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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목자 - 시편 23편을 통해 본 성경적 참 목자상
케네스 베일리 지음, 류호준.양승학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5년 11월
평점 :
대관령 양 떼 목장에서 양을 보았던 것이, 그나마 많이, 가까이서 보았던 경험이다. 그러다보니 목자는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하나님을 목자로 비유하는 성경, 그리고 그것을 설교로 듣고, 심지어 해당 주제에 대해서 설교를 하는 것 역시 별 감동이 없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비유는 원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주어진 것인데, 오히려 그 비유를 들으면서 마음으로부터 낯선 기분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 책. ‘선한목자’는 중동에서 무려 40년이나 성경을 가르쳤던 케네스 베일리가 썼다. 중동에서 살며 해당 주제에 대해서 경험한 저자의 이야기들, 오랜 시간 이 주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던 저자의 해석들은 그동안 목자. 양에 대한 낯선 느낌을 가졌던 나에게 해당 주제에 대해서 정말 훌륭한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선 이 책은 초대 교회에서 중요한 이미지로 여겨졌던 선한 목자에 대한 이미지를 살려 내는 것에 많은 기여를 한 것 같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많은 것들로 비유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하나님을 목자로 비유한 내용은 구약과 신약에 걸쳐 내용도 많거니와, 반복해서 강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이것을 집어냈고, 특히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편 23편을 기본 자료로 삼아, 이 시편에 등장한 목자와 양의 이미지가 다른 본문들(예레미야 23장. 에스겔 34장. 스가랴 10장. 누가복음 15장. 마가복음 6장. 마태복음 18장. 요한복음 10장. 베드로전서 5장)에서 어떻게 발전해서 해석되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이러한 작업은 성경의 저자들이 하나님을 목자로서, 그리고 사람들을 양으로 비유하기에 참으로 적절했다 생각했다는 것과, 그것을 묵상하고, 자신들에게 적용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할 뿐 아니라, 하나님은 지금 이곳에 사는 우리에게도 목자이시고,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께 양과 같다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도와준다. 물론 성경의 본문을 주석하는 작업을 반복해서 이어가다 보니, 또한 본문이 바뀌지만 목자와 양이라는 주제가 반복이 되는 것이니 만큼 지루한 감이 조금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종류의 책에 익숙하지 않다면 앞에 시편 23편, 혹은 관심 있는 본문만 발췌해서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이 주는 큰 유익은 자칫 많이 지루해질 수 있는 성경 본문의 해석과 적용, 그리고 그것들의 발전 과정을 추적하는 일들을 적절한 예화로서 지루함을 덜어주는 것을 넘어, 때로는 감동적으로 목자와 양에 대한 이해를 갖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중동에서 오랜 시간 살면서 목자와 양을 직접 보고, 그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들은 성경 해석에 생기를 불어 넣는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 같다. 험한 골짜기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장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이야기, 목자의 소리를 알아듣는 양들, 그 외에도 저자가 중동에 살면서 경험할 수 있었던 특별한 이야기들은 분명 이 책을 재미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요한복음 10장에서 양들과 목자가 서로 가지는 ‘앎’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들었던 예화(비록 중동 지역과 목자, 양에 대한 예화는 아니지만!) – 비행기 사고에서 위험을 무릎 쓰고 승객들을 구조한 기장과 구조된 승객들 사이에 일어난 연대감에 대한 이야기는 예수님과 우리에게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끈이 무엇인지를 묵상하게 하며 감동을 주었다.
아마도 미국 IVP에서 한 가지의 주제를 성경신학적으로 풀어쓴 책들을 시리즈로 발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도 그 중에 하나인 듯하다.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성전 신학’. ‘예배자인가, 우상숭배자인가’. 역시 흥미롭게 읽었었는데, ‘선한 목자’ 역시 그랬다. 선한 목자라는 하나의 주제가 성경을 통해서 어떻게 나타나고, 발전하고, 해석되고 적용되는지에 대해서 잘 보여주었고, 이러한 저자의 작업을 통해 설교자로서 성경에 흩어진 목자 비유를 한 눈에 볼 수 있던 것도 큰 소득이었던 것 같다. 하나님은 선한 목자이시다. 그리고 우리는 양이다. 이 말을 좀 더 자세히, 그리고 생동감 있게 알고 싶다면, 그리고 그렇게 전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