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와 함께 과학 - 과학의 경이로움을 여는 19가지 질문! 깜돌이와 꽁주가 들려주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김성환 지음 / 지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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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함께 지내는 평범한 일상들 속에 수많은 과학 법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흔한 산책길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과 일상 속에서도, 과학적인 이론이 무수히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에는 쌍둥이 자매 강아지(깜돌과 꽁주)와 한이가 등장한다. 한이는 인간으로 쌍둥이 강아지를 키우는 인물이다.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건 쌍둥이 강아지들로, 그들의 대화를 통해 과학 개념을 쉽게 풀어낸다. 댕댕이들의 대화는 딱딱하지 않고 마치 산책 중에 주고받는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부분은 관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에서는 강아지가 냄새를 맡다가 갑자기 달려 나가고, 또다시 멈추는 모습을 예로 든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행동 같지만, 사실은 관성의 법칙과 관련이 있다. 움직이는 물체는 그 움직임을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는데, 강아지가 자꾸 속도를 바꾸면 그때마다 관성을 깨야하기 때문에 더 힘들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강아지도 힘들고, 보호자 역시 지칠 수밖에 없다. 산책이 끝나고 돌아 오면 유독 지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어려울 수 있는 관성의 법칙을 흔히 경험하는 일상 속에서 찾아 내어 설명하니 단번에 이해가 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주변시’에 관한 것이었다. 강아지가 사료를 먹지 않아 보호자가 다른 음식을 먹이기 위해 찾아 헤매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식, 화식 같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결국 중요한 건 균형 잡힌 식단이라는 사실에 다다른다. 이 이야기를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이야기로 연결시킨다. 사람 눈은 어두운 대상을 똑바로 볼 때보다 주변을 볼 때 더 잘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주변시’라고 한다. 저자는 이 원리를 강아지의 식습관과 연결하여 이야기한다. 원하는 것만 고집하지 말고, 주변의 다양한 음식을 함께 먹으면 오히려 좋아하는 음식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 원리를 설명하면서 식생활 습관과 연결 시킴으로써 설득력을 더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고 흥미롭게 본 부분은 E=mc²(= 에너지는 질량 곱하기 빛의 빠르기의 제곱과 같다.) 파트다. 이 공식은 물리학의 상징적인 공식으로 강아지의 눈높이로 풀어낸다.

본문 발췌 내용 중에 아래와 같은 내용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와닿을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이 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믿고 당당해질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본문발췌 내용 중, p43>

“잘 봐봐. 우리는 덩치가 작으면 덩치가 큰 누군가에게 위축될 수 있어. 상대가 더 힘이 세기 때문에 겁이 나서 그런 거겠지.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어. 당연히 덩치가 크면 힘도 세서 자기보다 강할 수 있겠지.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거든.

너 역시 아무리 작아도 ‘E=mc²’가 의미하는 것처럼 굉장히 큰 에너지를 갖고 있어. 그 에너지가 어떤 형태인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우리는 단지 보이는 모습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거든. 예를 들어 너는 상대방보다 더 영리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생각할 수 있는 두뇌 에너지가 있을 수 있어. 너는 힘이 아닌 머리를 써서 상대를 이길 수도 있지. 또한 든든한 지원군을 갖고 있을 수도 있어. 너에게 내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

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실제로 싸우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덩치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겁을 먹거나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야. 너에게는 상대보다 강한, 너만의 힘이 저장된 어떤 부분이 분명 있을 수 있으니까. 물론 입장을 바꿔서 상대가 작다고 무시하면 안되겠지. 그에게는 또 그만의 장점이 있을 테니까. 즉 상대가 작다고 또는 크다고 무시하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는 거야.“

다음은 음수와 양수의 이야기다. 수학적으로만 보면 낯설고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책에서는 공존의 은유로 풀어낸다. 새로운 존재가 기존 세계와 모순되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다면, 세계는 더 넓고 풍요롭게 확장될 수 있다는 말한다. 사람과 개가 서로 다른 존재임에도 에티켓을 지키고 존중해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교훈으로 이어지면서 수학이 이렇게 따뜻한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구나 싶어 마음에 남는 문장이었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이야기에선, “네가 땅을 밀면 땅도 너를 민다”는 설명이 있다. 무슨 얘기일까?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것도, 달릴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법칙 덕분이다. 강아지가 땅을 발로 힘껏 뒤로 밀면, 땅은 같은 크기의 힘을 정반대 방향으로 강아지에게 되돌려 준다. 이 반작용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즉, 한쪽이 힘을 주면 다른 쪽도 반드시 그만큼의 힘을 되돌려 주는 것이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당연한 이치이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오래 남은 부분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다르게 흐를 수 있다”는 문장은 단순히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인간보다 훨씬 짧은 수명을 가진 반려견에게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개에게는 일생의 소중한 한 조각일 수 있다는 사실은 보호자로서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메시지였다.

