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부의 공식 - 주식, 부동산, 코인 너머의 전략
코디 산체스 지음, 이민희 옮김 / 윌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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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산체스의 『마지막 부의 공식』이 말하는 부의 전환은 소유로의 전환이다. 월급은 시간을 판 대가일 뿐이고, 시간이란 한계가 있는 자원이다. 그래서 저자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경제적 자유는 ‘지분(ownership)’을 가질 때 시작된다고. ‘좋은 직장=안정’이라는 믿음,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평생 일해야 한다”는 버핏의 말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소모적인 노동이 아니라 나를 자유롭게 하는 소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변은 거리의 사업(Main Street Business)이다. 고도기술이나 화려한 IP 없이도 동네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사업들—세차장, 빨래방, 자판기, 공유창고, 이사업/포장·배송 대행, 이동식 화장실 대여, 조경, 전기/배관 시공, 카펫 청소, 줄눈/타일, 반려동물 미용, 냉난방 설치업 등. 표지에 오를 일은 드물지만, 매달 돈이 흐르고 고객 충성도가 높으며 운영이 단순한, 이른바 “지루한 사업”이 여기에 속한다. 저자는 이 지루함을 약점이 아니라 자산으로 본다. 소음 대신 현금흐름, 주목 대신 지속 가능성. 삶의 질을 방해하지 않고, 가족과 시간을 보장해 주는 구조—그게 좋은 사업이라는 정의가 분명하다.

지속 가능성의 근거로 저자가 소환하는 개념이 ‘린디 효과’다. 오래 버틴 것은 앞으로도 오래 버틸 가능성이 크다는 통찰이다. 유행을 탔다가 고꾸라지는 산업보다, 십 년 넘게 구역을 지켜 온 배관/전기/청소 같은 생활 인프라 업종이 위기에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저자가 인수·투자해 온 곳들 대부분은 이런 평범하지만 오래된 사업이며, 경제위기에도 견고하게 살아남아 왔다. 창업 생태계가 빠른 성장에만 중독돼 실패를 무용담처럼 소비하는 사이,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조용히 자본이 쌓인다. 저자의 요지는 단순하다. 안정적 현금흐름은 화려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소규모 사업에서 나온다.

이 철학은 책 전반을 관통하는 4단계 공식 R.I.C.H.로 구조화된다.

R(Research): 자신에게 맞는 업을 찾는다. 강점·선호·감당 가능한 리스크·수익 목표를 먼저 정의하고, 매도 의사가 있는 사업주를 어떻게 찾고, 어떻게 대화하며, 무엇으로 가치를 평가할지 ‘체크리스트’로 배운다.

I(Invest): 적은 자본과 창의적 자금조달로 인수한다. 비공식 제안–실사–협상–계약–체결까지의 전 과정을 절차로 보여 주며, 저자가 수년간 절약해 온 협상 노하우를 공개한다.

C(Command): 사서 고생하지 않기 위한 운영·팀 빌딩·인수 후 90일 실행 계획·성과문화·단순/효과적 마케팅 자동화를 제시한다.

H(Harness): 정신 건강을 지키며 사업을 ‘시스템’으로 굴리는 단계. 성과 관리 도구, 신규 수익원, 다음 인수/매각 준비까지를 다룬다.

이 프레임은 ‘무엇이 좋다’보다 ‘무엇을 피하라’에서 더 선명해진다. 저자는 무조건 피해야 할 7가지 사업을 구체적 이유와 함께 꼽는다. 외식업(높은 폐업률·고강도 운영), 호텔(부동산이 사업인 척하는 구조·24시간 응대·감가상각), 소매점(재고 리스크·높은 고정비·유통환경 불리), 컨설팅(핵심인력 의존), 개인브랜드 사업(당사자 의존), 아마존 FBA/드랍십(플랫폼 리스크·과열 경쟁·가격 통제권 부재), 드라이클리닝(규제·유해물질·숙련 인력 문제). 이 리스트의 핵심을 가르는 기준은 하나다. 현금이 안정적으로 남는가, 리스크 대비 보상이 구조적으로 확실한가. 결국 “내 돈이 더 많은 돈을 데리고 돌아올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이 책이 설득력을 얻는 지점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나온 과정 자체로 설득력을 가진다. 저자는 첫 거래로 빨래방을 인수했던 경험을 숨기지 않는다. 낡은 천장 타일과 곰팡내, 형광등 소음 앞에서 엄습했던 불안과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자책까지 솔직하게 고백한다.

