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충격적으로 다른 존재들이 수없이 많겠지. 이제 나는 상상할 수 있어. 지구로 내려간 우리는 그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많은 이들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거야. 그리고 우리는 곧 알게 되겠지. 바로 그 사랑하는 존재가 맞서는 세계를, 그 세계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비탄으로 차 있는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진실을.
올리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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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 - 예수 복음의 심장부를 찾아서
팀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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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켈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존파이퍼 보다 조금 유연한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데...이 책이 하도 좋다고 해서 읽어보는데 역시나 지루했다. 편견이 무서운듯. 그러다 6장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는 귀향 과정‘을 읽으며 마음이 흔들리다가 ‘성경에 유랑의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온 것은 인생이 천국을 향해 유랑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 한방울이 뚝...떨어졌다. 아마도 지난주에 있던 장례를 포함해서 올해들어 세번이나 장례를 집례해서 그랬는지, 인생이 허무하나 천국을 향해 간다는 소망이 꿈틀 됐는지도 모르겠다. 자꾸 사람들 향해 돌아오라고 말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나도 집으로 가는 중이라 생각하니 그리움이 스치고 소망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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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이것이다. 종교에 충실한 사람들은 예수님을 눈엣가시로 여긴 반면 종교나 도덕을 준수하는 것과 거리가 먼 사람들은 그분께 매료되고 마음이 끌렸다. 예수님의 생애를 기록한 신약의 전체 기사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 40p

예수님의 취지는 좌중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범주를 허무시는 것이었다. 이 비유로 예수님은 하나님, 죄, 구원에 대해 거의 모든 사람이 하고 있던 생각이 틀렸음을 지적하신다. 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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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가 목회다
윌리엄 윌리먼 지음, 최승근 외 옮김 / 새세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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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가 목회다. 윌리엄 윌리먼. 박성환, 최승근 옮김. 새세대

윌리엄 윌리먼은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를 공저한 저자다. 그 책은 교회가 서구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고 교회다워지라고 요구한 책으로서 꽤 명성을 얻었다. 사실 나 역시 저자를 그 책의 공저자 정도로 알았지 미국에서 유명한 설교가이고 저자라는 것을 요즘 들어 윌리엄 윌리몬의 책이 한 권, 두 권 번역되면서 알았다.

<예배가 목회다>의 원제목은 Worship as pastoral care ‘목양으로서의 예배’ 다. 예배에 대한 다양한 측면이 있겠지만 저자는 목사로서 성도를 돌보는 차원에서 예배를 어떻게 바라보고 예배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저자는 예배를 감히 목회 수단으로 말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곳곳에서 예배에는 목양 수단보다 더 상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읽는데 자꾸 방해되었다. (그렇게 꼭 그 부분을 짚어주는 걸 보면 주변에 그의 글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무엇보다 최근의 목회 돌봄이 지나치게 목회 상담으로 치우친 것을 경계한다. 또한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가 오랜 시간 견지해온 예배 전통을 너무나 쉽게 무시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그러면서 안수받은 목회자라면 예배를 귀하게 여기고 그 안에서 바르고 건전한 리더십을 행사해야 함을 강조한다. 목회자라면 안 그래도 지나치게 개인적인 사람들을 목양한답시고 상담하며 점점 이기적으로 만들지 말고 공동체의 예배가 가진 전통을 잘 살려 하나님의 백성답게 이끌어야 한다.

리더십을 발휘하여 예배를 이끄는 것이 쉽진 않다. 각각의 순서를 정성껏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 순서에 회중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예민하게 파악해야 한다. 어떤 성도들이 특정 순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구체적인 저항을 한다면 왜 그런지를 분명하게 알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성도들의 취향에 예배를 맞춘다기보다는 공동체가 함께 거룩한 순간을 마주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목회자는 예배를 디자인하고 앞에서 이끌지만 정작 자신만의 취향에 취하기 가장 쉬운 자리에 있다는 점 역시 성도들의 반응을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게 만든다.

저자는 장례, 결혼, 세례와 성찬을 다루며 목양으로서의 예배가 삶에서 중요한 분기점마다 어떠한 역할을 하고 의미가 있는지를 제시한다. 목회자는 장례와 결혼, 세례와 성찬을 마주하는 개인이 공동체 안에서 그 일을 치른다는 것을 예배를 통해 보여주고 가르쳐야 한다. 각각의 예배는 당사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에게 중요하다. 각각의 예배는 생명과 죽음, 인생의 희로애락이 하나님께 있음을 보여주고 가르칠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장례, 결혼, 세례와 성찬 예배를 다루는 챕터들이 인상적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목회자가 세례를 집례할 때 세례를 받는 사람만큼이나 세례를 집례하는 목회자, 참여하는 공동체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분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을 읽다보니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저자는 시종일관 예배를 집례하는 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권위적이면 안 되지만 역할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나 포기하는 것은 더더욱 나쁘다. 저자의 말처럼 목회자라면 자신이 공동체에서 받은 안수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정당하게 행사하는 방법을 꾸준하게 배우고 익혀야 한다.

오랜만에 목회자로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를 책을 읽으며 긍정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책 초반에 인용된 루이스의 말처럼 목회자라면 성도들을 실험용 쥐처럼 대하기 십상이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교회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어간다. 그렇게 긴 경력은 아니지만 교회가 무엇인지, 목회가 무엇인지 고민은 깊어만 간다. 함께 고민하는 목회자들이 많을 텐데 그분들에게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지침이 되는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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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에 나도 모르게 발끈 성미가 났다.
"도대체 비무장공비란 것이 뭐우꽈? 무장도 안한 사람을 공비라고 할 수 이서 마씸? 그 사람들은 중산간 부락 소각으로 갈 곳 잃어한라산 밑 여기저기 동굴에 숨어 살던 피난민이우다." 84p

 섣불리 들고나왔다간 빨갱이로 몰릴 것이 두려웠다. 고발할 용기는커녕 합동위령제 한번 떳떳이 지낼 뱃심조차 없었다. 하도 무섭게 당했던 그들인지라 지레겁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코 고발이나 보복이 아니었다. 다만 합동위령제를 한번 떳떳하게 올리고 위령비를 세워 억울한 죽음들을 진혼하자는 것이었다. 그들은 가해자가 쉬쉬해서 삼십년 동안 각자의 어두운 가슴속에서만 갇힌 채한번도 떳떳하게 햇빛을 못 본 원혼들이 해코지할까봐 두려웠다. 86p

 어른들은 도무지 잊을 수없었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팡팡 쏘아대는 화약총 소리에도 매번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그들이었다. 어떤 아이는 어디서 났는지 불에 타서 엿가락처럼 휘어진 총신만 남은 구구식 총을 끌고 다니다가 제 아버지한테 얻어맞고 빼앗겼는데, 총의 그 푸르딩딩한 탄 쇠빛은 꼭 죽은 피 빛깔을 연상시켜주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순이 삼촌만큼 후유증이 깊은 사람은 없었으리라. 삼촌네 그 옴팡진 돌짝밭에는 끝까지 찾아가지 않은 시체가둘 있었는데 큰아버지의 손을 빌려 치운 다음에야 고구마를 갈았다. 그해 고구마농사는 풍작이었다. 송장거름을 먹은 고구마는 목침 덩어리만큼 큼직큼직했다.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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