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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6년 1월
평점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이 책은 저자-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TED에서 강연한 것을 다듬은 것이라고 한다. 워낙 달변의 강연자의 인기 있는 강연인데다(현재 255만이 넘는 유튜브 조회수더라), 자연스러운 번역까지 더해져서인지 나는 이 책을 한 숨에 읽을 수 있었다.
워낙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나에겐 낯설었지만, 저자의 재치와 재미난 이야기는 나를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몰입하게 했다. 자신의 이야기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을 소개하는데, 처음에는 지금 우리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얘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금새 이것은 나와 가족들, 특히 여동생에게도 일어났던 일이고, 주변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날 웃음 짓게 한 동시에 반성하게 한 예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여 동생에게 오빠를 위해서 라면을 끓이라는 어머니의 요구와 기저귀를 갈아준 남편이 아내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장면이었다. 아마도 내 동생이나 아내가 이 글을 본다면 혓바닥을 찰지도 모르겠다. 그걸 이제야 알았냐고!
그만큼 남자와 여자가 처한 상황이 달랐고, 특히 여자들에게 불공평한 행동들을 요구하는 경우들이 많았지만 (솔직히) 잘 몰랐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그렇게 모른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은혜다! 내 죄를 깨닫게 해줬으니!
책이 워낙 짧아서 내용을 요약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 하지만 유쾌하면서 쉽게 던지는 듯한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무시할 수 없는 묵직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우리는 (남녀차별을)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됩니다.”
“만일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젠더가 아니라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젠더가 아니라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떨까요?”
“바로 그 점이 문제의 일부입니다. 많은 남자들이 젠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생각하거나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 말입니다. 겉보기에는 사소한 상황들에서 남자들이 나서서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저자의 마지막 말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저는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우리는 더 잘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이라고요.”
나처럼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는 사람, 그런 단어에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추한다. 아마도 그러한 분들이 이 책을 읽더라도 기분 나쁘지 않게 그동안 남녀차별에 대해서 무지했던 것을 지적받을 수 있고, 기꺼이 저자의 태도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난 TED 강의가 전부 15분 정도라 생각했기에 이 책이 생각보다 두껍다 느꼈는데, 강의를 찾아서 조금 들어보니 30분 정도가 되더라^^:: 그리고 이 책도 좋지만 강연도 참 좋았다. 영어라서 알아듣기 힘들었다는 점 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