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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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성팬까지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작품을 논할 수준은 못되고 그가 최근에 보여준 여러가지 놀라운 모습들 때문일 것이다.

 

 

 

첫째로는 2012년 9월 28일 자 아사히 신문에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분쟁에 대해 기고를 한 것이다. 그 내용은 잘 알려진 바대로 일본의 센카쿠열도 문제, 독도 문제에 의해 그동안 쌓아온 한국, 중국, 일본 간의 문화적 교류와 공감대 형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둘째로는 최근의 신작 열풍이다. 아직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가 국내외에서 보여준 저력에 부럽다는 생각, 도대체 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매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책이나 매체에서 (정확하게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이 책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을 추천하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하루키의 수필집을 사 읽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공감 가는 내용도 많고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국 다른 수필집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작가의 유머에도 한표. 한마디로 재미있다.

 

여러 에피소드 중 '지바 현 택시 기사', '토끼정 주인', 'Can you speak English' 의 내용이 무척 공감갔는데 작가란 역시 여러 사람과 공감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아 그리고 사족 한가지 더. 이 책의 번역이 너무 좋다. 역자는 역시 김난주 씨였다. 하루키의 문체를 가장 잘 표현하는 번역가가 아닐까.

 

< 인상 깊은 대목 >

P.035 나는 처음 보는 사람과 얘기하는 데 서투른데, 예외로 택시 기사와 얘기하는 것은 싫지 않다. 어차피 내리고 나면 끝나는 관계이니 부담이 없고, 게다가 택시 기사가 하는 얘기 중에는 흥미로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P.043 물론 개인의 취향 문제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처럼 전쟁이 터질 때마다 외국으로 뛰쳐나가거나 아프리카의 산에 오르거나 카리브 해에서 청새치를 낚고는 그 일화를 소설의 소재로 삼는 방식을 나는 기꺼워하지 않는다.

 

P.072 야쓰카타케에 가려면 고우미 선을 타야 한다. 고우미 선 전철에는 진짜 여자가 많다. 그런데다 이 지역은 도쿄권과 간사이권이 겹치는 곳이라 도쿄에서 온 여자 군단과 간사이에서 온 여자 군단이 고부치자와 언저리에서 한류와 난류처럼 쿵 부딪친다. 한다탕 난리다. 지옥이다.

 

P.079 초밥집 주인은 되도록 말이 없는 사람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손님이 재료에 관해 물으면 성실하게 대답하는 사람, 이게 가장 우선이다. 그리고 저희끼리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종업원도 영 곤란하다.

 

P.088 이건 사랑과는 무관하지만, '그런 거지 뭐' '그래서 뭐', 이 두가지는 인생의(특히 중연 이후의 인생의) 양대 키워드이다. 경험으로 말하는데, 이 두 가지만 머리에 잘 새기고 있으면 인생의 시련 대부분을 큰 탈 없이 이겨낼 수 있다.

 

P.102 도시의 밤의 어중간한 어둠이 아니라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면 손가락이 까맣게 물들것처럼 완벽한 어둠이다.

 

P.128 소설가 마루야 사이이치 씨가 어느 글에서 초등학생에게 시를 짓게 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피력한 적이 있는데, 초등학생에게 표어를 짓게 하는 것도 그에 버금가게 무의미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P.139 이 탓에 마주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을 일해도 집 한 채나 마련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서글픈 처지에 몰리고 말았다. 이는 어떻게 생각해봐도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P.149 필요에 쫓기면 인간의 몸속에서 특수한 분비액 같은 것이 분출되어 집중력을 높여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게 내 상상인데, 과학적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치야 어떻든 내 경험상 필요성이 어학 습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는 틀림이 없다.

