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5월의 광주를 알고 싶어 읽은 세 권의 책. <5.18 10일간의 야전병원>, <소년이 온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5·18 10일간의 야전병원>. 전남대학교병원.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우연히 김oo 환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아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다. 5·18이 끝났지만 여전히 휠체어에 앉은 채였다.”(106)

 

1980년 광주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열흘간의 전남대 병원의 상황을 의사, 간호사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기록한 책이다. 강경진압 초기 곤봉에 맞거나, 대검에 찔려 병원에 실려 온 사람들 발포 이후 수많은 총상 환자들이 밀려왔다는 이야기들을 여러 명의 사람들의 증언으로 기록한 사람들 각자의 느낌을 살려 생생하게 들려준다. 또한 계엄군이 병원에 최루탄을 던지고, 사격한 일을 목격한 여러 사람들을 통해 몇몇 사람들이 아직도 당시의 강경진압, 특히 시민들을 향한 발포가 자위권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말해준다. 병원 안에서의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당시 병원 밖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병원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원 안에서 목격하고 치료한 끔찍한 환자들,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죽어갔던 무수한 환자들의 모습에 대한 묘사들만으로도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체 무시무시한 폭력의 희생자들이 되어야 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병원에서의 이야기다 보니 급하게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 위험한 상황 중에 자발적으로 헌혈에 나선 시민들의 이야기, 무질서 속에서 사람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청소를 했던 의사들의 이야기 등은 생지옥과도 같은 현장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용감하고, 헌신적으로 봉사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당시 병원에서의 끔찍한 경험으로 기억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의사, 반대로 당시 목격한 것들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괴로워하고 있는 의사들도 있다는 증언들은 805월의 광주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2-30대 시절 병원에서 근무하다 약 10일간의 야전병원을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을 모아 놓은 책으로서 여전히 꿈틀되는 역사를 왜곡하려는 사람들과 그에 동조하려는 사람들에게 그거 아니라고말해주는 중요한 역사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지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감동적으로 보고 난 뒤 읽은 두 번째 805월의 광주에 대한 책. 워낙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 <채식주의자>로 스타가 된 한강도 잘 모르고 읽었다. 한강은 국가 폭력으로 희생당한 사람들, 여전히 그 피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소년이 온다>6개의 이야기, 서로 다른 사람들의 시점으로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말해준다. 친구를 먼저 보내고 난 자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 너무 어이없고, 끔찍하게 죽어 죽어서도 괴로워하고 있는 이, 죽진 않았지만 억울하게 잡혀서 고문당해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이, 너무 힘들지만 그때의 기억을 살리고, 알려야 한다는 양심에 사로잡혀 여전히 고생하는 이....이들의 이야기는 805월의 광주에서 일어났던 국가폭력으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너무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말해준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직시하게 해준다. “저는 그 폭력의 경험을, 열흘이란 짧은 항쟁 기간으로 국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체르노빌의 피폭이 지나간 것이 아니라 몇십년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162) 805월 광주를 접하면서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는 작가 한강의 작품, 그리고 <채식주의자>보다 이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고 한 책이 <소년이 온다>이다. 너무 거대한 국가에 대한 질문을 폭력에 희생당한 개인들의 입장에서 풀어나간 책으로서 당시의 참상을 알릴뿐 아니라 우리가 그 끔찍한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 이 시대의 양심이 아니겠냐고 호소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적잖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고마움을 표하는데, 나 역시 805월의 광주가 얼마나 괴로운 일이었는지를 이 책으로 알 수 있었기에 저자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 것 같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황석영. 이재의. 전용호. 창비

 

1985년 책이 처음 나오면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던 책이 30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당시엔 여러 여건상 피해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책이 나왔다면 이번 개정판에는 당시의 상황에 대한 군의 기록, 재판, , 외신의 기사들을 포함한 805월 광주에 대한 수많은 기록들을 참고해서 후주만 70페이지에 이를 정도다. 저자들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79년 부마항쟁과 10.26사태로부터 5.18 민주화운동 직전까지의 나라, 그리고 광주의 상황들, 518일부터 527일 강제진압까지의 자세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항쟁 이후 아직까지 남아 있는 과제들에 대하여 말해준다. 당시 신군부를 반대하며 일어난 전국적인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서 북한의 남침 위협을 들먹이고,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언론을 통제하는 등의 정부 차원의 이야기 뿐 아니라, 현장에서 곤봉에 맞고, 대검에 찔리고, 총에 맞아 죽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광주 지역을 봉쇄하며 오가는 차량을 습격하고, 사격하며 학살을 저질렀던 일, 군부대간 오인 사역으로 적잖은 군인들이 죽은 사건, 파도파도 계속 나왔던 암매장 된 시신들, 정말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분노를 참을 수 없었고, 여태 이런 역사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사실에 많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군부대와 경찰들 내에서도 시민들을 살리기 위해 나름 애를 쓴 사람들, 헌혈과 밥짓기, 차량 동원을 통하여 어떤 식으로든 폭도와 같은 군인들에게 저항했던 이야기들은 마음을 뜨겁게 하기도, 그리고 슬프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사진 자료들도 나오는데, 516일 저녁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횃불 시위를 하던 사진은 여러 가기를 생각나게 했다. 무엇보다 얼마 전 있었던 촛불 시위, 특히 횃불을 들고 나왔던 사람들이 오버랩되었다. 당시에 횃불이 서울에서도 일어났다면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 났을지에 대한 생각,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사람들이 횃불을 들어야만 했던 상황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등... 워낙 생생한 증언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출간 당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영향력을 줬을 뿐 아니라 876월 항쟁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들이 개정판을 썼던 이유는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어떠한지를 알려줄 뿐 아니라, 그에 대하여 저항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넘어넘어>를 다시 써야 한다는 성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1985년 전두환 정권의 탄압을 뚫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넘어넘어>초판을 썼듯이, 보수정권의 역사 왜곡과 과거 회귀를 저지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5·18의 진실을 다시 알리기 위해 개정판을 써야 한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됐다.”(583) 805월의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것에 이 책은 큰 도움을 준다. 집에 비치해 놓고 자료집으로 들춰 볼 수도 있는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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