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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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족의 일상 속에서 가장 소중한 감정을 건져 올리는 이야기!”

1930년대, 대공황이라는 거대한 격랑 속에서도 어떤 이야기는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다가온다. R. C. 셰리프의 『구월의 보름』이 바로 그런 책이다.

배경은 영국 남해안의 작은 휴양지, 보그너 레지스.

한 가족이 매년 9월, 보름간의 여름휴가를 떠나는 이야기다.

극적인 사건이나 반전은 없지만, 그 대신 이 소설은 “아무 일 없는 날들” 속에 숨겨진 감정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스티븐슨 가족의 보름은 반복적인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딸 메리는 스무 살, 아들 딕은 열일곱, 막내 어니는 열 살.

세 아이는 매년 조금씩 자라고, 그들이 머무는 ‘시뷰(Seaview)’라는 이름의 낡은 객실도 함께 나이를 먹는다. 딕이 어렸을 때 식탁보에 남긴 잉크 자국, 메리가 붙인 조가비 장식, 박제된 돌잉어 ‘리처즈 씨’ 등은

그들의 시간이 남긴 자국들이다. 그 익숙한 낡음과 사소한 흔적들이야말로 이 가족만의 여름을 증명하는 진짜 풍경이 된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 중에 개인적으로, 아들 딕이 어느 날 처음으로 스스로 산책을 나서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늘 가족의 품 안에서 움직이던 열일곱 살의 딕은 그날 처음으로 혼자만의 걸음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딕은 ‘자신이 누구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만히 사유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곧 성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부모님의 인생을 자신이 대신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선택하고 싶다는 욕망이 그 사유 속에서 조심스럽게 움튼다.

그 장면은 단순한 산책이 아니었다.

그는 ‘아이’의 자리에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외부 세계에 투영해 본 것이었다.

나는 그 장면에서, 말없이 커져가고 있는 한 청년의 내면을 아주 조용히 응원하게 되었다.

이 가족의 하루는 늘 정해진 루틴을 따른다.

아침이면 해변을 거닐고, 오후엔 바닷가 데크 체어에 앉아 책을 읽거나 그저 멍하니 바다를 바라본다.

저녁이면 크리켓 경기나 마을의 작은 행사에 들르고, 밤이면 나란히 앉아 붉은 노을을 본다.

아무 일도 없는 듯하지만, 그 안에서 인물들은 은밀하게 변화하고 있다.

아버지는 매끼 식사 후 조용히 혼자 산책을 나서고, 어머니는 가족을 위한 역할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기 자신’과 마주 앉는다.

어니의 키가 어느덧 자신을 훌쩍 넘어섰다는 사실에 놀라고,

아버지는 멀어지는 수평선을 보며 세월의 깊이를 실감한다.

이들은 말로 하지 않지만, 각자의 내면에서는 아주 중요한 감정의 변주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아름답고 조용한 장면.

해변의 벤치에 가족이 나란히 앉아 말없이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은,

이야기 전체의 감정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다.

누구도 무슨 말을 하진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내년에도 우리가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조용한 물음이 그들의 마음에 잠겨 있다.

마지막 날, 짐을 싸고 시트를 다시 깔고 창문을 열며 맞이하는 아침.

그 바다는 여전히 눈부시지만, 어쩐지 색이 달라 보인다.

셰리프는 이 이야기를 단순한 상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보그너 해변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한 가족의 여름을 따라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고.

그 충동이 고요하고 단단한 한 권의 소설이 되었다.

이 책의 번역가 박지민은 이 소설을 “유리병 속 색색의 유리알”이라고 표현한다.

지금은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훗날 꺼내보면

햇살 아래서 반짝일 듯한 추억의 조각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삶이 힘들 때마다 그 유리알들을 한 알 한 알 꺼내 보며

거기서 받는 따스한 빛에 위안을 얻는 것과 같은 책.”

그 말처럼, 『구월의 보름』은 우리 삶에 분명히 존재했지만 자주 잊히는 “그저 그런 하루”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조용한 삶의 풍경 속에 감춰진 감정의 파동.