 

p.151 굳이 어린이 영어 교실에 다니지 않더라도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영어 회화쯤이야 반드시 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먼저 나라는 인간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p.185 겨우 400엔에 매일 밤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는 도시에 산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페라를 즐기는 요령은 첫째든 둘째든 아무튼 많은 오페라를 보고 경험을 쌓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에 대한 이야기 임)

 

p.196 가난은 정말 즐거웠다. 한여름 무더운 오후에 너무 더워 머리가 띵해서 찻짐에 들어가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마누라와 둘이 '참자'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간신히 집에 돌아가 보리차를 꿀꺽꿀꺽 마시는..... 그런 게 정말정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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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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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을 처음 접한 것은 존 레논의 암살사건 때문이다. 그 후, 내용이 무척 궁금했지만 문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지난 인생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끼어들 여력은 전혀 없었다. 나이가 들어 독서의 재미를 알며 주로 실용서를 두루두루 탐독하다 많으 책에서 언급되는 이 특이한 제목의 책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많은 작가와 독자를 설레게 하는 이 작품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의외로 재미있다"였다. 사실 안 읽은 이유도 재미 없을 것이란 생각부터 했기 때문이다. 따분한 고전 따위 읽을쏘냐 라며. 하지만 번역본의 문장이 이 정도라면 원작은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원작이 주는 감동을 알 길이 없는 내가 한심할 뿐이다. (외국어 독해 능력의 심각한 낮음으로 인하여...)

 

부정적인 경우는 존 레논의 암살사건과 『호밀밭의 파수꾼』 사이의 밀접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1980년, 『호밀밭의 파수꾼』은 존 레논의 살인사건과 관련해 커다란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존 레논을 죽인 마크 데이빗 채프먼이 홀든 콜필드에 매료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존 레논을 저격할 때에도 『호밀밭의 파수꾼』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논의 등에 다섯 발의 총탄을 발사한 후, 채프먼은 경찰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호밀밭의 파수꾼』을 꺼내들고 읽고 있었다. 콜필드가 기성세대를 가짜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채프먼 역시 레논을 가짜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존 레논 저격사건과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2005.3.10, ㈜살림출판사)

하지만 역시 문학과 거리를 두고 살아 온 세월이 긴 만큼 문학적 감수성은 커녕 열흘 전 만들어 놓은 누룽지처럼 딱딱해진 나의 문학적 해석 능력과 그와 관련된 지적 수준은 극히 낮아, 책의 4/5를 읽었는데도 왜 이 책이 그리도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급기야 작품 해설을 찾아봤더니... (사랑해요, 지식 백과!)

『호밀밭의 파수꾼』은 어떤 작품인가

[네이버 지식백과] 『호밀밭의 파수꾼』은 어떤 작품인가 (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2005.3.10, ㈜살림출판사)

를 읽고서야, 이 작품이 무얼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겉으로 보면 단순히 청춘의 방황을 하듯 보이는 홀든은 순수성의 상실과 기성 세대로의 편입이라는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었다. 동생 피비를 보는 오빠의 따스하고 안타까운 시선은 내가 우리 아이들을 보는 시선,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면을 보는 측은지심과 전혀 다를 바 없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힘은 바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다시 한번 읽고 싶어 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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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일본 문화에 대한 책이나 일본 여행 에세이 등을 즐겨 읽는다.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지만 일본에서 창조적인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 창의력에 대한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읽다 보면 어느덧 나의 발길은 예술, 미술에 다가가 있다. 예술하고는 무관한 삶을 살아와 무척 당황스럽지만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지려 한다. 그래서 생각한 한 가지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많이 가봐야겠다는 생각이었고, 언젠가 아이들과 일본 박물관, 미술관 일주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1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보고 "명로진 작가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이라는 반가움에 얼른 집어 들었다.

 

그냥 도쿄 미술관 예술 산책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여행가를 위한' 이라는 수식어가 달려있다. 어디를 가나 크리에이티브한 상상력을 요구하는 지금, 과연 이 창조성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나마 아마추어적인 견해지만 찾은 답 중 하나는 '도쿄에는 창조적인 영감을 줄 만한 소재가 많다'는 것이다. 꼭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여행만으로도 창조적인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 일본, 그 중에서도 도쿄다. 저자의 말처럼 한국에 오면 이런 영감이 팍팍 솟아나는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한 일본인 친구는 "한국은 편의점만 가도 볼 것이 많다"라는 말을 했으니 그 들이 우리 박물관이나 문화, 여행에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느낄 것이라 상상이 가지 않는가? 예술은, 창조성은 새로운 것 낯설은 것을 마주했을 때 퐁퐁 샘물처럼 솟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조금 더 깊이 창조성에 대해 파고들었으면 하는 점이다. 읽는 재미는 훌륭하다. 워낙 잘 읽히는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아는 작가기 때문이다. 글 솜씨는 무척 부러웠지만 컨텐츠적인 면은 조금 아쉬웠다. 가볍게 도쿄 미술관을 산책하는 기분을 내려면 읽는 동안 충분히 느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적인 것을 원한다면 더 딱딱한 책을 읽어야겠지? 화창한 일요일, 도쿄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낼 수 있어 읽는 동안 행복했다. 아쉬운 부분은 후속작에서 기대하면 될까? 창조성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 아마 도쿄 사람이 서울이나 부산에 온다면 새롭고 창조적인 영감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서울 사람이면서 서울에서 반짝이는 힌트를 얻지 목하는 이유는 우리가 서울에 살기 때문이다.