소개한 내용 이 외에도 반려견의 뛰어난 감각에 대해서도 다룬다. 개의 후각은 사람보다 수만 배 예민해서 특정 질병까지 감지할 수 있고, 청각은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영역까지 포착한다. 단순히 귀여운 동물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능력 있는 동반자라는 점이 과학적으로 설명된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건, 모든 과학적 설명 뒤에 공존과 존중이라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리, 수학, 천문학, 상대성 이론 같은 복잡한 개념을 다루지만 결코 어렵지 않다.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결국 하나다. 인간과 개는 서로 다른 존재지만,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더 넓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을 과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산책 길에서 관성을 설명하고, 균형 잡힌 습관을 일깨우기 위해 주변시를 비교해 설명하며, 상대성이론은 크기와 상관없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음수와 양수는 서로 다른 존재가 조화를 이룰 때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

결국 과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일상을 이해하는 언어이며,

동시에 따뜻한 삶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특별하다.

결국 이 책이 전해주는 가장 큰 선물은 분명하다.

과학은 결코 멀리 있는 학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가장 가깝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

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과학을 배우는 교실이 된다.

산책길에서 강아지를 바라볼 때에도 그 속에 숨어 있는 작은 과학과 의미들을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앞으로는 과학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노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잘 봐봐. 우리는 덩치가 작으면 덩치가 큰 누군가에게 위축될 수 있어. 상대가 더 힘이 세기 때문에 겁이 나서 그런 거겠지.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어. 당연히 덩치가 크면 힘도 세서 자기보다 강할 수 있겠지.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거든.
너 역시 아무리 작아도 ‘E=mc²’가 의미하는 것처럼 굉장히 큰 에너지를 갖고 있어. 그 에너지가 어떤 형태인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우리는 단지 보이는 모습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거든. 예를 들어 너는 상대방보다 더 영리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생각할 수 있는 두뇌 에너지가 있을 수 있어. 너는 힘이 아닌 머리를 써서 상대를 이길 수도 있지. 또한 든든한 지원군을 갖고 있을 수도 있어. 너에게 내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
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실제로 싸우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덩치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겁을 먹거나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야.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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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
서정환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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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문장, 첫 질문이 마음속에 훅 다가왔다.

“나는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 건가?”

짧지만 강렬한 물음이었다. 그동안 타인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살면서 정작 내 마음에 구체적으로 묻는 일은 거의 없었다. 늘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 삶을 돌아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래서 이 질문은 마치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단 한 번도 꺼내지 못했던 말을 누군가 대신 입 밖으로 내어준 듯한 울림을 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몰입해보고자 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단 한 번은 올인해 보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 오래 해온 것,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도전하고 싶은 것. 그것이 무엇이든 찾아내어 단 1년이라도 온전히 내 꿈을 위해 달려보라는 제안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라는 권유처럼 다가왔다. 우리는 흔히 ‘안정’을 선택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곤 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은 삶의 진짜 의미가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용기 있는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삶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구절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말했듯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격언 이상의 울림이 있었다. 자신과의 화해 없이는 세상과도 화해할 수 없다. 허무를 위해 살 수도 없고 단순히 고통을 버티는 데에만 시간을 낭비할 수도 없다. 스스로 만든 적에게 시달리기보다 내 인생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자꾸 잊고 있던 진실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이 책에는 시간을 바라보는 시선도 담겨 있다. 삶의 선택은 언제나 과거에 묶이거나 미래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된다. 저자는 더 이상 과거를 붙잡지 않고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겠다고 말한다. 흐름을 억지로 거스를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노를 저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닿을 곳에 닿게 된다는 믿음. 이 단순하면서도 단단한 확신은 무겁게 누르던 짐을 덜어내듯 마음을 가볍게 했다.

