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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구하자 문제를 주셨습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이지현 옮김 / 윌마 / 2025년 6월
평점 :

시라토리 하루히코 편역의 『지혜를 구하자 문제를 주셨습니다』는 예수의 가르침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특히 불안과 혼란 속에 놓인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다시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사유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신약성서를 문자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번역자 스스로 말하듯, 예수의 말과 정신을 오늘의 삶에 맞춰 ‘초역(超譯)’한, 주관적이되 실존적인 해석이다. 초역 예수의 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예수와 직접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느낌도 든다. 인간의 삶을 깊이 이해한 어느 사상가의 말을 전해 듣는 느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예수의 삶과 말의 ‘실존적 무게’를 강조한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하늘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고 했다. 이 말의 숨겨진 함의는 우리가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천국’은 내면에서 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는 세상의 법과 제도를 뛰어넘어, 인간의 마음을 가리켰고, 자기 삶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진리를 보여줬다. 그는 “사람이 율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율법이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 말대로 안식일에도 병자를 돌보고 굶주린 자를 먹였다. 당시 유대교 사회의 율법과 가치관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그는, 결국 위험한 이단자로 몰려 처형되었지만, 오히려 그 죽음을 통해 더 강한 진실을 남겼다.
이 책은 예수의 말과 행동을 통해 ‘구원’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다. 구원은 누군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구하는 것이다. 가난, 죄책감, 후회, 중독—그 무엇이든 삶을 파괴하는 힘이 있다면, 그것을 끊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는 용기와 변화야말로 구원의 본질이다. 예수는 그런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은유’와 ‘우화’로 전했고, 이 책은 바로 그 은유의 심층적 의미를 풀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오른눈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마태복음 5장)는 격한 구절도 단순한 율법적 경고가 아니다. 게헨나(지옥)를 두려워하며 육체를 벌하라는 말이 아니라, 내면의 욕망과 집착을 과감히 끊으라는 비유적 표현이다. 번역자는 예수의 말은 “비유로 받아들여야 철학적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며 성경의 직역에 매달리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인간학적 통찰에 집중한다.
이 책은 단지 예수를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철학적 사상가로 읽기를 권유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니체가 『안티크리스트』에서 말했던 예수의 모습을 닮아 있다. 니체는 예수를 교리를 퍼뜨린 종교 창시자가 아니라, 사랑과 평화를 실천한 ‘삶의 철학자’로 보았다. 그의 말은 항상 “생명”, “진리”, “빛”과 같은 내적인 것을 가리켰으며,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는 말은 그 철학의 정수였다. 책에서도 이 점을 강조하며, 외적인 종교적 권위보다 ‘마음의 상태’가 진정한 구원의 출발점임을 재차 되새긴다.
실제로 이 책에 인용된 예수의 문장들은 실천적이고도 구체적인 삶의 가르침이다.
“오늘 해야 할 일에 전념하라.”
“사랑이 충만하면 편히 잠들 수 있다.”
“고통에는 가치가 있다.”
“선행은 곧바로 잊어라.”
“싫다면 벗어나라.”
“모두가 기뻐하는 일을 하라.”
“말은 그 사람을 명확히 드러낸다.”
이 모든 문장들은 예수의 말에서 따온 것이지만, 고전적이고 난해한 종교 언어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의 훈련’처럼 다가온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행동으로 옮기라”고 했다. 단지 알기만 해서는 세상도, 자기 자신도 바뀌지 않는다. ‘알면서도 침묵하는 자는 공범’이라는 번역자의 날카로운 문장처럼 오늘의 우리가 진실로 귀 기울여야 할 메시지가 아닐까.
또한, 이 책에서 ‘돈’이라는 소재는 매우 중요한 상징으로 다뤄진다. 예수는 “돈 때문에 선을 버리지 말라”고 경고하며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인간의 참된 기쁨도 평안도 주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돈이 있으면 한 번에 두 짝 이상의 신발을 신을 수 있는가?”라는 반문은 소비 중심의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주 직설적이고도 깊은 질문을 던진다.
결국 『지혜를 구하자 문제를 주셨습니다』는 종교적 권위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예수라는 인물이 전한 깊은 정신을 되살려낸 책이다. 그것은 어느 종교에 소속되어 있든 아니면 무신론자든 상관없이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는 “종교는 가치 있는 것이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이 책의 관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장이기도 하다. 진리는 제도나 교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삶 안에 있다는 믿음. 그것이 이 책을 지탱하는 철학이다.
‘내가 예수라면 지금 이 시대의 젊은이에게 어떤 말을 건넬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이 책은, 예수가 남긴 말이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임을 일깨운다. 이 책이 전하는 예수의 언어는 경건하거나 신비롭기보다는 너무도 인간적이고 진실하다. 그가 던진 검 같은 말들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 균열을 찌르고 꿰뚫는다. 그 말들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결국 사랑과 정의, 그리고 자기 삶을 향한 새로운 질문들이다.
📖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독자
- 종교적 교리보다 ‘삶의 지혜’로서 예수를 만나고 싶은 사람
- 철학과 종교 사이의 경계에서 인간다움의 본질을 고민하는 사람
- 신앙은 없지만 ‘좋은 삶’을 위한 메시지를 찾고 있는 사람
- 종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채, 예수의 말을 다시 되새겨보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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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걱정하지 말라. 안절부절하지 말라.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미리 마음 쓰지 말라. 안심하고 침착하라.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떠한가? 그때 일은 그때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어쩌지?’ 하고 쓸데없는 상상을 반복하며 지금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야말로 손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지금 해야 할 일에 전념하라. 마태복음 6:31~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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