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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하나님 - 교회는 왜 사회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가
케네스 리치 지음, 신현기 옮김, 김홍일 감수 / 청림출판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작년 가을, 영국 성공회의 주교인 로완 윌리엄스의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이라는 책을 읽고 내가 속하지 않은 다른 교파의 책 혹은 성경 읽기 방식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절감했었다. 하나님이 무한하신 분으로서 한 개인이나 한 집단이 하나님을 다 이해할 수 없다는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명제를 믿으면서도, 지나치게 한 쪽으로 치우친 성경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 경험을 살려서 이번에는 성공회의 저자인 케네스 리치의 책, ‘사회적 하나님’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위의 책과 비슷하게 참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생각해보면 기성 교회들이 잘 말하지 않는 사회참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기독교의 사회참여, 관상과 저항, 영성과 예언, 새로운 종교 파시즘, 이렇게 총 네 개의 큰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저자는 첫 번째 챕터에서 복음주의와 가톨릭, 그리고 그들 사이에 공유하는 성육신에 대한 신앙을 언급하면서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에게서 사회참여적인 측면과 그렇지 못한 측면을 모두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이들 모두가 초기 기독교부터 강조해왔던 성육신의 신학을 회복해서 신성과 인성 혹은 물질과 비물질로 이원화하려는 경향을 힘써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토머스 머튼에 대해서 간략하게 다룬 뒤, 세상과 분리하여 관상하는 일이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필수적인데, 이는 거기에서부터 세상을 향하여 예언할 수 있는 영적인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사실 관상에 대해서는 우리 교단이 금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어서 뭐라 판단하기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관상을 묵상 혹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침묵하는 정도로 생각을 해도 괜찮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저자의 주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상 속에서 세상에 편만한 죄들을 분별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 내려면 반드시 그렇게 침묵하거나, 생각해야 할 시간들이 필요한데, 거의 그렇지 못하거나,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많은 교회들이 가볍다 생각하는데, 나름 따져보기로는 생각 없이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현대의 영적 지도(영성 훈련 혹은 안내), 심리 치료와 상담, 그리고 은사 운동에 대해서 다루는데, 이러한 영성 운동 혹은 유행들이 지나치게 개인화 하면서 종교를 사회에서 분리시키고 있는 현상을 지적한다. 이 부분에서 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저자는 정신의학, 심리치료, 상담 등을 교회나 국가가 나서서 장려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치유에는 모든 문제를 내면화시켜 버릴 위험성이 있다. 국가 의료서비스에 정신 의학이 있는 이유는 그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주거, 실업, 그리고 여타 사회, 경제적 문제들로 심각한 압박감에 눌려 있어서-자신의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의학은 이런 문제들을 풀기보다는 회피하도록 돕는 경우가 빈번하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서구의 많은 교회들(개신교회나 가톨릭 모두)이 지나치게 보수화 되는 경향에 대해 언급하며 우려를 표한다. 그러면서 한 사람을 인용하며 서구 신학의 동향을 인용하는데, 이 부분은(성육신 경시, 세상으로부터의 도피, 인간 경시와 기독교 휴머니즘의 붕괴, 개인주의적인 구원관, 성례전 경시) 이 책이 나온 지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교회들이 갖는 모습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기독교 예배의 혁명적인 성격은 우리의 현 경제 질서의 핵심에 있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관점을 거부하는 데 있다.”
솔직히 관상이나 사회 참여, 사실 모두 낯선 개념들이다. 그런데 그 원리를 들어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가고,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면들도 많았다. 자연스럽게 그러한 생각들은 많은 교회들이 사회 참여에 대해서 지나치게 무관심했다는(혹은 적대적이었다는) 저자의 지적들에 공감으로 이어졌다.
여러 강연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 책이 치밀하지는 않고, 약간 산만한 기분도 없잖아 있지만. 보수 교회에 속해 있으면서 기독교의 사회 참여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거나, 이제 막 관심이 생긴 분들이라면 한 번 쯤 읽어 볼만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