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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가 목회다
윌리엄 윌리먼 지음, 최승근 외 옮김 / 새세대 / 2017년 9월
평점 :
예배가 목회다. 윌리엄 윌리먼. 박성환, 최승근 옮김. 새세대
윌리엄 윌리먼은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를 공저한 저자다. 그 책은 교회가 서구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고 교회다워지라고 요구한 책으로서 꽤 명성을 얻었다. 사실 나 역시 저자를 그 책의 공저자 정도로 알았지 미국에서 유명한 설교가이고 저자라는 것을 요즘 들어 윌리엄 윌리몬의 책이 한 권, 두 권 번역되면서 알았다.
<예배가 목회다>의 원제목은 Worship as pastoral care ‘목양으로서의 예배’ 다. 예배에 대한 다양한 측면이 있겠지만 저자는 목사로서 성도를 돌보는 차원에서 예배를 어떻게 바라보고 예배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저자는 예배를 감히 목회 수단으로 말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곳곳에서 예배에는 목양 수단보다 더 상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읽는데 자꾸 방해되었다. (그렇게 꼭 그 부분을 짚어주는 걸 보면 주변에 그의 글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무엇보다 최근의 목회 돌봄이 지나치게 목회 상담으로 치우친 것을 경계한다. 또한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가 오랜 시간 견지해온 예배 전통을 너무나 쉽게 무시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그러면서 안수받은 목회자라면 예배를 귀하게 여기고 그 안에서 바르고 건전한 리더십을 행사해야 함을 강조한다. 목회자라면 안 그래도 지나치게 개인적인 사람들을 목양한답시고 상담하며 점점 이기적으로 만들지 말고 공동체의 예배가 가진 전통을 잘 살려 하나님의 백성답게 이끌어야 한다.
리더십을 발휘하여 예배를 이끄는 것이 쉽진 않다. 각각의 순서를 정성껏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 순서에 회중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예민하게 파악해야 한다. 어떤 성도들이 특정 순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구체적인 저항을 한다면 왜 그런지를 분명하게 알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성도들의 취향에 예배를 맞춘다기보다는 공동체가 함께 거룩한 순간을 마주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목회자는 예배를 디자인하고 앞에서 이끌지만 정작 자신만의 취향에 취하기 가장 쉬운 자리에 있다는 점 역시 성도들의 반응을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게 만든다.
저자는 장례, 결혼, 세례와 성찬을 다루며 목양으로서의 예배가 삶에서 중요한 분기점마다 어떠한 역할을 하고 의미가 있는지를 제시한다. 목회자는 장례와 결혼, 세례와 성찬을 마주하는 개인이 공동체 안에서 그 일을 치른다는 것을 예배를 통해 보여주고 가르쳐야 한다. 각각의 예배는 당사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에게 중요하다. 각각의 예배는 생명과 죽음, 인생의 희로애락이 하나님께 있음을 보여주고 가르칠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장례, 결혼, 세례와 성찬 예배를 다루는 챕터들이 인상적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목회자가 세례를 집례할 때 세례를 받는 사람만큼이나 세례를 집례하는 목회자, 참여하는 공동체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분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을 읽다보니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저자는 시종일관 예배를 집례하는 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권위적이면 안 되지만 역할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나 포기하는 것은 더더욱 나쁘다. 저자의 말처럼 목회자라면 자신이 공동체에서 받은 안수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정당하게 행사하는 방법을 꾸준하게 배우고 익혀야 한다.
오랜만에 목회자로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를 책을 읽으며 긍정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책 초반에 인용된 루이스의 말처럼 목회자라면 성도들을 실험용 쥐처럼 대하기 십상이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교회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어간다. 그렇게 긴 경력은 아니지만 교회가 무엇인지, 목회가 무엇인지 고민은 깊어만 간다. 함께 고민하는 목회자들이 많을 텐데 그분들에게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지침이 되는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