첫해엔 회사를 그만둘 만큼의 수익이 아니었지만, 그 지루한 빨래방이 10년 안에 20여 개 사업으로 확장되고, 더 큰 투자로 이어진 과정을 보여 준다. 직원·고객·외주·공급망·행정·마케팅·영업을 통으로 감당해야 했고, 거짓말·조롱·비방·소송 리스크도 온전히 자기 몫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저자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얘기한다. 쉽게 포기할 것 같다면 책을 덮어라. 이 길은 해변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누리는 판타지가 아니라, 의미와 성취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일이라 말한다.

여기에서 개인의 자유를 넘어 사회적 과제로 시야를 넓힌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이어지는 승계 공백(미국과 일본의 사례처럼 돈이 되는 사업들이 후계자 부족으로 문을 닫는 현실)을 숫자로 보여 준다. 수익성 좋은 수십만 개의 사업이 소멸하면서 고용과 지역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문제를 알려준다. 저자는 이것을 개인에게 인생의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지역사회에게는 지켜야 할 기반으로 제시한다. 즉, 이 책의 행동 촉구는 단지 ‘당신도 부자가 되라’가 아니라, 동네 경제를 되살리는 주인이 되라는 제안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고를까? 책은 세 가지 필터로 ‘나에게 맞는 사업’을 찾는 연습을 시킨다.

1. 강점 시트(열정·기술·네트워크): 내가 즐겁게 몰입할 수 있고(열정),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며(기술), 바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연결망(네트워크)이 있는가? 세 원의 교집합에 떠오르는 업종이 ‘첫 가설’이 된다.

2. 사업 비전 보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지역, 개입 강도, 매출/마진 기대, 극복해야 할 리스크, 단일/다각화 여부 등을 문장으로 그린다. “느낌 좋은 분 환영”식의 모호함은 피한다.

3. 거래 상자(Deal Box): 매도가·연 매출/이익 범위·마진·규모·지역·운영 방식·희망 수익배수·계약금 등 정량 기준을 표로 고정한다. 이 장치가 감정 과몰입을 막고 ‘체크리스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실행 단계에서는 100–50–10–1 법칙을 권한다. 100개를 훑고, 50개를 재검토하고, 10개를 실사하고, 1개를 산다. 비교 없이 좋은/나쁨을 말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주와의 첫 통화·미팅에서 무엇을 묻고, 어떤 톤으로 신뢰를 쌓아야 하는지 대화 예시를 보여 준다. 이 과정 전반을 관통하는 안전장치는 워런 버핏의 두개의 규칙 “돈을 버는 첫 번째 규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를 사업 인수 맥락으로 번역한 레드 플래그 체크리스트다. 적자·과도한 부채·마진 박함·설비 과잉·비협조적 매도자·현금 쿠션 부족·직접 운영 없인 성립되지 않는 모델(=새 직장)·불투명한 장부·성급한 매도 압박·출구전략 부재 등. 감정이 올라갈수록 계약 전 제3자 검토로 자신을 보호하라는 충고가 따라붙는다.

저자가 선호하는 카테고리 역시 지루하지만 강한 속성을 공유한다. 디지털 비즈니스(재고·고정비가 낮고 규모의 경제가 크다), 소비자 서비스(정기고객 기반이 형성되면 견고하다.), 전문가 서비스(자격/전문성이 진입장벽), 부동산 연계 사업(거점 자산 위에 현금흐름을 얹고, 주변 보완업으로 확장). 여기에서도 핵심은 스타트업의 서사를 좇지 말고, 증명된 수익 구조+간단한 운영을 사라는 것이다. 첫 인수는 특히 그렇다.

