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
박성주 지음 / 담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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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이라는 시리즈 책을 정독하고, 류시화의 인도 여행기, 손미나의 스페인 여행기, 자전거 타고 쿠바여행 등 수많은 여행책을 읽었다. 타국의 풍경이나 문화가 궁금해서 소설책 보다 여행책을 더 선호 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미지의 공간이 너무나 궁금했다. 작가가 경험한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았다. 나도 언젠가는 작가가 여행했던 장소를 꼭 가봐야지 하면서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책도 삶이 바빠지고 여유를 잃어 가면서 손 놓기 시작했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여행책을 읽지 않았다. 그런 내가 오랜만에 끌리는 제목의 여행책을 만났다. 그 책이 바로 박성주의 ‘낯선거리 내게 말을 건다’다. 그동안 여행책을 잊고 살았는데, 이 책 제목이 뭔가 나를 강하게 이끌었다. 운명적인 끌림인가? 여행책과 다시금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이 아닌가 생각했다.

저자인 박성주는 대학생 시절, 일본에서의 첫 여행을 회상한다. 낯선 도시에서 친구 하나 없이 홀로 지내면서, 매일 한 정거장씩 내려 새로운 골목을 걸었다. 그 길 위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말을 걸었고,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과 더욱 친숙해졌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여행을 떠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 책은 총 4개 장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장. ‘세상 심심한 여행’ : 동남아시아의 낯선 골목을 여행하면서 내게 건네는 질문들
2장. ’무턱대고 떠난 여행’ : 여행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
3장. ‘오십일곱 번째 여행’ :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한 여행에 관한 이야기
4장. ‘여행 작가를 꿈꾸다’ : 여행을 기록하는 행위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행지에 대한 설명보다 저자의 내면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또한, 여행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때때로 여행의 외로움과 불안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길을 잃었을 때 느끼는 초조함, 낯선 환경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 속에서 그는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저자는 낯선 거리가 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안하지만 그 불안을 이겨낼 때 비로소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했고, 언젠가 책에서 본 그곳들을 직접 가보리라 꿈꾸었었다. 하지만 삶이 바빠지고, 현실에 묻혀 꿈꾸던 여행을 잊고 살았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바쁜 일상 속에서 여행을 떠날 여유를 잃고, 나아가 여행을 꿈꿨던 기억마저 희미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여행이란,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저자는 화려한 여행이 아닌, 조용한 여행을 이야기한다. 목적지를 정해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무턱대고 떠나고, 길을 잃고, 길을 찾으며 자신과 마주하는 여행. 그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여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가는 길도, 익숙한 장소도,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여행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떠남’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품는 것’이다.

사십이면 한여름이 지났다고 생각하고, 오십이면 꿈꾸는 일이 끝났다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 속에 숨어 있던 남은 세월이 내게 속삭인다. 지금 안주하고 눌러앉는다면, 더는 호기심도, 질문도 없는 인생이 될 거라고.
하나밖에 없는 인생이기에 우리는 잘 살아야 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인생은 허망한 재앙일 뿐이다. 자주 가는 곳이든 낯선 곳이든, 늘 새롭게 여행을 해보자. 여행은 결국 나를 만나기 위한 기대로 설레는 여정이다.
어떤 장소든, 늘 새로운 호기심과 질문을 떠올릴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그러한 여정에 이 책이 작은 힘을 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지금 다음을 위한 나아감이 없으면 다음은 당연히 없다. 60세 이후에 하고 싶은 걸 하려면 그날을 위한 재료를 오늘 다듬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어 있을 거라는 착각을 믿다가는 나에게 배신당하는 인생이 되고 말 것이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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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양장)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2판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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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에 법정 스님의 얼굴이 크게 박혀 있던 ‘진짜 나를 찾아라’라는 책을 만났다. 책을 읽어 보니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 평가나 물질적 소유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법정 스님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본래의 자신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여러 편의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부산, 춘천, 대구, 창원, 광주, 청도 등 여러 곳에서 진행한 강연 내용을 글로 풀어 쓴 것이다. 강연 내용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첨삭을 하기도 하고, 중복되는 내용은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덜어 내기도 했다.