* 우리가 사는 이곳을 떠나는 순간, 우리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도쿄는 창조적이면서도 선진적이고 동시에 개방적이다. 이 세 가기 요소를 모두 갖춘 도시로 아시아에서 도쿄를 따라갈 만한 곳은 없다.

P.51 조직에 매몰되면 그 건축가는 이미 끝난 것이다 - 안도 다다오

P.52 네트워크에 집착할수록 크리에이티브에서 멀어진다.

P.52 작가는 혼자 밥 먹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실 작가, 특히 소설가에게는 친구를 만나 술 마시고 어울려 다니고 할 시간이 없다. 자료 찾고, 책을 읽고, 취재를 준비하고 여행을 떠나고, 인터뷰를 하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소설가 김탁환

P.53 안도가 30~40대 시절에는 부하 직원의 빰을 때리고 발길질을 한 적도 있다. 안도가 참지 못하는 것은 디자인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똑똑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는 제자들의 부주의. 태만함, 치밀하지 못한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 "놀 곳 다 놀고, 잘 것 다 자면서 무슨 크리에이티브냐!"

P.62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강할수록 크리에이티브는 달아난다. 단체에 충실할수록 크리에이티브로부터는 멀어진다. 보스에 충성할수록 크리에이티브는 줄어든다.

P.86 오카모토 다로는 '예술은 폭발'이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이 말은 백남준의 '예술은 사기'라는 말만큰이나 신선하다.

P.94 과학과 산업은 발달했지만 우리는 질서와 규율에 묶여 빈곤한 일상을 보내는 왜소한 현대인일 뿐

P.109 곰브리치가 그의 저서에서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에게 다른 눈으로 세계를 보게 도와준 두 가지 요소는 사진기술과 일본 채색 판화'라고 할 정도였다.

P.150 독일의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는 이렇게 말했다. '신은 디테일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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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공부 - 창의성의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
켄 베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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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주제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닌 배우고 창조하고 성장하고 싶다는 내적 욕망을 실천하라"  더 간단히 말하면, "성적이 아닌 성장을 하라"  

최고의 학생들은 성적이나 성공과 같은 보상에 집착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끈기와 노력이 중요하다.

 

"난 별다른 재능을 갖고 있진 않았다. 단지 호기심이 많았을 뿐이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힌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 신은 내게 민감한 코와 노새 같은 끈기를 주셨다."

책도 트렌드가 있다면 힐링과 맞물려 "그래도 노력이 소중하니라~"라고 말해주는 책들이 인기다. 창의성에 관한 책에는 성공한 과학자들의 위대한 실패와 편집증에 가까운 집중, 노력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가 나온다. 메리 앤 홉킨스 같은 유명교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도 성공사례로 나온 것을 보니 미국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일 수 있겠다. 하지만 한국 사람인 나에게는 생경한 사람들이다보니 사례를 읽는 부분은 무척 지루하게 느껴져서 대충 읽고 건너뛰기도 했다. 취향의 차이 일 수 있으나 구구절절 이런 사례를 늘어 놓는 것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같은 구성이 마음에 든다. 내용은 신선하고 좋았다. 좋은 구절이 많아 정리해 놓고 두고두고 읽어 볼 만한 하다. 부제인 '창의성의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 는 아까도 말했듯 아주 유명인이 아닌 사람들의 예시라 서로 조화가 안되는 단점이 있다. 좀 더 극적인 예시들이 나왔다면 읽는 재미가 더 쏠쏠했을 것을.

