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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 은총의 바다
백소영 지음 / 꽃자리 / 2016년 4월
평점 :
삶, 그 은총의 바다
저자를 소개하는 수식어에는 대중신학자. 여성신학자란 말들이 붙는다. 책에서 저자는 스스로 소개하기를 성경과 사회, 윤리를 다루는 학자이기에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여러 영역을 크로스하면서 얻게 된 귀한 통찰들이 있다고 했다. 이 책은 이 모든 수식어들이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CBS 성경사랑방이란 방송을 통해 60회가 넘는 분량으로 구약 성경을 다뤘는데, 그 중에서 창세기 ~ 여호수아 부분의 내용들을 ‘성경 속, 사람 사는 이야기 1편’으로 다듬어 책으로 출간했다.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소그룹 대화 형식으로 방송을 진행했었는데, 책 역시 독자와 대화를 하는 것처럼, 쉽게, 이야기하듯 풀어 썼다.
이 책은 우선 내용이 방대한 구약에서 특정 본문들을 골라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일관된 관점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특히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을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 하나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연약한 사람들로 보았다는 점이다. 하나님이 그런 사람들을 선택하셔서 풍성한 삶을 살게 하시고, 억압받는 약자들을 살리라는 사명을 주셨다고 말하며 성경은 철저하게 평범하고 약한 사람들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드러내는 책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책 중간 중간에 성경 본문의 내용과 그 내용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의 상황 등을 연결하며 왜 이렇게 해석해야 하는 지를 제시한다. 저자가 왜 그런 관점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성경을 읽어가는 지를 보여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들은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다가오거나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워낙 글을 잘 썼을 뿐 아니라, 쉽게 풀어 이야기하기에 신학을 배우지 않은 분들이라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붙잡고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절반 이상을 읽었던 것 같은데, 그만큼 흥미로웠다. 그리고 하루에 2챕터 정도씩을 읽었는데, 그렇게 읽으면서 나름 얻은 유익들이 있었다. 먼저는 저자가 구약을 보는 관점이 내가 속한 교회들의 해석 방식이 아니었기에 신선하게 느껴졌다. 특히 약자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이란 관점으로 일관되게 구약을 풀어냈다는 것이 상당히 도전이 되기도 했다.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언약의 관점으로 혹은 선교적으로 성경을 보는 것에 익숙했는데, 이런 식의 시도 – 약자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으로 성경 공부나 설교를 지금 내가 속한 교회뿐 아니라 여러 교회들에게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내년에는 내가 이런 관점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단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삼십년 넘게 보수적인 교회에서 자라며 그에 해당하는 관점에서 쏟아져 나온 설교와 강의들을 들으며 자랐고, 그것을 신학생, 목사가 되어 재생산하던 나였기에 저자의 해석이 편하지만은 안았다. 워낙 문자 그대로 보는 것에 익숙하고, 성경을 거~룩하게 다뤄야 할 것 같은 나의 느낌이 저자의 성경해석에 부딪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탄탄한 근거들을 제시하며 설득하는 저자의 글은 읽는 내내 들었던 반발심?을 부드럽게 넘어가도록 만들었다.
수천 년 전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평범하고 연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약육강식의 원리가 여전히 통용되는 이 시대로 연결한 저자의 수고가 참 고맙고, 이 수고가 쉽게 묻히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쳤으면 좋겠다. (사심이 약간 들어간) 마음으로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