 책을 읽는데 글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 우리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스님은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를 자연스럽게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질문이라고 한다면, ‘진짜 나는 누구인가?’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흔히 직업,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등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지만, 스님은 그러한 것들이 우리가 진짜로 존재하는 이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명예와 부를 쫓아가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하지만 그런 외부의 요소들은 영원하지 않으며 결국 공허함만 남긴다. 스님은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불필요한 것들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쌓아온 물질적, 심리적 소유물들이 사실은 우리를 옭아매고 있으며 그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온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은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는 여정이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메시지 중 하나는 소유가 아닌 존재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지만, 오히려 소유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삶이 더 복잡해지고 무거워진다. 물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집착도 버릴 필요가 있다. 법정 스님은 우리가 삶을 더 가볍게 살기 위해서는 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버릴 때 오히려 더 큰 충만함이 찾아온다. 지나치게 많은 소유가 오히려 우리를 지배하게 되며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온전히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고독과 침묵의 가치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현대인은 끊임없는 소음 속에서 살아간다. 스스로를 성찰할 기회를 빼앗는다. 하지만 법정 스님은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고독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삶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외부 자극에 휩쓸리며 자기 자신과 마주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홀로 있는 시간을 견디고 나면,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법정 스님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길이라고 말한다. 그는 도시의 소음과 인위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강조한다. 책 속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구절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작은 들꽃, 나무 한 그루, 바람 한 줄기 속에서도 삶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스님은 말한다. 자연과 하나가 될 때 우리는 불필요한 욕망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지금, 여기’에서 충실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놓친다. 하지만 법정 스님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삶이라고 말한다.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미래의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삶은 결국 허무함만 남긴다. 우리는 언제나 ‘지금’을 살아야 하며,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경험하고 음미할 때 비로소 삶이 충만해진다.


 법정 스님의 ‘진짜 나를 찾아라’는 우리가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깨닫고,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을 용기를 준다. 이 책은 스스로에게 ‘진짜 나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불필요한 집착을 버리고 더 단순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평온을 찾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자유로움과 깨달음이다. 전국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인데 버릴 것 하나 없는 내용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법정 스님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우리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이 책을 추천한다.


[책 내용 중 와닿았던 내용 일부 발췌]

p21

흔히 인생이 짧다고들 하지요. 어물어물하다 보면 어느새 늙음과 죽음이 우리의 곁으로 찾아옵니다. 그렇게 인생이 끝나 버립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배당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한 마음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 떠오르면 바로 실행해야 합니다.


p27

고독의 깊이를 깨달으려면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의존합니다. 그래서 모두 똑같은 건물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똑같은 사고방식에 젖고 마는 것입니다. 마음을 열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 보십시오. 홀로 있어 보십시오. 침묵의 바다에 들어가 봐야 벌거벗은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간을 경험할 때 진정한 고독의 깊이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독을 체험하는 것은 자기로부터 시작하기 위해서이지 거기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기 확산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기본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변 환경과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며,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주체적으로 존재하고 주변의 일과 사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에 있다는 것은 ‘함께 있음‘을 뜻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이웃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우리 고독의 최종적인 관계는 결국 이웃입니다.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고독의 의미입니다.



'샘터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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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나무들이 잎을 다 떨어뜨립니다.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벌써 가을이다. 세월이 덧없구나. 올해도 두 달밖에 안 남았네.’ 이렇게 한탄하지 마세요. 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나무에서 이탈해 떨어진 낙엽, 계절이 빚어낸 열매, 이런 자연의 변화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가 천착해 보세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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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지능 -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의 일곱 가지 수학 지능
주나이드 무빈 지음, 박선진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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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의 역사는 1956년 컴퓨터 과학자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다트머스 워크샵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AI 개념에 대한 연구는 이보다 앞서 1950년 앨런 튜링(Alan Turing)이 '모방 게임'을 소개하면서 시작 됐다고 한다. 그 후 2022년 11월, ChatGPT가 AI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확산되고 발전되었다. 그후로 우리의 삶도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자동 번역, 자율 주행 기술, 원하는 이미지까지 뚝딱 만들어 주는 AI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특히 수학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AI가 이미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복잡한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의 해답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시대에서 “우리는 수학을 배워야 할까?”라고 다시 한번 생각 해볼만 하다.


