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개정판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

 

책을 읽는 데 무려 두 달이나 걸렸다. 정말 헉헉 했다. 책이 어렵지는 않은 것 같은데, 넘어가질 않았다. 몇 번은 오가며 반복해서 본 것 같은데, 여전히 잘 넘어가질 않았다. 대강이라도 정리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냥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몇 개 추려보는 정도로 해보았다.

 

1. “제주의 관점-페미니즘은 수많은 타자들의 다른 목소리중 하나이다.”

-> 이 책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제주도민이 육지에 있는 도시들에 가는 것이 쉽지 않고, 그중에서도 대전이 특히 더하다는 건 생각도 못해봤고, 저자의 질문에 생각해보려 해도 짐작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페미니즘이 많은 사람에게 그렇다. 나한테도 그랬고. 여성주의를 조금씩 배우면 배울수록 나란 사람은 이웃사랑과는 정말 거리가 먼 사람이란 걸 확인이 된다.

 

2. “여성주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편안할 수는 없다. 다른 렌즈를 착용했을 때 눈의 이물감은 어쩔 수 없다. 여성주의뿐 아니라 기존의 지배 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 페미니즘은 배우면서 확 달라진 게 있는데, 생활이 불편해 졌다는 것. 하다못해 함께 하는 여자 청년들에게 인사도 버벅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걸핏하면 외모 칭찬을 했는데, 그걸 빼고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하려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나도 모르게 불쑥 너 많이 예뻐졌다.’ 혹은 너 많이 살 빠졌다.’ 와 같은 말이 툭툭 튀어나와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경우가 있다.

 

3. “이처럼 질문은 묻는 자와 답하는 자 사이의 사회적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 여성은 남성에게 왜 그렇게 취업하려고 노력하니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는다.”

-> 내가 이 부분을 읽고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신학대학원 다닐 때, 여자 전도사님들을 만날 때면 가끔 이렇게 물었는데....“전도사님은 왜 신학대학원에 왔어요?” 그럴 때면 항상 똑같은 답이 돌아왔다. “전도사님이 여기에 온 이유하고 같아요.” .

 

4. “우리는 사랑받을 때보다 사랑할 때, 더 행복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운다.”

-> 불편해도 생각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려고 애쓰다 보면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간다. 바로 옆에 있는 이웃조차 억압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아는 것은 믿는 사람으로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지만, 돌이켜서 영생을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5.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배 이데올로기나 대중매체에서 떠드는 것 이상을 알기 어렵다....한나 아렌트가 말했듯이, 사유하지 않음, 이것이 바로 폭력이다.”

-> 며칠 사이 미쓰 박논쟁이 치열하다.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했는데, 페미니즘 관련하여 논쟁이 일 때면, 나름 유명세를 타는 사람들, 심지어 지식인들조차 자신의 경험, 지식을 기준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어김없이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여과 없이 드러낼 때가 많은데, 문제는 누군가 그런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그들은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쓸데없이 논쟁이 확대되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했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페미니즘은 지배 이념이 아니고, 대중매체도 그것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6. “스위트 홈과 자녀 양육이 소중하고 성스러운 일이라면 그것은 책임이라기보다 권리일 것이고, 남성들도 앞 다투어 참가해야 한다. 그러나 집에 가서 애나 보라는 말은 노동 시장에서 남성들이 듣는 가장 모욕적이고 비참한 욕이다.”

-> 많은 일들이 성별화 되어 있는데, 가사와 돌봄의 일이 더욱 그리하다. 나 역시 페미니즘을 배워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아내의 영역에 침범? 하고 있는데, 하지 않던 일을 하나 시작하는 것만 해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본다. 난 가정 일이 정말 신성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보니 내 생각과 나의 일상 사이에 괴리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7. “...‘페미니즘이 옳긴 하지만, 시기상조다 라거나,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 교회에서 페미니즘 모임을 시작한 이후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참 신기하다. 저자가 들은 얘기들을 거의 비슷하게 들었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이런 모임은 오히려 공동체의 분위기를 해치거나, 다른 사람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얘기....내가 교회에서 수많은 성경공부, 여타 모임을 인도해보았는데,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보았다. 성경을 인용하지 않아서 그런건가....

 

8. “...여성에게는 걸레라는 낙인과 추방이 기다린다. 남성이 더럽다고 간주되는 경우는 그야말로 몸을 씻지 않아서거나 돈이나 권력 투쟁에서의 부정부패 때문이지, 섹스로 인한 규정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에게 더럽다는 의미는 대개 성적인 측면이 연상된다.”

-> 처음에 이 부분을 읽고서는 헛웃음이 나왔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건 참 심각한 문제였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관점이 생각보다 깊게, 짙게 이 사회와 남자들에게 배어있다는 걸 적나라케 보여주는 고정관념이었다.

 

9. “‘남자는 참을 수 없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참는 남성은...폭발 직전일 것이다.”

-> 이런 얘기는 교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니던가? 나도 이런 비슷한 얘기를 예전에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저자의 말처럼 여자들은 밤거리나 여행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등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억압해야 할 것이다.

 

10. “나의 변태는 곧 사회의 변화이다. 사회와 나는 연속선상의 한 몸인데, 어느 지점에서 그 몸을 자를 수 있단 말인가?”

-> 사적인 영역으로부터 공적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내가 사는 거의 모든 삶의 현장에 페미니즘이 적용되지 않을 곳은 없었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보자고 했던가? 지금처럼 페미니즘이 유행했던 적도 없었고, 앞으로 다시 이런 순간이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올 한 해 나름 시간 쪼개서 배우고, 실천해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도 이만큼 유익한 공부가 흔치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이만큼 생각을 급진적으로 뒤흔드는 텍스트가 많지 않고, 생활 전반을 바꾸라고 도전하는 공부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찾자면 성경, 기독교가 내 인생에 그런 역할을 했는데, 페미니즘이 서른 중반을 넘어 마흔을 향해 가는 나를 향해 변화하라고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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