결국 『마지막 부의 공식』은 부는 500미터 안에 있다는 메시지를 선언으로 끝내지 않고, 검토–실사–협상–운영–자동화–확장으로 이어지는 실무 동선을 통해 알려준다. 한국 독자 입장에서 제도·세무·노무 환경은 미국과 다르지만, 판단의 언어는 그대로 쓸 수 있다. 마진을 보고, 반복 매출을 보고, 고객 이탈과 운영 난도를 보고, 무엇보다 나의 강점과 삶의 비전과의 적합도를 본다. 이제 눈을 다른 데로 돌리자. 거대한 광고전이 벌어지는 D2C 대신, 입소문만으로 단골이 쌓이는 동네 B2B/B2C를 보자. 반짝 트렌드 그래프가 아니라 10년을 버틴 간판을 보자. 화려한 아이템보다 중요한 건,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돈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독자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직장도 어렵고, 창업도 어렵다. 어느 어려움을 택할 것인가. 저자는 “나는 언제나 자유로 가는 길을 택한다”고 말한다. 그 길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고, 제대로만 하면 충분히 안전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사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현금흐름이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내 지분으로 소유하는 순간, 월급의 덫은 느슨해진다. 이 책을 덮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라. 당신이 매일 스쳐 지나가는 그 평범한 가게가, 사실은 누군가에게 자유를 만들어 주는 ‘돈이 계속 도는 작은 사업’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월북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사업의 성패는 업종, 지식, 재능이 각각 10퍼센트를 결정하고, 의지가 70퍼센트를 결정한다.
끈기가 전부를 가능케한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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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 - 명화 한 점, 글 한 편, 그리고 나를 위한 필사의 시간
박은선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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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는 “한 점의 그림 + 한 편의 문장”을 1:1로 짝지어,

보는 즐거움과 쓰는 몰입을 동시에 건네는 예쁜 책이다.

총 100점의 고전 명화에 100편의 명문장을 맞물리게 구성했고(기쁨·관계·사회·자연·창조·지혜·고독·시간·꿈·나의 10가지 테마), 하루 한 장 그림을 보고 문장을 베껴 쓰는 루틴만으로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고전 문학부터 동서양 명작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인용 덕분에 특별하다.

『빨강 머리 앤』 문장과 알폰스 무하의 〈봄〉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고,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과 제임스 앙소르의 자화상을 보며 자의식을 성찰한다.

괴테의 『파우스트』와 이카로스 신화로 욕망과 절제를 고민하고,

박지원의 글과 브뢰헬의 풍속화로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책은 소설·고전 산문·철학·신화에서 고른 좋은 문장들을 명화와 짝지어 보여 준다.

흐름은 단순하다. 그림을 보고 → 문장을 읽고 → 내 손으로 따라 쓴다.

페이지마다 짧고 명료한 그림 설명이 곁들여져 전문 지식 없이도 펜을 들기 쉽고,

100개의 문장을 하루에 1개씩 필사할 때, 100일 코스로 활용하기 좋게 편성되어 있다.

읽고–보고–쓰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디자인과 사용성도 강점이다.

전면에 배치한 명화 컷, 여백을 살린 필사 페이지,

안정적인 제본 덕분에 쓰기 편하고, 책상 위에 두고 사진으로 남기기에도 정갈하다.

결과적으로 이 책의 미덕은 미술 감상·문학 읽기·손글씨 필사를 한 권에서 만나게 한다는 데 있다.

소설의 한 문장은 그림과 나란히 놓이면 다른 빛을 얻고,

철학·고전·신화의 문장도 따라 쓰는 동안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 말로 자연스레 자리 잡는다.

길지 않은 문장으로 천천히 필사하며 곱씹을 시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명화를 함께 감상하는 기쁨까지 더한,

‘눈과 손과 마음’을 동시에 쓰게 하는 단단한 필사 책이다.


✅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 요즘 마음이 자꾸 지치고 흔들린다

✔ 명화를 좋아하지만 어렵지 않게 감상하고 싶다

✔ 글쓰기, 필사, 기록을 통해 위로받고 싶다

✔ 잠들기 전, 아침 루틴으로 천천히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

✔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책을 찾는 중이다

문예춘추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아이리스 필사단 3기>에서 함께 읽고 필사했습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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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공간을 판다
당근자판기(김진옥) 지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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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공유 숙박에 관심은 많은데 막상 시작하는 사람은 드물다. 제도는 복잡해 보이고, 내국인 숙박은 불법이라는 소문이 여전히 돌아다니며, 적잖은 초기자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마음을 쉽게 꺾어 버린다.

