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생각을 선택하라 그것이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욱 옮김 / 더좋은책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의 생각을 선택하라 그것이 될 것이다』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문장을 현대적 시선으로 엮어낸 책이다. 김욱 편역자는 니체의 아포리즘(짧지만 핵심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경구나 격언)을 단순히 시대를 초월한 지혜로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살아 있는 철학으로 되살려낸다. 이 책은 니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오며 한 문장 한 문장이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묵직함을 제공한다.

이 책의 서두에서부터 “신은 죽었다”로 시작한다. 그는 기존의 도덕과 신 중심의 가치 체계를 부수고, 새로운 인간상을 창조하고자 했다. 그래서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별칭을 얻었으며, 이는 곧 그의 철학이 파괴가 아닌 재창조를 위한 고통의 여정임을 말해준다. 니체는 프로이트보다 앞서 무의식, 본능, 승화 같은 개념을 직관적으로 사유했고, 그의 사유는 이후 현대 심리학의 근간이 되었다. 융, 아들러, 프랭클, 로저스까지—심리학자들의 뿌리에는 니체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이 책 속에서 니체는 독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독서는 나를 해방시키는 행위에 불과하다. 진정한 독서는 나 자신을 빨아들이는 행위다.” 그는 책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수단이 아니라, 생각을 ‘소화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음식에 비유하며 “죽을 끓여 먹는다고 약해진 위장이 호전되진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요즘 지식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소비하며 ‘안다고 착각하는’ 현대인들에게 날카로운 일침을 가한다.

니체는 삶의 시련 앞에서 꺾이지 않는 태도를 강조한다. 그는 “내가 두 손으로 이 나무를 흔들어도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바람은 나무를 뿌리째 뽑을 수 있다.” 삶의 본질적인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느끼고 견디며 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괴테의 말을 빌려 그는 지금 흔들리는 존재야말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존재라 말하며 좌절 속에서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그 흔들림 자체를 긍지로 여겨야 함을 상기시킨다.

또한, 니체의 침묵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그는 침묵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침묵은 가장 잔인한 위선이다.” 그는 인간적인 관계란 때때로 예의에서 벗어나더라도 솔직하게 불평할 수 있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착한 사람’이라는 껍데기 아래 자기표현을 포기한 삶은 상대에 대한 무례이자 자기 존재의 훼손이다. 진정한 배려는 침묵이 아니라 용기 있는 발언임을 그는 일깨운다.

니체는 ‘반시대적 고찰’에서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고통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반응함을 언급한다. 작고 사소한 고통에도 무너지며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엄청난 재난조차 꿋꿋이 이겨내는 이도 있다. 그 차이는 고통 그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루는 태도에 달려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세상은 불합리하고 폭력적이며, 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니체는 그런 세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서 있으려면 내면의 힘을 단단히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지 철학적 명제가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짚어야 할 생존 방식이다.

우리는 긍지를 잃는 순간 가장 큰 상처를 입는다. “인간의 허영심이 가장 큰 상처를 받는 경우는 긍지가 무너질 때다.” 이 말은 현대 사회의 경쟁 시스템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누구나 나름의 유일성과 존엄성을 지니고 있지만, 사회는 그것을 발견할 기회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니체는 우리에게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믿으라고 말한다. 삶이 의미 없어 보일 때일수록 그것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욕망’에 대한 니체의 통찰도 흥미롭다. “인간이 독을 싫어하게 된 이유는 그것이 맛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본능을 억제하려는 도덕적 기준이 아니라, 경험적 불쾌감에 의해 감정과 욕망이 조정되어 왔음을 암시한다. 그는 인간이 욕망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살아가는 시대를 경계한다.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여과 없이 흘러나오는 감정은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다. 공동체는 절제와 양보 위에서만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그는 분명히 한다.

책 말미에 이르러 그는 “보라! 그대들 눈앞에 서 있는 그대들이 마지막 인간이다”라고 선언한다. 니체가 말하는 ‘마지막 인간’이란 자기 자신을 더 이상 경멸하지 못하고,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 의지조차 상실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것은 진보의 종말이며, 자아의 죽음이다. 이와 대조되는 인간은 바로 ‘위버멘쉬(Übermensch)’—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극복하려는 존재다. 니체는 우리에게 그런 인간이 되길 요구한다.

그리고 그는 ‘공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포는 길들여져 과학이 되었다.” 인간은 맹수를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그것을 길들이는 법을 배웠고, 그 과정에서 공포조차 논리로 치환했다. 이는 니체가 인간의 본능과 이성, 문명화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길들여진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을 뉴스라고 부르고, 데이터라고 말하며 예측 가능한 삶에 안도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점점 더 자유를 잃어간다.

『너의 생각을 선택하라 그것이 될 것이다』는 니체를 통해 우리 자신을 읽게 하는 책이다. 고통과 두려움, 욕망과 자유, 관계와 자아—그 모든 삶의 모순 한가운데에서 니체는 단호히 말한다.

너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더 이상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말고, 침묵 속에서 자신을 억누르지 말고, 진실한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야 한다고 말이다.

이 책은 삶의 진로에서 갈피를 잃은 이들, 자기 존재의 무게를 외면하고 싶을 때마다 펼쳐보기에 딱 알맞은 철학책이다. 니체의 문장은 짧지만, 그 울림은 깊다.

어떤 문장은 날카롭게 마음을 찌르고, 어떤 문장은 쓰라린 연고처럼 아픈 상처를 어루만진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이 한 문장을 만나게 된다.


“너의 생각을 선택하라. 그것이 곧 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북스토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은 스스로 소멸한다. 새로운 생각을 방해받은 정신은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이다.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막혀버린 정신은 더 이상 정신으로서 활동하지 못한다.
- ‘서광‘

’다름‘에는 각오가 필요한 법이다. 달라진다는 것은 그림자에 머물지 않겠다는 선포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변화가 눈에 보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과 실망이 필요한지는 오직 변화를 체감하는 개인만이 말할 수 있는 증거들이다. 이 증거들이 인생이 누구의 것인지를 말해주는 목격자가 된다. 그리고 내 삶의 목격자는 원하고 있다. 왜 나는 변화해야만 하는가. 왜 나는 지금과 달라져야만 하는가, 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