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호밀밭의 파수꾼을 처음 접한 것은 존 레논의 암살사건 때문이다. 그 후, 내용이 무척 궁금했지만 문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지난 인생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끼어들 여력은 전혀 없었다. 나이가 들어 독서의 재미를 알며 주로 실용서를 두루두루 탐독하다 많으 책에서 언급되는 이 특이한 제목의 책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많은 작가와 독자를 설레게 하는 이 작품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의외로 재미있다"였다. 사실 안 읽은 이유도 재미 없을 것이란 생각부터 했기 때문이다. 따분한 고전 따위 읽을쏘냐 라며. 하지만 번역본의 문장이 이 정도라면 원작은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원작이 주는 감동을 알 길이 없는 내가 한심할 뿐이다. (외국어 독해 능력의 심각한 낮음으로 인하여...)

 

부정적인 경우는 존 레논의 암살사건과 『호밀밭의 파수꾼』 사이의 밀접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1980년, 『호밀밭의 파수꾼』은 존 레논의 살인사건과 관련해 커다란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존 레논을 죽인 마크 데이빗 채프먼이 홀든 콜필드에 매료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존 레논을 저격할 때에도 『호밀밭의 파수꾼』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논의 등에 다섯 발의 총탄을 발사한 후, 채프먼은 경찰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호밀밭의 파수꾼』을 꺼내들고 읽고 있었다. 콜필드가 기성세대를 가짜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채프먼 역시 레논을 가짜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존 레논 저격사건과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2005.3.10, ㈜살림출판사)

하지만 역시 문학과 거리를 두고 살아 온 세월이 긴 만큼 문학적 감수성은 커녕 열흘 전 만들어 놓은 누룽지처럼 딱딱해진 나의 문학적 해석 능력과 그와 관련된 지적 수준은 극히 낮아, 책의 4/5를 읽었는데도 왜 이 책이 그리도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급기야 작품 해설을 찾아봤더니... (사랑해요, 지식 백과!)

『호밀밭의 파수꾼』은 어떤 작품인가

[네이버 지식백과] 『호밀밭의 파수꾼』은 어떤 작품인가 (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2005.3.10, ㈜살림출판사)

를 읽고서야, 이 작품이 무얼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겉으로 보면 단순히 청춘의 방황을 하듯 보이는 홀든은 순수성의 상실과 기성 세대로의 편입이라는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었다. 동생 피비를 보는 오빠의 따스하고 안타까운 시선은 내가 우리 아이들을 보는 시선,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면을 보는 측은지심과 전혀 다를 바 없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힘은 바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다시 한번 읽고 싶어 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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