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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 삶과 죽음에 관한 김영봉의 설교 묵상
김영봉 지음 / IVP / 2016년 8월
평점 :
일상에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피할 수 있는 사실인데, 장례식장에 가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것. 그곳에서는 유족들이건, 그들을 위로하러 가는 조문객들이건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더 이상 없는 고인에 대한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고, 남겨진 가족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이 상황은 준비한다고 해서 준비가 되는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를 읽어 보니 잘 준비된 장례 설교 한 편이 누구에게나 당혹스러운 이 상황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하나님의 섭리를 기억하고, 서로가 위로를 나눌 수 있게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사귐의 기도>,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 등의 저서로 알려진 김영봉 목사의 장례 설교 모음집이다. 총 열 여섯 편의 장례 설교로 이루어져 있는데, 설교 한 편 한 편에 고인에 대한 사랑과 예의가, 유족들에 대한 배려가 묻어난다.
특히 이 설교들은 평생 신실하게 살다 죽은 성도의 죽음으로부터 자살한 성도, 불신자 가족, 갑작스런 사고사까지....저자가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에서 경험한 다양한 죽음 앞에서 저자가 한 교회의 목사로서 어떻게 최선을 다하고 섬겼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목사로 일하고 있는 나이기에 이 설교들은 무척이나 유익하고, 감동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수백 명의 성도들을 목회하면서 이토록 한 사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그들의 삶을 해석해 내는 저자의 헌신과 사랑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러한 설교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결국 평소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존중과 어쩌면 평생에 한 번일 수도 있는 모든 성도와의 개별적인 만남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되새길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너무나 바빠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나치다 보니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잠간 멈추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 시대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목회자 뿐 아니라, 모든 성도들에게 잠간 멈추어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이 얼마나 존귀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한 편, 한 편 천천히 읽으려고 애를 썼고, 우리 성도들을 생각하면서 나라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열여섯 편의 설교들 앞과 뒤로 죽음에 대한 저자의 묵상과 장례를 준비하는 방법들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들도 목회자들에게 도전도 되겠지만,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직 읽어 보지 못한 분들, 특히 목회자가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