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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
박성주 지음 / 담다 / 2025년 3월
평점 :

어릴 적에는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이라는 시리즈 책을 정독하고, 류시화의 인도 여행기, 손미나의 스페인 여행기, 자전거 타고 쿠바여행 등 수많은 여행책을 읽었다. 타국의 풍경이나 문화가 궁금해서 소설책 보다 여행책을 더 선호 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미지의 공간이 너무나 궁금했다. 작가가 경험한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았다. 나도 언젠가는 작가가 여행했던 장소를 꼭 가봐야지 하면서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책도 삶이 바빠지고 여유를 잃어 가면서 손 놓기 시작했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여행책을 읽지 않았다. 그런 내가 오랜만에 끌리는 제목의 여행책을 만났다. 그 책이 바로 박성주의 ‘낯선거리 내게 말을 건다’다. 그동안 여행책을 잊고 살았는데, 이 책 제목이 뭔가 나를 강하게 이끌었다. 운명적인 끌림인가? 여행책과 다시금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이 아닌가 생각했다.
저자인 박성주는 대학생 시절, 일본에서의 첫 여행을 회상한다. 낯선 도시에서 친구 하나 없이 홀로 지내면서, 매일 한 정거장씩 내려 새로운 골목을 걸었다. 그 길 위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말을 걸었고,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과 더욱 친숙해졌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여행을 떠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 책은 총 4개 장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장. ‘세상 심심한 여행’ : 동남아시아의 낯선 골목을 여행하면서 내게 건네는 질문들
2장. ’무턱대고 떠난 여행’ : 여행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
3장. ‘오십일곱 번째 여행’ :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한 여행에 관한 이야기
4장. ‘여행 작가를 꿈꾸다’ : 여행을 기록하는 행위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행지에 대한 설명보다 저자의 내면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또한, 여행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때때로 여행의 외로움과 불안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길을 잃었을 때 느끼는 초조함, 낯선 환경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 속에서 그는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저자는 낯선 거리가 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안하지만 그 불안을 이겨낼 때 비로소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했고, 언젠가 책에서 본 그곳들을 직접 가보리라 꿈꾸었었다. 하지만 삶이 바빠지고, 현실에 묻혀 꿈꾸던 여행을 잊고 살았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바쁜 일상 속에서 여행을 떠날 여유를 잃고, 나아가 여행을 꿈꿨던 기억마저 희미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여행이란,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저자는 화려한 여행이 아닌, 조용한 여행을 이야기한다. 목적지를 정해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무턱대고 떠나고, 길을 잃고, 길을 찾으며 자신과 마주하는 여행. 그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여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가는 길도, 익숙한 장소도,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여행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떠남’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품는 것’이다.
사십이면 한여름이 지났다고 생각하고, 오십이면 꿈꾸는 일이 끝났다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 속에 숨어 있던 남은 세월이 내게 속삭인다. 지금 안주하고 눌러앉는다면, 더는 호기심도, 질문도 없는 인생이 될 거라고.
하나밖에 없는 인생이기에 우리는 잘 살아야 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인생은 허망한 재앙일 뿐이다. 자주 가는 곳이든 낯선 곳이든, 늘 새롭게 여행을 해보자. 여행은 결국 나를 만나기 위한 기대로 설레는 여정이다.
어떤 장소든, 늘 새로운 호기심과 질문을 떠올릴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그러한 여정에 이 책이 작은 힘을 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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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지금 다음을 위한 나아감이 없으면 다음은 당연히 없다. 60세 이후에 하고 싶은 걸 하려면 그날을 위한 재료를 오늘 다듬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어 있을 거라는 착각을 믿다가는 나에게 배신당하는 인생이 되고 말 것이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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