『나는 오늘도 공간을 판다』는 이 세 가지 장벽부터 치운다. 저자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의 틀 안에서도 정부 실증특례를 받은 ‘위홈’ 플랫폼을 활용하면 내국인 숙박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차근히 설명한다. 공유숙박은 음지의 편법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소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며, 시작선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메시지다. 그래서 이 책은 “왜 지금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가장 현실적인 대답을 건넨다. 막연한 관심을 실행으로 바꾸려는 이에게, 합법과 절차, 돈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 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수치는 허황되지 않다. 숙소 한 채가 만드는 평균 월수익은 150~200만 원이고, 임대차 보증금과 세팅비를 모두 합쳐도 800만~2,500만 원 선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번의 세팅으로 매달 현금흐름을 만든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부업”이 된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이 책이 돈 얘기만 늘어놓는 매뉴얼이라면 여기서 멈췄을 것이다. 저자는 숙박업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를 입지와 감성의 교차점에서 읽는다. 에어비앤비 이용자 70%가 20~30대 여성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내부의 분위기와 사용감, 사진이 잘 나오는 포인트 같은 ‘감성의 설계’가 입지의 아쉬움을 보완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행정안전부 통계를 통해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등록 호스트가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했고, 그중 58%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흐름도 짚는다. 공항 접근성과 랜드마크, 홍대·이태원 같은 거리문화가 만드는 수요의 밀도가 곧 호스트 분포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서울 안에서도 마포·용산·중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대목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는 독자에게 꽤 구체적인 나침반이 된다.

합법 운영의 구조도 명료하다. 실증특례로 ‘특례 호스트’가 되면 내국인 대상은 연 180일, 외국인 대상은 365일 영업이 가능하고, 실제 운영은 내국인은 특례 플랫폼, 외국인은 아고다·부킹닷컴·에어비앤비 같은 글로벌 OTA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설계한다. 신규 진입자와 기존 사업자 각각의 신청 절차, 숙소 등록과 ID 발급, 특례 승인까지의 흐름을 가볍지 않게 훑어 주면서도, 아직 사용자 경험이 낯선 플랫폼의 불편함은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모델이 매력적인 이유를 그는 세 가지로 응축한다. 초기비용이 낮고, 청소·빨래를 외주화해 운영 효율이 높으며, 매물 선별부터 인허가·홈스타일링·온보딩·CS·아웃소싱에 이르는 창업의 전 과정을 축소판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무 팁도 뼈대가 있다. 같은 자본이라면 큰 숙소 한 채보다 보증금을 낮춰 여러 채로 분산하는 편이 수익률이 좋고, 지나치게 낡아 수리비 폭탄이 예상되는 매물과 인접 세대가 많은 곳은 민원 리스크 때문에 피하라고 권한다. 방이 셋 이상인 구조가 단가와 수용 인원 면에서 유리하며 외관보다 내부 컨디션이 훨씬 중요하다는 조언은 실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만하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는 MBTI로 극강의 I 성향이자 전화 공포(콜포비아)까지 있던 수강생 K가 코칭을 시작한 지 40일 만에 계약과 셀프 인테리어를 끝내고 오픈을 해냈다는 점이다. 지금은 월 평균 200만 원의 순수익을 꾸준히 벌어들이고 있다. 숙소를 방문한 사람들의 “겉바속촉, 재방문 의사 확실” 같은 후기를 받아 내는 이 여정은 공유숙박이 외향형 성격의 전유물이 아님을 증명한다. 실행의 첫걸음이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살아 있는 사례로 보여 준다.

이 책은 임대 운영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에어비앤비는 출발선일 뿐, 목적지는 건물주라고 말하며 5,000만 원의 자기자본과 90% 대출 레버리지로 수도권 소형 모텔을 매입·운영한 과정을 숨김없이 풀어놓는다. 상업용 부동산의 LTV, 감정가 대비 저가 매입, 매입·시설자금 결합대출 같은 기술적 장치가 곁들여지고, ‘싼 물건’의 기준을 감정가 대비 매입가뿐 아니라 투자금 회수기간 1년 6개월이라는 단단한 숫자로 판별한다. 월 순이익 3,000만 원 구조를 설계하면 1년 6개월에 5억4천만 원을 회수하고 그 이후는 ‘무한대 수익률 구간’이라는 계산식은 도발적이지만, 은행에 200통 넘게 전화를 걸고, 대환 여지를 사전에 점검하며, 모텔에 카페와 기타 공간을 결합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집요함이 그 도발을 현실로 끌어당긴다. 결국 핵심은 공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수익 구조를 스스로 만들 줄 아는 역량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이 책이 숫자와 절차를 넘어 마음을 건드리는 이유는 생활의 태도까지 닿기 때문이다. 경매로 수십 채의 집을 들여다보며 저자가 얻은 결론은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집 정리부터 하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불안이 쌓아 올린 물건과 통제되지 않는 공간은 삶이 무너지는 집의 공통 패턴이었다. 물건을 비우면 공간의 기운이 바뀌고, 공간이 바뀌면 우선순위가 선명해진다. 8년간의 가계부 작성으로 허튼 지출을 막고 자존감을 회복했다는 그의 고백은, 경제적 성장이 습관과 태도의 전환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마지막으로 그는 같은 정보를 듣고도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완벽한 매물만 고집해 결정을 늦추는 태도, 과도하게 느린 판단으로 기회를 흘리는 습관, 그리고 무엇보다 실행력의 부재다. 여기에 “가난할수록 서울에 살아야 한다”는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인다. 수요의 밀도와 교통·공항 접근성, 정보와 네트워크의 속도가 기회의 지형을 갈라놓는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결국 『나는 오늘도 공간을 판다』는 “합법·소자본·실행형” 공유숙박의 방법론을 데이터와 절차, 운영의 디테일, 실전 사례, 그리고 삶의 태도까지 한 권에 담았다. 철저히 실전에서 부딪히고 얻어낸 경험을 담아 성장으로 연결해 주는 책이다. 방 한 칸을 세팅하는 손끝, 엑셀 시트의 한 줄, 부동산에 거는 첫 통의 전화가 인생의 다음 장을 연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으로 증명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시작해도 된다는 마음이 생긴다. 두려움은 설계로 대체되고, 망설임은 일정으로 바뀐다. 공간을 판다는 말이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마음을 설계한다는 뜻임을, 이 책은 끝까지 잊지 않게 한다.


