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 - 20년 차 문학동네 마케터의 영업비밀 本(본)
정민호 지음 / sbi(한국출판인회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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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책은 넘치고, 콘텐츠는 쏟아지고, 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이제는 좋은 책만으로는 부족하고, 좋은 글만으로도 부족하다.

무엇을 팔든, 결국 선택받게 만드는 한 줄이 필요하다.

바로 그 현실 한가운데서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는 왜 어떤 글은 읽히고, 공유되고, 끝내 구매까지 이어지는지 묻는다. 이 책은 글을 더 예쁘게 쓰는 법을 말하는 대신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지점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문장으로 연결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그저 글쓰기 책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왜 ‘팔리는 글’이 필요해졌는지를 가장 현실적으로 설명해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기준이 바뀌는 순간은 ‘좋은 글’에 대한 정의다.

우리는 흔히 정보를 많이 담거나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으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기준을 뒤집는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글은 아무리 공을 들였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줄줄이 나열하는 글이 대표적인 예다. 이름만 나열된 글은 정보에 그치지만, 그 작가의 작품과 맥락, 그리고 짧은 코멘트가 더해지는 순간 비로소 콘텐츠가 된다. 결국 글의 가치는 정보량이 아니라, 해석과 맥락에서 만들어진다. 이 지점에서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라 관점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또 하나의 핵심은 ‘시의성’이다.

같은 글이라도 언제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첫눈, 장마, 크리스마스 같은 시기와 연결되는 순간, 평범한 글도 힘을 갖는다. 실제로 판매가 저조했던 소설도 “적어도 11월에는 고백할 용기를 얻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라는 콘셉트를 입히는 순간 다시 살아난다. 저자가 말하듯 시의성은 멈춰 있던 책도 춤추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과 연결되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또한, 이 책은 마케터의 태도에 대해서도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마케터는 보수적이어서는 안 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숫자에 민감해야 한다.

효과가 없으면 전략을 바꾸는 것이 맞고, 독자가 반응하지 않는 것을 탓하며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서는 단 한 줄의 카피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오프라인처럼 긴 설명을 붙일 수 없기 때문에, 짧은 문장 안에 책의 가치와 의미를 압축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 스킬 이전에, 무엇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세운다.

이 지점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있다. 결국 이런 시도와 전략은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마케터가 책을 대중에게 알리고, 특히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책들까지도 판매로 이어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좋은 아이디어조차 실행되지 못한 채 멈춰버릴 수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할 때 타 부서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내부에서 의견이 쉽게 반려되는 상황은 결국 가능성을 스스로 줄이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각자의 업무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도 이해된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듯, 마케팅은 결국 결과로 증명되는 영역이고,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현실이 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조율과 이해가 결국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마케팅은 글쓰기이면서 동시에 관계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좋아요’보다 ‘공유’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 버튼을 누르는 글보다,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글이 더 큰 힘을 갖는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궁금증’이 있다. 단순히 “좋다”고 말하는 글이 아니라, 읽는 순간 더 알고 싶어지는 글이 좋은 글이다. 질문을 유도하는 글이 결국 퍼지고, 그 퍼짐이 판매로 이어진다.

실제로 독자가 “이럴 때 읽을 책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그 글은 이미 신뢰를 얻은 글이 된다.

저자는 그 지점을 글쓰기의 중요한 목표로 제시한다.


중반부에서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전적인 전략이 이어진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콘텐츠의 축적’이다. 좋은 글은 즉흥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에 문장을 수집하고, 다양한 책을 읽으며 글감을 쌓아두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특정 이슈가 떠오르는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코로나 시기에 『페스트』가 다시 주목받았을 때, 단순 소개가 아닌 책 속 문장을 앞세운 글이 더 큰 반응을 얻었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광고에는 경계심을 갖지만, 콘텐츠에는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북큐레이션에 대한 부분도 현실적이다. 뻔한 주제,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문장, 결국 “이 책을 사라”는 메시지로 끝나는 글은 실패한 콘텐츠다. 반면 명확한 주제와 맥락 속에서 책을 묶어 보여주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실제로 특정 콘셉트로 큐레이션한 콘텐츠가 도서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린 사례는, 콘텐츠가 곧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설득이 아니라, 선택하게 만드는 흐름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글쓰기의 본질적인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깊어진다.

