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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AI 그리고 브랜드 - 절대 실패하면 안 되는 100년짜리 실험의 시작
정지원.염선형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3월
평점 :

우리는 최고의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삶의 방식이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브랜드 역시 이런 소비 중심적인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 일본의 광고회사 덴츠(DENTSU)가 제안한 ‘전략 10훈’은 기업들이 소비자의 수요를 창출하고 판매를 극대화하는 데 활용된 대표적인 마케팅 지침이었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낭비와 환경적 피해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브랜드가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영국에서는 한 감자칩 브랜드의 포장지가 재활용되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며 소비자들이 직접 본사로 포장지를 보내 업무를 마비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노 재팬), 블랙라이브스매터(Black Lives Matter)운동 등에서도 브랜드의 입장과 행동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이제 브랜드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침묵하거나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는 일이 되고 있다.
정지원과 염선형이 공동 집필한 『꿀벌, AI 그리고 브랜드』는 기후위기 시대에 브랜드가 가져야 할 태도와 방향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들은 기후위기와 관련된 국내외 브랜드들의 변화와 실험을 기록하며, 단순히 ‘성공 사례’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과정에서 브랜드들이 겪는 고민과 시행착오에 집중했다. 아직 완벽한 해법을 가진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위한 시도 자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네덜란드의 ‘국가 꿀벌 전략’을 흥미로운 사례로 제시한다. 꿀벌 개체 수가 급감하자 네덜란드 정부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정부 기관, 농민, 학계, NGO, 지역단체 등이 협력하여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 이들은 서약을 통해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서로의 진행 상황을 감시하며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저자들은 이러한 방식을 ‘공진화(Co-evolution)’ 개념과 연결 짓는다. 공진화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브랜드 역시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고 상생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며,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지속가능성을 브랜드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AI의 발전도 브랜드의 미래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는 기후위기와 충돌하는 요소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AI를 활용해 에너지를 최적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도 가능하다. 브랜드가 AI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험을 거듭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을 기획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의 말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100년짜리 실험을 하고 있고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이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왔다. 저자들은 이러한 실험 정신이 모든 브랜드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브랜드가 기후위기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이익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끝없는 실험과 개선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결론부터 시작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브랜드들이 이미 시작한 실험과 앞으로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어서 현재 브랜드가 직면한 현실을 분석한다. 그다음으로 브랜드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전략들을 제시하며, 마지막으로 소비자, 지역사회, 기술, 데이터, 소통 방식 등 브랜드가 지속가능성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다룬다.
이제 기후위기는 브랜드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생존의 문제로 자리 잡았다. 변화는 피할 수 없으며,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마케팅 메시지를 넘어 브랜드가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브랜드는 더 이상 뒤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는 마케팅 담당자,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인, 그리고 소비자 트렌드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브랜드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어떤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며,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결합한 브랜드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또한,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성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읽을거리가 된다. 단순히 기업의 변화만이 아니라, 소비자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와 사회, 환경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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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창 출판사 @miraebook'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2018년 영국에서 3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캠페인을 벌였다. 감자칩 1위 브랜드 워커스Walkers에 플라스틱 포장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만들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 방식은 독특했다. 감자칩을 먹고 남은 빈 봉지를 워커스 측에 우편으로 다시 보내면서, 인증 사진과 ‘Packet-In Walkers’ 해시태그를 소셜미디어에 함께 게시했다. 그 파장력은 매우 컸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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