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기도를 가르쳐 주소서>, <십계명>, 스탠리하우어워스, 복있는 사람.

주기도문과 십계명, 교회 좀 다닌 사람들이라면 익숙하다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주기도문이나 십계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기도문과 십계명은 기독교 역사 내내 기본 중에서도 기본으로 여겨지고, 가르쳐졌던 것인데 의외로 그 해석들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어려서부터 매주 예배 시간 마다 암송했을 주기도문이고, 수시로 들여다보았던 것이 십계명이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상당히 의외의 모습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주기도문과 십계명을 개인의 차원에서 기껏해야 (지역)교회 내에서의 규범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기도문과 십계명을 문자적으로 보더라도 결코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데 그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이 귀한 기도문과 삶의 방식을 개인적으로, 그것도 내적으로만 가두어 놓았다는 말이다.

우선 스탠리하우어워스의 <주여, 기도를 가르쳐 주소서>는 이런 식의 주기도문 사용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이 될 만한 책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있어서 주기도는 개인과 교회 안에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주기도란 무엇인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기도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밝히는 기도문이다. 동시에 그 기도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가운데 실천하며 참여해야 하는 내용들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주기도는 철저하게 정치적이면서 공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정치적, 공적이란 말은 세상이 그어 놓은 기준에 따라 어느 편에 속하는 것을 나타낸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주기도문은 “세상이 그어 놓은 경계들 – 성, 계급, 인종, 경제 등에 기초한 – 에 반대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무엇보다 그 힘은 전 세계인의 생활방식이 되어가고 있는 소비주의를 거스를 수 있게 하고, 힘에 의한 평화를 반대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이처럼 공적이며, 구체적인 내용을 가진 주기도는 ‘예배의 요약이자 결정체’라 할 수 있는데, 매 주일 이것을 암송하는 사람들은 결국엔 주기도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되어간다. 가족을 넘어 다양한 나라, 민족, 문화로부터 나아온 사람들과 가족이 되는 것을 연습해야 하고, 점차 ‘우리’가 되는 것이다.

<십계명> 역시 위의 책과 비슷한 논조를 가지고 있다. 루터와 칼뱅의 십계명 해설들을 바탕으로 급진적이고, 구체적이고 공동체 중심적인 그의 십계명 해석과 적용들을 전개한다. 특별하게 새롭거나 폭넓은 논의를 전개하진 않지만 ‘십계명은 하나님 백성의 예배 방식’이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십계명을 해설한다. 이 말은 윤리(삶, 실천)와 예배를 나누지 않는 저자의 신학과 이어져 있는데, 십계명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을 최고의 목적으로 삼는 교회라면 목숨 걸고 살아내야 하는 삶의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들을 읽다 보면 당혹스러울 정도로 저가가 교회에 대하여 굉장한 소망을 품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이름에 걸맞은 참된 공동체가 되는 것은 생사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오늘날 진실함을 제대로 증언할 수 있는 곳은 교회의 강단 뿐”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교회가 중요하다는 것을 믿(는 줄로 알)고 말(만)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은 그의 교회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소문으로만 그 명성을 들었던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이라든지 <교회됨>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의 회고록 <한나의 아이>를 읽으면서 그의 매력에 빠진 이후 이 책들부터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책들을 읽어나가는 중에 있다. 그의 글들은 그의 보수적인 신학과 신앙을 견지해서인지 개혁주의 전통에서 자랐고 일하고 있는 나에게 전혀 낯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교회를 중요시 여기며 신앙을 개인의 내적 영역에만 머물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급진적인 실천이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다며 그 중요성을 역설하는 주장은 그 어떤 윤리학자의 글들보다 도전적이었다. 왜 지금껏 그의 글들을 몰랐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기독교의 기본 가르침이라 할 수 있는 주기도문과 십계명을 스탠리하우어워스라는 탁월한 그리스도인의 해설로서 읽을 수 있는 이 책들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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