마케터는 비평가가 아니라, 장점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누구나 단점은 말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전달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다.

또한 트렌드를 외면하지 말고, 모르면 배우고, 따라 쓰고, 직접 시도해야 한다.

특히 최소 100일 동안 꾸준히 글을 써보라는 조언은 단순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글은 재능보다 축적과 반복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는 글은 더 이상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읽히는 글, 공유되는 글, 그리고 끝내 행동으로 이어지는 글은 모두 설계된 결과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글은 과연 선택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글을 쓰는 사람이 반드시 가져야 할 기준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

마케터 / 기획자 / 브랜딩 담당자

→ 글로 사람의 선택과 행동을 이끌어내야 하는 사람

스마트스토어·쇼핑몰 운영자

→ 상품명, 상세페이지, 공지문 등 “글이 곧 매출”인 사람

콘텐츠 제작자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 조회수·좋아요를 넘어 ‘공유·반응·전환’까지 고민하는 사람

출판·브랜딩에 관심 있는 사람

→ 콘텐츠가 어떻게 판매로 이어지는지 알고 싶은 사람

프리랜서 / 1인 사업자

→ 자신의 글이 곧 상품이 되는 사람

이런 고민이 있는 사람

→ 글은 쓰는데 반응이 없는 경우

→ 노출은 되는데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 “잘 쓴 글”과 “팔리는 글”의 차이가 궁금한 경우


'정민호 작가'님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콘텐츠란 무엇인가? 책을 잘 말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할까?
세상에 나오는 책이 이토록 많은데 그중 우리 책을 돋보이도록 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나는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그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이 콘텐츠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책들마다 그것을 갖춘다면, 그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긴다. 그럼 그것을 서로 간의 맥락에 따라 붙이거나 섞거나 대비해서 보여준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북큐레이션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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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만 미쳐라
리치파카(강연주)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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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만 미쳐라』는 단순한 동기부여서가 아니라, 지금의 삶을 냉정하게 점검하게 만드는 책이다. 딱 1년만 미쳐라는 막연히 “열심히 살자”가 아니라, 방향을 바로 잡고 단 1년이라도 제대로 몰입해 보라는 현실적인 제안을 던진다.


책의 출발점은 ‘각성’이다. 강연주는 각성을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라 말한다. 감정은 종종 우리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제자리에 머물게 하는 방어기제로 작용한다. 그래서 저자는 나를 3인칭으로 바라보며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라고 말한다. 비교 역시 마찬가지다. 타인과의 비교는 방향을 주지 못하고 불안만 키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얼마나 나아졌는가’다.


이 책은 ‘열심히’의 정의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단순히 오래 일하고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뾰족한 방향과 효율을 갖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상이 원하는 것은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오늘 바빴는가”가 아니라 “오늘 내 몸값을 높이는 행동을 했는가”로.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현실적이다. 세상은 완전히 평등하지 않지만, 그 구조를 인정하고 올라갈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중요한 것은 불평이 아니라 선택이다. 가난 역시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시야를 제한하는 상태이며, 이를 벗어나면 얻게 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또한 이 책은 컴포트존을 가장 위험한 상태로 본다. 가만히 있는 것은 유지가 아니라 후퇴이며, 성장은 언제나 불편함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지금의 편안함을 선택하는 순간 미래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메시지는 강하게 남는다.


시간에 대한 관점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늘 늦었다고 말하지만, 인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우리는 아직 오전에 불과하다. 결국 문제는 타이밍이 아니라 시작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칭기즈 칸 이야기다. 저자는 칭기즈 칸의 글을 핑계를 대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본다고 말한다. “적은 바깥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을 압축한다. 외부를 탓하는 순간 우리는 삶의 주도권을 잃고, 반대로 모든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순간 변화가 시작된다. 이 메시지는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고방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저자는 결핍 또한 강력한 원동력으로 본다. 고통은 우리 안에 불씨를 만들고, 그 불씨가 삶을 바꾸는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다.


이 책의 핵심은 ‘왜 1년인가’에 있다. 평생이 아닌 1년이라는 기한은 인간이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이다. 기한 없는 각오는 흐려지지만, 마감 기한이 있는 노력은 에너지를 한 점으로 모은다.