또한 “뭐가 되긴, 그냥 크는 거지”라는 말은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압축하고 있었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삶은 반드시 대단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인생은 도화지 위에 색을 덧입히는 것과 같다. 예상치 못한 색과 무늬가 덧입혀지더라도 그것이 모여 결국 나만의 그림을 완성한다. 그 그림이 곧 내 삶이고,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저자가 고백한 독서의 힘에 대한 이야기도 깊은 공감을 주었다. 소설이 그에게 삶의 지침서였다는 고백은 곧 나의 경험이기도 했다.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 것, 변명 대신 책임을 지는 태도,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이런 것들은 책을 통해 배운 삶의 태도였다. “만약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라는 고백에서 큰 울림을 느꼈다. 나 역시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책을 통해 고정된 사고의 틀을 깨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확장해 사유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책을 읽지 않을 때보다 읽을 때 비로소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까지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시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었다. 그는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만의 언어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시인은 언어를 창조하는 사람, 그래서 시의 언어는 낯설고 때로는 어렵다. 하지만 그 낯섦이야말로 우리 안에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나는 늘 시를 어렵게만 여겼지만,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서야 시의 매력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것이 시인만의 언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언어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느껴지는 감동은 배가 된다. 시는 결국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것이야말로 시가 가진 힘이다.

이 책은 또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고통과 고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인생에는 어떤 위로도 닿지 않는 시간,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저자는 그 시간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opus’ 한 곡으로 견뎠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을 읽으며, 나 역시 힘겨운 시기를 음악이나 책 한 권으로 버텨낸 경험들이 떠올랐다. 결국 중요한 건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 시간을 스스로 견뎌내는 힘이며,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또한, 저자는 친절의 힘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이게 도움이 될까?”를 먼저 고민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그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작은 친절이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바꿀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내가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되고, 어떤 날은 내가 그 친절을 받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서로를 버티게 해주는 방식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상실과 절망의 어둠을 통과하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처칠이 말했듯 “지옥을 통과하고 있다면, 계속 걸어가라.” 삶의 여정은 때때로 어둠 속을 걷는 것과 같다. 불확실성과 상실, 절망이 가득한 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걸어야 한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결국 빛을 찾기 위해 걷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강해지고, 더 깊이 있는 존재로 자라난다. 어둠을 지나며 끝내 빛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책의 후반부에는 잃어버린 온기와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도 등장한다. 저자는 오래전 밥집에서 느꼈던 따뜻한 순간들을 회상하며, 결국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그때의 숨결과 온기였음을 깨닫는다. 편의점 음식은 편리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손길, 서로를 배려하는 순간이 없다. 우리가 삶에서 갈망하는 건 결국 그런 따뜻한 온기다. 또한 아름다움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이미 아름다움은 존재하지만, 다만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뿐이다. 작은 발견이 삶을 지탱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는 말에 깊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책은 완벽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기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문장이 책 전체를 꿰뚫는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더 이상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보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결국 우리가 지켜내고 싶은 것은 화려한 타이틀이 아니라,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쌓아온 시간이며 그것이 내 삶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울타리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제야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미뤄둔 채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특히 어울린다. 늘 남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살다 보니 정작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했던 이들, 그리고 삶의 전환점 앞에 서 있거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시와 소설을 비롯한 문학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하고 싶지만 아직 그 매력을 깊이 느끼지 못한 독자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저자의 경험담과 문학에 대한 고찰은 독서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태도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걸고 싶은 모든 이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초대장이다.