그것이야말로 진짜 우리의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책 속엔 이런 구절이 있다.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은 기억이 꼭 붙들 수 있는 예리한 윤곽을 남기지 않는다.

읊조린 말들도, 작은 몸짓이며 생각도 남지 않으니,

깊은 감사함만이 시간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머무른다.” (p.341~342)

또 이런 장면도 있다.

“일 년에 딱 한 번, 그들은 이렇게 앉았다.

서로를 마주하고, 가까이 말이다.

다른 때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법이 전혀 없었다.” (p.104)

사건도 없고 갈등도 없지만, 이 소설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마음을 오래 붙잡는다.

『구월의 보름』은 우리가 지나온 평범한 하루들을 다시 바라보게 해준다.

그 보름이, 우리 인생에도 분명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책장을 덮고 나면 이렇게 말하게 된다.

“그때는 몰랐지만, 참 고맙고 따뜻한 날들이었다.”

'이키다 @ekida_library'님을 통해 '다산책방(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무엇보다 근사한 부분은 휴가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가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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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불교 공부 - 마음을 알고 세상을 이해하는 지혜 여행, 교양으로 읽는 불교 이야기
노채숙 지음 / 지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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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인간의 역사와 늘 함께해왔다.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그 순간부터,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을 달래기 위한 방식으로 종교는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형태를 바꾸며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불이나 태양을 숭배하고, 동물이나 자연에 신의 존재를 부여하던 시절. 그 막연한 경외감 속에서, 인간은 점차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기 시작했고, 그 물음에 대한 깊은 답을 찾으려 했던 이가 바로 고타마 싯다르타, 즉 ‘부처님’이었다.

노채숙 작가의 『청소년을 위한 불교 공부』는 그렇게 시작된 불교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과 함께 자라났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를 조심스럽고도 친절하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책의 시작은 단순한 불교사 입문서 같지만, 읽다 보면 그 이상의 것을 건넨다. 종교를 이해하는 공부를 넘어,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기 때문이다.

책은 ‘다인’이라는 손녀와 ‘할머니’의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막 중학교에 입학한 다인이가 불교에 대한 과제를 하며 품게 된 수많은 질문들, 예를 들어 “부처님은 왜 인생을 고해의 바다라고 했을까?”, “무상하다는 건 허무하다는 뜻일까?”, “욕심을 버리라는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같은 물음에 할머니가 아주 현실적이고 따뜻한 말로 답해주는 방식이다. 이 구성 덕분에 책은 종교를 이야기하면서도 전혀 무겁지 않고, 오히려 누군가 옆에서 조용히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느낌이다.

내가 특히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3부,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불교는 어떻게 되었어요?”였다. 이 장에서는 불교가 단지 역사 속에 남아 있는 가르침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삶에 깊이 스며 있는 철학이자 태도라는 걸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런 장면이 있다.

할머니는 몽골의 나무 심기와 한국의 미세먼지 이야기를 꺼낸다. 겉으로 보면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이 사실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설명을 통해, 모든 현상이 인과관계로 얽혀 있다는 ‘연기법’을 풀어낸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원인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지혜라는 이야기. 이 가르침은 불교의 핵심인 동시에,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잊고 사는 태도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이어지는 ‘무상’의 가르침도 인상 깊다.

“인생이 무상하다”는 말은 흔히 ‘덧없고 허무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의미를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무상이란, 모든 것이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진리다. 이어폰이 고장 나듯, 게임기의 배터리가 닳듯, 마음도 관계도 모든 것은 계속 변한다. 중요한 건, 그 변화를 허무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할머니는 말한다. “지금 생긴 기쁨도, 지금 사라진 아쉬움도 모두 무상한 거야. 그렇기 때문에 자만하지도, 절망하지도 말아야 해.” 그 말이 그렇게 단단하게 다가올 줄 몰랐다.

그리고 결국, 인생은 왜 괴로운가?

책 속에서 다인이가 이렇게 묻는다. “사는 게 고해의 바다라면, 도대체 무슨 희망으로 살아?”

