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 퇴근 후 15분, 편집자 아빠의 10년 독서 육아기
옥명호 지음 / 옐로브릭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주일에 한 두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정말 신기한게도 아빠 엄마가 감당하기 힘든 에너지를 발산하는 아이들이 그 시간만 되면 내 옆에 바짝 붙어 앉거나 누워서 조용이 귀를 기울인다. 변신로봇책, 공룡책들과 같이 수시로 싸우고 터지는 내용의 책이나 권정생 선생님의 진지하면서 슬프고 무거운 내용의 책이나 똑같이 집중해서 듣는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물어본적도 있다. ˝아빠가 책 읽어주면 좋아? 뭐가 그렇게 좋아?˝ ˝음...몰라. 그냥 좋아~˝ 아이들의 대답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마음에 살짝 부담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자주 못해주니 미안하고 그나마 가끔 읽어주는건 잘 하고 있나 하는 고민도 있다. 그러한 순간에 괜찮은 책을 하나 읽었다. 기독교잡지 ‘복음과 상황‘의 편집장인 옥성호님이 쓴 <아빠가 책을 읽어줄때 생기는 일들>이다. 저자는 무려 십년을 넘게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셨더라. 하루 십오분 정도를 쉬지 않고 자녀들과 함께 밤마다 책을 읽었다고 한다. 무려 십년...정말 대단했다. 이 책에는 자녀들과 책을 읽게된 계기와 함께한 시간들, 방법, 함께 읽어온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여러 유익한 내용들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글에 저자의 행복이 묻어났다. 자녀와 친구처럼 지낼 정도로 많은 책을 읽으며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나도 이미 하고 있지만 더 많이 꾸준하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몇번이나 했다. 책값이 더 늘어나겠지만ㅋㅋㅋ 그정도는 아내가 이해해주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이 내리는 여름 권정생 동화집 3
권정생 지음, 이기영 엮음, 이소영 그림 / 단비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정생 선생님께서 오래전 쓴 동화들인데 책으로 나오지 않았던 동화들을 세권으로 모아 작년에 나왔는데 이 책이 마지막이다. 권정생의 단편에도 역시 이웃들 아이들 짐승들이 다 나온다. 물론 아프고 가난한 이웃도 나온다. 짧지만 이웃과 함께 하는 이야기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 좋은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통의 문제 믿음의 글들 189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옮김 / 홍성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C.S. 루이스. 고통의 문제. 홍성사

 

이번에 읽은 루이스의 책은 <고통의 문제>였다. 책을 펴기도 전에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우선 들었던 느낌은 반감이다. 4년 전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신정론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고통당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을 변호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도 답하기 쉽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런 느낌과 동시에 루이스라면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예기치 못한 기쁨>, <순전한 기독교>,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차례로 읽으면서 기독교 전통 교리들을 전혀 새롭게 전달하는 그의 능력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이 책 역시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동안 들어온 고통에 대한 진부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자못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루이스는 이 책에서도 앞에서 말했던 책들과 주제만 고통으로 달라졌을 뿐 기독교가 오랜 시간 주장해왔던 것을 다시 끄집어낸다. ‘다시 끄집어낸다는 표현이 적당해 보이는데 각 챕터의 제목들 하나님의 전능함, 하나님의 선함, 인간의 약함, 인간의 타락, 지옥, 천국 을 보면 더욱 그렇다. 기독교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러한 소제목들만 보고 어떤 내용이 전개 될지를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실제로 루이스는 그들의 상상대로 고난으로 말미암아 온전케 하심이라는 기독교의 옛 교리를 변증한다.

 

그러나 루이스는 어쩌면 딱딱하고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이 옛날 교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오래된 옷을 리폼하여 전혀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처럼, 내부를 청소하고 외부를 깨끗하게 손질하여 거의 새것처럼 사용하는 리퍼 가전처럼 루이스의 표현들은 고통에 대한 오래된 교리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준다. “하나님은 쾌락 속에서 우리에게 속삭이시고, 양심 속에서 말씀하시며, 고통 속에서 소리치십니다. 고통은 귀먹은 세상을 불러 깨우는 하나님의 메가폰입니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여행길에 기분 좋은 여관에 들러 원기를 회복하게 해 주시지만, 그 여관들을 우리 집으로 착각하게 만드시지는 않습니다.”와 같은 표현들은 이 책에서 알려진 꽤나 유명한 문장들이라 할 수 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수천 년 동안 성도들은 고통과 관련하여 비슷한 고백을 이어왔다. 고통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하나님에 대해 가르쳤다. 이러한 고백과 가르침에는 오랜 시간 쌓여 온 두께라는 것이 있다. 루이스의 치밀한 변증과 생생한 전달은 오랜 시간 교회가 고통을 통하여 하나님을 고백하고 가르쳐온 의미론적 두께에 접근하도록 돕는다. 나는 이 책이 가진 최고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통에는 분명 역설이 존재한다. 가난이 청산되어야 할 것이지만 동시에 가난한 자는 복되다고 믿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유익하다고 해서 고통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에는 분명 일말의 진리가 담겨있다. 지금도 이 세상에는 나 때문에, 그리고 너 때문에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병과 사고 때문에 더욱 괴로운 일들이 많이 쌓이고 있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고통의 문제>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이 질문에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포기하기 힘든 답을 가르쳐준다. 하나님은 고통 받는 자들과 함께 하시며 그들을 하나님께로 이끄신다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 치명적인 상대와 함께 살아남는 법
박소현 외 지음 / 아토포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소현. 오빛나리. 홍혜은. 이서영.<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아토포스.