‘단단한맘 @gbb_mom / 수련 @water_liliesjin‘님을 통해

'모티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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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공유 숙박업에 관심은 있지만, 쉽게 시작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이라는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과 ‘내국인 숙박은 불법이다’라는 오해, 그리고 자본이 많이 들어간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법은 분명 존재합니다. ’위홈‘이라는 플랫폼은 정부로부터 특례 승인을 받아 외국인 관광 도시 민박업 숙소에서 내국인의 숙박을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특례를 통해 이제는 개인도 소자본으로 합법적인 숙박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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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철학 30day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4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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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고윤 님의 네 번째 책 『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를 읽었다. 대구의 한 독립출판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첫 책이 인연이 되어, 어느새 네 번째 책까지 따라오게 됐다. 철학서를 읽다 보면 니체, 쇼펜하우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비트겐슈타인, 세네카 같은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같은 주제를 다뤄도 비유의 정확함, 공감을 부르는 질문, 구체적 설명에 따라 책의 밀도와 온도는 전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고윤 님의 책은 단순히 철학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상을 내 삶의 언어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번 책은 오래된 습관인 인생을 탓하는 태도부터 조용히 잡아준다.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나의 태도를 돌보고 바꾸는 법 즉, 실천 가능한 매뉴얼을 건네는 책이다. 저자는 변화가 대단한 결단에서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상황에 대한 해석을 바꾸고, 반응 습관을 고치고, 매일의 작은 행동을 조금씩 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바꾸기 힘든 건 ‘환경’이고, 지금 여기서 바꿀 수 있는 건 ‘태도’임을 알려준다. 결국 결론은 단순하다. 인생을 탓하는 대신 오늘의 태도를 바꿔 보자는 것이다. 변화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틈새에서 시작되어, 결국 한 방향으로 삶을 밀어낸다.

이 관점은 에머슨의 통찰과 이어진다. “네 행동이 너무 큰 목소리로 말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아무리 좋아도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면 신뢰는 무너진다는 뜻이다. 저자는 유행과 시선에 끌려 처음의 방향을 잃는 모순을 지적하며, 언행일치를 태도의 최소 조건으로 제시한다. 이어 버크의 경고가 붙는다. “조금밖에 못 한다”는 이유로 멈추는 무행동이야말로 가장 큰 과오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실천은 거창한 계획보다, 불완전해도 작은 행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 초점을 둔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한 걸음 더 해보기, 감정을 기록해 보기, 내가 어떤 상황에서 회피하는지 살피기 등.. 이런 사소한 행동이 쌓여 결국 삶을 바꾼다.

다음 장은 ‘다수의 믿음’과 ‘진실’의 차이를 짚는다. 키케로가 말했듯, 모두의 동의가 곧 진실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다수의 동의가 곧 진실을 보증하진 않는다며, 이를 가르는 질문의 태도를 강조한다. “80세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은, 굳어 있는 생각을 깨고 새로운 선택을 만들어낸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슈바이처가 말한 ‘좋은 망각’은 문제를 피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잘 정리하는 일이다. 되풀이해선 안 될 교훈은 남기되, 현재를 갉아먹는 자책과 감정의 찌꺼기는 과감히 털어낸다. 그래야 집중할 공간이 열린다.