또한 ‘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를 강하게 강조한다. 지식은 위로가 되지만 실행만이 현실을 바꾼다.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말은 대부분 실행을 미루는 핑계일 뿐이며, 완벽한 타이밍은 오지 않는다.


이후 내용에서는 이 원칙을 실제 삶에 적용하는 방법들이 이어진다. 목표를 구체화하고, 방해 요소를 끊어내며, 시간과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집중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콘텐츠·시스템·자산처럼 시간을 확장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한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인간관계, 소비 습관, 환경까지 정리하며 ‘몰입 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결국 『딱 1년만 미쳐라』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핑계를 멈추고, 감정을 내려놓고, 방향을 정해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단 1년, 이론적인 공부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실행하며 살아본 경험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전한다.



‘단단한맘수련서평단‘을 통해

'모티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인생을 80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1년은 고작 전체의 1.2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1.25%의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머지 시간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기한 없는 노력은 사방으로 흩어지지만, 마감 기한은 그 에너지를 한 점에 모아 강력하게 만든다.

1년이라는 명확한 마감 기한은 타협의 퇴로를 완벽히 차단한다. "평생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라"고 하면 본능적인 거부감에 도망치고 싶겠지만, "딱 1년만 미쳐라"라는 제안은 ‘이 정도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심리적 수용을 만들어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막연함은 두려움을 낳지만, 기간이 정해진 노력은 강력한 자기 통제력과 절제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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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필사 - 오늘의 태도로 내일을 읽는 시간 고전필사노트 1
김동완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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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무언가를 빨리 결정해야 할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만 같은 마음이 자주 든다.

그런데 정작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주역 필사』는 바로 그런 순간에 조용히 말을 건네는 책이었다.

오래된 고전인 『주역』을 어렵게 풀어 설명하기보다, 주역의 64괘를 따라 삶의 흐름을 천천히 짚어 가며, 삶의 갈림길 앞에 선 사람이 문장을 따라 쓰면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든 필사 노트다.

이 책은 흔히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주역을 한층 가까운 자리로 데려온다.

주역이라고 하면 먼저 한자와 해석, 난해한 철학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이 책은 그 부담을 조금 내려놓게 한다. 주역은 누군가에게 정답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라, 변화하는 삶의 흐름 속에서 지금 내가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를 비춰주는 책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기다려야 할 때인지, 나아가야 할 때인지, 잠시 물러서야 할 때인지 섣불리 답을 내리기보다,

지금의 형국을 찬찬히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주역 필사』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읽기’보다 ‘쓰기’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필사는 단순히 문장을 베껴 적는 일이 아니라, 눈으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문장을 손으로 붙잡아 마음속에 조금 더 오래 머물게 하는 방식이다. 의미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오히려 또렷하게 다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 줄 한 줄 따라 쓰다 보면, 문장이 어느 순간 내 마음의 상태와 맞닿으며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이 책은 주역의 64괘를 필사라는 형식으로 차근차근 만나게 하면서, 고전을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시간으로 바꾸어 준다.

이 책에 실린 괘들의 문장도 무척 단단하게 느껴진다.

건괘는 스스로 움직이며 멈추지 않는 하늘의 리듬을 통해 삶에서 끝까지 바름을 지키는 태도를 이야기하고, 곤괘는 앞서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부드러움과 수용의 힘을 말해준다. 또한, 둔괘는 시작의 혼란을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흐름이 열리기 전의 자연스러운 진동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쓰는 시간은 고전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수괘의 문장이었다.

수괘 |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기다림은 믿음을 가지고 있어 빛나고 형통하며,

바름을 지키면 큰 내도 건널 수 있다.

수(需)는 하늘 위의 구름처럼

멈추어 있는 듯하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형상이다.

길은 막힌 듯 보여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멈춤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때를 모으는 과정이다.

수는 말한다.

때는 스스로 무르익으며,

성급함은 흐름을 거스른다고.

막혀 있던 물도 자연스레 흐르듯이

믿음을 갖고 준비하면

기다림 끝에 큰 내도 건널 수 있다.