'우리가 창조하는 모든 것은 우리 안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의 시작은 나에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폴 베이커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내용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배워야 하고 그런 다음, 자신을 흥분시키는 창의적인 정신활동을 발견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어떤 일에 미쳐야 뭔가를 이뤄낸다"와 동의어다. 자신과의 대화란 자신의 학습 방식이 무엇인지, 자신을 자극해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오르는지, 선 색깔 공간 시간 소리에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라는 의미다. 분명 창의력에 대한 책들에는 저변을 흐르는 비슷한 흐름이 있다. 그게 무엇인지 잘 파악한다면 창의력에 대한 물음표는 느낌표로 변하지 않을까.

 

<인상적인 대목>

P.23 가장 성공한 사람들, 가장 흥미로운 사람들, 인생을 잘 꾸린 사람들은 '최고의 통합형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P.25 최고의 학생들은 학문적 명예를 얻거나 단순히 학점을 따는 데 연연하기보다는 정신의 역동적 힘을 성장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매진했다.

P.30 성공을 위해서도 아니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도 아입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계속 성장하고자 하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P.30 우리가 창조하는 모든 것은 우리 안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자기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기록하고 스스로와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자기 안에 있는 것을 찾고, 낡고 케케묵은 것을 버리고, 독특하고 아름답고 유용한 자질을 발전시키고 활용할 수 있다.

P.69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사람들은 생각하는 동안 자신의 사고에 대해 생각한다. 이 과정을 메타 인지라고 하는데, 메타 인지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다.

P.85 그들은 출세나 명예보다는 세상에 대한 흥미와 내적 성장을 좇으며 인문학이나 예술 등 수많은 아이디어를 탐구했다. 지식이나 부를 얻는 것만큼이나 인격의 성장과 가치관에 관심을 기울였다.

P.103 인생이란 놀라운 일로 가득합니다. 단, 그걸 알아차려야겠죠.

P.105 다른 문화를 가진 낯선 곳에서 다른 언어, 다른 식습관, 다른 인사법, 다른 시설 이용법에 적응하며 수많은 기대 실패를 겪은 사람들은 새로운 모델을 더 쉽게 받아들이고 더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았다.

P.139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극복하고, 여러 가지 물리적 문제에 대처할 줄 알아야 해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고 그들을 잘 보살피려면 에너지와 창의력을 거의 전부 쏟아부어야 하죠. 자신의 중심부까지 파고들어야 해요.

P.158 노력에 대한 칭찬보다는 개인적인 칭찬("참 똑똑하구나")을 많이 받는 아이들이 고정적인 지능관을 갖기 쉽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릴 적부터 똑똑하다는, 또는 아둔하다는 소리를 끊임없이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인생이란 노력보다는 지능 수준에 달려 있다'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박혀 버린다.

P;167 그들에게 인생의 목표는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최고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성장형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이러한 깊이 있는 목적의식이 그들의 학습 방식을 결정지어 주었다.

P.184 철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문제를 구조화된 문제와 비구조화된 문제로 나누어 이약한다. 구조화된 문제는 명확한 정답이 있다. 반면 비구조화된 문제에는 뚜렷한 답이 없다.

P.210 그녀에게 학습이란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륵, 쓰고 말하는 기술을 키우며, 지식을 더 큰 그림에 끼워 맞추는 법을 배우고,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찾아야 하는지 아는 것:이었다.

P.262 창의성은 물론 사회에 이롭다. 하지만 내가 만나 본 창의적 인물들이 창의성을 귀하게 여긴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창의성으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P.314 다른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할 글을 쓰려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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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이 하야오 지음, 고은진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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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 "헛, 무라카미 하루키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대담을?" 하며 얼른 집어 들었다. 알고보니 가와이 하야오라는 일본의 저명한 심리분석가였다. 일본 최고 인기 작가와 심리분석가의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두 지성의 만남이라는 것보다 베일에 싸인 하루키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열망에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많을 듯 하다. 이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물론 하루키의 열성 팬이라면 벌써 알고 있을 내용들이겠지만.