헤겔이 말한 열정과 이성의 균형은 특히 이해하기 쉽다. 열정은 우리를 앞으로 밀어주는 힘이고, 이성은 그 힘이 엇나가지 않도록 길을 잡아 주는 방향이다. 저자는 이 둘을 이어 주는 방법으로 ‘계획–실행–점검’의 짧은 루틴을 제안한다. 작은 계획을 세우고, 당장 해 보고, 바로 돌아보면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뜨거운 추진력과 차가운 판단이 자연스럽게 만난다. 한편 소로우가 말한 ‘조용한 절망’은 오늘의 현실을 정면으로 겨눈다. 겉으로는 안전해 보이는 선택이 사실은 불편과 변화를 피하려는 회피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모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멈추지 말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상황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라고 권유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가 선택한 ‘안전’이 진짜 안전인지, 아니면 안전을 가장한 정체인지 분명해진다.

관계에선 카뮈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앞서가거나 뒤에서 끌지 말고, 서로의 곁에서 나란히 걷는 것이다. 성과와 비교가 사람 사이를 조이는 시대일수록, 속도를 맞추고 과시는 내려놓으며, 침묵조차 함께 버티는 태도가 관계를 오래 가게 만든다.

언어에 관해선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이 바탕이 된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 허세로 부풀린 말은 빈약한 세계를 가릴 뿐이다. 반대로 세계가 넓은 사람은 모름을 인정하고, 섣부른 단정을 피하며, 정확한 어휘·좋은 질문·필요한 침묵으로 생각의 범위를 넓힌다. 실천 방법도 어렵지 않다. 하루에 단어 하나를 골라 문장으로 써 보기, 내 말버릇을 기록해 이유를 살피기, 평소 읽지 않던 장르를 읽어 보기 같은 루틴을 꾸준히 하면 된다. 이것은 단순한 말하기 연습이 아니라, 내 세계를 차근차근 넓히는 연습이다.


경청에 관한 부분은 스토아 철학자 제논의 생각으로 이어진다. 귀로만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선·자세·손의 반응까지 동원해 온몸으로 듣는 적극적 경청, 나아가 말하고 싶은 충동을 이성으로 조절해 대화의 흐름을 살리는 3단계 경청을 제안한다. 요지는 기술이 아니라 충동을 다스리는 태도다. 여기서 책은 자연스럽게 윤리로 시선을 넓힌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처럼, 악은 특별한 괴물이 아니라 생각을 멈춘 평범함에서 자란다. 묻지 않고, 판단을 미루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순간 우리는 알지 못한 채 누군가의 고통에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은 말한다. 멈춰 생각하고,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며, 침묵이 중립이 아님을 기억하라. 경청이 충동을 눌러 세우는 훈련이라면, 이 윤리는 그 충동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를 정하는 나침반이다.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감정 다루기로 이어진다. 감정 파트의 정점은 세네카다. 그는 분노는 단기적 광기이며, 몇 초의 폭발이 수십 년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토아가 목표로 삼은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주권을 되찾는 일이다. 그래서 “억누르기”보다 “이해하기”가 먼저다. 왜 상처받았는지 원인을 나눠 보고, 반복되는 해석 습관을 고쳐 감정의 증폭 회로를 끊는다. 실천 순서는 간단하다. 호흡으로 시간 벌기 → 물리적 거리 두기 → 말은 짧고 단순하게 → 지나간 뒤 기록으로 패턴 찾기. 결국 진짜 강함은 목소리를 키우는 데 있지 않고, 침묵 속에서도 이성을 지키는 힘에 있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아주 단순하다. 세상은 한꺼번에 바뀌지 않지만, 태도는 오늘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말과 행동을 일치 시키고, 작은 실행을 멈추지 않으며, 질문으로 관성을 깨고, 과거는 정리하고, 감정은 이해로 다스리고, 곁에서 걷고, 충동을 조절해 듣고, 언어로 세계를 넓히는 일이다. 그렇게 해석–반응–반복의 미세 조정이 쌓이면, 느리지만 확실하게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 책은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실천 중심의 태도 사용설명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딥앤와이드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동물은 말한 곳으로 그냥 가지만, 사람은 말해놓고 꼭 다른 곳으로 간다."
(중략)

인간은 언어를 통해 말할 수 있다는 축복을 받았지만, 말을 지키는 사람이 극히 드문 불행한 종족이라는 뜻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모순적인 존재인지 한참을 고찰한 후에야 ‘큰 목소리‘가 가지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자삼들은 자신만의 특색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유행을 좇거나 외부 시선을 의식하느라, 정작 자신이 처음 가고자 했던 길을 잃고 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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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 코멘터리 북 - 이석원과 문상훈이 주고받은 여덟 편의 편지
이석원 지음 / 달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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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의 글은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지 않고, 멋진 문장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물 흐르듯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가만히 마음이 건드려지는 느낌이 든다.

