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 과학과 신앙에 얽힌 해묵은 편견 걷어 내기
우종학 지음 / IVP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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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시절, 교회 수련회에 가면 단골 강의들이 있었다. 기억에 남는 두 가지 강의. 하나는 대중문화의 실체. 또 하나는 창조과학. 전자는 당시 백워드매스킹?의 유행과 겹치며 온갖 음모론으로 가득한 무시무시한 강의였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강의는 지금도 있는 것 같다.(서태지가 싸이로 바뀐 것 빼고는 거의 흡사한 듯?) 난 이제 그런 음모론과는 빠이빠이. . 고등부 시절부터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후자는 아니었다. 강의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들과 Biblicism이 절묘하게 합쳐진 창조 과학 강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휘저었다. .....신기하다. 신기해. 홍수전에 있던 사람들의 나이가 가능했던 이유, 궁창과 궁창 위의 물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 잘 기억은 나진 않지만 기타 여러 설명들. 성경이 과학으로 증명된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고. 내 믿음이 허위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는 것 같아서 뿌듯해졌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 신앙이 과학에 의해서 입증이 된다는 것이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었다. 엄청나게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 이전에 있던 이론들이 뒤집혔고, 앞으로는 더욱 빠르게 그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내 영원의 삶을 순식간에 변하게 되는 이론에게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하지만 생각은 딱 거기까지였다. 바쁘고. 정신없고. 할 일도 많은데, 창조과학이 옳은지, 그른지, 더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번에 접한 이 책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는 수년간 멈춰있던 생각들을 다시 하게 했다. 창조과학에 의심을 던지고 있던 생각들에 대해서 좀 더 개관적인 설명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고, 이 분야 관련하여 내가 전혀 모르는 영역들의 논의가 이미 엄청 진행이 되어 있다는 것 또한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는 나에게 정말 고마운 책이었다.

 

11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으나, 크게 네 가지, ‘성경과 과학을 바라보는 입장들 - 과학과 신앙을 갈등 구조로 바라보는 것은 오해이고, 함께 할 수 있음을 주장함.’, ‘창조과학과 지적 설계에 대한 비판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형이상학적 논리전개에 가깝고, 현재의 과학이 설명하지 못한다는 식의 접근으로 자기 스스로 오류에 빠지는 형국임’, ‘진화에 대한 오해와 설명 창조과학의 입장에서 말하는 진화는 무신론적 진화론. 진화. 진화 이론. 진화주의로 구분하여 알아야 함.’, ‘유신론적 진화론 진화를 통하여 인간을 만드셨고, 이러한 이론은 신앙과 모순이 되는 것이 결코 아님.’ 등에 대한 개론적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리 개론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나를 포함한 상당수가 과학에 대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기자와 과학자의 대담 형식을 통하여 주된 내용을 전개한다. 그리고 혹시나 하여 이야기에서 진행했던 주제들의 핵심을 각 챕터마다 정리해 놓았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정말 친절한 책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자신이 이러한 책을 내어 놓은 이유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나는 이성과 신앙 양심상 폭넓은 기독교적 시각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쪽에 치우친 견해를 제시하기보다는 다양한 견해와 그 견해가 가진 장단점을 보여 주고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이 옳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을 쓴 목적이자 동기였다.”

 

책의 본문에서도 몇 번 나오지만, 아마도 저자는 보수적인 신앙을 표방하는 교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집필했다. 창조과학이 아니면 불신, 심지어 이단 운운까지 하는 잘못된 상황에 크리스천 과학자로서 잠잠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용기를 내어야 했다. , 고등부 사역하던 시절에 창조과학의 내용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확인도 없이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것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그런데, 이 책 보면서 회심해야 할 사람이 아마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물론 이 책의 주장들을 그대로 받기 힘든 부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창조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성경을 해석하여 가르치는 입장에서 겸손하게 받아야 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연스레 이 분야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고, 창조 과학에 대한 맹신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담 역시 생겼다. 젊고 유망한 과학자로서 연구에 매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신앙적 양심을 따라서 이러한 작업을 사명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저자의 태도가 책에 묻어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저자의 집필의도에 맞게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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