 주나이드 무빈의 『수학 지능』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수학이 사고하는 방식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추정, 표상, 추론, 상상, 질문, 조율, 협동’이라는 일곱 가지 능력을 제시한다. AI가 아무리 계산을 잘해도, 인간이 가진 직관적인 사고력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수학 문제를 풀 때 공식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려서 이해하거나 대략적인 값을 추정하며 직관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AI는 데이터가 충분히 주어져야만 답을 낼 수 있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해결책을 떠올리는 능력은 부족하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면, AI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계산 능력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우리는 종종 수학을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처럼 느낀다. 하지만 저자는 수학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라고 말한다. 가령, ‘추정’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능력이다. 마트에서 대략적인 예산을 가늠하거나, 출근할 때 교통 상황을 고려해 도착 시간을 예측하는 것 모두가 수학적 사고의 일부다. 또,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표를 활용해 정리하고, 어떤 사람은 그래프를 그려서 이해하는데, 이렇게 정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능력 역시 수학적 사고와 연결된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질문’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 수학을 ‘혼자 푸는 학문’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수학적 발견들은 협력과 논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미적분 연구,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앤드루 와일스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증명 등은 모두 수많은 연구자들의 아이디어와 논의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협력적 사고방식은 수학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서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데 필수적이다.


 이 책 ‘수학 지능’을 읽게 되면 좋은 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수학 지능』은 수학을 학문이 아니라 사고의 도구로 바라보게 해주며,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강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인간의 역할과 가치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까치 서포터즈 3기' 활동을 통해 '까치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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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 알고리즘은 나무를 식별하는 데는 매우 능숙할지 모르지만, 인간들이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나무를 보지 않으며 또한 나무가 어디에 서 있는지에 관한 세계관도 가지지 않는다. 숲은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이다. 콜렛의 통찰은 20세기 중반 선구적인 컴퓨터학자인 존 폰 노이만이 디지털 기계의 설계 원칙이 인간 뇌의 처리 기전과 유사하다고 제안하면서 유명해진 "컴퓨터로서의 뇌"라는 은유에 직격탄을 날린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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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유럽 - 여행 작가 양영훈의 다시 찾고 싶은 유럽 도시 기행
양영훈 지음 / 퍼블리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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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훈의 『당신과 함께, 유럽』은 기존 여행서와 차별화된 책이다. 일반적인 호텔이나 숙소 대신 캠핑장을 이용하며 유럽을 여행한 경험을 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럽 전역에서 130여 곳의 캠핑장을 방문하며 약 140박을 캠핑으로 보냈다. 책 속 저자의 사진에서도 늘 백팩을 메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여행지마다 캠핑을 해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특히 해외 캠핑을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캠핑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선정한 여행지는 가족, 친구, 혹은 혼자 여행하기에도 좋은 곳들이 많았다. 저자는 여행지를 선정할 때 ‘아내와 다시 찾고 싶은 곳’ 혹은 ‘여행 중 만족스러웠던 곳’을 기준으로 삼았다. 책에 소개된 나라보다 훨씬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한 권으로 정리하기 위해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만을 엄선했다.


 이 책은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체코, 리투아니아, 그리스 10개국의 도시와 명소 21곳을 소개한다. 단순한 관광지 정보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걸으며 보고 느낀 감성을 담고 있으며, 여행지의 분위기와 매력을 솔직하게 전달한다.


 책의 첫 번째 여행지는 스위스의 실스마리아다. 이곳은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의 배경이 된 곳으로, 저자는 영화 속 풍경에 매료되어 이 마을을 찾았다. 실스마리아는 스위스 알프스에서도 유독 한적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가진 곳으로,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자연경관이 압권이다.

