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는 왜? - IS는 '테러 괴물'인가, 객관적인 우리 시각으로 파헤친 IS 심층 파일
한상용.최재훈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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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는 왜?’. 한상용. 최재훈. 서해문집

 

얼마 전부터 TV 뉴스에서 IS 라는 이름을 자주 접하고 있다. 외국인들을 사로잡아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고 있고, 세계 중요 유산을 파괴하며 밀매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단골 이야기였다. 가끔 그들과 중동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을 시도한 몇몇 신문 기사들을 접하긴 했었지만, 워낙 먼 나라(물리적인 거리보다 심리적으로 더 멀게 느껴지는)의 일이다 보니 크게 관심 없게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처럼 나는 ‘IS는 왜?’ 라고 질문을 던지기 보다는 그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테러에 놀라는 정도의 반응을 반복해서 했었다.

 

그러던 중 함께 일하는 분들과 함께 우연치 않게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이 책은 중동에서 수년간 기자로 일했던 한상용 특파원과 중동지역과 국제개발을 연구하는 최재훈 연구원의 공동 저작이다. 총 네 개의 챕터로 ‘IS의 실체’, ‘IS의 전략과 덫’, ‘IS를 둘러싼 중동사와 외부 요인’, ‘IS의 한계와 전망으로 이루어져있다.

 

1장에서는 이전의 테러단체들과는 달리 무섭게 확장하고 있는 IS의 세력을 언급하며 그들이 지금까지 저지른 잔혹한 범죄들과 그들의 실제 전투력,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목표와 그들의 조직과 그 수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그들이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그들을 향한 점령지 주민들을 포함한 중동 내부의 시선을 알려준다. 흥미로운 점은 서구에서는 IS를 두고 극단 주의적 이슬람 사상에 심취한 과격무장대원들의 모임이란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하지만, 반면에 중동에서는 급진적으로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도모하려는 무장단체 정도로 인식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차이점은 서구에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IS조직이 확장하는 이유에 대해서 실마리를 준다. 2장에서는 그들이 기독교인들을 참수하고, 동성애자들을 처형하고, 포로들을 끔찍한 방법으로 죽이면서 영상으로 유포하는 것에는 그들 나름의 전략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현재 심각하게 부패하고 빈곤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서 종교적 이상을 성취할 뿐 아니라 기존의 정부에 의해 보호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핍박을 당하는 주민들을 구원하는 강력한 조직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청년들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심지어 한국에서까지 IS를 좇는 사람이 나왔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들의 전략과 홍보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도 서구의 시각에 젖은 사람이라면 도무지 그들의 전략이 먹히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저자는 그것에 대해서 이해가 갈만한 이유를 말해준다. “IS에 가담하려는 청년들의 심리는 현재의 암울한 정치, 사회,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있다. 특히 아랍 청년 중 상당수는 자신이 속한 분위기에 희망과 의욕을 잃고 새로운 탈출구를 쫓는 심정으로 IS의 이념에 동조하고 있다. 그 좌절감과 허무주의의 기저에는 정권의 부패와 빈부 격차, 높은 실업률 등 정치, 사회 문제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IS는 어떻게 이전의 과격 단체들과는 달리 지속하고 있고, 심지어 확장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3장에서 그 이류를 밝혀준다. 그 이유는 그들이 아랍의 봄이후 혼란기에 태동했다는 것과 여전히 중동의 정세가 혼란스럽다는 것과 관련이 깊다. 우선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부패한 정부와 군부, 거기에 오래된 종파간의 다툼에 석유로 인한 외세의 개입까지....도무지 전선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에 시민들의 저항 운동은 곧바로 민주화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가중 시키는 꼴이 되었고, 이라크와 시리아 같은 곳에서는 그 모든 혼란이 종합적으로 일어나서 끝을 알 수 없는 내전이 진행 중에 있다. IS를 포함한 이슬람 급진 무장단체들은 이러한 혼란을 반겼다. 각종 전쟁과 테러로 인하여 국격은 더욱 느슨해졌고, IS 등 과격 무장단체가 활동하기에 좋은 조건이 탄생한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 터키와 이란, 이집트와 사우디 같은 주변 강국들을 포함하여 미국과 러시아와 같은 초강대국들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내전에 간섭하며 IS를 소탕하기 보다는 때로는 이용하고, 방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것을 잘 알고 있는 IS를 비롯한 여러 급진 단체들은 상황을 이용해서 그들의 세를 확장하고, 점점 세를 떨치기 위해서 과격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4장에서 저자는 많은 국제 관계 전문가, 중동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IS 조직이 지금보다 확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들은 세력이 확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세에 몰릴수록 더욱 과격해지겠지만, 결국엔 이전의 과격 단체들이 수명을 다했던 것처럼, 수 년 안에 조직이 와해될 것을 예측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IS가 사라진다고 해서 중동의 문제, 세계 곳곳에 확장하고 있는 이슬람 급진 세력들의 테러가 함께 사라질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IS가 소멸하더라도 또 다른 과격 단체가 생겨나고,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은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패한 정권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쟁을 불사하고 있고, 서구의 열강들과 주변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 정권들을 비호하고, 지원하면서 대리전을 치르기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주민들의 상황을 계속해서 사지로 몰고 갈 것이고,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난민이 되거나, 전쟁을 하거나 하는 것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IS가 탄생한 배경과 현재의 상황을 현지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면서 독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를 하나 던진다. 그것은 우리가 받는 정보의 대부분은 IS가 활동하는 지역의 이권과 깊이 관련 되어 있는 서구의 관점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오랜 시간 지속된 비참한 상황들과 그것으로 인한 수백만, 수천만의 희생자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이 너무 어려워졌다. 심지어 그러한 틈을 타서 활개를 치고 있는 극단적 단체들을 마치 이슬람 전체의 성향인 것처럼 포장하여 포비아를 조장하기까지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언론에 동조하며 이슬람 전체를 적으로 간주하기까지 한다면 중동의 정세를 악화시키는 것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진행 중에 있는 난민의 문제에 적극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으로 난민 신청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난민으로 인정하는 숫자를 늘려야 할 것을 제안한다.

 

처음에는 기사들을 나열한 것 같아서 조금 지루했고, 새로운 사실을 말하는 것 같지 않아서 굳이 이러한 내용이 책으로 나와야했을까 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사들을 종합하고 분석하여 다시 살필 수 있도록 제시하는 저자의 노력은 독자들이 쏟아지는 기사들을 편파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하게 하고, 놓쳐서 안 되는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게 한다. 또한 급진적인 테러 단체들이 생겨나고 활동하는 작금의 배경들을 살피면서 우리나라의 상황들도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었고, 동시에 근본주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책을 다 읽고 나니까, 이 책의 제목이 참 많이 와 닿았다. “IS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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