 개념을 다루지만 결코 어렵지 않다.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결국 하나다. 인간과 개는 서로 다른 존재지만,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더 넓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을 과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산책 길에서 관성을 설명하고, 균형 잡힌 습관을 일깨우기 위해 주변시를 비교해 설명하며, 상대성이론은 크기와 상관없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음수와 양수는 서로 다른 존재가 조화를 이룰 때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

결국 과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일상을 이해하는 언어이며,

동시에 따뜻한 삶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특별하다.

결국 이 책이 전해주는 가장 큰 선물은 분명하다.

과학은 결코 멀리 있는 학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가장 가깝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

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과학을 배우는 교실이 된다.

산책길에서 강아지를 바라볼 때에도 그 속에 숨어 있는 작은 과학과 의미들을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앞으로는 과학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노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잘 봐봐. 우리는 덩치가 작으면 덩치가 큰 누군가에게 위축될 수 있어. 상대가 더 힘이 세기 때문에 겁이 나서 그런 거겠지.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어. 당연히 덩치가 크면 힘도 세서 자기보다 강할 수 있겠지.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거든.
너 역시 아무리 작아도 ‘E=mc²’가 의미하는 것처럼 굉장히 큰 에너지를 갖고 있어. 그 에너지가 어떤 형태인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우리는 단지 보이는 모습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거든. 예를 들어 너는 상대방보다 더 영리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생각할 수 있는 두뇌 에너지가 있을 수 있어. 너는 힘이 아닌 머리를 써서 상대를 이길 수도 있지. 또한 든든한 지원군을 갖고 있을 수도 있어. 너에게 내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
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실제로 싸우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덩치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겁을 먹거나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야.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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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
서정환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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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문장, 첫 질문이 마음속에 훅 다가왔다.

“나는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 건가?”

짧지만 강렬한 물음이었다. 그동안 타인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살면서 정작 내 마음에 구체적으로 묻는 일은 거의 없었다. 늘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 삶을 돌아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래서 이 질문은 마치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단 한 번도 꺼내지 못했던 말을 누군가 대신 입 밖으로 내어준 듯한 울림을 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몰입해보고자 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단 한 번은 올인해 보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 오래 해온 것,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도전하고 싶은 것. 그것이 무엇이든 찾아내어 단 1년이라도 온전히 내 꿈을 위해 달려보라는 제안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라는 권유처럼 다가왔다. 우리는 흔히 ‘안정’을 선택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곤 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은 삶의 진짜 의미가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용기 있는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삶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구절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말했듯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격언 이상의 울림이 있었다. 자신과의 화해 없이는 세상과도 화해할 수 없다. 허무를 위해 살 수도 없고 단순히 고통을 버티는 데에만 시간을 낭비할 수도 없다. 스스로 만든 적에게 시달리기보다 내 인생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자꾸 잊고 있던 진실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이 책에는 시간을 바라보는 시선도 담겨 있다. 삶의 선택은 언제나 과거에 묶이거나 미래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된다. 저자는 더 이상 과거를 붙잡지 않고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겠다고 말한다. 흐름을 억지로 거스를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노를 저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닿을 곳에 닿게 된다는 믿음. 이 단순하면서도 단단한 확신은 무겁게 누르던 짐을 덜어내듯 마음을 가볍게 했다.

또한 “뭐가 되긴, 그냥 크는 거지”라는 말은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압축하고 있었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삶은 반드시 대단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인생은 도화지 위에 색을 덧입히는 것과 같다. 예상치 못한 색과 무늬가 덧입혀지더라도 그것이 모여 결국 나만의 그림을 완성한다. 그 그림이 곧 내 삶이고,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저자가 고백한 독서의 힘에 대한 이야기도 깊은 공감을 주었다. 소설이 그에게 삶의 지침서였다는 고백은 곧 나의 경험이기도 했다.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 것, 변명 대신 책임을 지는 태도,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이런 것들은 책을 통해 배운 삶의 태도였다. “만약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라는 고백에서 큰 울림을 느꼈다. 나 역시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책을 통해 고정된 사고의 틀을 깨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확장해 사유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책을 읽지 않을 때보다 읽을 때 비로소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까지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시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었다. 그는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만의 언어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시인은 언어를 창조하는 사람, 그래서 시의 언어는 낯설고 때로는 어렵다. 하지만 그 낯섦이야말로 우리 안에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나는 늘 시를 어렵게만 여겼지만,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서야 시의 매력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것이 시인만의 언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언어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느껴지는 감동은 배가 된다. 시는 결국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것이야말로 시가 가진 힘이다.

이 책은 또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고통과 고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인생에는 어떤 위로도 닿지 않는 시간,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저자는 그 시간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opus’ 한 곡으로 견뎠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을 읽으며, 나 역시 힘겨운 시기를 음악이나 책 한 권으로 버텨낸 경험들이 떠올랐다. 결국 중요한 건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 시간을 스스로 견뎌내는 힘이며,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또한, 저자는 친절의 힘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이게 도움이 될까?”를 먼저 고민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그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작은 친절이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바꿀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내가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되고, 어떤 날은 내가 그 친절을 받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서로를 버티게 해주는 방식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상실과 절망의 어둠을 통과하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처칠이 말했듯 “지옥을 통과하고 있다면, 계속 걸어가라.” 삶의 여정은 때때로 어둠 속을 걷는 것과 같다. 불확실성과 상실, 절망이 가득한 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걸어야 한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결국 빛을 찾기 위해 걷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강해지고, 더 깊이 있는 존재로 자라난다. 어둠을 지나며 끝내 빛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책의 후반부에는 잃어버린 온기와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도 등장한다. 저자는 오래전 밥집에서 느꼈던 따뜻한 순간들을 회상하며, 결국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그때의 숨결과 온기였음을 깨닫는다. 편의점 음식은 편리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손길, 서로를 배려하는 순간이 없다. 우리가 삶에서 갈망하는 건 결국 그런 따뜻한 온기다. 또한 아름다움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이미 아름다움은 존재하지만, 다만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뿐이다. 작은 발견이 삶을 지탱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는 말에 깊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책은 완벽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기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문장이 책 전체를 꿰뚫는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더 이상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보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결국 우리가 지켜내고 싶은 것은 화려한 타이틀이 아니라,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쌓아온 시간이며 그것이 내 삶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울타리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제야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미뤄둔 채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특히 어울린다. 늘 남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살다 보니 정작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했던 이들, 그리고 삶의 전환점 앞에 서 있거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시와 소설을 비롯한 문학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하고 싶지만 아직 그 매력을 깊이 느끼지 못한 독자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저자의 경험담과 문학에 대한 고찰은 독서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태도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걸고 싶은 모든 이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초대장이다.


'마음연결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뭐가 되긴, 그냥 크는 거지."
시간이 흐르고 성장하면서 우리는 깨닫는다. 이 질문이 단순히 직업을 선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삶이 반드시 가치 있고 대단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삶은 도화지 위에 매일 새로운 색을 덧입히는 일에 가깝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색이 더해지기도 하고, 원치 않는 무늬가 생기기도 한다. 도화지를 처음 꺼냈을 때 생각했던 그림과는 달라졌을지라도 그것이 우리 삶을 더욱 독특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뭐가 되긴, 그냥 그는거지." 이 말은 인생이 특정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는 깨달음에서 나온다. 무엇이 되는가보다, 매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성장하면서 점점 알게 된다. 삶의 의미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타이틀이 아니라, 내면에서 발견되는 가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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