그 물음에 할머니는 단순히 ‘참아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삶은 분명 힘들지만, 그 힘듦이 계속되지는 않는다고. 세상이 무상하듯 괴로움도 언젠가는 지나가며, 우리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바뀐다고. 놓아야 할 것을 놓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하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배워야 할 불교는, 경전을 외우는 게 아니라 그런 ‘마음 쓰는 법’을 익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나니, 불교가 그렇게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신에게 기대는 믿음이라기보다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는 가르침. 괴로움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그 원인이 사라지면 괴로움도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 어쩌면 불교는 ‘참는 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흐름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을 위한 불교 공부』라는 제목 때문에 처음엔 주저했지만, 이 책은 나처럼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마음이 자주 흔들리고, 삶의 의미를 놓치곤 하는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었다.

불교가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 삶이 자꾸 복잡해지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좀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결국 이 책이 전하고자 했던 말은 하나였다.

“삶은 늘 흐르고, 변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노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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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 도대체 괴로움은 왜 생기는 거야?
할머니 : 괴로움을 인도말로 둑카라고 해. 괴로움이 왜 생기냐고? 내 생각대로, 내 뜻대로 안 되기 때문이야. 맞지?
사람은 태어나서 영원히 살고 싶은데 병들다가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괴롭고, 갖고 싶은 게 있는데 쉽게 가질 수 없어 괴롭고, 미운 사람이 있는데 자꾸 마주치니 괴롭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내 곁을 떠나가니 괴롭고, 무언가를 보면 자꾸 욕심이 나서 괴롭지.
세상의 모든 것은 원인이 있어 생겨났다가, 원인이 사라지면 생겨난 것도 사라진다고 했어. 언제 변할지 모르니까 무상하다고 했잖아? 그런데도 사람들은 생겨난 물건도 사랑도 친구도 돈도 모두 내 것이라고 생각해. 그것들이 변하지 않고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어.
마음에 들어서 가지고 싶은데 쉽게 살 수 없고, 설사 가졌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데, 여전히 미련이 남아 있다면 이제 얼마나 괴로운 일이겠어? 그래서 인생은 고해의 바다라고 했어.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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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녹음 중 - 노래와 웃음이 함께하는 티키타카 부부의 일상
인생 녹음 중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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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한다.

하지만 이 책의 부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삶을 기록해나간다. 그들은 일상을 ‘녹음’한다.

오롯이 둘의 목소리만 담은 영상에서 오히려 더 진짜 같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 녹음 중』은 이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소리로 기록해온 과정을 담은 책이다.

유튜브 ‘일상 아카이빙’ 채널을 통해 따뜻한 공감을 이끌어낸 그들만의 소박한 삶,

그 속에 담긴 감정들이 책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책의 프롤로그는 왜 이들이 ‘녹음’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데서 출발한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소소한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기록이 사진이나 영상보다 더 깊이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꾸미지 않은 목소리, 웃음소리, 하루 끝에 나눈 대화들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고,

삶의 진짜 온기를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일상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녹음해 저장해 가던 어느 날,

그들은 문득 알게 된다.

행복은 어쩌면, 지금 여기 우리 곁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책 속에는 그런 그들의 진심 어린 에피소드들이 곳곳에 스며 있다.

특히 마음을 깊이 울렸던 장면은 남편이 아내에게 프로포즈하던 순간과,

며칠 뒤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아내가 조심스럽게 던진 한마디였다.

“돈은 얼마나 모았어?”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피해갈 수 없는 현실적인 질문이었다.

그 순간 남편은 자신이 지난 날 얼마나 무책임하게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아무 계획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던 나날,

YOLO를 외치며 소비에만 집중했던 지난 날들을 후회했다.

며칠간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아내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

이별을 고할 줄 알았던 그 순간,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하기 전에 2천만 원만 모아봐. 내년까지.”

그는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생활비를 아껴가며 1년간 돈을 모았다.