이 문장은 요즘의 내 상황을 떠올리게 하며 유난히 깊이 들어왔다.

조바심은 나는데, 그렇다고 분명한 방향을 잡고 있는 것도 아닌 시간을 지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한데, 그렇다고 무작정 서두를 수도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럴 때 기다림은 자꾸 공백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은 기다림을 멈춤이나 지체가 아니라, 때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도 내면에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믿음을 잃지 않고 바름을 지키며 준비하는 시간이 결국 큰 물길을 건너게 한다는 뜻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이 문장은 단순히 좋은 구절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처럼 느껴졌다.

『주역 필사』는 삶을 선명하게 정리해 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복잡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스스로에게 한 번 더 질문하게 만든다. 오늘 나는 어떤 시작 위에 서 있는지, 무엇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어떤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주역이 64괘의 문장을 따라 쓰는 과정을 통해 조금 더 가까워지고,

낯설었던 문장이 어느새 내 하루를 붙잡아 주는 힘이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참 조용히 깊은 울림을 남긴다.

'헤세드의 서재' 님을 통해 '양양하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5. 수괘 |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기다림은 믿음을 가지고 있어 빛나고 형통하며,
바름을 지키면 큰 내도 건널 수 있다.

수(需)는 하늘 위의 구름처럼
멈추어 있는 듯하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형상이다.

길은 막힌 듯 보여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멈춤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때를 모으는 과정이다.

수는 말한다.
때는 스스로 무르익으며,
성급함은 흐름을 거스른다고.

막혀 있던 물도 자연스레 흐르듯이
믿음을 갖고 준비하면
기다림 끝에 큰 내도 건널 수 있다.

기다릴 줄 아는 용기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내면을 다지는 시간이다.

오늘의 사유
나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이 시간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지금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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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소란한 삶이 고요해지는 순간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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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하르트 톨레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출간 20주년 기념 한영 합본판)』은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의 삶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전 세계 수많은 독자에게 깊은 영향을 준 『지금 이 순간의 힘』의 저자인 톨레가 전하는 사유가 담긴 이 책은 긴 설명이나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짧은 문장과 자연 사진, 그리고 사색적인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어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와 영문판 『Eckhart Tolle’s Findhorn Retreat』이 한 권에 담긴 독특한 구성 역시 이 책의 특징이다. 앞부분에서는 한국어로 톨레의 사유를 읽고, 뒤쪽에서는 그가 직접 촬영한 자연 사진과 함께 영문 원문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이해인 수녀의 추천사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만드는 책이다. 화려한 이론이나 복잡한 철학 대신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결국 우리가 충실하게 살아야 할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다. 톨레는 삶의 본질적인 평화와 행복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책의 시작은 스코틀랜드 핀드혼 공동체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1960년대,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모래와 자갈뿐인 황무지에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꿈꾸던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들은 자연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척박한 땅에 생명을 불러왔고, 그 과정에서 인간과 자연의 연결을 다시 발견했다. 톨레 역시 핀드혼 숲에서 머무르며 새와 나무, 꽃과 바람, 강물과 숲을 스승처럼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자연은 그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법’을 가르쳐 준 존재였다. 고요하게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생각의 소음에서 벗어나 존재 자체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톨레는 현대인이 과거와 미래에 지나치게 집착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지나가 버린 과거를 아쉬워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동안 정작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현재’는 놓쳐 버린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물건이 정말 삶을 충만하게 만들 수 있을까.