'마음연결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뭐가 되긴, 그냥 크는 거지."
시간이 흐르고 성장하면서 우리는 깨닫는다. 이 질문이 단순히 직업을 선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삶이 반드시 가치 있고 대단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삶은 도화지 위에 매일 새로운 색을 덧입히는 일에 가깝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색이 더해지기도 하고, 원치 않는 무늬가 생기기도 한다. 도화지를 처음 꺼냈을 때 생각했던 그림과는 달라졌을지라도 그것이 우리 삶을 더욱 독특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뭐가 되긴, 그냥 그는거지." 이 말은 인생이 특정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는 깨달음에서 나온다. 무엇이 되는가보다, 매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성장하면서 점점 알게 된다. 삶의 의미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타이틀이 아니라, 내면에서 발견되는 가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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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줄 알았는데 재밌어! 야구 만화 도감 2 : 심화편 반전 도감 5
익뚜 지음, 김양희 감수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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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줄 알았는데 재밌어! 야구 만화 도감 2: 심화편』은 야구의 세계를 한층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1편이 기본 규칙과 경기의 흐름을 설명하는 입문서였다면, 2편은 전략과 데이터, 포지션별 특징, 그리고 최신 제도와 문화까지 아우르며 야구의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면모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풀어내기에 ‘심화편’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구성 중 하나는 “선수 vs 선수” 코너다. 여기서는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선수를 한 장에서 비교해 보여준다. 삼성 라이온즈의 원태인과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폴 스킨스를 나란히 소개하는 방식으로, 독자는 두 선수의 스타일과 차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국내와 해외를 연결해 보여줌으로써 한국 야구가 세계 무대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또한, 이 책은 다양한 야구 용어와 전략을 소개한다. 커터와 싱커 같은 구종 설명은 물론, 허슬 플레이처럼 경기를 보는 이들이 자주 접하는 표현을 풀어내 초보 팬도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돕는다. 최신 룰 변화 역시 빠짐없이 다루는데, 대표적인 것이 MLB의 수비 시프트 규제다. 2023년부터 내야수 4명이 모두 내야 흙 안쪽에 위치해야 하고, 2루 기준 좌우로 두 명씩 배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이는 타자의 성향을 분석해 수비를 치우치게 배치하는 전략이 경기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변화였다.

이 책은 단순히 규칙만 다루지 않고 야구 문화의 깊은 층위까지 보여준다. 일본과 미국에서 퍼펙트 게임 도중 번트를 시도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문화, 큰 점수 차에서 도루를 자제하는 관습, 한국 프로야구에서 은퇴 경기를 존중하는 분위기 등이 그것이다. 2017년 이승엽의 은퇴 경기에서 상대팀이 승부보다 존중을 선택한 장면은 야구가 단순히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투수가 사구를 던진 뒤 모자를 벗고 사과하는 제스처 역시 암묵적 예의의 한 부분이다. 이렇게 야구에는 규칙서에 적히지 않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선수들이 지니고 있는 징크스와 습관도 책의 재미를 더한다. 김성근 감독이 2010년 16연승 동안 면도를 하지 않았던 일화는 다소 미신적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팀의 긴장감과 결속을 상징하는 에피소드로 읽힌다. 이처럼 책은 기록과 통계, 규칙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까지 놓치지 않는다.

특히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한 설명은 인상적이다. 타율이나 평균 자책점처럼 전통적인 기록 대신 OPS, wOBA, WAR 같은 정밀한 지표를 활용해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야구가 데이터와 통계의 스포츠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단순히 타율이 높은 선수나 ERA가 낮은 투수를 좋은 선수로 보는 것의 한계를 짚어주며, 실제 경기력과 팀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세이버메트릭스가 도입되었다는 설명은 독자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오늘날 FA 계약이나 트레이드, 드래프트에 반드시 참고되는 지표가 된 이유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책은 기술의 발전과 규칙의 변화를 빠짐없이 담아낸다. KBO가 세계적으로 앞서 로봇 심판을 도입해 2024년 1군 경기에서 완전히 정착시킨 과정은 한국 야구의 실험적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피치 클록, 베이스 확대, 견제 제한, 연장전 승부치기, 타자 준비 시간 제한과 같은 스피드 업 규정은 경기 시간을 줄이고 템포를 높여 팬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빠르고 박진감 있는 경기를 선호하는 젊은 팬층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불펜 투수의 역할과 시대별 변화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중간 계투, 셋업맨, 마무리, 원 포인트 릴리프 등 다양한 불펜 투수의 역할을 통해 야구 경기가 단순히 선발과 타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여러 계층적 전략이 얽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는 야구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이 책은 야구는 고정된 스포츠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사실이다.

팬들의 관심을 유지하고 경기를 더욱 공정하고 박진감 있게 만들기 위해 규칙과 문화는 계속 바뀌어 왔다.