『보통의 존재 : 코멘터리 북』은 그런 그의 문장을 사랑해 온 독자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는 책이다. 기존 산문집 『보통의 존재』가 솔직한 관찰로 일상을 기록한 책이었다면, 이번 판은 그 문장들 위에 시간을 올려놓고 다시 바라보는 구성이다. 총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는 이석원과 문상훈이 실제로 주고받은 편지가 담겼고,

2부는 예전 산문을 왼쪽에 실어두고 그 옆에 지금의 생각을 코멘터리로 덧붙이는 방식이다.

한 권의 책 안에서 과거의 문장과 현재의 시선이 서로를 비추며, 한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무뎌지고 단단해지고 넓어졌는지 자연스레 확인하게 된다.

1부의 편지는 거창하지 않지만 솔직하다. 두 사람은 “솔직함이란 무엇인가”, “표현은 어디까지 진심이고 어디부터 기술인가”, “자기혐오와 자기보호는 어떻게 섞이는가” 같은 질문을 오가며 대화한다. 여기서 말하는 솔직함은 감정을 쏟아내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해석해 방향을 가리키는 일에 가깝다. 누군가는 자기혐오를 방어 언어로 쓰고,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겠다”는 말로 마음을 숨긴다. 젊은 시절의 극단적 감정조차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결국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했던 열망이었다는 깨달음에 이르면, 솔직함은 감정의 크기를 키우는 게 아니라 감정이 향하는 방향을 정확히 짚는 기술이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표현”의 문제로 이어진다. 저자는 본질보다 표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꾸미거나 과장하라는 뜻이 아니다. 표현은 마음이 실제로 상대에게 도착하게 만드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진심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고, 침묵은 종종 미덕이 아니라 회피가 된다. 그래서 그는 섬세하고 적절한 표현을 하나의 윤리처럼 다룬다. “웅변은 은, 침묵은 금” 뒤에 “상대를 배려하는 섬세한 표현은 가장 값지다”는 태도를 놓고, 사소한 비유 하나, 문장 하나가 관계를 다치게도 살리기도 한다고 조용히 일러준다.

편지 속 대화는 개인의 마음에서 시작해 창작과 일의 문제로 넓어진다. 세상은 의견을 조회 수와 반응으로 재단한다. 사람들은 조금만 통념과 다른 말을 해도 거센 반응을 보이고, 결국 무난한 말만 하게 만드는 세상이다. 그래서 점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을 고르게 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표현으로 스스로를 정리한다.

이 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표현의 ‘기술’을 비겁함과 구분해 설명한다. 진심을 끝까지 목적지까지 보내기 위한 전략이 존재하고, 코미디에서 낙차를 이용해 웃음을 키우듯, 말에도 타이밍과 강약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진정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오래 버티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에 가깝다. 동시에 ‘짜치다’는 말에 대한 생각도 다시 보게 한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다고 해서 다 진부한 건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떤 멋진 말보다 더 현실적이고 값지다. 예술성과 생계를 서로 싸움 붙이지 말고, 오래 버틸 수 있는 진정성을 찾자는 의미에 가깝다.

이후의 장면에서는 기억과 망각이 중심이 된다. “기억되지 못한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라는 질문 앞에서, 망각은 결핍이 아니라 기능으로 자리 바꾼다. 수면내시경의 비유가 특히 설득력 있다. 마취는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기억’을 지울 뿐인데도, 다음 경험은 덜 괴롭다. 우리는 실제로 아팠을지라도 그 기억이 흐려지면 삶을 계속할 힘이 남는다. 오래된 상처도 비슷하다. 상처를 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고, 상처받은 쪽은 오래 기억한다. 그때 용서는 상대를 위한 도덕이 아니라 나를 덜 아프게 하기 위한 선택이 된다. 오래 붙들고 있으면, 결국 가장 아픈 사람은 나 자신이니까. 이 인식은 앞서 말한 ‘표현의 윤리’와 다시 만난다. 말은 상대를 몰아붙이는 무기가 아니라, 서로 다시 살아갈 길을 만드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현실적이고 조용하다. “아무나와는 잘 수 있어도 아무나와 손을 잡을 수는 없다”는 문장은 사랑을 거대한 감정이 아니라 일상의 행동으로 풀어낸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삶의 패턴을 정리해 실수를 줄이는 매뉴얼을 만들지만, 그 매뉴얼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평생 같을 것 같던 마음도 어느 날 변화되고, 변하는 것 속에서도 끝내 남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사랑은 큰 감정보다, 시간 속에서 쌓여가는 행동에 더 가깝다.