그리고 1년 뒤, 통장에 찍힌 숫자를 봤을 때 그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생애 처음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모은 돈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처음으로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 2천만 원은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책임과 진심, 그리고 서로를 향한 믿음의 증표였다.

이 책은 그런 작고 소박한 일상의 순간들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평소 이 부부의 영상을 자주 보던 팬이었기에 책을 읽는 동안 자꾸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서툴지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듯했고, 또 때로는 “나도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유튜브 채널과 그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이 책이 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다.

“영상을 보고 나니 덩달아 행복해졌어요.”

“배우자와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우리 커플도 덕분에 듀엣곡 연습을 시작했어요.”

찬란한 사건이 없더라도 괜찮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어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저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준다.

『인생 녹음 중』은 말하자면, 삶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꾸미지 않은 목소리, 있는 그대로의 말투, 특별할 것 없는 하루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진솔하고 깊이 있게 다가온다.

다정함은 일부러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것이다.

사랑은 커다란 이벤트보다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순간들 속에 더 많이 숨어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인생 녹음 중』은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충분하고 귀한지를 조용히 일깨워주는 따뜻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영상으로 봤을 때도 참 귀엽고 다정한 커플이다 싶었는데 책으로 접하니 그 마음이 더 깊게 다가온다.

글과 그림, 문장 하나하나 속에 서로에 대한 배려와 편안함,

그리고 특유의 위트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김영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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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살면서 보아온 훌륭한 분들은 막 내려앉은 눈송이처럼 가볍고 유쾌했다. 체면치레나 근엄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장난기 가득한 유머로 분위기를 들었나 놨다 하다가도, 상대방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면도 지니고 있었다. 권위적이거나 냉소적인 모습보다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이 오히려 진정한 고수 같다는 진한 인상을 남겼다. 모든 정신 단계의 최종 지점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라고 어느 위대한 철학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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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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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김주혜 작가의 『밤새들의 도시』를 읽었다.

수많은 장르의 책들 속에서도 유난히 소설이 잘 읽히지 않다 보니, 처음 집중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다. 하지만 한 번 물결을 타기 시작하니, 머릿속에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피어오르기 시작하면서 결국 밤새며 읽었다. 이 소설은 그들이 있던 장소와 주인공의 모습들, 그들의 성격까지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더라.


발레는 가까이에서 자주 접했던 익숙한 장르는 아니었지만,

이 소설이 선택한 발레라는 소재는 장르를 넘어선 감정의 서사가 있었다.

단순히 발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한 사람의 내면을 따라가는 여정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탈리아 레오노바.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모두가 ‘나타샤’라고 부르는 그녀는

한때 파리 무대에서 키트리 점프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며 박수갈채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지젤’ 무대에서의 부상은 그녀를 무대 밖으로 끌어냈다.

이후 거의 2년 가까이, 나타샤는 공허하고 생기 없는 껍데기 같은 삶을 살았다.

살아는 있지만,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나날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현재, 부상 이후 무대에서 내려온 나타샤는,

자신이 발레를 처음 시작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머무는 동안, 그녀는 수많은 기억들과 마주하게 된다.


어린 시절 스베타 이모의 권유로 발레학교 오디션을 봤던 날,

엄마가 직접 수작업으로 만든 발레복을 입고 긴장 속에 무대에 섰던 장면,

그 오디션에서 나탈리아가 보였던 놀라운 집중력과 몰입,

자신을 무시하던 심사위원조차 침묵하게 만들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발레학교에 입학한 후, 함께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친구 니나와 세료자,

그리고 이들과의 우정과 경쟁, 때로는 애매한 감정이 뒤섞인 관계들도

지금의 고요한 방 안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또한, 무대 위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끝내고 쏟아지는 박수를 받던 날들의 열기,

지젤 무대에서의 부상 순간과 함께 느껴졌던 무력감,

그 후 찾아온 공허함과 방황—

이 모든 장면들이 과거의 광채와 현재의 침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와 내면의 흔들림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다양한 장면 중에서 나타샤가 발레 슬리퍼를 신어 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발레 슬리퍼를 신자 발에 생생함과 기민함이 돌아오며 바닥과 연결되고,

무릎뼈가 들리며, 골반이 열린다. 어깻죽지가 편편히 펴지고 당겨져 내려가며 목은 길고 곧게 선다.