『야구 만화 도감 2: 심화편』은 야구를 잘 모르지만 알고 싶어 하는 사람, 기본적인 경기 규칙은 알지만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나아가 데이터와 전략을 즐기는 팬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만화라는 친근한 형식 덕분에 복잡한 내용을 쉽게 풀어내기에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야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단순히 중계 화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 선수들의 플레이와 관중들의 열기를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만큼 야구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책이며, 읽는 이를 자연스럽게 야구장으로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후즈갓마이테일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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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불문율과 그 이유
1. 큰 점수 차에서 무리한 플레이 금지
2. 홈런 후 과한 세리머니 금지
3. 노히트 노런, 퍼펙트게임 방해 금지
투수가 대기록에 도전 중일 때 번트 안 하기.
선수 입장에선 당연히 기록을 깨고 싶지만 번트로 깨는 건 예의 없는 행동으로 여겨져.
4. 빈 볼 맞으면 보복구로 대응
5. 투수가 마운드를 내려갈 땐 박수로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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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8 - 박경리 대하소설, 2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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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8권』은 “이제 어디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갈까”를 묻는다.

흉년이 들고, 왜놈들은 “문서가 없다”는 말로 사람들의 땅을 빼앗는다. 병이 나도 약 한 첩 못 짓는 집이 태반이다.

이런 바닥의 현실에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이 생존의 자리 위로 종교와 정치 이야기가 포개진다. 스님과의 긴 대화 속에서 불교·유교·동학·태평천국·백련교가 오가지만 결론은 단순하다. 멋진 말이나 내세의 약속보다, 지금 당장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먼저라는 것. 억압이 깊어질수록 돈과 힘이 손을 잡고, 그 틈에 낀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본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이 부분은 8권 전체의 기초가 되는 부분 같다. ‘왜 싸우느냐’보다 ‘무엇으로 버티느냐’를 묻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제 인물들이 제자리를 다시 잡는다. 길상은 더 멀리 나가 독립운동을 돕기로 마음먹는다. 서희는 집 안에서 남은 삶을 지키며 “돌아갈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김개주의 아들 김환과 환이(구천)가 등장하면서, 피와 역사, 사랑과 죄책이 한꺼번에 꿈틀거린다. 작가는 ‘반역의 피’를 눌려 살던 사람들이 "이대로는 못산다"라고 말하며 일어서는 마음으로 보여 준다. 김환은 그 기세를 타고났지만 방향을 잘 못 잡아 흔들리고, 환이는 길상과 서희, 이동진의 오래된 상처를 다시 건드린다. 나는 여기서 ‘반역’이 단순한 불온함이 아니라 살아 보려는 발버둥이자 더 나은 삶을 향한 힘으로 읽혀졌다.


이 책의 정점은 월선의 병세와 마지막 밤이다. 옹이는 다 식어 가는 월선을 무릎에 안고 “우리 많이 살았다, 여한 없제?”라고 묻는다. 월선이 고개로 답하자, 그는 고요히 이불을 펴고 작은 얼굴을 쓸어주며 눕힌다. 장식 없는 이별이 품격이 되는 순간이다. 그 옆에서 죽은 이의 돈을 노리는 임이네의 모습은 더 추하게 보인다. 옹이는 남 탓만 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오며 저지른 잘못을 떠올리고, 남은 날을 바르게 살려 한다.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이 사랑은 끝났지만 예의와 품격은 남는다.


서희의 마음은 그보다 더 큰 파도를 지난다. 조준구와 홍씨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 돌아가서 다 갚겠다”는 분노가 치밀지만, 그는 끝내 마음을 다잡는다. 분노를 좇다 보면 아이들과 자신의 삶이 무너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서희는 계산으로 조준구를 무너뜨리고, 아이 둘의 손을 잡고 조선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길상은 함께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서희의 길은 ‘지금 여기서 가족을 지키는 일’, 길상의 길은 ‘밖에서 더 크게 싸우는 일’로 갈라진다.

나는 이 선택을 파탄이 아니라 각자 중요한 것을 선택한 것으로 읽고 싶었다.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몫이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김두수는 반대로 더 어두운 쪽으로 깊어진다. 금녀를 쫓아 하얼빈까지 가고, 총을 맞고도 이익부터 계산한다. 그는 독립세력의 재산까지 노린다. 거창한 말은 필요 없다. 김두수에게 탐욕이 있었고, 돈과 힘이 한패가 된 세상은 그런 사람을 더 빨리, 더 높이 올려 주었다. 그러니까 김두수의 악행은 그 사람만의 문제이면서, 그런 사람을 키워 주는 세상의 분위기이기도 했다. 이 조합은 앞으로의 더 큰 비극을 예고한다.