네 명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지금, 여기에서의 페미니즘‘을 말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풀었다. 가사와 육아로 분투하는 여성, 게임하며 즐기고 싶은 여성, 문학을 배우는 여성, 운동권에서 일하는 여성까지. 전혀 겹칠 것이 없어 보이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데 각각의 이야기들이 놀랍게 겹쳐진다. 여성이라서 부딪히고 감당해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들에서 말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온라인 게임에서 부당한 상황에 놓여야 한다. 문학작품을 배워도 온통 남자들의 시각뿐이고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한 운동권에서도 남자가 나서야 일이 돌아가는 분위기다.

각각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여러 감정이 오갔는데 그중에서도 당혹감과 미안함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이년 정도 꾸준히 페미니즘을 읽어도 책을 읽을 때마다 여전히 놀랄 일들이 많고 미안해진다. 수십년간 켜켜이 쌓여온 먼지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고 이제서야 그걸 조금씩 털어내는 느낌이다. 함께 약자를 돕는 현장에서도 2등 시민 취급을 받아야 하는 현실, 게임하는 순간에도 여성임을 숨기거나 남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들. 상상하기 어려웠다. 겪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니 솔직히 그런 일들이 있었어도 의식조차 못하고 지나쳤을때가 훨씬 많았을 것이다. 특히나 첫번째 이야기를 읽다가 한페이지 가깝게 빼곡히 집안일을 세세하게 열거한 부분을 읽다가 나도 몰래 아내를 쳐다볼수밖에 없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100명의 페미니스트들에게 100가지의 페미니즘이 있다˝는 얘길 가끔 듣는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 말이 무었을 의미하는지 좀 더 알것 같다. 아마도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 모두에게 각자 저마다의 삶이 있을텐데 그 모든 곳에서 자신의 성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맞서기 위해 각각의 모습으로 저항하며 산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여성으로 사는 것도 힘든데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네명의 작가들에게 수고많다고 격려해주고 싶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사는 모양은 달라도 비슷한 편견에 시달리며 싸워야 하는 모든 페미니스트들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다들 힘내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는 본문에서 악을 관계를 결여한 병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 병을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놀랍게도 용서할 수 없다는 감정에서 찾는다. 변하기도 쉽고 일회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뜻으로 연대되는 감정을 더 지속시켜 결국에는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는 결코 고립되어 있지 않고 서로 이어져 있다는 실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을 연상케 하는 이 말이 새삼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악의 배양기 속에서 고립되기 쉬운 개인으로서의 나와 우리는 언제라도 악의 꾐에 넘어갈 수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옮긴이의 말 중에서.

작년 말에 읽고 정리 않고 넘어 갔던 책인데 미루다 미루다 오늘밤에야 했다. 역자가 이 책을 위의 내용과 같이 요약했다. 읽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몇 줄 안되는 짧은 분량으로 책의 핵심을 담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느낌까지도 담았다. 역자의 말처럼 저자 강상중은 악에 분노하는 마음이라도 다른 사람과 잇대어 있기를 바라는 인간의 본성을 잘 캐치했고, 냉소적일수밖에 없는 세상가운데 그 본성을 통해 희망을 보고자 한다.

저자는 <고민하는 힘>에서도 ‘생각(진지한 고민)‘과 ‘관계‘에 대해 줄기차게 화두를 던진다. 젊다면 답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생각해보라 권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치열하게 관계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힐 것을 주문한다. 의미를 묻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이 시대, 관계를 끊어 혼자 살게 몰아가는 이 악한 시대에 스스로 ‘끝까지 생각‘하고 ‘서로의 고민에 지속적으로 반응‘하며 저항하라는 것이다.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에서도 저자는 ‘생각‘과 ‘관계‘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고민해볼만한 이야기들을 제법 많이 한다. 특히 목사로서 저자가 지적하는 악의 모습, 대충 생각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들이 작금의 많은 교회들과 너무 닮아 있다고 느꼈다. 이게 위험한게 생각의 부재는 악이 활동하는 바탕이 되고 근본주의, 원리주의와 같이 폭력적인 모습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악‘에 분노한 사람들이 연대하며 거대한 촛불로 세상을 세상 한복판에서부터 바꾸고 있는데 ‘교회‘라는 이름을 걸고 구석에서 혐오와 폭력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사용하는 모습에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감조차 안온다.

이해하기 쉽고 얇지만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드는 책이다. 늦게라도 정리하길 잘했다. 잘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