엄청난 안도감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촛불이 어느 바람 한 줄에 확 커졌다

다시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나도 순간 나란 존재를 다시 알아본다.”

이 문장은 단순한 동작의 묘사를 넘어,

몸이 기억을 깨우고, 마음이 스스로를 마주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나타샤는 그 순간, 자신이 누구였는지, 무엇을 해왔는지를 되찾는다.

바로 자기 존재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무대에서 멀어진 이유는 단순히 부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드미트리가 던진 한마디가 모든 걸 드러낸다.

“네 부상 말이야.”

“내가 보기엔 거의, 아니면 전부, 네 머릿속에 있다고.”

이 말은, 몸은 회복되었지만 마음의 상처가 여전히 그녀를 가두고 있다는 의미였다.

결국 나타샤를 무너뜨린 건, 자기 의심과 트라우마였던 것이다.


그리고 특히 엄마와의 대화 장면은 유독 속상하고 화도 나고 슬펐다.

“프리마 발레리나는 10년에 한 번 태어난단다.”

이 말은 “넌 그 중 하나가 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엄마는 딸이 겪을지 모를 고생을 막고 싶었다고 했지만,

그 말 속엔 믿음의 부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신뢰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무대 위에서 넘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상처로 남는다.

나타샤는 자신을 “고양이, 빗, 주전자” 같은

하찮고 평범한 존재처럼 느끼며, 세상의 무심함을 마주하게 된다.

어린 시절에 받은 그런 말들은 공허함과 외로움으로 그녀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엄마 역시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기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을 거란 생각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정 이입하며 봤던 장면 중 하나다.


친구 니나와의 장면도 강하게 남았다.

어린 시절 함께했던 니나는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게 되고,

나타샤는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폭발한다.

처음에는 말다툼 정도로 시작되었지만,

사실은 서로를 향해 억눌러왔던 감정의 고백이었다.

니나는 참아왔던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냈고,

나타샤의 무심한 말은 그 감정에 불을 붙였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두 사람이 살아온 방식과 상처,

오해가 부딪힌 지점이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긴장되었던 장면이었다.


니나와의 다툼 이후 집에 돌아온 나타샤는 뒤늦게 도착한 세료자에게 “할 말이 있다”고 고백한다.

짧은 말이지만 그 장면에서 섬세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수십 가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밤의 도시에 날아오르는 새들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아도, 느리게 날더라도

자신의 방향을 찾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이야기다.

『밤새들의 도시』라는 제목은 바로 그런 의미를 품고 있는 듯하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회복하고 자신만의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무너지고, 의심하고, 다시 길을 찾는 그 여정이 결코 낯설지 않다.

발레를 모르는 사람도, 예술가가 아닌 사람도 이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조각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밤의 어둠 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날개를 펼치고 있을 나타샤가 떠올랐다.

“혼자서 길을 찾아 나서는 존재”라는 메타포는 내 안에도 조용히 숨 쉬던 무언가를 흔들어 놓았다.

이 책은 말없이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 지금 이 밤 속을 걷는 너도 분명 빛날 수 있어” 라고 말해주는 이야기다. 발레리나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삶 앞에서 다시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조용하지만 강렬한 위로를 전해주는 소설이다.