한편, 이 모든 소용돌이 뒤에서 시간은 묵묵히 흐른다. 누가 이겨도 외로움은 그림자처럼 붙고, 상처는 쉽게 낫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늘을 다시 추스른다. 서희는 돌아갈 준비를, 길상은 떠날 준비를, 옹이는 남은 날을 단정히 살아갈 준비를 한다. 책의 마지막에 남는 마음은 울분만이 아니다. 주먹을 꽉 쥔 분노가 아니라, 조용하지만 단단한 결심이다. 지금 당장 완벽히 이기지 못해도 내 자리를 만들며 버티겠다는 결심이다.


『토지 8권』은 선악을 가르는 판결문이 아니라 살 길을 찾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월선의 마지막은 “사랑은 끝까지 돌보는 일”임을,

서희의 결심은 “생존도 전략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길상의 선택은 “해방에는 값이 따른다”는 현실을 보여 준다.

김두수의 행로는 “나쁜 마음을 더 키우는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일깨운다.

큰 구호 대신, 오늘을 살아내는 힘과 자세를 묻는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쓸쓸하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앞으로 걸어갈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다음 9권이 기대되게 만드는 8권이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더럽고 아니꼬운 놈들만 잘사는 이눔의 세상 아니오? 도둑질 많이 하는 놈일수록 잘살고, 신령님이 있긴 어디 있어? 신령님? 복장 터지는 얘기지."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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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영감노트 - 읽고 쓰는 모든 사람을 위한 고전 수업
기무라 류노스케 지음, 김소영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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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류노스케의 『셰익스피어 영감노트』는 셰익스피어를 책상 위의 고전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무대 위로 다시 불러오는 책이다. 연출가로서 배우와 스태프 사이에서 언어에 숨을 불어넣어 온 저자의 시선은 학술적 해설처럼 딱딱하지 않고, 무대 현장에서 얻은 생생한 감각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묻는다. 우리는 정말 셰익스피어를 알고 있는가. “죽느냐, 사느냐”나 “오 로미오” 같은 대사는 이미 대중문화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400년 전 사람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말하고 있는 존재다.

저자는 셰익스피어를 “인간을 흔들고(Shake), 꿰뚫는(Spear) 천재”라고 정의한다. 그는 웃음과 눈물, 분노와 두려움, 삶을 지탱하는 힘까지 언어로 길어 올려 인간의 본질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 언어의 힘은 단순히 문학적 장식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 사고를 움직이는 에너지로 이어진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생몰 연대(1564–1616)를 장난스러운 기억술로 소개한다. “히토고로시 이로이로”라는 말장난은 전쟁과 죽음, 격동이 넘치던 시대의 공기를 함께 떠올리게 한다. 작은 시골에서 태어난 셰익스피어는 연극이 가장 활활 타오르던 런던으로 건너와 37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고, 희극·비극·역사극을 넘나들며 오늘날의 ‘히트메이커’처럼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시대와 대중을 동시에 흔든 배경을 알게 되면, 그의 언어가 왜 지금까지도 생생한지 더 분명해진다.

책 속에서 다루는 대사들은 하나같이 강렬하다. 로미오가 줄리엣을 처음 보고 외치는 말, “아아, (저 사람은) 횃불에게 찬란하게 타오르는 비법을 가르치고 있구나!”(『로미오와 줄리엣』 1막 5장)는 평범한 ‘아름답다’는 감탄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어지는 “저 손을 감싸는 장갑이 되고 싶다. 그러면 저 뺨을 만질 수 있을 테니!”(2막 2장)라는 고백은 다소 무모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진솔하다. 이처럼 셰익스피어는 감정이 넘쳐흐르는 순간을 언어로 과감히 붙잡아냈다. 같은 장면에서 “드넓은 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 별이…”라는 대사는 사랑의 고백을 우주적 스케일로 확장시킨다. 결국 메시지는 하나지만, 언어가 감정을 증폭시키며 청중에게 새로운 차원의 감각을 전달한다.