 저자는 실스마리아에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하며, 아침마다 호숫가를 산책하고, 해 질 녘에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실스마리아는 철학자 니체가 영감을 얻었던 곳이기도 하다. 니체는 이곳에서 사색하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집필했다. 저자는 그가 머물렀던 니체 하우스를 방문하고, 니체가 걸었던 길을 따라가며 철학자의 시선으로 풍경을 바라본다.

 또한, 저자는 실스마리아에서 캠핑을 하며 자연과 한층 더 가까워지는 경험을 한다. 저녁이 되면 호수 근처 캠핑장에서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처럼 실스마리아에서는 자연과 문학, 그리고 영화 속 장면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아를을 방문한다. 아를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15개월 동안 머물며 수많은 작품을 남긴 곳으로, 그의 예술혼이 깃든 도시다. 저자는 아를의 골목길을 걸으며 반 고흐가 사랑했던 장소들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카페 반 고흐’다. 이곳은 반 고흐의 대표작 <밤의 카페 테라스>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이다. 그는 그림 속 강렬한 노란색 차양과 밤하늘의 푸른색이 대비되는 풍경을 직접 마주하며 감탄한다. 그러나 낮에는 그림처럼 인상적인 색감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적고 있다.

 이어 방문한 곳은 ‘에스파스 반 고흐’, 즉 반 고흐가 정신병을 앓으며 입원한 요양원이다. <아를 요양원의 정원>에 등장하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현재 이곳은 문화공간으로 바뀌었으며, 정원은 반 고흐의 그림 속 풍경 그대로 복원되어 있다. 이외에도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의 배경이 된 론강과, 폴 고갱과 함께 작품을 남겼던 알리캉스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론강의 강변을 거닐며 반 고흐가 바라보았던 풍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한 세기를 넘어 예술가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이 밖에도 유럽 곳곳의 숨은 명소를 소개한다.

- 이탈리아 시칠리아 : 독일 대문호 괴테가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서는 이탈리아를 봤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을 만큼 아름다운 곳

- 노르웨이 프레이케스톨렌 :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촬영지로, 아찔한 절벽 위에서 만나는 장엄한 풍경

- 스웨덴 피엘바카: 배우 잉그리드 버그먼이 영원한 안식처로 삼은 곳

- 체코 모라비아: 목가적인 전원 풍경과 꽃양귀비가 가득한 지역

- 그리스 아테네: 찬란한 문화유산과 행복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도시


 이처럼 다양한 여행지 정보와 감성적이고 솔직한 경험을 담았다.

또한, 각 여행지 마지막장에는 실질적인 캠핑&여행 팁도 함께 제공한다. 저자는 130여 곳의 캠핑장을 경험한 만큼, 다양한 캠핑장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캠핑장의 자연환경, 시설, 접근성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캠핑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각 지역의 캠핑장 중 가장 추천할 만한 곳을 알려주고, 유럽 캠핑 시 유의할 점과 준비물 리스트도 공유한다. 뿐만 아니라, 교통, 숙박, 지역 특산 음식, 투어 운영 방식 등 여행 전반에 대한 팁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 장거리 버스를 예약하는 팁, 현지인들이 찾는 맛집을 찾는 법 등 유용한 정보를 아낌없이 제공한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여행 작가로서의 소명을 언급하며, 자신의 사진 한 장, 글 한 줄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 같은 길을 떠나게 만든다면 그보다 고맙고 뿌듯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전한다. 『당신과 함께, 유럽』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여행의 영감을 주는 초대장과도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유럽의 분위기를 마음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퍼블리온 출판사 2기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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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 하면 비운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가 맨 먼저 떠오른다. 37세의 길지 않은 삶을 스스로 마감한 그가 아를에 머무른 기간은 사실 15개월밖에 안 된다. 하지만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대부분이 아를의 따뜻하고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아를 여행은 고흐의 자취와 작품 속 배경을 찾아가는 여행이나 다름없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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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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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감상평 먼저]