'이키다 @ekida_library'님을 통해 '다산책방(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태형이 곁무대로 돌아오자 다른 무용수들이 그의 옆으로 몰려들었다. 다들 이미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오른 주역 무용수들이었지만,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이 흥분한 코르 드 발레 단원들 같았다. 태형은 그들과 인내심 있게 차례대로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젊은 남자 무용수들에게 있어서 겸손함과 천부적 재능은 으레 상반된 관계다. 그의 겸손함은 춤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진정한 예술가가 무대에 올랐을 때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것은 그의 춤이 아니라 그의 영혼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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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소통하는 사자성어 명언 필사 - 나의 단단한 어휘력과 표현력을 위한 사자성어 명언 필사 1
김한수 지음 / 하늘아래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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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도전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서 중국 판매자들과 대화를 나눌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문이나 중국어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어도 결국 한문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어떤 책으로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김한수 작가님의 『세상과 소통하는 사자성어 명언 필사』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좋은 뜻을 지닌 사자성어를 배우는 계기도 얻고, 한문 공부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책을 넘기며 받은 첫인상은, 그저 사자성어를 나열해주는 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사자성어의 해석은 물론, 관련 성어, 예문, 그리고 깊이 있는 명언까지 함께 실려 있어 내용이 풍부했고,

따라 써볼 수 있도록 필사 형태로 구성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요즘 고전 문장이나 시집 속 구절을 따라 쓰는 필사가 유행인데,

이 책은 사자성어의 의미를 배우는 동시에 한자 쓰기 연습까지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팔방미인’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자를 쓸 때 꼭 알아야 할 기본 원칙인 ‘필순(筆順)’에 대해 짚어주는 부분도 유익했다.

기존에 필순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잘못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꼭 읽고 넘어가길 권하고 싶다.

필순 원칙은 한자는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책에서는 8가지 필순 원칙과 참고사항을 체계적으로 소개해,

뜻뿐만 아니라 한자의 올바른 형태까지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꼼꼼하게 구성된 설명은 책 전반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첫 번째로 소개되는 사자성어는 초지일관(初志一貫)이다.

“처음 품은 뜻을 변함없이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의미로,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세운 계획이나 목표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결심과 의지를 담은 말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관련된 성어로는 시종일관, 수미일관이 있으며,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의 명언이 함께 소개된다.

“한 번 결심한 일은 끝까지 밀고 나가라. 바로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이후 유시유종(有始有終), 자금위시(自今爲始), 기호지세(騎虎之勢), 용두사미(龍頭蛇尾), 무사안일(無事安逸), 명목장담(明目張膽), 단사표음(簞食瓢飮), 격화소양(隔靴搔癢), *감무쌍(勇敢無雙)까지, 같은 구성으로 사자성어를 차례차례 소개한다. 각 성어마다 한자의 풀이, 관련 성어, 현대적인 예문, 그리고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해석할 수 있는 명언이 함께 실려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책에는 이렇게 총 115개의 사자성어가 수록되어 있으며,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담긴 문장이 없다.


가장 마지막에 소개되는 사자성어는 경천근민(敬天勤民)이다.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부지런히 섬긴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임금이나 통치자의 덕목으로 여겨졌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처럼 정치적·사회적으로 혼란이 많고 민심이 불안한 시기에는 ‘경천’보다는 ‘근민’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 같다. 시민의 삶의 질, 복지, 공정, 일자리 문제 등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현실이 정책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하늘만 바라보는 정치가 아닌, 백성의 눈높이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정치가 필요한 지금,

이 사자성어는 참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사자성어의 의미를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고전의 언어와 현대의 감각, 동양의 지혜와 현실의 문제를 잇는 다리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책 곳곳에 마련된 필사 공간은 독자가 손으로 직접 써보며 의미를 천천히 곱씹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한 획 한 획 따라 쓰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고요함이 찾아오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사자성어를 외우려는 사람보다는, 그 뜻을 삶에 적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린다.


하루 한 문장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싶은 사람,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물론 자기계발을 실천하는 이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의미를 단순히 기억하는 것을 넘어, 마음에 새기고 싶을 때 필요한 책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고 싶다.

말은 곧 삶이다. 오래된 사자성어도 지금 우리의 행동과 연결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언어가 된다.

한 문장, 한 획을 따라 쓰는 그 시간이 바로 내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하늘아래 출판사>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럽북 인스타 @lovebook.luvbuk

#네이버카페 #리뷰의숲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초지일관(初志一貫)
"처음 품은 뜻을 변함없이 일관되게 유지한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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