책 속에서 톨레는 정보와 물질이 넘쳐나는 시대를 날카롭게 바라본다. 우리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미 정보 속에 빠져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묻는다.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물건이 과연 우리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더 크고 화려한 쇼핑몰과 더 많은 소비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까. 더 많이 가진다고 해서 우리가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을까. ‘더 많이’라는 욕망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문장처럼 보이지만 현대 소비 사회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이 책은 사랑과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특정한 사람이나 형태 속에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톨레는 진정한 사랑은 어떤 사람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상대 안에 있는 ‘형태 없는 본질’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 안에서 결국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이다. 이 깨달음은 자연 속에서 더 쉽게 느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자연을 바라보며 고요하게 머무르는 순간 우리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게 되고, 그때 존재 자체를 느끼게 된다. 그 경험을 사람과의 관계 속으로 가져올 때 관계 역시 달라진다. 상대를 바꾸려 하거나 판단하려 하지 않고, 자연을 바라보듯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톨레는 또 인간이 불행해지는 이유를 단순하게 설명한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그것을 얻은 뒤에도 또 다른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와 성공을 이루어도 여전히 불안과 결핍 속에 머무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문제는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더 원하게 만드는 마음의 구조라는 것이다. 생각과 욕망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순간 우리는 끝없는 결핍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는 이러한 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을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것’에서 찾는다.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존재 자체를 바라볼 때 삶은 훨씬 단순해진다. 특별해져야 한다는 압박도,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욕망도 서서히 사라진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 않게 되고 비교나 경쟁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문장 “당신은 하늘이고 구름은 그저 오고 가는 것일 뿐이다”라는 비유는 이 책의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 사건들은 하늘을 스쳐 지나가는 구름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의식, 즉 존재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삶은 더 이상 무거운 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하나의 흐름이 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빠르게 읽고 지나가는 책이라기보다 잠시 멈추어 곱씹게 만드는 책이다.

페이지마다 짧은 문장과 자연 사진이 배치되어 있어 마치 한 편의 명상집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라기보다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게 만드는 작은 쉼표 같은 책에 가깝다. 책을 읽고 나면 한 가지 단순한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붙잡고 있는 걱정과 집착, 그리고 수많은 생각들은 결국 구름처럼 지나가는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 구름을 바라보는 하늘 같은 존재,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이다. 그래서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삶의 의미는 더 많은 것을 얻는 데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데 있다는 것이다.


'다산북스(다산초당)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형체를 지닌 건 모두 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변해가는 모습 사이로 변치 않는 생명의 빛이 배어 나옵니다. 이제 겉모습은 어떻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너머의 진짜 모습이 투명하게 비치기 시작하니까요.

우리의 모습 또한 영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 가만히 앉아 있느느 나 자신에게 집중해 보세요. 무언가 맑고 투명한 느낌이 전해집니다. 고요함이라 부르든, 깨어 있음이라 부르든, 내가 존재한다는 깊은 자각이라 부르든 상관없습니다. 그것은 겉모습 너머에 있는 나의 진짜 모습입니다. 이전에는 복잡한 서사와 수많은 생각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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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원시인 - 10만 년을 되돌려 되찾는 뇌 설계도
자청 지음 / 필로틱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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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간은 왜 점점 더 불행해질까.”

기술은 역사상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왕보다 많은 것을 소비하고, 훨씬 빠르게 이동하며, 훨씬 오래 산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이유 없이 지치고 불안하며 무기력하다고 느낀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완벽한 원시인』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그리고 예상 밖의 답을 제시한다. 인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잊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동물의 왕국에서 추방했고, 그 추방을 진보라고 불렀다. 그러나 자연의 설계도를 무시한 채 살아가는 동안 몸과 뇌가 작동해야 할 기본 조건들을 하나씩 잃어버렸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인간의 삶을 10만 년 전 설계도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책의 핵심 개념은 인간에게도 존재하는 ‘버튼’이다. 사자에게 고기를 주면 생명력을 되찾고, 사슴에게 풀을 주면 고요함을 되찾으며, 보더콜리에게 초원을 주면 이상행동이 사라진다. 버튼 하나만 눌러도 존재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도 그런 버튼이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인간의 몸과 뇌에도 10만 년 전부터 존재해 온 15개의 버튼이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 버튼을 거의 누르지 않는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는 데 있다. 햇빛을 보지 않는 아침,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의자 위의 시간, 화면 속 관계로 대체된 인간관계, 자연식 대신 가공식품으로 채워진 식탁. 이런 조건 속에서 인간이 정상적으로 행복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른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개인적 경험은 이 주장에 현실적인 무게를 더한다. 철학을 공부하며 행복을 탐구했고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경험했지만, 군 복무 시절 강직성척추염이 발병하며 삶은 급격히 무너진다. 몸은 아팠고 사업은 빼앗겼으며 관계까지 흔들렸다. 남들 눈에는 짐처럼 보이는 상황 속에서 그는 자신이 고장 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군병원에서 수많은 책을 읽으며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생물학, 진화, 뇌과학, 역사, 심리학을 넘나드는 책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인간의 뇌는 10만 년 전에 설계되었고 그 이후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는 자신의 상태를 다르게 이해하기 시작한다. 뇌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뇌가 정상 작동할 조건이 완전히 꺼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햇빛을 보고, 절뚝거리며 걷고, 식습관을 바꾸고,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하나씩 버튼을 눌러가기 시작했을 때 삶의 감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고백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책에서 특히 강렬하게 남는 장면은 멍게 이야기가 등장하는 대목이다.

