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 렌즈를 통해서 보는 삶의 목적과 의미 - 개혁 신학의 젊은 기수 마이클 호튼 시리즈 3
마이클 호튼 지음, 윤석인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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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다니던 시절 저자의 이름을 처음 들었고, 여러 책의 출간과 함께 작가에 대한 평이 나쁘지 않아서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10년쯤 지났는데, 이후로도 저자는 책을 정말 많이 써냈고, 내가 속한 교단이나 교회들 사이에서는 개혁주의의 젊은 기수라는 평을 들으며 점점 유명해졌다. 한 번쯤은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그의 책을 처음으로 봤다. 그런데 보니까 1993년도에 쓴 책이니까....저자가 벌써 25년 전에 쓴 책이었다. 아마도 학위를 마치고 책을 쓰기 시작한 때쯤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쓰인 시기를 말하는 이유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용에서 이제 막 세상에 나오는 청년의 씩씩함? 담대함?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물론 이러한 느낌은 지금의 일반적인 대한민국 청년의 분위기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저자는 십계명을 풀어가면서 현대(미국) 세계가 얼마나 하나님의 법으로부터 멀어져 있는지, 그리스도인들이 그에 맞서 십계명을 철저하게 지키기 위해서 힘을 써야 한다고 역설한다. 율법의 사회적, 신학적, 도덕적 용법에 대해 설명으로 시작하여 열 가지 계명을 차례대로 해설하고, 마지막 챕터에서 율법을 위반한 자에 대한 희소식-칭의와 성화를 다룬다. (당시) 최근의 기사, 문학, 사회 평론 등을 자유롭게 인용하며 현대 사회와 복음주의 교회들이 각 계명들을 어떻게 어기는지를 살피고, 그에 대응하여 나름 무난한 성경 해석과 교리 문답, 특히 루터의 대교리문답과 우르시누스의 하이델베르크 문답을 자주 인용하며 십계명에 순종하자 강력하게 권면한다.

 

책 전반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점들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쉬움이 남는 점들이 몇 가지 있었다. 좀 많이. 책 편집이 오래 전이라 그런지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고, 저자가 교리 문답을 인용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저자의 해석이 그저 거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현대 문화와 교회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하여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그들의 세상에서 십계명을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소개하며 그 둘을 연결 짓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냥 연결만 한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각 계명들을 우리의 삶에 적용하는 것이 지나치게 단편적인 경우가 많았고, 당위적인 차원에서 요구하고 끝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낙태에 대한 저자의 태도이다. 미국 사회가 지나치게 낙태문제에만 골몰한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자기도 그 문제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노동에 대해서 그저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태도에 대해 상당히 적대적인데, 사람들이 어찌하여 그러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 계명을 적용하는 내내 그러한 태도를 보인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권리를 누리고자 하는 욕구를 강박증처럼 느끼는 이 세대에 권리추구보다 우리의 의무를 신실하게 행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일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죄는 사람들을 유혹하기도 하지만 억압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간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밥벌이라도 하면 다행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낙태를 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괴로움을 당해야 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았다. 똑같은 권면을 해도 이러한 이해나 공감을 통과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간혹 주변에서 개혁주의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를 듣는데, 사실 많이 공감하지 못했다. 내가 계속 그러한 분위기 속에 살았기 때문이겠지만....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답답함을 느꼈다. 저자가 막 30이 되었을 때 쓴 책이니 이럴 수도 있겠다. 앞에서 읽은 김용규의 <데칼로그>나 숀 글래딩의 <TEN 10>이 워낙 좋은 책이어서 그런지 그 책들과 저절로 비교가 됐다. 보통 평을 쓰면 무슨 추천사처럼 긍정적인 것만 쓰는 경우가 많은데, 오랜만에 마음에 들지 않은 책을 만났다.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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