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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는 본문에서 악을 관계를 결여한 병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 병을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놀랍게도 용서할 수 없다는 감정에서 찾는다. 변하기도 쉽고 일회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뜻으로 연대되는 감정을 더 지속시켜 결국에는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는 결코 고립되어 있지 않고 서로 이어져 있다는 실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을 연상케 하는 이 말이 새삼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악의 배양기 속에서 고립되기 쉬운 개인으로서의 나와 우리는 언제라도 악의 꾐에 넘어갈 수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옮긴이의 말 중에서.
작년 말에 읽고 정리 않고 넘어 갔던 책인데 미루다 미루다 오늘밤에야 했다. 역자가 이 책을 위의 내용과 같이 요약했다. 읽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몇 줄 안되는 짧은 분량으로 책의 핵심을 담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느낌까지도 담았다. 역자의 말처럼 저자 강상중은 악에 분노하는 마음이라도 다른 사람과 잇대어 있기를 바라는 인간의 본성을 잘 캐치했고, 냉소적일수밖에 없는 세상가운데 그 본성을 통해 희망을 보고자 한다.
저자는 <고민하는 힘>에서도 ‘생각(진지한 고민)‘과 ‘관계‘에 대해 줄기차게 화두를 던진다. 젊다면 답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생각해보라 권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치열하게 관계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힐 것을 주문한다. 의미를 묻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이 시대, 관계를 끊어 혼자 살게 몰아가는 이 악한 시대에 스스로 ‘끝까지 생각‘하고 ‘서로의 고민에 지속적으로 반응‘하며 저항하라는 것이다.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에서도 저자는 ‘생각‘과 ‘관계‘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고민해볼만한 이야기들을 제법 많이 한다. 특히 목사로서 저자가 지적하는 악의 모습, 대충 생각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들이 작금의 많은 교회들과 너무 닮아 있다고 느꼈다. 이게 위험한게 생각의 부재는 악이 활동하는 바탕이 되고 근본주의, 원리주의와 같이 폭력적인 모습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악‘에 분노한 사람들이 연대하며 거대한 촛불로 세상을 세상 한복판에서부터 바꾸고 있는데 ‘교회‘라는 이름을 걸고 구석에서 혐오와 폭력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사용하는 모습에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감조차 안온다.
이해하기 쉽고 얇지만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드는 책이다. 늦게라도 정리하길 잘했다.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