“당신은 지금 의자라는 암석에 달라붙은 멍게다. 움직임을 멈춘 존재.”

멍게는 태어날 때 올챙이처럼 생긴 유생으로 태어난다. 이 시기에는 원시적인 뇌와 척수를 가지고 바다를 헤엄쳐 다닌다. 그 뇌는 정착할 암석을 찾고 이동 경로를 결정하며 위험을 피하고 먹이를 탐색하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정착할 곳을 찾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멍게는 자기 뇌를 스스로 먹어치운다.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몇 가지 생각이 이어졌다.

우리는 하루 동안 얼마나 움직이고 있을까?

출근해서 의자에 앉고, 일을 하며 의자에 앉고, 집에 와서 소파에 앉고, 밤에는 침대에 눕는다.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삶이 과연 인간의 기본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멍게는 움직임이 끝나는 순간 뇌를 먹어치운다. 인간은 뇌를 실제로 먹어버리지는 않지만, 움직임이 사라진 삶 속에서 집중력과 창의력, 의욕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경험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몸과 뇌의 구조적인 반응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적인 존재라고 믿지만, 생각 자체가 움직임과 연결된 활동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걸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운동을 하면 기분이 나아지고, 자연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는 경험은 왜 반복되는 걸까. 혹시 현대인의 삶은 똑똑한 존재의 삶이 아니라, 정착한 멍게의 삶에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닐까 싶다. 움직임이 사라진 대신 정보와 자극만 넘쳐나는 삶. 그 속에서 우리의 뇌는 어떤 상태로 변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런 질문들을 단순한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뇌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는 데 있다.

많은 자기계발서는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순서를 완전히 뒤집는다.

자기계발서의 변화 공식

생각 → 감정 → 행동 → 인생

뇌과학의 변화 공식

환경 → 화학물질 → 감정 → 생각 → 인생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많은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마음을 바꾸려 한다.

긍정적인 말을 반복하고 결심을 하고 자신을 설득한다. 하지만 햇빛을 보지 않고, 거의 걷지 않고, 사람과 깊이 연결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는 뇌가 행복을 만들어낼 재료 자체가 부족하다. 텅 빈 창고에 제품을 만들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생각을 바꾸기 전에 환경을 바꾸라고 말한다. 햇빛을 보고, 움직이고, 숨을 고르고, 물을 마시고,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 너무 단순해서 사소하게 느껴지지만 인간의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설명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이 메시지는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진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우리는 역사상 가장 편리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유 없이 불완전하다고 느낀다. 스마트폰 하나로 도파민 체계는 흔들리고,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화면의 빛은 수면 리듬을 깨뜨리며, 움직임이 줄어든 생활은 몸과 뇌를 점점 더 위축시킨다. 인간은 더 똑똑한 도구를 만들었지만 정작 인간 자체는 덜 걷고 덜 햇빛을 보고 덜 연결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을 멈출 수 없다면 인간을 다시 복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완벽한 원시인』은 성공 비법을 과장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이 말하는 변화는 매우 단순하다. 아침이 덜 무겁고 이유 없이 몸이 무기력하지 않고, 우울과 불안이 삶 전체를 삼키지 않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하루를 버티는 대신 살아가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다. 그 변화는 거대한 결심이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작은 버튼 하나를 누르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남는다.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어쩌면 이미 알고 중요한 사실들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햇빛을 보고 걷고 숨 쉬고 사람과 마주하는 삶. 너무 평범해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이 사실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조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단순한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것이 『완벽한 원시인』이라는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닌가 싶다.


'100인의 비밀 독서단' 활동을 통해

'필로틱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뇌는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틀렸다. 뇌는 움직이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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