사랑의 언어가 인간의 감정을 끌어올린다면, 설득의 언어는 사람들의 행동을 뒤바꾼다. 『줄리어스 시저』에서 안토니의 연설은 대표적인 장면이다. 그는 겸손하게 시작한다. “저에게는 지혜도 언변도 권위도 없습니다… 사람들의 피를 들끓게 하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전략이었다. 이어서 그는 가정법과 반복을 통해 군중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브루투스는 공명정대한 사람입니다.”라는 문장을 몇 차례 반복하면서, ‘정말 그런가?’라는 의심을 자연스럽게 심어준다. 이렇게 언어가 현실을 움직이고 민중을 행동하게 만드는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언어가 단순한 문학을 넘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힘으로 작용했음을 잘 보여준다.

짧은 문장 속에서도 본질을 찌르는 그의 언어는 더욱 빛난다. “사람은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악당일 수 있다. 적어도 덴마크에는 틀림없이 그런 자가 있다.”(『햄릿』 1막 5장)는 한 나라의 구체적인 예를 통해 오히려 모든 사회에 적용 가능한 통찰을 전한다. 또 “조심하시길, 장군이여, 질투라는 사실을. 이 녀석은 초록 눈을 한 괴물이오.”(『오셀로』 3막 3장)는 질투라는 감정을 초록빛 괴물로 형상화해, 인간의 내면을 서서히 좀먹는 무서운 감정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은 왜 지금도 끊임없이 새롭게 읽히는 걸까. 저자는 그 이유를 ‘여백’에서 찾는다. 셰익스피어는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몬테규와 캐퓰릿이 왜 원수인지,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이 재판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리처드 3세』에서 마가렛은 어떻게 쇠락했는지 등 수많은 빈칸이 남는다. 이 여백은 독자와 관객의 상상으로 채워지며, 작품은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된다. 기무라는 희곡을 “놀면서(희) 구부린다(곡)”라고 설명하며, 희곡이란 본래 관객과 배우, 독자가 함께 가지고 노는 장르라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셰익스피어는 시대를 초월해 늘 새롭게 해석될 수 있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무대에서 감정을 다루는 방식 또한 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저자는 배우들에게 “너무 몰입하지 마세요”라고 주문한다. 좋은 배우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과 ‘놀 줄’ 안다. 로미오가 하루 전까지만 해도 다른 여인을 사랑한다고 외치다가 줄리엣을 본 순간 “내 마음이 지금껏 사랑을 한 적 있던가?”라며 갈아타는 장면은 황당하면서도, 동시에 인간 감정이 원래 그렇게 모순투성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한다. 전쟁조차 셰익스피어에게는 단순히 비극의 무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인간 감정을 자유롭게 굴리는 장치였다. 결국 그의 작품은 인간 정신의 자유를 예찬하는 무대였다.

책은 또한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직접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 권한다. “네 이 사탄놈아!”(『실수 연발』) 같은 짧은 대사라도 입 밖에 내면 기분이 정리되는 경험을 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나 “깨끗한 것은 더럽고, 더러운 것은 깨끗하다” 같은 대사를 읽는 순간, 마음은 전혀 다른 리듬을 얻는다. 저자는 이것을 ‘말의 임파워먼트’라고 부른다. 말이 사람을 위로하고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셰익스피어 영감노트』는 단순히 고전을 해설하는 책이 아니라, 언어가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려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마지막에는 부록이 실려 있다. 셰익스피어 연표를 통해 그의 생애와 더불어 태어나기 전의 시대적 사건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고, 주요 캐릭터 도감을 통해 작품 속 인물들의 개성과 특징을 다시 짚을 수 있다. 또 독자가 Yes/No를 선택하며 자신에게 맞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찾는 게임 같은 코너는 책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마지막에는 저자가 직접 추천하는 작품 목록까지 담겨 있어, 책을 읽고 나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결국 『셰익스피어 영감노트』는 고전이 결코 낡은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말을 건네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책이다. 셰익스피어를 멀게 느끼던 독자에게는 친절한 입문서가 되고, 이미 익숙한 독자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술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기기 때문에,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셰익스피어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 세계를 직접 탐험해보고 싶어진다.


'더퀘스트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아아, (저 사람은) 횃불에게
찬란하게 타오르는 비법을 가르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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