 이 일이 나에게도 벌어진 수 있는 현실이라는 생각 때문에 머릿속이 아주 복잡했다. 엄마의 입장도 너무 공감이 가서 마음 아팠지만, 변해 버린 엄마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도, 그런 엄마를 케어하는 것도 모든 것이 두렵고 힘든 자식의 마음 또한 공감이 갔다. 그리고 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라 나 역시 누군가의 딸이기에 더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내용이었다. 이 책을 읽고 또 한번 어느 구절에 눈물 펑펑, 콧물을 쏟았다. 이 이야기는 내 엄마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미래의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에 공포스럽고 먹먹했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과학이 발달한 현대라고는 하나 나아지지 않은 병원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병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의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한 것 같다. 삭막한 사회에서 아픈 사람들이 더 서럽게 고통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을 따뜻하게 케어해줄 수 있을만한 환경이 조성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해봤다.


 건강하게 잘 지내던 내 부모가 갑자기 병들어 점차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면 어떨까?

내가 그런 부모를 마주한 나의 감정은 어떨까? 그런 부모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혹은 그런 상황을 겪었을 때 타인의 도움을 빌려서라도 케어를 도와줄 수 있을 만큼 나의 처지나 상황이 넉넉할까? 책을 읽다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아프다면 자식된 도리로 치료를 해주고 케어를 해주는 것이 당연 하지만,

그런 도움을 줄 수 없는 형편이나 사정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무섭고 끔찍해지기도 했다.

어떻게하지? 라는 물음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는 이러한 현실적인 고민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엄마는 오랜 세월 암과 싸워왔다. 여러 번의 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회복했지만, 결국 뇌종양 판정을 받고 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며 지내게 된다. 하지만 낯선 병실과 낯선 사람들의 손길 속에서 엄마는 점점 변해간다. 한때 다정하고 인자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욕설을 내뱉으며 자식들에게 간절히 애원한다. “날 여기서 데리고 나가 줘.”


 엄마의 변화를 지켜보는 자식들의 감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딸과 아들은 엄마를 사랑하지만, 병든 엄마를 온전히 돌볼 자신이 없다.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과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죄책감이 뒤섞이고,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부담과 두려움이 마음을 짓누른다. 예전의 엄마가 아니라는 괴리감은 이들의 갈등을 더욱 깊게 만든다.


병들어버린 부모를 자식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감당할 수 있을까? 돌봄은 오직 사랑만으로 가능한 것일까? 소설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현실을 마주하도록 한다. 엄마는 요양원에서 남은 생을 보내고 싶지 않다. 병원 침대에 누워 간병인의 손길에 의존하는 삶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이 현실적인 한계에 씁쓸한 감정을 남긴다.


 이 책은 부모의 노환과 간병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부모님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고 있는 사람, 병든 가족을 돌보며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 요양병원이나 간병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간병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라면 더욱 절절하게 와닿을 것이다. 돌봄이 단순한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감당의 문제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지만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현실을 이야기한다. 부모가 병들고, 자식이 그 부모를 돌보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들은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너무 쉽게 애정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낭만적인 환상을 무너뜨리고, 돌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던진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었던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엄마를 보며 흔들리는 자식들의 감정선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부모와 자식, 돌봄과 책임, 사랑과 현실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2025 상반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샘터사 출판사'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딸, 엄마가 좋아하는 시 있다. 들어 볼래?

사랑하는 이여, 나 죽거든 날 위해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마오
내 머리맡에 장미꽃도 그늘진 사이프러스도 심지 마오
무덤 위 푸른 잔디가 비와 이슬방울에 젖게 해 주오
그리고 생각이 나시면 기억하고, 잊고 싶으면 잊어 주시오
나는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내리는 비도 느끼지 못할 거요.
고통스럽게 노래하는 나이팅게일 소리도 듣지 못할 거요
해가 뜨거나 저물지도 않는 희미한 어둠 속에서 꿈을 꾸며
어쩌면 기억하겠지요, 어쩌면 잊을지도 모르지요.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야."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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