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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해답은 언제나 나를 찾아온다
대프니 로즈 킹마 지음, 김정홍 옮김 / 테라코타 / 2025년 10월
평점 :

『삶의 해답은 언제나 나를 찾아온다』는 제목 그대로,
인생의 바닥에 서 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여기가 끝이 아니다”라고 건네는 책이다.
노먼 커즌스의 말처럼 인간은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다만
잠시 방향을 잃었을 뿐이라는 믿음이 책 전체를 이끌어 간다.
저자는 수많은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시련이 없는 인생은
이제 막 태어났거나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뿐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라고
절규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첫 번째 메시지는,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삶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때 우리는 흔히 ‘내가 뭘 잘못했나’,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건가’라는 자책과 후회에 빠진다. 잃어버린 기회, 잘못된 선택, 미리 막지 못한 사고들을 끝없이 떠올리며 자신을 괴롭힌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신이 아니기에 모든 불행을 예측하고 막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진짜 시련은 우리가 현실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고,
바로 거기서부터 새로운 자아가 확장될 여지가 생긴다고 말한다.
삶이 일부러 준비하지 않은 시련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지금의 고통조차 내 인생의 큰 설계 안에 포함된 것일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넨다.
이 책이 특별한 지점은, 시련을 단순히 ‘이겨 내야 할 장애물’로 보지 않고
‘삶이 보낸 전령’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데 있다.
저자는 “이 모든 시련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독자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든다. 그 질문은 단순한 긍정 사고가 아니라, 내 삶에 정말로 어떤 변화가 요청되고 있는지를 귀 기울여 듣는 작업이다. 시련을 통해 감정이 치유되고 영혼이 성숙할 수 있으며, 그 과정을 통과한 뒤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이 열린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추상적인 영성 담론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얼마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는지를 꼬집는다.
슬픔을 꾹 눌러 담고 괜찮다며 살아가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만이 아니라 기쁨과 설렘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함께 무뎌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늘 밝고 씩씩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던 캐리의 이야기는 특히 인상 깊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기능적으로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자신의 슬픔을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한순간
극단적인 선택까지 몰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네가 직면해야 할 것은 시련이 아니라, 그 시련을 겪고 있는 너의 슬픔”이라고 말하며,
감정 그 자체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한다.
감정을 다루는 비유도 강렬하다. 우리 마음을 감정이 흘러나가는 배수로에 비유하면서,
슬픔과 분노가 제때 흘러가지 못하면 낙엽에 막힌 배수로처럼 결국 삶 전체를 침수시킨다고 말한다.
울지 못한 슬픔은 어느 순간 몸과 영혼을 통째로 울게 만드는 방식으로 터져 나온다.
한 인물이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이 책의 메시지를 압축한다.
저자는 “울어야 산다”는 선언과 함께, 눈물이야말로 깊은 슬픔 뒤에 찾아올 평온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안내자라고 말한다. 실컷 울고 난 뒤에 비로소 다시 살아 볼 힘이 조금씩 생겨난다는 경험을, 저자는 체험과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책 속에는 술로 감정을 마비시키며 버텨 온 알코올중독자 롭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힘들 때마다 술잔을 찾으며 고통을 덮어 버리려 했지만, 결국 그 술이 자신을 삶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다. 롭의 서사는 삶을 버티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망가뜨리는 굴레가 되었다.
폴라의 사례도 인상적이다. 마음속 공허를 보지 않기 위해 옷장과 쇼핑백을 끝없이 채우던 그는,
쌓여 가는 물건과 달리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 앞에서 결국 무너진다.
이 둘의 이야기는 우리가 힘들 때마다 붙잡게 되는 일종의 임시 처방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술, 누군가에게는 쇼핑, 일, SNS, 인정욕구가 될 수 있다.
저자는 그 모든 임시방편이 결국 고통을 미루는 것에 불과하며,
진짜 치유는 고통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그 슬픔을 온전히 겪어 내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개념은 ‘디폴트(default)’다.
컴퓨터를 처음 켰을 때 자동으로 설정되어 있는 기본값처럼,
우리에게도 어떤 상황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반사적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만 생기면 남 탓부터 하는 사람, 무조건 일에 몰입하거나,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망치는 사람, 혹은 늘 누군가를 구해 주려 들다가 스스로는 무너지는 사람들. 이 각각의 반응이 바로 그 사람의 디폴트다.
저자는 시련의 순간에 오래된 디폴트만 고집하면,
겨울 코트를 한여름 내내 입고 다니는 것처럼 삶이 숨 막히게 된다고 경고한다.
진짜 변화는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준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선택지를 찾을 때 때 비로소 시작된다.
특히 마음에 남는 장면은, 교도소에 있는 한 사람이 젊은 수감자들을 위해 대신 울어 주는 이야기다.
이제 그들을 위해 울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하며 흘리는 그의 눈물은,
남을 위한 눈물이 곧 자기 자신을 위한 눈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나의 상처와도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그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한다.
이 장면은 슬픔을 나누는 행위가 얼마나 관계를 회복시키고, 동시에 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게 한다.
결국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그 안에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질서와 의미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고통의 터널을 지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고, 때로는 정말로 “이제 그만 끝내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한다. 당신은 분명히 이 과정을 통과해 낼 것이고, 삶의 해답은 결국 당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그 말을 공허한 위로가 아니라, 수많은 상담 사례와 자기 경험, 구체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증명해 보인다.
『삶의 해답은 언제나 나를 찾아온다』는 시련을 억지로 이겨내라고 다그치기보다,
그 경험을 통해 자신과 삶을 다시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다.
빠른 해결책이나 ‘세 시간 동안 울고 다시 힘내라’는 식의 실용주의적 위로에 지친 독자라면,
이 책이 권하는 느리고 깊은 방식의 치유를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하다.
“여기가 끝”이라고 느끼는 순간, 그 자리가 사실은 전환점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믿어 보고 싶을 때,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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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코타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요즘도 틈만 나면 눈물을 흘려요. 예전엔 나를 위해, 나로 인해 세상을 떠난 그를 위해, 그리고 그의 유가족을 위해 밤늦도록 울었죠. 그런데 요즘은 교도소에 갓 들어온 젊은이들을 위해 웁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제 그들을 위해 울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본인들조차 울지 않죠. 그래서 내가 대신 눈물을 흘립니다. 내가 처음 교도소에 들어왔을 때가 바로 그 나이였죠. 그들과 나는 다르지 않아요. 그들을 위한 눈물이 바로 나를 위한 눈물입니다. 그래서 저는 외롭지 않아요. 남을 위해 울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혼자일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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