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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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사계절.

<고민하는 힘>의 저자 소개가 눈에 띈다. “재일 한국인...사회 진출이 힘들어 대학원에서 유예의 시간을 갖던 중...유학의 길. 베버.푸코.사이드를 통해‘재일‘이라는 인식이 서구중심주의라는 보편적 컨텍스트에서 이해,확장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음”. 아마도 이러한 배경이 글 전체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다. 이에 더해서 그의 고민에 큰 통찰을 주고 힘을 주었던‘나쓰메 소세끼’, ‘막스 베버’를 주로 인용하며‘정체성’, ‘청춘’, ‘일’과 같이 인생에 있어서 그 의미들을 묻지 않고 지나기 힘든 주제들을 짧지만 가볍지 않게 다룬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부분은 아무래도‘청춘’에 대한 챕터였다. 저자가 청춘에 대하여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답이 없는 것을 붙잡고 과감하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고,미칠 듯이 타자와의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라 말한다.지금은 그러한 청춘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 졌다는 것이 저자가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저자는 여기에서 나쓰메 소세끼와 베버의 통찰이 왜 중요한지를 곳곳에서 인용하는데,이 둘이 중요한 것은 근대라는 시기,자본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그 낯을 드러내는 시기에‘인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기 때문이다.그들의 통찰은 문학과 종교사회학이라는 다른 옷을 걸치고 있지만 자본이 왕노릇 하는 시기에 철저하게 개인화 된 지금의 시대에도 적실하다. (저자의 매력적인 소개 덕분에 책장에 먼지만 쌓여 있던 베버의 책<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자꾸 눈길이 간다.어서 손이 가야....ㅎㅎ)

‘고민’과 ‘관계’라는 주제는 ‘청춘’ 챕터를 넘어서 책 전반에서 다루어진다. 저자가 명시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관계와 고민은 결국 이어지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저자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결국 자아란 타자와 마주치면서 인식이 되고, 생겨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저자를 따르자면 사랑이란 찰나의 기쁨을 위해서 타자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고민에 지속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관계를 맺어주기보다 분리하고, 단절시킨다. 여기에 익숙해진 청춘들은 사랑하지 않는 것을 그리 이상하게 느끼지 않게 되었고 타자와의 관계 가운데서만 할 수 있는 치열한 생각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아니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얼마 전 배달 어플들이 잘 나가는 이유를 나름 분석하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배달 어플들을 사용해보면 전화로 음식을 시키는 것보다 단계도 더 많고 오히려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점점 이런 어플들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목소리조차 주고받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치열한 경쟁 속에 던져지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관계 맺을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으니 사랑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타자와 깊은 관계들을 맺을 수 없으니 덩달아 자신이 누구인지 깊이 고민하기 힘든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이 책을 덮으면서 제일 먼저 생각이 난 것은‘교회’였다. 내가 목사이니까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데, 교회만큼 ‘고민’이 들어설 여지가 없는 곳도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해석(고민)의 여지가 주어지지 않는다. 학문을 논하는 신학교에서 조차 그러한데, 교회는 심하면 더 심했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소그룹 모임을 장려하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나눔 들은 설교자의 이야기들을 재탕하는 경우에서 그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이러한 모습은 저자의 주장들이 교회 안에서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교회 안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데 합리적이든,그렇지 않든 교회 안에서 자신들의 고민들에 합당하게 반응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보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얇지만 ‘관계’와 ‘고민’에 대해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나름 ‘진지하게’답하고, 우리에게 답해보라 권한다. 시간을 내서 거기에 응답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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