 

잘 알려진바대로 하루키의 영어 실력은 수준급이다. 얼마전 모 일간지에서도 하루키 소설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영어 번역 공부를 들었다. 하루키가 영어번역 공부를 통해 단어 사용, 문장의 리듬을 타는 법 등 자신의 작품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고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키도 영어로 소설을 쓰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리고 처음 소설을 쓴 계기는 결국 자기 치유의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운동을 해서 체력을 단련한다, 문단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 주문을 받고 소설을 쓰지 않는다. 이런 세세한 것들을 마음속에서 정하고 그대로 실천해 왔습니다."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실제로 하루키는 일본 문단에서 이단아로 평가되는 듯 하다. 하지만 가와니시 마사아키의 <하루키, 소설의 마침표를 찍다>에서 저자가 표현 한 것 처럼 "이단이, 정통 없는 시대의 정통이 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하루키가 한 말 중에

"제 느낌으로는, 대단히 오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태엽감는 새>라는 소설을 진정한 의미에서 이해하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라는 대목이 있다. 지식이 일천하고 소설을 많이 안 읽어본 사람으로써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역시 소설가들은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 뿐. 하야오도 "작품은 작가를 뛰어넘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집니다." 라는 말로 더욱 혼돈에 빠지게 만든다. 이런 대담집의 좋은 점은 내가 주변 사람들과 절대 나눌 일 없는 수준 높은 대화를 단 돈 몇 천원, 또는 몇 만원에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작가들의 대담집은 많이 보이는데 한국은 이런 대담집류는 많지 않다. 두 지성의 대화를 읽은 것만으로도 전혀 후회 없는 책이다.

 

< 인상 깊은 대목 >

P.12 대학을 나온 뒤에도 회사에 취직하지 않고 글을 쓰면서 살아왔습니다. 문단 같은 데 관련되는 것도 골치가 아파서 그냥 저 혼자 소설을 썼어요.

P.21 일본인들은 충격을 개인으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전체로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가족 간에 투덜투덜 말다툼을 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P.28 매우 깊은 곳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언어적으로 분석하려고 하면 오히려 상처만 더 깊어질 뿐 치유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P.33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운동을 해서 체력을 단련한다, 문단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 주문을 받고 소설을 쓰지 않는다. 이런 세세한 것들을 마음속에서 정하고 그대로 실천해 왔습니다.

P.35 전혀 다른 풍토 속에서 2,3 년을 지내다 보니까 사고방식과 사물을 보는 관점이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P.35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영어로 소설을, 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은 겁니다

P.43 영어를 일본어로 번역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대명사압니다. 저는 대명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좋은 번역과 좋지 않은 번역이 가려진다고 생각합니다. 대명사란 '개체에 대한 정의'입니다.

P.45 영어로 번역된 제 소설을 읽은 미국인 학생과 얘기를 했는데, 어딘가 공감이 잘 안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나 아시아인 독자는 대체로 일본인 독자와 비슷하게 느끼더군요.

P.56 제가 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일종의 자기 치료 단계였던 것 같습니다.

P.64 제 느낌으로는, 대단히 오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태엽감는 새>라는 소설을 진정한 의미에서 이해하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P.67 또 하나의 이유는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나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P.93 작품은 작가를 뛰어넘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집니다.

P.96 지금 일본에서 씩씩하고 자유롭게 창조성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요? 현재 일본의 사무라이는 여성들이고, 남성 사무라이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P.102 소설 이외의 미디어가 소설을 뛰어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의 총량이 소설을 압도적으로 능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소설의 참다운 의미와 가치는 오히려 그 느린 대응성과 적은 정보량, 수공업적인 고생(혹은 어리석은 개인적 영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P.125 저도 딱 한 가지 꿈만은 꿉니다. 언제나 공중에 떠다니는 꿈을 꾸는데, 지면에서 아주 조금만 떠 있는 상태입니다. 공중에 떠 있ㅇ면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어떻게 해야 뜰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어서, 지금 떠보라고 해도 잘 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128 현대라고 할까, 근대에는 가능하면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려고 했습니다. 매우 드문 시대죠. 그것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의해서 인간이 '오래 살' 가능성이 갑자기 커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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