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소년을 위한 불교 공부 - 마음을 알고 세상을 이해하는 지혜 여행, 교양으로 읽는 불교 이야기
노채숙 지음 / 지노 / 2025년 5월
평점 :

종교는 인간의 역사와 늘 함께해왔다.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그 순간부터,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을 달래기 위한 방식으로 종교는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형태를 바꾸며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불이나 태양을 숭배하고, 동물이나 자연에 신의 존재를 부여하던 시절. 그 막연한 경외감 속에서, 인간은 점차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기 시작했고, 그 물음에 대한 깊은 답을 찾으려 했던 이가 바로 고타마 싯다르타, 즉 ‘부처님’이었다.
노채숙 작가의 『청소년을 위한 불교 공부』는 그렇게 시작된 불교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과 함께 자라났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를 조심스럽고도 친절하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책의 시작은 단순한 불교사 입문서 같지만, 읽다 보면 그 이상의 것을 건넨다. 종교를 이해하는 공부를 넘어,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기 때문이다.
책은 ‘다인’이라는 손녀와 ‘할머니’의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막 중학교에 입학한 다인이가 불교에 대한 과제를 하며 품게 된 수많은 질문들, 예를 들어 “부처님은 왜 인생을 고해의 바다라고 했을까?”, “무상하다는 건 허무하다는 뜻일까?”, “욕심을 버리라는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같은 물음에 할머니가 아주 현실적이고 따뜻한 말로 답해주는 방식이다. 이 구성 덕분에 책은 종교를 이야기하면서도 전혀 무겁지 않고, 오히려 누군가 옆에서 조용히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느낌이다.
내가 특히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3부,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불교는 어떻게 되었어요?”였다. 이 장에서는 불교가 단지 역사 속에 남아 있는 가르침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삶에 깊이 스며 있는 철학이자 태도라는 걸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런 장면이 있다.
할머니는 몽골의 나무 심기와 한국의 미세먼지 이야기를 꺼낸다. 겉으로 보면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이 사실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설명을 통해, 모든 현상이 인과관계로 얽혀 있다는 ‘연기법’을 풀어낸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원인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지혜라는 이야기. 이 가르침은 불교의 핵심인 동시에,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잊고 사는 태도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이어지는 ‘무상’의 가르침도 인상 깊다.
“인생이 무상하다”는 말은 흔히 ‘덧없고 허무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의미를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무상이란, 모든 것이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진리다. 이어폰이 고장 나듯, 게임기의 배터리가 닳듯, 마음도 관계도 모든 것은 계속 변한다. 중요한 건, 그 변화를 허무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할머니는 말한다. “지금 생긴 기쁨도, 지금 사라진 아쉬움도 모두 무상한 거야. 그렇기 때문에 자만하지도, 절망하지도 말아야 해.” 그 말이 그렇게 단단하게 다가올 줄 몰랐다.
그리고 결국, 인생은 왜 괴로운가?
책 속에서 다인이가 이렇게 묻는다. “사는 게 고해의 바다라면, 도대체 무슨 희망으로 살아?”
그 물음에 할머니는 단순히 ‘참아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삶은 분명 힘들지만, 그 힘듦이 계속되지는 않는다고. 세상이 무상하듯 괴로움도 언젠가는 지나가며, 우리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바뀐다고. 놓아야 할 것을 놓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하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배워야 할 불교는, 경전을 외우는 게 아니라 그런 ‘마음 쓰는 법’을 익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나니, 불교가 그렇게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신에게 기대는 믿음이라기보다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는 가르침. 괴로움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그 원인이 사라지면 괴로움도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 어쩌면 불교는 ‘참는 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흐름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을 위한 불교 공부』라는 제목 때문에 처음엔 주저했지만, 이 책은 나처럼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마음이 자주 흔들리고, 삶의 의미를 놓치곤 하는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었다.
불교가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 삶이 자꾸 복잡해지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좀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결국 이 책이 전하고자 했던 말은 하나였다.
“삶은 늘 흐르고, 변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ㅡ
'지노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다인 : 도대체 괴로움은 왜 생기는 거야? 할머니 : 괴로움을 인도말로 둑카라고 해. 괴로움이 왜 생기냐고? 내 생각대로, 내 뜻대로 안 되기 때문이야. 맞지? 사람은 태어나서 영원히 살고 싶은데 병들다가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괴롭고, 갖고 싶은 게 있는데 쉽게 가질 수 없어 괴롭고, 미운 사람이 있는데 자꾸 마주치니 괴롭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내 곁을 떠나가니 괴롭고, 무언가를 보면 자꾸 욕심이 나서 괴롭지. 세상의 모든 것은 원인이 있어 생겨났다가, 원인이 사라지면 생겨난 것도 사라진다고 했어. 언제 변할지 모르니까 무상하다고 했잖아? 그런데도 사람들은 생겨난 물건도 사랑도 친구도 돈도 모두 내 것이라고 생각해. 그것들이 변하지 않고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어. 마음에 들어서 가지고 싶은데 쉽게 살 수 없고, 설사 가졌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데, 여전히 미련이 남아 있다면 이제 얼마나 괴로운 일이겠어? 그래서 인생은 고해의 바다라고 했어. - P1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