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일본 문화에 대한 책이나 일본 여행 에세이 등을 즐겨 읽는다.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지만 일본에서 창조적인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 창의력에 대한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읽다 보면 어느덧 나의 발길은 예술, 미술에 다가가 있다. 예술하고는 무관한 삶을 살아와 무척 당황스럽지만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지려 한다. 그래서 생각한 한 가지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많이 가봐야겠다는 생각이었고, 언젠가 아이들과 일본 박물관, 미술관 일주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1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보고 "명로진 작가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이라는 반가움에 얼른 집어 들었다.

 

그냥 도쿄 미술관 예술 산책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여행가를 위한' 이라는 수식어가 달려있다. 어디를 가나 크리에이티브한 상상력을 요구하는 지금, 과연 이 창조성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나마 아마추어적인 견해지만 찾은 답 중 하나는 '도쿄에는 창조적인 영감을 줄 만한 소재가 많다'는 것이다. 꼭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여행만으로도 창조적인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 일본, 그 중에서도 도쿄다. 저자의 말처럼 한국에 오면 이런 영감이 팍팍 솟아나는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한 일본인 친구는 "한국은 편의점만 가도 볼 것이 많다"라는 말을 했으니 그 들이 우리 박물관이나 문화, 여행에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느낄 것이라 상상이 가지 않는가? 예술은, 창조성은 새로운 것 낯설은 것을 마주했을 때 퐁퐁 샘물처럼 솟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조금 더 깊이 창조성에 대해 파고들었으면 하는 점이다. 읽는 재미는 훌륭하다. 워낙 잘 읽히는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아는 작가기 때문이다. 글 솜씨는 무척 부러웠지만 컨텐츠적인 면은 조금 아쉬웠다. 가볍게 도쿄 미술관을 산책하는 기분을 내려면 읽는 동안 충분히 느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적인 것을 원한다면 더 딱딱한 책을 읽어야겠지? 화창한 일요일, 도쿄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낼 수 있어 읽는 동안 행복했다. 아쉬운 부분은 후속작에서 기대하면 될까? 창조성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 아마 도쿄 사람이 서울이나 부산에 온다면 새롭고 창조적인 영감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서울 사람이면서 서울에서 반짝이는 힌트를 얻지 목하는 이유는 우리가 서울에 살기 때문이다.

* 우리가 사는 이곳을 떠나는 순간, 우리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도쿄는 창조적이면서도 선진적이고 동시에 개방적이다. 이 세 가기 요소를 모두 갖춘 도시로 아시아에서 도쿄를 따라갈 만한 곳은 없다.

P.51 조직에 매몰되면 그 건축가는 이미 끝난 것이다 - 안도 다다오

P.52 네트워크에 집착할수록 크리에이티브에서 멀어진다.

P.52 작가는 혼자 밥 먹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실 작가, 특히 소설가에게는 친구를 만나 술 마시고 어울려 다니고 할 시간이 없다. 자료 찾고, 책을 읽고, 취재를 준비하고 여행을 떠나고, 인터뷰를 하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소설가 김탁환

P.53 안도가 30~40대 시절에는 부하 직원의 빰을 때리고 발길질을 한 적도 있다. 안도가 참지 못하는 것은 디자인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똑똑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는 제자들의 부주의. 태만함, 치밀하지 못한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 "놀 곳 다 놀고, 잘 것 다 자면서 무슨 크리에이티브냐!"

P.62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강할수록 크리에이티브는 달아난다. 단체에 충실할수록 크리에이티브로부터는 멀어진다. 보스에 충성할수록 크리에이티브는 줄어든다.

P.86 오카모토 다로는 '예술은 폭발'이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이 말은 백남준의 '예술은 사기'라는 말만큰이나 신선하다.

P.94 과학과 산업은 발달했지만 우리는 질서와 규율에 묶여 빈곤한 일상을 보내는 왜소한 현대인일 뿐

P.109 곰브리치가 그의 저서에서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에게 다른 눈으로 세계를 보게 도와준 두 가지 요소는 사진기술과 일본 채색 판화'라고 할 정도였다.

P.150 독일의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는 이렇게 말했다. '신은 디테일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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