꿈과 일에 관한 대목은 담백하다. 꿈이 없어 고민하는 사람이 더 많고, 꿈이 없는 삶도 무의미하지 않다는 말 자체가 위로를 전해준다. 간절한 것 하나 없다고 인생이 멈추지는 않는다. 하고 싶은 것 없이도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있다. 여기에 ‘운’이 개입한다. 모든 것을 노력으로만 설명할 수 없고, 실패가 곧 능력 부족의 증거일 필요도 없다. 사람은 운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운명론을 변명이 아니라 자기학대에서 벗어나는 통로로 사용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기 탓을 조금 덜 하자는, 그러나 시도 자체는 계속하자는 균형의 권유다.

이 책의 형식적 하이라이트는 2부의 코멘터리다. 과거의 산문과 현재의 코멘트가 왼쪽과 오른쪽에 나란히 놓여, 같은 문장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리 보이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어떤 문장은 더 단단해지고, 어떤 문장은 조심스러워지며, 어떤 문장은 뜻밖의 방향으로 확장된다. 과거의 단정은 현재의 유연함과 맞닿고, 그때의 솔직함은 지금의 기술과 포개진다. 독자는 한 편의 글을 사이에 두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시에 읽는 드문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순히 예전 책을 다시 낸 게 아니라, 같은 문장을 시간 차이로 나란히 놓고 생각의 변화를 경험해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는 몇 년 전 그만둔 음악을 다시 하기로 결심한다. 계기는 의외로 한강의 수상 소식이었다. 많은 이가 기뻐하던 그 순간, 작가가 털어놓은 한계와 초조함을 보며 오히려 “전성기 이후의 글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닿는다. 야구팀이 강속구 투수만으로 꾸려지지 않듯, 창작자도 나이 들수록 다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그 통찰을 ‘남의 상황을 빌려 자신에게’ 돌려주며, 목소리가 예전만 못해도 지금 나이로만 볼 수 있는 세계를 노래할 수 있다면 다시 해볼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설령 빈 객석이 보일지라도 결과보다 다시의 결심을 믿겠다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보통의 존재가 낼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용기다.

책을 읽고 나면 화려한 문장 대신 이런 한 줄이 오래 남는다. “좋은 답장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상대가 보낼 편지를 얼마나 많이 읽는가에 달려 있다.” 이 한 줄이 책의 태도를 말해준다. 누군가의 편지를 끝까지 읽어주는 마음, 내 마음을 끝까지 들어보는 연습, 숨기던 솔직함을 표현의 기술로 바꾸는 과정, 망각을 기능으로 받아들이는 지혜. 그래서 독자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위로받는다. 특별한 사람이 되라는 주문 대신, 보통의 자리에서 쓰는 정교한 마음의 기술을 건네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생각보다 멋지고, 생각보다 오래간다.

'달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석원님께서 "본질보다 표현이 훨씬 중요하다"라고 생각한다는 맥락이 궁금해졌어요. 저도 그러거든요. 가지고 있는 마음보다 더 크게 과장된 표현들을 경계하려고 하지만, 또 동시에 어떻게든 표현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거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는 말이나 ‘그걸 꼭 말해야만 아나?’ 같은 말들은 별로예요. 시간이 지나고 알면 뭐하나? 그리고 말하지 않은 것을 짐직 때려맞혔다가 오해라도 하면 그때 가서는 또 어쩌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표현하기에 용기가 없거나 귀찮은 사람들이 정당화하는 것 같아요.
침묵은 금이라지만 침묵이 오히려 쉬울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을 붙이고 싶습니다.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섬세한 표현은 다이아몬드’라고요. 저는 그래서 표현하는 것을, 그중에서도 적절한 비유나 예시로 표현해내는 것들에 탐닉해온 것 같아요.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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