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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로그 - 김용규의 십계명 강의
김용규 지음 / 포이에마 / 2015년 9월
평점 :
#데칼로그 #김용규 #포이에마
청년들에게 십계명을 가르쳐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작년부터 교리문답들과 십계명 관련 책들을 살폈다. 그중에서도 김용규의 <데칼로그>는 단연 압권이었다. 이 책은 폴란드의 천재 감독이라 불리는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 <데칼로그>의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때 저자는 키에슬로프스키가 십계명을 해석하는 원리를 ‘존재론적 해석’이라 명명한다. 존재론적 해석이란 서양철학사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정립이 되어 온 존재론과, 교부신학 혹은 정통신학을 따라 십계명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존재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을 떠나 탐욕에 종이 된 사람이 존재의 명령에 순종할 때 참된 자유와 만족을 누릴 수 있다는 원리로 각 계명을 해석한 것이다.
저자는 각 계명들마다 먼저 영화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그 내용을 해석한다. 그렇게 내용을 전개할 때, 플라톤을 중심으로 하는 고대 철학자들로부터 현대철학자들에 이르는 철학자들의 인간 이해와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한 교부들, 칼빈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개혁자들의 십계명 해석을 소개하고, 그러한 논의들을 결합한다. 놀라운 점은 저자가 이러한 해석을 시도하면서 깊이를 더할 뿐 아니라 쉽게 설명하고 흥미까지 더했다는 것이다.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이 책의 원작(?)이 될 수 있는 영화(10편....영화가 오래 돼서 그런지 싸다.)까지 사서 볼 정도였다.
모든 챕터마다 저자가 성실하게 연구했고,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참 많이 수고를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에 제시한 존재론적 해석을 기반으로 각 계명들을 일관되게 해석한다. 각 챕터마다 인간이 하나님이 의도하셨던 하나님의 형상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져있는지를 잘 보여주는데, 특히 저자는 우리 모두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얼마나 탐욕스럽게 살아가는지, 돈의 유혹과 억압에 얼마나 많이 노출이 되어있는지에 대해서도 피부에 와 닿게 이야기한다. 거의 모든 계명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런 사회에서 사는 인간의 약하고 악한 모습들을 다루는데, 그중에서도 마지막 계명에서 저자는 부채인간이 되기까지 탐욕에 의해 휘둘리는 인간을 적나라케 보여주며 10계명이 우리를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각 챕터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자신의 주장을 요약해서 정리해 놓았고, 약 150페이지에 걸쳐 저자가 인용한 인물과 전문 용어들에 대한 해설까지 친절하게 더해주었다. 책을 좀 더 기억해보고, 다음에 활용해보려고 책 전체를 요약해보았는데, 사실 아래의 결론만 이해할 수 있다면, 굳이 그렇게 하지 말걸....하는 생각도 든다.
“십계명은 결국 단 하나의 계명, 곧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때 다른 신이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각종 우상에 불과하고, 나머지 아홉 계명은 단지 1계명에 대한 순차적이고 구체적인 부연 설명에 불과하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신구약 성경을 꿰뚫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구원, 곧 죄로부터의 해방이다. 죄란 신에게서 돌아선 것이지만, 그 결과는 각종 탐욕에 의한 우상들의 노예가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성서는 한결같이 신을 사랑하고, 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가르쳤고, 십계명은 이러한 신의 의지가 구체화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십계명은 자유에 대한 위대한 선언이다. 신은 인간에게 이러한 신적 자유를 부여하기 위하여 계약을 허락한 것이다.”
십계명의 해석 뿐 아니라 그것을 우리 시대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심도 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소개한 이 책,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