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윤재왕.윤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로고폴리스

 

헌법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파편적으로 헌법에 관한 내용들을 배우긴 했지만, 헌법 전체를 통독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의 소개의 글을 읽어보니 많은 법관들도 헌법 전문, 헌법 주석서를 통째로 읽을 기회가 흔치는 않다고 하니 내가 너무 관심이 적었다거나 무식했던 건 아닌가보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보니 여태 헌법을 읽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그저 스스로 위로만 할 수는 없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하나는 왜 여태 이것을 읽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왜 여태 이것을 누구도 읽어보라 하지 권하지 않았는가?’ 이다. 첫 번째 생각이 든 이유는 현재의 헌법에서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장하는 권리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 때문이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기본권)’를 통해서 뿐이 아니라, 헌법 곳곳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개인의 평안과 번영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생각이 든 이유는 이렇게 소중한 나의 권리, 국가의 의무들이 헌법에 가득한데, 이토록 소중한 내용들을 공교육에서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 상당히 의문스러웠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관련하여 초등교육부터 여러 논의가 있고, 연구들도 있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여러 학교들에서 헌법을 가르치기는 했지만 파편적, 편향적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너무 적은 것이 문제일 텐데, 좀 더 적극적으로 헌법을 읽히고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헌법 전문을 소개하고 간단하게 주석을 달아놓은 책이다. 여러 의견들을 종합하기 보다는 저자들의 의견을 간략하게 제시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헌법 문항이 130개 항목이나 되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글자를 크게 하고 줄 간격을 넓게 하다 보니 책이 500페이지가 넘어가지만,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해설을 통해 헌법 전문을 접할 수 있게 했다.

 

처음으로 헌법을 읽으면서 크게 눈에 띄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는 헌법이 시대와 정치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수차례의 개정을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국민보다 국가를 앞세우는 듯한 분위기가 헌법에 있고, 곳곳에서 평화 통일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헌법은 경제 부분을 따로 구분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이나 영국은 경제 관련한 내용이 헌법에 없고, 일본과 독일의 헌법에는 경제 부분이 있어도 아주 적게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헌법에는 왜 이렇게 경제부분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전쟁 이후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경제를 일으켜야 했던 역사적인 이유가 있겠고, 그렇게 국가와 대기업 중심의 편향적 경제 성장으로 인한 여러 차별이나 빈부 격차들을 헌법으로 보충하거나, 더 이상의 경제적 차별과 격차들을 헌법으로 막아보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헌법의 측면에서 보자면 누가 뭐래도 사회적 시장 경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헌법을 보니 정말 그랬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면 지난 9년 동안 정부에서 줄기차게 여러 규제들을 풀면서 (최대한 점잖게 표현해서) 경제 활동을 자유롭게 한 조치들은 헌법에 반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헌법에도 수정할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30년 동안 정말 격변했는데, 헌법 역시 그에 맞춰 바꾸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였다. 저자는 헌법 개정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여러 부분에서 의견을 제시했는데, 심지어 맞춤법, 띄어쓰기 관련하여서도 현재 헌법의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저자가 책 서두에 헌법을 읽어야 할 당위성에 대해서 아주 매력적으로 아래와 같이 권하는데, 나 역시 동의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변화를 원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싸울 수밖에 없다. 정치 현실에서 필요한 싸움은 투쟁뿐 아니라 설득까지 포함한다. 그렇다면 정치의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헌법은 일상의 삶에 사용 가능한 싸움의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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