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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ㅣ 컴북스 이론총서
조현준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6년 4월
평점 :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조현준
누군가가 주디스 버틀러라는 분이 페미니즘의 ‘대모’격이라고 해서 이분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작인 <젠더 트러블>을 도전해보려 했는데, 그 책을 펴는 순간 트러블이 생길거란 충고도 받았다. 그래서 금새 꼬릴 내리고 다른 책을 찾아보다가 그 책의 해제 겪인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이란 책이 있어서 냉큼 잡아서 읽었다. 젠더 트러블의 역자였던 조현준이 쓴 책인데, 아래는 저자가 <젠더 트러블>과 주디스 버틀러의 생각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 놓은 부분이다.
“버틀러를 아카데미의 슈퍼스타로 급부상 시킨 <젠더트러블>은 쟁쟁한 프랑스 철학자들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주목을 받았고, 기존 페미니즘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도발적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공통된 범주로서 여성을 부정하는 여성 없는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버틀러의 젠더 이론은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줄잡아 한마디로 말한다면 성은 구성된다는 것이다....버틀러에게는 몸이라는 물질조차 그 물질에 대한 인식성이 없다면 몸으로 인식 될 수 없기 때문에 몸과 몸에 대한 인식은 선후관계가 아니라 동연하는 것이다.”
이제 페미니즘에 입문하는 사람으로서 섹스와 젠더의 차이점을 알아가고 있던 찰나였기에, 이러한 내용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섹스가 생물학적인 개념이고, 젠더가 사회문화적인 개념으로 알고 있었는데, 섹스와 젠더는 같고, 섹스도 사실상 기존의 인식에 의해서 규정 된 것이란 주장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라는 말을 더욱 래디컬 하게 밀어붙인다. 기존 페미니즘의 주장들, 그리고 그러한 주장들이 기반하고 있는 철학들을 비판하는데,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기존의 내용들이 아주 오래 된 편견과도 같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아래의 내용에 있다.
“정체성의 정치학은 모든 정치적 권익을 주장하는 운동에는 그 주체가 분명한 범주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버틀러는 그런 단일한 범주로서의 정치적 주체가 그 주체에 들어가지 못하는 소수자들을 만들기 때문에 이런 정체성의 범주는 다양성과 다변성으로 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자의 소리를 대변한다는 페미니스트들 역시 소극적으로는 소수자들을 배려하지 못하거나 적극적으로는 억압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근원을 주디스 버틀러는 그들 주장의 근본부터 틀렸기 때문이라 말한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여성이 없는 페미니즘’을 주장하기에 이르는데, 여기서 말하는 ‘여성’은 기존의 인식에 의해 규정된 ‘여성’을 말한다. 페미니즘을 어떤 집단을 범주화 하는 이론으로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닌 모든 소수자를 품을 수 있는 열려 있는 이론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아마도 성적 소수자로서 겪는 고통과 성에 대한 정체성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이 이런 주장의 바탕이 된 것 같다고 (조현준)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하나가 아니다. 그러나 하나가 아닌 우리는 서로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같이 살아갈 수 있고 그렇게 상호 의존 속에 근본적 취약성을 인정하며 사는 것이 삶이다.”
난해하다고 소문난 <젠더트러블>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으니 좋기는 하지만, 워낙 축약해 놓아 아쉬움도 있는 것도 사실, 그래도 주디스 버틀러의 핵심 주장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보여준 것 같아서 나름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